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립되면서 울산의 새로운 신 주거지로 각광받는 북구 매곡동.
신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이 일대에는 건설자재를 옮기는 대형 크레인과 덤프트럭들이 쉼 없이
움직이며 분주하다.
그러나 인근 상가에서 영업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간간이 급매물을 찾는 문의전화 벨만 울릴 뿐
개점휴업 상태에 가까웠다.
이 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모(48·여)씨는 "아파트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부동산 거래가 현저히 줄었다"며 "10년 가까이 된 아파트는 30% 가량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울산시 북구 중산동 일원에 대규모 아파트 건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씨는 "3억1000만~3억2000만원 하던 아파트 매매가가 2억3000만~2억40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그나마 이쪽에는 신혼부부나 기업체 근로자들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다른 지역 부동산은 더 조용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매곡동 일대에는 지난해 에일린의 뜰 1·2차 아파트 2500가구가 들어섰지만 아직도 분양이 완료되지 않고
미분양이 많다.
올해 하반기부터 신천동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와 일동미라주 더 스타 등의 아파트가 추가 완공돼 2600가구
가량이 더 들어서면 미분양 가구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중개업 종사자들은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맞물려 6개월 전부터 울산 시내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5~10%,
3000만~6000만원 상당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집을 유일한 재태크 수단으로 삼아온 서민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울산지역 전체의 경기 하락과 맞물려 하우스 푸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8일 오전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울산시 북구 중산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알리는 전단지가 가득 붙어있다.
북구 송정동의 한 부동산 대표 김모(45)씨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떨어져 재산이 반토막 나는 꼴
아니겠느냐. 매물을 내놓으려다 아파트시세를 듣고 울면서 돌아가는 분도 있다"고 호소했다.
아파트 과잉공급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울산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자동차산업의 불황이 맞물리며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씨는 특히 "기업체 근로자들이 많이 빠져나가다 보니 원룸이나 오피스텔 전세가도 크게 떨어졌다"며
"정부에서 지금 집을 사지마라고 까지 홍보하니 부동산 시장 전체가 심각하게 얼어붙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아파트 가격하락이 수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주택 구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출이 강화되면서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 늘고 있다.
올해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 남모(31·여)씨는 "결혼과 동시에 내집을 마련하려 했지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라 아파트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며 "대출 강화로 목돈
구하기도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 당분간 주택 구매보다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동산 경기침체는 울산지역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 2월 발표한 2017년 4분기 권역별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장 분석 결과, 울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47% 떨어져 직전 분기(-0.06%)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북구 –0.89%, 동구 –0.61%, 울주군 –0.47%, 중구 –0.42%, 남구 –0.27% 등 울산 전역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산업의 부진과 공급물량 증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기 때문으로 부동산114는 분석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해가 거듭될수록 울산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올해도 지역산업
업황 부진에다 인구감소 등으로 주택가격을 떨어트리는 내·외부적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울산지역 미분양 가구 수는 총 837개로, 중구 108개,
남구 463개, 동구 86개, 북구 163개, 울주군 17개이다.
piho@newsis.com. 뉴시스 | 박일호 | 입력 2018.04.19 06:30 | 수정 2018.04.19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