두리안나무는 열대지방의 가장 인상적인 과일나무로 열매는 지름 20~25cm, 무게 2~3kg 정도의 도깨비 방망이 모습을 하고 있으며, 독특한 맛 때문에 열대지방을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강력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나무이다.
열대지방을 여행하면 매우 부러운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온 누리에 넘쳐나는 듯 많은 각종 열대과일들과 생선들이다. 적도지방의 뜨거운 태양이 지구를 달구어 내는 듯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무성한 숲과 드넓은 들판의 짙은 녹음 속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알 수가 없다. 다만 길가 노점상들이나 대형 수퍼마켓에 가면 어느덧 며칠 전의 과일은 사라지고 새로운 종류의 과일이 번갈아 가며 정리되어 있음을 보고 계절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동남아시아 여행자들에게 그들의 여행목적을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열대과일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11월은 우리 나라와 사뭇 다르다. 우리 나라는 수확의 계절도 마무리 단계이고 아름다웠던 산과 들의 단풍잎들이 겨울의 문턱에서 시들어가고 있을 때 비행기로 서남방향의 적도지방으로 7시간을 날아온 이곳은 무더움 속에 각종 열대과일이 풍부하였다. 모든 과일이 모양부터가 새로웠고, 그 맛은 어떠할까? 하는 호기심이 자극되었다. 물론 나의 섭생 능력이 허락하는 한 과일 맛을 두루 섭렵해 보기로 작심하고 차근차근 실천에 옮겼다.
망고(Mango), 람부딴(Ra-mbutan), 랑삿(Langsat), 낭까(Nangka), 빠빠야(Papaya) 등 처음 먹어보는 과일 맛은 깊은 인상과 추억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 중에서도 두리안(Durian)이라는 과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열매는 지름이 20~25cm 정도로 무게는 보통 2∼3kg이나 심지어 8kg까지 나가는 열매가 줄기에 직접 매달려 있는 것 또한 희한한 생각이 들었다. 열매모양은 사진에서와 같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여러 가지 모양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들을 보고 ‘도깨비방망이’, 커다란 ‘수류탄 모양’ 등으로 이야기를 한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어느 만화 속의 주인공 도깨비가 휘두르는 무기의 일종인 뾰족한 돌기로 둘러싸인 햄머(hammer)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우리 온대지방 사람들에게는 보기 좋고 껍질이 매끄럽고 갸름한 과일만 보다가 이렇게 이상 야릇한 과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였다.
두리안(Durian)이란 이름이 붙게 된 근원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라유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 두리(duri)란 말은 ‘뾰족한’ 또는 ‘가시’라는 의미이고, 안(-an)은 이들 언어의 명사형 어미이다. 그러므로 ‘가시 달린 과일’이란 의미로 이름을 부여받은 열매이다.
이 열매의 요란한 겉껍질을 벗겨내면 그 안에 종자를 감싸고 있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마치 고구마를 잘 으깨어 놓은 듯한 모양의 속살이 있는데 이것을 먹게 된다.
처음에는 매우 역겨운 냄새가 나기 때문에 소위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먹지 못할 만큼 그 냄새가 지독하다. 실제로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두리안의 이러한 독특한 냄새 때문에 호텔이나 비행기에 반입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문구로 ‘No Durians Allowed’, ‘It is forbidden to eat durian in the room!’ 등의 푯말이 있는 곳도 있으므로 여행자들은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얼마나 요란하기에 공공장소에서 그토록 난리를 펴고 있는지 궁금할 일이다.
그러나 맛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이 두리안열매는 그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뿐더러 그 맛의 향수로 열대지방을 다시 가고 싶을 만큼 강력한 매력을 가진 열매가 바로 과일의 왕(King of fruit)이라는 두리안이다.
이 열매의 강력한 향기에 대하여 표현하는 말들이 많다. 노르스름하고 말랑말랑한 속껍질의 모양은 마치 건강한 어린 아이가 실례를 한 것과 같이 생겼으며, 그 향기는 양파나 마늘 썩는 냄새, 바닷가에 버려진 생선이나 고기 썩는 냄새 등으로 고약하다는 표현의 형용사는 모두 동원하여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맛을 보고 나서는 그 표현들이 달라진다. 지옥의 냄새에 천국의 맛, 두리안 아니면 죽음을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정말이지 동남아시아 열대지방 사람들은 이 과일을 보면 환장한다고까지 이야기 할 수 있다.
두리안이 생산되는 시기에는 평소에 공터였던 곳에 이 두리안 과일만을 취급하는 과일 장터가 설치되어 그 자리에서 두리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에서 본인들이 직접 골라서 판매상에게 겉껍질을 벗겨줄 것을 부탁하면, 일반인들은 그 예리한 돌기 때문에 맨손으로는 잡을 수 없는 열매를 능숙하게 다루어서 먹을 수 있는 부분을 접시에 담아주는 특설매장이 생기곤 한다. 판매상이 두리안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면 수저나 젖가락 등으로 떠먹을 수가 없다. 그저 깨끗이 씻은 맨손으로 속껍질을 집어 먹어야 한다. 그러면 미끌미끌한 속껍질이 손가락으로부터 탈출하려고 하기 때문에 용감하게 두 손까지 사용하여 종자를 벗겨내며 먹게 되면 손가락은 물론 입가에도 자장면 먹은 입처럼 지저분하게 묻게 된다. 그러면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 향기가 온 몸에 베이는 듯하다. 이 냄새를 없애는 방법은 두리안 겉껍질 안쪽의 하얀 막 안에 물을 받아서 씻으면 신기하게도 냄새가 없어진다. 이것을 탈취제 연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원주민들의 지혜가 아닌 경험에서 알게 되었겠지만, 독사의 독 속에서 해독제를 생산하여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해 봄직하다.
