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8월 2일 일요일, 맑음.
시설이 엉망인 아파트다. 따로 있는 화장실은 마무리가 안 되어 있고, 얼음물이 나오는 세면대는 물이 샌다. 전기불은 선이 들어난 상태에 힘없이 전구만 매달려있다. 창문은 찬바람이 황소처럼 들어와 비닐로 다시 쳐 놓았다. 그래도 이 아파트는 몽골의 장군이 부근에 비행장이 생겨 값이 올라갈 거라고 사 놓은 것이란다. 시설이 엉망이지만 우리에게 이틀 밤을 재워준 고마운 방이다.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에 가야한다. 아침식사는 일엽자매의 김치볶음밥, 소시지, 김 등이다.
함께 멀리 여행을 가야하기에 저장해 둔 반찬을 처리하는 맘으로 정리했다. 교회에 10시에 도착했다. 성도들이 하나 둘 모여온다. 11시에 예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서로 마주보며 축복해 주는 말로 인사를 한다. 일엽자매가 야무지게 포대기에 싼 갓난아기를 보여준다. 단단하게도 쌌다. 몽골사람들이 아기를 허리에 차고 달려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포대기에 싸고 끈으로 묶는 데 3번을 묶는다. 홀수로 꼭 묶는다. 홀수는 길한 것이고 짝수는 부정적이란다. 축복의 인사가 끝나고 찬양과 기도가 이어진다.
모두 일어서서 열정적으로 찬양을 한다. 초등학생부터 노년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다. 약 40 명이 예배드리는데 젊은이들이 많다. 선교사님은 개인적으로 얘기를 들어주고 기도해 준다. 회중 속에서 함께 찬양하며 앞으로 나서질 않는다. 자율적으로 예배를 진행해 간다. 11시 40분 정도 되니 간증을 한다. 여중생, 아주머니, 남자 청년이 순서대로 나와 눈물을 흘리며, 웃겨가며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한다. 여자 청년의 인도로 성경암송을 한다. A4 용지 한 장이 되는 구절들을 암송한다. 뭉커씨가 나와서 설교를 한다.
통성기도를 하고 찬양을 한다. 선교사님이 나와서 투넬 지역 선교에 대해 설명하고 참석할 인원을 앞으로 불러 소개한다. 중년아주머니의 헌금시간이 있은 후 마을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찬양을 한다. 이 땅에 황무함을 보소서. 새로 온 형제를 향해 모두 둘러서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찬양으로 환영을 해준다. 투넬로 가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모두 모여 와 손을 얹고 기도를 해준다. 너무 간절하다. 기도를 한참 해준 후 서로 부둥켜안고 격려해 준다.
한 달 봉급인 7만원에서 10만원을 내고 선교를 간다니 대단하다. 경비가 많이 드는데 기도 하던 중 우리를 만났다. 우리는 아내와 40만원을 내고 합류했다. 차를 2일부터 9일까지 8일 동안 빌리고 운전해 준다. 식대와 숙박비등 서로 분담해서 경비를 마련했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마당에 온 봉고 15인승에 짐을 싣고 출발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학생인 아버지가 고위직 공무원인 은노르체첵, 어윤토야, 치미게, 큰토야, 뭉커, 기사까지 모두 13명이다. 차가 좁다. 짐이 많아 맨 뒤 의자는 떼놓고 차곡차곡 짐을 실었다.
주로 식품과 자료들이다. 그리고 개인배낭 한 개씩, 우리도 교회에서 침낭을 빌렸다. 오후 2시가 되어 무겁게, 약간 불안하게 출발했다. 푸르공에 비해 쿠션도 좋고 새 차인 것 같은데 그 험한 길을 잘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교회를 출발하여 종모드(준모드 Зуунмод)를 등 뒤로 하고 달리기를 20여분 하여 도로 옆 언덕으로 차를 몰고 가 세웠다. 점심시간이다. 미리 준비해 둔 노란색 도시락을 하나씩 준다. 밥과 계란 후라이가 2 개씩 들어있다. 볶음밥이다.
숟가락으로 잔디밭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풍경이 너무 멋지다. 밥이 워낙 많아 다 먹지 못하고 뚜껑을 덮는다. 도시락에는 모두 자기 이름이 씌어있다. 끝날 때까지 이것이 자기 그릇이다. 날씨도 쾌청하고 잔디도 멋지고 넓게 펼쳐진 초원에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중간 중간에 하얀 겔이 보인다. 명군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간다. 사진도 찍어주고 젊은이들과 대화도 잘 한다. 1년 정도 되었는데 몽골말도 잘 한다. 신실한 청년이다. 찬양도 기도도 진실하고, 이곳 사람들도 잘 섬긴다.
이번 선교여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울란바토르를 지나간다.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보충한다. 양떼들이 머리를 쿡 쳐 박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양들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다. 한 양이 선 곳에 작은 그늘이 만들어지면 그 그늘에 다른 양이 와서 머리를 집어넣고, 또 그 옆에 같은 방법으로 원을 그리며 붙어있다. 재미있는 풍경이다. 한 마리가 중심을 잡으면 모여 의지하며 더위를 식히는 것이다. 연료를 보충한 우리 차는 신나게 달려간다. 다행히도 도로가 포장되어 달리기 편했다.
남쪽 몽골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초원은 비슷하다. 초원 끝에 나무가 많다. 방목된 소도 많다. 여기 저기 한우가 엄청 깔려있다. 소 키우는데 전혀 돈도 들지 않겠다. 차도 싱싱 잘 달린다. 밖의 경치도 좋다. 속도도 잘 나고 평화롭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모두 들떠서 시끄럽다. 몽골 청년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이렇게 나가보는 것이란다. 드디어 바양골(Bayangol)에 도착했다. 바양골에는 헤를렌 강이 흐르고 호텔도 보인다. 한국 교회가 이곳에도 있다. 러시아로 가는 기차 길이 있고 작은 역전도 있다.
