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4분의 1 알만 먹어보세요. 피로가 싹 풀립니다.”
강신호(83) 동아제약 회장은 “최근 왕성한 경영활동의 비결이 뭐냐”고 묻자 웃으며 노란색 ‘자이데나(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한 알을 들어보였다. 물론 자이데나가 자양강장제는 아니지만, 강 회장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피로를 풀어준다고 주장한다.
자이데나 때문일까, 그는 분명히 최근 노익장(老益壯)이다. 이달 하순 그는 영국 런던에서 GSK 앤드류 위티(Witty) 회장과 만난다. GSK에서 지난달 11일 1429억여원 투자를 받아내고, 후속 제휴를 논의하는 것이다.
또 지난달 상해의약집단의 초청으로 상하이 엑스포에 참석해 중국 시장을 돌아봤다. 지난달 7일에는 500억원을 들여 삼천리제약을 인수했고, 700억원을 들여 연구소도 재편 중이다. 경영 행보(行步)가 여느 젊은 CEO(최고경영자)보다 의욕적이다.
그런 강 회장이 이달 3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본사에서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인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1시간 반이 넘는 인터뷰 동안 그는 꼿꼿한 자세로 동아제약과 한국 제약업계의 미래를 확신하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매출 1조원도 안되는 회사를 큰 회사라 할 수 있겠느냐”며 “2012년 매출 1조원을 넘기고, 1조 1000억, 1조 2000억으로 불려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동아제약의 매출은 8010억원. 자신이 85세가 되는 해, 2009년 대비 25% 성장을 약속한 것이다.
-세계 5위 GSK이 국내 1위 동아제약에 142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업계에 드물었던 대형 지분투자다. 어떻게 합의했는가?
“우리는 제약사다. 제약사는 건강을 위해 좋은 약을 공급하는 게 사회적인 책무다. 방법은 세 가지다. 남의 약을 베껴 만들든지, 들여오든지, 아니면 신약을 만들든지. 신약이 가장 좋지만, 만드는 데 오래 걸린다. 그래서 다른 약을 들여와 파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 때 GSK도 마침 약을 팔아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동아제약과 GSK는 20년전부터 관계가 있다. 협의 끝에 하나하나 제품별로 파느니, 한꺼번에 제휴를 맺고 팔기로 했다. 그래서 지분 투자까지 이르게 됐다.”
-약 10%나 지분을 주는건데, 동아제약이 독자 성장할 수는 없는가?
“혼자 하려면 힘들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 승인 신약을 개발하려면 10년은 걸린다. 세계 1위 미국 화이자도 신약 개발비 부담 때문에 10% 감원 이야기가 나온다.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그러면 그 돈으로 구체적으로 뭘 할 계획인가?
“물론 신약 연구개발과 수출이다. 그게 우리의 꿈이다. 해방 전에도 우리회사에 제품이 있었는데, 약 다운 약이 없었다. 해방 후에 외국 약을 들여와 팔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신약을 만들어 외국에 팔려고 한다. 자이데나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발기부전치료제지만, 해외에서는 전립성비대증 치료제로 다시 허가를 받고 있다. 그밖에도 폐동맥고혈압, 간문맥고혈압, 등 혈액순환 개선하다 보니 여러군데 쓰일 것 같다. 미국 외에도 시아를 위시해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터키, 브라질 지역에 들어가도록 돼있다.”
-GSK 지분이 일단 우호 지분으로 돼 있다. 경영권이 더 안정될 것으로 보나?
“그렇다. 서로가 다른 곳에 약을 안주고 전략적인 파트너로 일하는 거니까. 경영권은 안정이 된다. 아예 GSK를 전담하는 사업부가 하나 생긴다. 특히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걸로 본다. 이건 GSK 입장에서도 모범 케이스다. 우리가 잘 되면 다른 나라에서도 하겠지. 우리도 한품목씩 하다보면 받아오기도 힘들고 어렵다.”
-삼천리 제약은 왜 인수했나?
“역시 수출 때문이다. 삼천리제약은 원료의약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회사다. 원료를 만들어 수출하려면 cGMP라고 생산시설기준에 맞아야 하는데, 삼천리는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고 있으면서도 잘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럼 우리가 하면 더 여러가지 할 수 있지 않겠나해서 인수하게 된 것이다. 한국 제약업계 수준을 올리려면 수출을 자꾸 해야한다. 2년 후 쯤이면 고령화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사업을 확장하기 쉽지 않은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 그 때를 대비해서라도 지금 수출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 놓으려고 했다.”
-인수 합병을 더 할 예정은?
“더 이상 한국에서 인수합병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일단 품목이 많이 겹친다. 같이 감기약 갖고 있는 회사가 합쳐본다 한들 뭔 의미가 있나. 다만 서로 다른 것을 갖고 있는 곳이라면 좋다. 최근 사례처럼, 화이자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와이어스 같은 곳을 인수하는 것은 가능하다.”
-동아제약의 글로벌 신약 1호는 뭐가 될 것 같나?
“일단은 자이데나겠지. 새로운 것 나오려면 좀 기다려야 할 걸로 본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신약으로는 위장관운동을 촉진시키는 것. 당뇨병 약, 항생제, 조루치료제 등이 있다. 조루치료제는 실험을 해봤더니 20분이 가더라. 외국 연구소들과 같이하는 것도 있다.”
