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 5. 강서 지철선사(혜능 1세)
강서 지철선사
江西志徹禪師者江西人也 姓張氏 名行昌 少任俠 自南北分化 二宗主雖亡彼我 而徒侶競起愛憎 時北宗門人自立秀師爲第六祖 而忌能大師傳衣爲天下所聞 然祖是菩薩預知其事 卽置金十兩於方丈
그는 강서 사람이니 성은 장씨이고 이름은 행창이다. 젊은 시절에는 협객이었다. 남북의 종파로 갈라진 뒤부터 비록 두 종주는 너와 내가 없었지만 그들의 문도들은 서로 미움과 사랑으로 대립하였다. 당시 북종의 문인들이 스스로 신수대사를 옹립하여 6조로 삼고 혜능대사가 의발을 전해 받았다는 말이 천하에 퍼진 것을 시기하였다. 그러나 조사는 보살이라서 미리 그런 일을 알고 돈10냥을 방장에 놓아두었다.
時行昌受北宗門人之囑 懷刃入祖室將欲加害 祖舒頸而就 行昌揮刃者三都無所損 祖曰 正劍不邪邪劍不正 只負汝金不負汝命
이때 행창이 북종 문인들의 촉탁을 받고서 칼을 품고 조실에 들어가 해치려고 했다. 조사가 목을 길게 늘이고 나서자 행창이 세 번 칼을 휘둘렀으나 도무지 다치게 하지를 못했다. 조사가 타일렀다. “올바른 칼은 삿되지 않고, 삿된 칼은 올바르지 않다. 너에게 돈을 빚졌을지언정 목숨을 빚진 일은 없다.”
行昌驚仆 久而方甦求哀悔過 卽願出家 祖遂與金云 汝且去 恐徒衆翻害於汝 汝可他日易形而來 吾當攝受
행창이 놀라 까무러쳤다가 한참 만에 깨어나서 애절히 뉘우치며 출가할 뜻을 말하니 조사는 마침내 돈을 주면서 말했다. “그대는 떠나라. 무리들이 오히려 너를 해칠까 걱정이다. 훗날 모습을 바꾸어서 오라. 마땅히 너를 받아 주리라.”
行昌稟旨宵遁 終投僧出家具戒精進
행창이 분부를 받고 밤중에 도망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어떤 스님의 제자가 되어 계를 받고 부지런히 정진하였다.
一日憶祖之言 遠來禮覲 祖曰 吾久念於汝 汝來何晩 曰昨蒙和尙捨罪 今雖出家苦行終難報於深恩 其唯傳法度生乎 弟子嘗覽涅槃經 未曉常無常義 乞和尙慈悲略爲宣說
하루는 조사의 말을 기억하고 멀리 와서 뵙자, 조사가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그대를 생각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늦게 왔는가?”
“전에 화상께서 용서해 주심을 받았습니다. 이제 비록 출가하여 고행하긴 해도 끝내 깊은 은혜를 보답하기 어려우니 오로지 법을 전해 중생을 제도하는 일뿐입니다. 제가 일찍이 『열반경』을 본 적이 있는데, 항상함과 무상함의 뜻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바라옵건대 화상께서 자비를 베풀시어 설명해 주십시오.”
祖曰 無常者 卽佛性也 有常者 卽善惡一切諸法分別心也 曰和尙所說大違經文也
조사가 대답했다. “무상함이란 곧 불성이요, 항상함이란 착하고 악한 온갖 법을 분별하는 마음이니라.”
“화상께서 말씀하신 바는 경문과 크게 어긋납니다.”
祖曰 吾傳佛心印 安敢違於佛經 曰經說佛性是常 和尙卻言無常 善惡諸法乃至菩提心皆是無常 和尙卻言是常 此卽相違 令學人轉加疑惑
“나는 부처님의 심인을 전해 받았거늘 어찌 감히 부처님의 경전을 어기리오?”
“경에서 말하기를 ‘불성은 항상하다’고 했지만 화상께서는 도리어 무상하다‘고 하셨고, 선하거나 악한 온갖 법과 나아가 보리의 마음까지도 모두가 무상하다고 했지만 화상께서는 도리어 ’항상하다‘고 하시니, 이것은 곧 서로 엇갈리는 것이라서 저희들로 하여금 더욱 의혹을 일으키게 합니다.”
祖曰 涅槃經吾昔者聽尼無盡藏讀誦一遍 便爲講說 無一字一義不合經文 乃至爲汝終無二說
“『열반경』은 내가 전에 무진장 비구니가 한 번 읽는 것을 듣고 즉석에서 강의해 주었는데 한 글자 한 구절도 경문에 합치하지 않음이 없었고, 나아가 그대에게도 결코 어긋난 말을 하지 않았느니라.”
曰學人識量淺昧 願和尙委曲開示
“학인의 식견이 얕고 우매하니 화상께서 더 자세히 열어 보여주십시오.”
祖曰 汝知否 佛性若常 更說什麽善惡諸法 乃至窮劫無有一人發菩提心者 故吾說無常 正是佛說眞常之道也 又一切諸法若無常者 卽物物皆有自性容受生死 而眞常性有不遍之處 故吾說常者 正是佛說眞無常義也 佛比爲凡夫外道執於邪常 諸二乘人於常計無常共成八倒故 於涅槃了義敎中 破彼偏見 而顯說眞常眞我眞淨 汝今依言背義 以斷滅無常及確定死常 而錯解佛之圓妙最後微言 縱覽千遍有何所益
“그대가 알겠는가? 불성이 항상하다면 어찌 다시 착하거나 악한 모든 법들을 말하겠는가? 이 겁이 다하도록 한 사람도 보리의 마음을 낼 자가 없으리라. 그러므로 내가 무상이라고 설하는 것이니, 바로 이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진실하고 항상하는 도리이다. 또 일체의 모든 법이 무상하다면, 곧 사물마다 자체의 성품에 생사를 받아들임이 있으므로 참된 항상함의 성품이 두루하지 않은 곳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항상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무상함의 뜻이다. 부처님께서는 범부나 외도들이 삿된 항상함에 집착하고, 모든 2승의 사람들이 항상함을 무상하다고 계교함으로써 공통적으로 여덟 가지 뒤바뀜을 이루기 때문에 『열반경』의 요의법문에서 그러한 치우친 소견을 타파하면서 ‘참된 항상함’ㆍ‘참된 나’ㆍ‘참된 청정함’을 드러내어 말씀하셨는데 그대는 지금 말에 의지하느라 이치를 등지게 되어서 단멸의 무상과 확정된 死常을 갖고 부처님의 원만하고 묘한 최후의 미묘한 말씀을 잘못 해석하고 있으니, 설사 천 번을 읽는다고 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行昌忽如醉醒 乃說偈曰
행창이 홀연히 술에서 깨어난 듯이 깨달았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因守無常心 佛演有常性 不知方便者 猶春池執礫
무상의 마음을 고수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항상함이 있는 성품을 연설했으니
방편이란 것을 알지 못하는 이는
봄의 연못에서 돌멩이만 만지는 것과 같네.
我今不施功 佛性而見前 非師相授與 我亦無所得
나는 이제 애를 쓰지 않고도
불성이 눈앞에 버젓이 나타났으니
스승께서 주신 바도 아니며
나 또한 얻은 바가 없다네.
祖曰 汝今徹也 宜名志徹 師禮謝而去
조사가 말했다. “너는 이제 꿰뚫었으니 마땅히 이름을 지철이라 하라.”
그러자 대사는 절을 하고서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