멀리 강물도 뱀처럼 휘어져 흐른다. 작은 마을이다. 조용한 마을에 걸어서 소변을 해결한다. 겔보다 현대식 집이 많다. 좀 도시 냄새가 나는 곳이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가지고 입에 물었다. 너무 행복해 한다. 또 달린다. 오후 5시 45분에 헝거르(Hongor)를 지난다. 도로비를 받는다. 500T(투그릭)이다. 수은 중독으로 마을이 무척 피폐되어 있다. 기형아도 많이 나오고 죽은 사람도 많단다. 농사도 없다. 좀 더 달려가니 몽골 제2도시 다르항(Darkhan)이다. 울란바토르에서 250km 떨어진 곳이다.
철 생산지로 유명하다. 야트막한 산에 파헤쳐진 곳은 금광이란다. 사금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구리 광산도 있단다. 광산 때문에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지하에 내려가지 않고도 열린 구덩이에서 많은 석탄을 캐낸다. 화력발전소도 있다. 이 전기로 서쪽 제 2의 도시 에르드넷의 구리 광산이 굴러간단다. 우리는 삼거리에 멈췄다. 우리는 볼강 방향으로 차를 틀었다. 잠시 후 다시 차를 멈췄다. 차만 멈추면 모두 밖으로 튀어나온다. 광고 철탑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좀 위험해 보인다. 젊으니까....
초원을 또 달린다. 이 평원이 헝가리까지 이어진단다. 옛날 징기스칸이 말을 타고 유럽까지 달려가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말 먹이도 풍성하고 초원지대로 이어진다.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된다. 정말 넓다. 초록색 초원이 아니고 약간 가을 냄새가 나는 누런 벌판이다. 보리밭이 나온다. 경계도 없는 엄청 길고 넓은 보리밭이다. 이제 갈아 놓은 황토색 땅과 띠를 이루고 있어 보기 좋다. 차 안에서 ‘호산나 죽임 당한 어린양’이라는 찬양을 열심히 따라 부른다. 목장이 나타난다. 갑자기 경찰들이 차량을 단속 하고 있다.
속도위반이란다. 기사 아저씨가 내려서 처리한다. 돈을 좀 주는 것 같다. 이 직선 도로에서는 모두가 위반이다. 우리는 또 달려간다. 소떼도, 양떼도 이제는 그저 그렇다. 지겹게 나타나도 자세히 보면 너무 멋지다. 겔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해가 길다. 차 안에서는 서로 얼굴을 그려주며 웃고 있다.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도로에서 오른쪽 언덕을 좀 내려가 주차했다.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큰 돌도 있다. 두 개의 겔에서는 연기가 오르고 석양빛에 양떼들이 모여 노는 것이 한 폭의 그림이다.
말 탄 목동이 석양에 지는 해를 받으며 가는데 그림이 멋지다. 양떼들이 토실토실하다. 차에서 내려 냇가로 가니 물은 깨끗한데 이게 웬일인가? 엄청난 모기떼가 사정없이 공격해온다. 냇가에 있을 수 없다. 재빨리 언덕 아스팔트 위로 도망 왔다. 바람이 좀 부는 이곳이 모기가 적었다. 기사 아저씨는 모기를 쫓으며 동물 배설물을 모아 불을 피웠다. 아가씨들은 옷을 온 몸을 감싸고, 손으로 모기를 쫓아본다. 겨우 물을 끓여 사발면에 부어 아스팔트에서 쪼그리고 앉아 식사를 한다. 오이김치도 함께 먹는다. 지나가는 차가 없다. 오른쪽 언덕 위에는 목동 둘이 말을 세워놓고 언덕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 검은 개 한 마리가 우리 옆에 와서 입맛을 다시고 있다. 모기 때문에 서둘러 철수를 했다. 해가지는 석양이 너무 멋진 곳이다. 달려가는데 왼편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번개가 친다. 계속 이어지는 번개 쇼를 보며 우리는 함성을 질러댄다. 우리 차는 에르드넷(ERDENET)을 지나간다. 몽골 제 3의 도시다. 광산도시로 몽골 동 매장량이 많단다. 러시아와 합작하는 데 세계 9위란다. 이제 날은 어두워졌다. 껌껌하다. 숙소는 불강(BULGAN)에서 찾을 계획이다. 어둠속을 계속 달려가니 약간 불안해진다. 같은 마음인지 차 안도 조용하다. 전기사정이 별로 안 좋은 불강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는다. 변변한 호텔도 별로 없다. 겨우 하나를 찾은 것이 값이 맞지 않아 다시 옆으로 50m 정도 가서 이름도 모를 숙소를 하나 구했다. 자기로 했다는 소식에 모두 감사를 드렸다. 밤 11시다. 방 4개를 빌렸다. 침낭을 하나씩 배급해 주고 숙소를 정했다. 아내와 나는 부부라 하나 쓰고 남자들 셋이 하나 쓰고, 한국사람 여자 방 한 칸, 몽골 여성들 한 칸으로 분류했다. 물이 찔끔 나오는,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는, 화장실 한 개에 2층으로 된 호텔이다. 건물이 금이 가 있어 2층에 묵는 것도 불안하다. 대충 얼굴만 씻고 잠을 청했다. 정말 줄기차게 달려왔다. 누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