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 Hue 아기코끼리의 불안. by 김화수
Vietnam, Hue. 한여름 한낮의 cafe 앞. 아이들의 진지함. 그러고 보니 Let's go Korea! by 김화수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고 정원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집이 너무나 쾌적하여
나는 이 순간을 한 폭의 정물화에 담아 기념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나는 내 책상 위에 촛대, 유리잔, 물병, 그리고 토마토, 아보카도, 버찌 등이 담긴
바구니 하나를 배치해 놓고서
그 모든 것의 흑백과 컬러 사진을 찍는다.
물론 나는 이미지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하여 사진기를 삼발이에 고정시켜 놓았다.
나는 '정물화stilleben'를 그리곤 했던 옛 화가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의 욕구를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그 고즈넉함, 화사함, 그리고 평온함의 힘을 다하여
그것을 열망하고 있는 한 장면을 영원 속에 각인시켜 놓고자 하는 욕구 말이다.
-Michel Turnier, 김화영 옮김(2004). 외면일기. p.199. 현대문학.
언어치료 오강가 되기
'oganga'란 아프리카 말로 주술사, 마법사란 말이다.
Schweitzer가 아프리카인들에게 그렇게 불리워졌다고 한다.
어느 말더듬 아동과 두어 번 만났을 때 그 아동이 내게 하는 말,
"선생님은 마법사에요? 이상하게 말이 잘 나와요"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억압되었던 그 아동의 마음과 함께 한 두시간을 지내며 고양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사실 우리 언어치료사들은,
때로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자폐아동들에게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할 때가 있으며,
때로는 치료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성인 실어증 환자들과 씨름하듯 신경전을 벌여야 할 때도 있다.
나도 역시 너무나 열심히 준비한 치료회기에 준비한 것은 하나도 못하고
누워있는 아이 일으켜 앉히는 데만 온통 시간을 써버린
초보언어치료사 시절을 가졌었다,
치료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마음 속으로 다른 치료기관으로 가길 바랐던 학습장애 아동은
훗날 대학생이 되어 찾아 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랜 기간 global aphasia로 치료받던 아저씨가
다정하고 풍부하며, 더구나 철학적으로 말을 걸던 그 꿈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모든 치료과정의 어려움 가운데서
나와 눈을 마주치는 그들에게서 마법사란 말을 듣는다는 것은
어떤 누구에게 상을 받는 것보다
행복한 일이다.
나를 바라보는,
또한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그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은 항상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플 때 먹는 '죽'처럼
(이 '죽'은 수사학적으로는 액체에 가까우며, 어머니의 자궁안에 있는 것처럼 따뜻한 '떠있음'의 상태로 만든다)
따뜻한 물이 되어 그들을 평화에 가깝게 이끌어서 치유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에겐 마법사나 주술사로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가는
그 힘을 매일매일 키워야 한다.
그럴려면 적어도 마음에게 말걸며
먼저 내 마음에게 오강가 되기.
김화수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공감....그리고 이제 언어치료사로 첫발을 내딛는 이때에 다짐을 하게되는.....^^*
허~~~교수님...제가...작년에...실습 처음할때...바로...이 문제로......심히 떨엇고 좌절하며...나를 의심하엿답니다...내 능력은? 나의 자질은?..이 모든것에..절망이 가득햇지요....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지금은 나를 좀더 믿고 나를 좀더 칭찬하려구요...그리고...아이와 만날때..항상 기도를 하지요..(믿음도 없는데..급할때는 잘도 됩니다..ㅎㅎ)....먼저 내 마음에 오강가 되기!!.....
그런데 사실은 오랜 기간에 걸쳐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도, 또 가져도 타인에게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이 되는 것, 또는 그가 원하는 그 무엇이 되는 것'은 영원히 어렵지요. 관계는 관계에서 만들어진 부스러기의 뭉침...
멋진 말이예요...아직은 학부생으로서 마음 저변에 깔려있는 불안함을 잠재우며...오강가되기...글을 읽으며... 내 마음에게 수없이 말을 걸게 되겠죠...
언어치료학과 오기 전 이글을 읽었었는데, 지금 학부생으로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