계절마다 곳곳에서 두리안 잔치를 벌이지만 두리안 값이 너무 비싸(하루 임금으로 한 두개 살 수 있음)기 때문에 절대빈곤자(하루에 1달러의 수입이 없는)가 국민의 약 60%나 된다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가진 자들의 잔치로 끝나기 쉽다. 두리안은 열대지방 과일들 중 가장 비싼 과일이므로 이 열매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니 “두리안을 평생 먹게만 해 준다면 그 상대와 결혼하겠다.” 라는 말이 있음직도 하다. 어떻든 두리안은 많은 면에서 매력덩어리임이 분명한 것 같다.
어느 여행자는 두리안이 생산되는 계절에는 밥을 먹지 않고 며칠동안 이 두리안 만으로 배를 채웠다는 사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두리안에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여 다른 과일에 비하여 식사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두리안은 실로 단순한 과일이 아니고 약으로까지 인식되어 더운(warm)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밤은 아마도 우리 온대지방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에어컨 없이는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어쩌다 정전사태로 창문만 열어놓고 잠을 자면 더위 때문에 한두 번 이상 잠에서 깨어나게 되고, 그때마다 여지없이 턱 밑 목에서 땀을 훔쳐내어야 할 정도로 더운 날씨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에게는 몸을 덮는 담요가 필요하다고 한다. 만약 취침 전에 두리안을 먹게 되면 잠자리에서 담요를 덮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실례로 필자와 함께 두리안을 자주 먹었던 교포 젊은 부부는 새댁이 몸이 차가워서 찌는 듯 더운 인도네시아 기후 속에서도 밤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 잠을 잔다고 남편이 불평을 자주 하는데, 두리안을 먹은 날은 에어컨을 켜고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두리안은 열을 발생하는 더운 음식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두리안 열매와 술을 함께 마시는 일은 위험하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경험은 없지만 위험하다는 일에 헛되이 용기를 발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두리안나무는 쌍떡잎 식물로 봄박스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이다. 이 나무의 원산지는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인도네시아에서는 깔리만딴이라 함)와 수마뜨라가 원산지로 두리안이 생육하기에 적합한 기후조건은 25∼30℃로 연중 따뜻하며, 강우량은 1,500∼2,000mm로 고온 다습한 곳이 적합하다. 따라서 태국,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 스리랑카, 파푸아뉴기니 등지로 전파되어 400년 전부터 재배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후 신대륙 발견 후에 이 두리안나무를 중남미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자메이카, 온두라스 등지에서도 재배되고 있지만 별로 신통치 않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두리안의 주산지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다. 아울러 두리안은 열대과일 중에서 가장 비싸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태국이 두리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데, 약 133종의 두리안을 육성 재배하여 1999년에 13만 2,860여t을 생산 수출하여 5억 8,4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렇게 생산된 두리안의 공급방법은 생(生)두리안과 냉동두리안으로 수출하게 되는데, 이들의 주 소비국은 생두리안의 경우는 홍콩과 대만이 90% 이상을 소비하고 이어서 싱가폴, 중국, 미국, 캐나다, 베트남 등 주로 동남아시아의 중국계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다. 냉동두리안은 미국이 40% 가까이 수입을 하여 다시 두리안 케익·캔디·과자(설탕절임)·아이스크림·음료, 두리안파우더(powder) 등으로 가공하여 소비되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과자수출업계에서 관심을 기우려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두리안 수확을 위한 식재와 경영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 두리안의 어린 묘목을 식재하고 5년 후부터 열매 수확이 가능한데, 꽃은 오래된 가지에 황백색으로 피며, 사과나무처럼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30개 정도 무더기로 핀다. 처음에는 수세를 감안하여 10~40개 내외로 조절하여 수확할 수 있으며, 6년차부터는 100개 정도, 그리고 10년 이후에는 그루당 200개까지 수확할 수 있다. 과일의 맛은 젊은 나무로부터 수확한 열매가 신맛이 없고 당도도 높아 품질 좋은 과일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두리안나무는 수고 40m까지 자라며, 열매는 주간(主幹)에 달리기 때문에 수확할 때 수세를 약화시키는 일이 없어 열매와 목재를 수확할 수 있는 일거양득을 달성할 수 있는 열대수종이다.
우리 나라의 임업여건은 해외조림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된다. 이미 1993년부터 시작되어 현재 6개국에서 8개 업체가 약 6만ha를 조림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는 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을 포함한 특정 목적 수종도 신중히 고려하여 투자를 실시하고, 우리의 기술을 후진국에 전수하여 상호 공생을 꾀하면서 외교성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거국적 발상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참고로 두리안에 대한 호칭은 거의 모든 나라가 두리안(durian)이라고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나라마다 thu-reen(캄보디아), duren, ambetan, kadu(인도네시아), thurien(라오스), thurian, rian(태국), sau rieng(베트남)과 같이 다르게 표기되는 것은 그 나라의 언어적 뉴앙스대로 표기하는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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