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오대산, 자생식물원
단풍이 일단 시작되면 붙잡을 수 없는 기세로 전국은 붉게 물들어간다. 금강산에서 불붙은 단풍물결은 설악산을 지나 오대산, 치악산 등 백두대간 등줄기를타고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하게 된다. 모처럼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잠시 뒤면 시작될 붉은 기운을 맞이할 오대산 소금강으로 가을 여행을 떠난다.
제법 쌀쌀한 아침 공기가 웃옷을 여미게 하지만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면 가을이 참 싱그럽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늘은 파란 장막을 걷어낸 것처럼푸르면서도 밝다. 시야도 맑아 아주 먼 곳까지 내다볼 수 있다. 가을이란 바로이런 것이다.
청명한 가을날 오대산을 찾았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면서부터 느끼게 되는 설레임, 오대산 가까이 다가설수록 가을 나들이는 흥미롭다. 높은 하늘만큼이나높아진 나무들이 우뚝 서 있고 제법 불어난 계곡 물은 연신 시원스런 소리를내며 흘러 내려간다.
몇몇 나뭇잎에는 벌써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앞으로 한 달이면 온 산을붉고 노랗게 물들게 되겠지만 아직도 푸른 나뭇잎은 그 자리를 내어줄 자세가아니다. 하나 둘 떨어지는 나뭇잎은 가을 채비를 하는 듯, 가볍고 경쾌하게 흔들린다.
오대산은 크게 월정사지구와 소금강지구로 나뉘는데 소금강지구는 해발 1.338m의 노인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아래로 13km를 흘러 내려가며 기암괴석과 폭포, 담과 소를 이루는데 그야말로 절경이다.
소금강이란 율곡 이이가 이곳에 와 보고 마치 금강산처럼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작은 금강, 즉 소금강이라 감탄한 후 이곳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유명세를 타는 만큼 사철 한가한 때가 있겠냐마는 요즘 소금강을 찾는 사람의발길이 무척 잦아졌다. 식당이나 상점이 몰려 있는 등산로 입구에 차를 세우고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매표소를 지나 무릉계곡 옆 주차장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도 있지만 가을 산행의 멋을 더하려면 걷는 편이 훨씬 낫다.
■ 금강산에 비유되는 절경 줄이어
소금강은 무릉계곡을 시작으로 금강사, 계곡의 물이 열십자 모양으로 못을 이룬 십자소, 통일신라시대때 수천 명의 군사가 식사를 하였다는 식당암, 작은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일렁임이 연꽃을 닮았다는 연화담, 아홉 개의 폭포가 굉음을 내며 연이어 물줄기를 뿜어내는 구룡폭포 등이 쉴새없이 탄성을자아내게 한다. 이밖에 만물상, 선녀탕 등 절경이 연이어진다.
구룡폭포까지는 두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지만 중간에 점심 도시락이나간식을 먹는 것까지 넉넉하게 계산하면 3~4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구룡폭포는삼단으로 된 거대한 폭포다, 물소리가 소나기 쏟아지는 것의 10배는 되고도 남을 정도로 우렁차다. 폭포 주위로 단풍나무가 많아 등산객에게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월정사지구에서는 호젓한 산사를 거닐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월정사는신라 643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다. 사찰 입구의 울창한 전나무 숲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맑은 기운을 전해주는 듯 하다.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경내에는 8각9층 석탑을 비롯해 적광전, 범종루, 설선당 등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본전인 적광전 정면에 자리잡고 있는 9층 석탑은 모서리마다 풍경을 매닿아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석탑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 우리 꽃의 아름다운 멋
월정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자생식물원이 있다. 봄철이면 한국의 자생식물을 감상하려는 인파로 북적대는 명소다. 물론 가을철에는 자생식물과 함께 단풍을 구경할 수 있어 오대산 여행에서 빼놓지 않는 명소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자생식물원은 그야말로 한국의 땅에서 자라는 자생식물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식물원이다.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33,000여 평에 우리꽃 1,0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자생식물이라는 것은 기후에 따라, 온도에 따라, 계절에 따라 스스로 피고 지는 식물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철마다 지고 피는 꽃이 다르다. 계절에 따라피고 지는 우리 꽃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다.
자생식물원은 크게 실내전시장, 재배단지, 생태식물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영상교육관, 실내전시장, 재배단지, 생태식물원 순으로 관람하면 편리하다.
얼마전에 끝난 드라마 '여름향기'에서 두 주인공이 자생식물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방영된 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식물원 이곳 저곳을 산책하고, 사랑을 속삭여 보는 것도즐거운 가을날의 추억이 될 것이다.
◇교통편=오대산 소금강으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끝나는 지점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 양양방향으로 달린다. 주문진 IC에서 강릉방면으로 나와 7번 국도를 따라 약 5분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소금강방향 6번 국도와 닿는다. 월정사는 영동고속도로 진부 IC에서 월정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자생식물원 관람 안내=자생식물원은 4월부터 10월말까지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문의 : 033-332-7069>
◇상품정보=느낌여행(www.filltour.com)에서 가을 정취 물씬 느낄 수 있는 여행 상품을 마련했다. '여름향기'의 촬영지인 한국자생식물원 을 비롯해 오대산상원사, 월정사 등을 관광한다. 당일 여행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것이 장점. 왕복교통비, 중식, 입장료, 보험 제공, 1인당 39,000원. <문의 : 02-777-9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