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열린 대회에서 나는 풀코스 109회째 완주를 했다 .
그러나 단순한 풀코스완주 의미가 아니었다....
"스텐다드차타드홍콩국제마라톤대회"... 내가 처음으로 참가하는 해외국제마라톤대회였다.
한번은 꼭 가보고 싶었던 해외마라톤대회 아무나 갈 수 없는 보스톤마라톤대회의 참가자격을 얻은지도 여러
해가 지났지만 시간적인 문제 등으로 아직까지 가보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가까운 지역이지만 우선 스텐다드차타드홍콩국제마라톤대회 참가로 갈증을 풀기로
하였다.
참가결정을 최정확정하고....
첫째날(2월 7일)
이른새벽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오전 6: 50 인천국제국항에 도착하여 한국마라톤참가단과 합류하였다.
처음뵈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출국수속을 밟은 끝에 오전 9: 40 탑승한 아시아나항공기는 힘차게 인천공항을
비상하여 이내 기수를 남쪽으로 돌리고 40여분만에 제주를 벗어나 태평양상공에 진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쪽은 여러날째 구름이 많고 흐릿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제주를 벗어나니 아주 청명하고 맑은
하늘이 열려 있었다. 뭉게구름 위를 선녀가 날아다니는 기분이 이런것은 아닐까....
고속열차를 탈때도 느끼지만 몇 차례 비행기를 타본 경험에서도 대한민국이 비행기에서 내려보면 너무 작다는
것이 절실히 실감나고 작은 내조국 강토가 아쉽기만하다.
그러한 생각에 잠긴사이 왼쪽창밖으로 작지만 산세한 우람하고 기세 좋은 대만땅이 내려보인다.
현재 세계에서 제일 높은 타이뻬이시 101빌딩이 먼발치로 내려보이고....그러나 역시 작은나라인 대만도 몇십분
만에 지나치고 태평양이 또다시 한 없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홍콩이 화려하게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지시각 오전 11:40(한국시각 12시 40분)란타우섬에 위치한 첵랍콕국제공항(인천공항처럼 바다를 메워 만든
공항)에 도착하니 여기는 우리나라의 늦봄 내지 초여름 날씨(18도씨~25도)로 땀이 많은 나로서는 살짝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구룡반도(홍콩은 비즈니스 지역인 홍콩섬과 호텔과 주거지가 많은 구룡반도, 중국
심천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신계지역, 공항이 위치한 란타우 등으로 구성 됨)의 도심으로 이동하여 사천식요리
(중국의 음식은 광동식과 사천식, 북경식으로 나뉘어지며 각각의 독특함이 있다고 함)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대회 결승지점인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으로 이동하여 배번호를 수령하고 2박 3일간 묶게될 구룡 침사추이
에 소재한 5성급 리갈쿨롱호텔에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였다. 저녁식사는 현지 교포가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해결하고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함께 참가한 일행 몇분과 구룡쪽에서 홍콩섬 야경을 구경하며 영화배우 이소룡의
동상이 있는 스타의거리에서 사진도 찍고 레스토랑 야외에서 호프도 한잔하면서 홍콩에서의 첫날이 저물어갔다.
둘쨋날(2월 8일 - 대회날)
오늘은 대횟날이다.
새벽 4시 모닝콜에 기상을 하여 부지런히 아침식사를 하고 대회장으로 이동하였다. 10km, 하프출발이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서둘러야했다.
출발지인 침사추이엔 수많은 인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1997년 첫 대회때 1,076명으로 시작한 홍콩국제마라톤
대회는 올해 5만4182명이 참가하였고 많은 외국인(유럽인)이 참여한 규모면에서 본다면 새계최대 메머드급대회로 발
돋움하고 있음이 분명해보였다.
오전 8시 남녀 사회자의 요란한 중국어 멘트가 쩌렁거리는 가운데 풀코스스타트가 시작되었다. 참가자가 많고 주로가
좁아 출발 후 수키로는 그냥 천천히 쓸려갈 수밖에 없었다.
독특한 외국환경에 레이스가 편할 줄 알았는데 왠걸...고가와 언덕, 경사로 수킬에 달하는 해저턴넬....게다가 갑자기
닥친 기온변화에 애를 먹었다. 침사추이 시내를 출발한 후 시내를 벗어나 사람과는 유리된 고속화도로에 접어드니
막막한 도로만 눈 앞에 펼쳐졌다.... 2층 현수교로는 세계최대규모인 청마대교(구룡과 첵락콥공항을 잇는 다리)와
뗑까우다리(구룡과 신계지를 잇는 다리)를 왕복하고 더위와 싸우며 편하게 달리기로 맘을 바꿔먹었다(사실 운동부족이
더 큰 원인임). 걷다가 뛰다가 물먹고.....3시간 36분만에 피니쉬에 당도하였다.
