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날개 툭 치니까 서울 왔다
조 흥 제
오래 전에 아버님께서 봉황새는 한 날개 툭 치면 3,000리를 간다고 하셨다. 나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그 생각을 한다.
큰 아들네 가족이 금년 여름 미국 영행을 다녀왔다. 큰 아들은 무역회사에 근무하여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오고 가는 비행기 삯은 공짜여서 큰 돈 안 들이고 다녀왔다고 한다.
그것이 미안했던지 큰 아들이 이틀 간 나에게 제주도 구경을 시켜 주었다.
김포 비행장에서 비행기 창 가에 앉았다. 내가 창 가를 좋아하여 그 자리로 예약 해 준 것이다. 이륙하자 집들이 손톱만하게 내려다 보이고, 강들이 실개천 같다. 흰 구름이 내려다 보여 거대한 설산으로 보였다. 거대한 산이 공중에 떠다녀 신비감이 일었다. 구름은 층을 이루고 기기묘묘한 형상이어서 땅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제주에 한 시간만에 도착, 렌트 카를 빌려 성산일출봉으로 갔다. 오래 전에 갔을 때 올라가 보지 못해서였다. 성산일출봉은 180m 높이로 육군사관학교 생도 모자 같이 생긴 하나로 된 거대한 바위로 그 위에는 화산 폭발을 느낄 수 있는 접시 같은 지형이라고 해서였다. 하지만 아들이 덥다고 말려 포기했다. 그 대신 인근에 있는 잠수함을 타러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파도가 높아서 운행을 못하여 할 수 없이 인근에 있는 수족관에 갔다. 입장료가 3만 여 원으로 되게 바쌌다. 돌고래 쇼에 나오는 출연진은 외국사람들이다. 상어 악어 등 큰 고기들이 유리창 하나 사이에 있어 무서웠다. 특히 아마존 물고기는 사람보다도 커서 징그러웠다. 아마존강에는 무서운 고기들이 많다. 파라니아는 식인 물고기로 소를 10분 안에 뼈만 남기고 다 뜯어 먹는다니 수영인들 마음 놓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나라 강에는 아무데서나 수영해도 잡아 먹힐 염려가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용두암에 갔다. 40여년 전에는 거대한 용의 모양이었는데 조그맣다. 바위가 줄어들리는 없고 내 몸이 자라기는커녕 줄어들었는데 웬일인가. 그동안 크고 멋있는 바위들을 보아서인가? 제주시로 나와 숙소를 정하고 흑돼지 연탄구이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1인분에 27,000원이니 무척 비싸다. 그때 떠오른 것은 6.25 사변 때 제주도로 피란 갔던 아는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서 옷을 내리고 앉으니 밑에서 돼지가 꿀꿀거리면서 쳐다 보아 기겁을 하고 뛰어 나왔다고 한다. 제주 화장실에 대한 예비지식이 없었던가 보다. 제주도의 전통적인 화장실은 이층으로 되고 밑에는 돼지를 길러 오물을 받아 먹게 만들은 것을 몰라서였다. 호텔 근방에서 노천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제주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이라고 한다. 일본 고등학교 관현악단의 공연도 했다. 그 음악회 이름이 ‘섬 그리고 울림’이다. 제주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도종환 문체부장관까지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 범 제주도민 행사인가 보다. 국내외 저명한 음악인들이 참여하고 특히 우리 문단의 유안진시인도 명단에 들어 있어서 반가웠다.
다음 날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한라산 서쪽 횡단도로를 따라 천제연 폭포에 갔다. 40여 년 전 부모님 7순 때 모시고 가서 올라갔었는데 전연 길이 달라졌다. 그때 석유버너를 가지고 가서 밥을 해 먹었는데 밥이 끓을 즈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불이 꺼졌다. 석유버너여서 다시 킬 수 없어 할 수 없이 밖에 나와서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제2폭포가 가장 컸는데 수량도 많고 규모도 컸다. 근방에 있는 대영박물관 같이 생긴 박물관에 갔다. 박물관 이름이 무어냐고 물으니 ‘박물관은 살아 있다’라고 한다. 원 별 박물관도 다 있다. 하기는 우리 마을에 도서관이 새로 문을 열었는데 이름이 ‘내를 건너서 숲으로’다. 요즈음은 괴상하게 이름을 지어야 관심을 갖는가 보다. 입장료가 2만7000원인가 한다. 경로인 나도 15% 밖에 할인이 안 되어 아들한테 미안했다. 들어가 보니 각종 세계 명화에 손잡이를 하여 손을 잡고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나도 절세 미녀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니 젊음이 되살아 났다. 모형들이 움직였다.
제주로 다시 와서 부대찌개로 점심 먹고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와서 서울 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는 자리도 창측이었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정확히 측정 해 보고 싶었다. 3시47분에 출발하여 승강장에서 뒷걸음질해서(조그만 차로 밀어서)활주로에 진입하여 '왜앵' 하는 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움직이다 출발선에 들어서면 벼락 치는 소리를 내고 힘껏 달린다. 그때 속도가 시속 300 ㎞, 활주로 끝에 오면 집들이 발 밑에 깔린다. 이륙한 것이다. 그때 시각이 정각 4시. 출발해서 이륙까지 걸린 시간은 13분이다. 바다에 섬이 손톱만 하다. 육지가 보이자 조금 오니 금강 하구가 보이고 거기서 비행기 시동을 끈 것 같다. 봉황새라면 날개를 몇번 퍼덕이다 쫙 펴고 날으는 것이다. 김포 비행장 땅에 닿은 것이 4시45분. 이륙해서 착륙까지 45분이 걸렸다. 승강장에 스톱한 시각을 보니 헷갈렸다. 51분인지 57분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것이다. 수시로 보는 스마트폰 시계의 숫자를 이렇게도 분간 못하다니 나도 놀랐다. 51분이면 착륙하여 스톱하기 까진는 6분, 57분이면 12분이다. 한참 오다 시계를 보니 59분을 가리킨다. 51분이 맞다. 출발할 때는 이륙까지 13분, 착륙해서는 정지하기까지 6분이 걸린다. 항공기가 땅에서 움직인 시간이 19분, 이륙해서 착륙까지는 45분, 도합 64분이 걸렸다.
우리는 좋은 세상에서 산다. 수백 명이 함께 봉황새를 타고 순식간에 제주도에서 오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