-2012년 매출 1조를 넘긴 다음에는 어떤 방향으로 회사를 끌어갈 생각인가?
“자회사는 자회사대로 육성하고. 동아제약은 GSK 좋은 제품 갖고와서 팔고, 삼천리 수출도 하고, 신약도 좀 팔고. 그렇게 1조를 일단 가겠다. 매출이 1조도 안된다면 큰 회사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이 12~13조밖에 안된다. 1조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커나가야 한다고 본다. 1조 넘어가면 다음은 1조 1000억 이런 식으로 크겠다.”
-정부가 한국 바이오 산업의 도약을 위해 무엇을 도와야 하나?
“다 도와주면 좋겠지만, 신약 연구개발에는 큰 돈이 든다. 다 대줄수는 없는 일이다. 성공할 수 있는 것을 골라서 필요한 만큼 지원하는 방향이면 좋겠다.”
- 글로벌 진출에 특히 유념하는 사항이 있는가?
“동아제약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이제 글로벌 세계에서 혼자 일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 이익 분배가 제일 문제다. 전에 동종 업체와 정부 돈으로 공동 연구를 해봤는데, 이건 잘 안되더라. 내 돈으로 하고 이익도 확실해야 동기도 생기고 열심히 하게 된다.”
- 최근 중국 의약 시장의 성장이 빠르다. 중국 시장은 어떻게 진입해야 한다고 보나
“성격이 맞아야 진입이 가능한 시장이다. 막말로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게 중국이다. 모든 것을 잘 알고, 인간관계가 성립이 돼야 한다. 다만 의료 보험이 작년부터 확대되서 상당히 크게 하고 있으니까, 중국 의약산업도 글로벌 협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하얼빈 제약회사나 상하이의약집단과 공동 연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돈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인구쯤 된다고 할 정도로 커졌다. 이는 동전의 양면이다. 돈 번 사람이 많은 건 좋지만, 빈부격차가 커졌다. 월급 올려달라고 파업하고 이런 일이 생긴다. 게다가 아이를 한동안 한명만 낳아 왔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나이든 사람은 많아지고, 앞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숙련공이 줄어들면 특히 문제가 될 것이다.”
- 나이에 비해 무척 정정하시다. 건강 관리는?
“제일 중요한 것이 걷는 것이다. 걷는 운동을 해야한다. 하지만 바쁘기도 하고 사실 걸을 기회가 잘 없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역까지 가고 층계를 걷고 또 걷고. 일주일에 두번 골프 치고.“
- 제약 사업 외에 신사업 생각은 없는지.
”연구소만 새로 짓는 데 700억원이 들었다. 대체 약을 얼마나 만들어서 더 팔아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일이 너무 많다. 저탄소 관련 사업은 한번쯤 관심도 있지만 여력이 없다.
예전부터 이렇게 잘 하는데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화장품부터 반도체까지 다양한 사업을 했는데, 이익을 낸 사업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는 벌릴 여력이 없다. 예전부터 신약에 집중해왔다면 지금쯤 세계적인 제약사가 돼 있었을 텐데….”
- 최근 리베이트를 받으면 의사와 제약사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죄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 통일된 대응은 별로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생각이 어떤지.
“정부에서 제약업계를 좀 잘봤으면 좋겠다. 제약협회 회장을 4년 한 사람으로서 업계가 잘 뭉쳤으면 좋겠다. 특히 쌍벌죄는 불행한 일이다. 약을 파는 사람이 의사를 신뢰해야지 미덥지 못하다고 내꺼 더 팔려고 돈 갖다주면 되겠는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제약업체가 10개 팔아준 사람과 100개 팔아준 사람을 다르게 대접한다. 심지어 지방에 작은 병원은 제약회사에서 받은 돈으로 의사 월급 주는 곳도 생길 정도다. 자유경쟁의 어려운 점이다. 이것을 막는 것은 필요하지만, 쌍벌제는 사실 불행한 제도다.”
-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하다.
“물론 기업인으로서 사회적인 책임은 다하려 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국토대장정이 벌써 13년째다. 나약한 청소년들이 하루 30㎞씩 20일을 걸으면서 스스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을 1주일씩 불러서 환경 캠프도 한다. 그외에 동대문구 사회복지사업도 하고 있다. 귀찮지 않을까 싶지만, 이런 활동이 의외로 하다보면 재미있다.”
- 원로(元老)로서 충고하고 싶은 말씀은.
“난 평소 자기일은 자기가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게 국가적인 고민이 돼 가는 것 같다. 사회 보장 비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를 다녀와봤지만, 2015년쯤이면 중국도 사회보장 문제가 심각해지리라고 본다. 한국도 국가 부채를 신경써야 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내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사회가 일반적으로 원로를 섬길 줄 아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 각자 스스로의 판단으로 멋대로 행동하는 사회가 돼 버린것 같다. 원로는 경험을 갖고 그 시대를 지내온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들의 지혜를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나도 그런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해서, 경제인 중 원로를 찾아보니 다 돌아가셨더라. 한분 찾아서 모셨다. 남덕우씨. 어른을 모시는 것을 직원들도 배웠으면 좋겠다하는 의미로 저희 회사 고문으로 모셨다. 역사적인 맥락을 알고 움직이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