홍콩마라톤대회의 운영은 우리나라 메이저 대회와 운영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40km이후 마지막 2km구간 홍콩
섬 시내 한폭판에선 시민들의 대대적인 응원이 인상적이었다.
완주 후 중국인 참가자들과 기념사진도 찰칵하고.....한참을 기다린 끝에 우리팀의 마지막 주자가 도착하고....
부페식당으로 이동하여 만찬이라는 이름아래 폭탄주가 돌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예정시간을 넘겼다. 시간에 쫒겨
홀텔로 돌아와 잽싸게 샤워를 하고 오후 5시경 스텐리마켓(서울의 이태원과 비교할 수 있음, 외국인의 쇼핑지역)에
들러 구경을 하고 명 영화 "모정"의 무대였다는 리펄스베이의 환상적인 경치를 감상하였다.
홍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빌딩 숲 마천루인 구룡과 홍콩섬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부산의 태종대 같은 산빗탈 바닷가에
세워진 고급빌라와 호텔 등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 없는 관광자원이 되고 있는듯 했다. 그냥 사정 없이
부러웠다....
관광 후 저녁은 배를 타고 들어가 수상에 떠있는 점보킹덤레스토랑(3층규모로 3,000명이 동시에 식사가 가능한
엄청난 규모의 식당)에서 광동식요리로 맛나게 먹고 빅토리아산 정상(500미터 이상의 산)에서 동양의 진주 홍콩
야경을 눈부시도록 관람하고 정상에서 도심지까지 내려오는 피크트램(45도 경사를 타고 내려오는 열차로 1880년대
영국인들이 가설 했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짚신을 신고 다녔을 당시 영국의 철도수준을 가히 짐자케 하였음)을 이용
하였다.
숙소로 돌아온 후 홍콩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 몇분과 밤거리를 배회(?)하다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 몇개와 간단한 안주
를 사서 호텔 앞 벤취에서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우리가 맥주 파티를 하는 동안 호텔 앞에는 매춘여성들이 남자들, 특히 외국인들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뛰었다.
홍콩은 영국에 의해 일찍 개방되면서 매춘도 성행되었고 2차 세계대전 종결 후 많은 영국군이 철수를 위해 집결해 있을
당시 그들에 꽃을 파는 여성들이 있었는데 꽃을 핑계로 매춘을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기가요인 "홍콩아가씨"도
여기 매춘 아가씨들에서 노래가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그 홍콩아가씨가 우리 앞에서 호객하는 모습은 그 옛날 아련한
운치보다는 서글픔이 베어나왔다....
3일째(2월 9일 - 돌아오는 날)
6시에 기상하여 호텔식당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서둘러 룸메이트 분과 둘이서 해변가로 달려가 대형크루즈선이 낮은
고동을 울리는 홍콩항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잠시 취해보았다.
8: 30 가이드의 안내로 도교사상의 정점에 있는 황대선사(사찰) 관람(오늘이 중국의 정월맞이 마지막 날로서 점을 보기
많은 사람들이 향불을 피우고 북새통을 이룸)하고 보석도매점으로 이동하여 보석가공 현장을 견하고하였다. 홍콩의
보석세공 기술은 세계최고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다이아몬드의 대부분이 홍콩에서 들어오는 것이라고 한다.
어느덧 모든 일정이 끝나고 다시 첫날 도착했던 첵락콥국제공항으로 이동하여 귀국길에 올랐다.
역시 돌아오는 길도 출발시와 같았고 인천공항 도착 후 함께했던 일행들과 수인사를 하고 주로에서 반갑게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렇게 해서 내가 처음 참가한 2박 3일간의 스텐다드차타드홍콩국제마라톤대회 일정은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말로만 듣고 화보와 텔레비젼 화면으로만 봐왔던 홍콩!
1인당 GNP가 3만불이 넘고 벤츠와 BMW 승용차가 즐비한 나라, 모든 택시가 일제차인 곳, 값비싼 요트의 천국, 아름다운
해안절경에 펼쳐진 멋진 건물들, 초호화, 초고층빌딩과 환상적인 야경, 깨끗한 거리...홍콩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기억 속에 오랜동안 머물게 될 것 같다.
첫댓글 형님 홍콩국제마라톤 참가함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후기글 잘 읽었니더. 해외에 나가 함달려봐야지 늘 생각했었는데 쉽지않네요 지도 그날이 올란강~
아주좋은 곳에서 달리기를 하시고 오셨군요 후기글을 읽다보니 홍콩에 갔다왔습니다 먼길 고생하셨습니다 빠른 쾌유바랍니다
이제서야 읽었는데 정말 대단하시고 고맙네요. 후기 글솜씨도 쥑이고요. 다음에도 좋은 대회 많이 참석하시고, 좋은글 많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