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춤’을 읽고 | ||||||
책모임의 좋은 책 소개: 정산중학교 교사 이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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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 참 길어요. 초저녁잠이 많은 제가 한숨 자고 나면 12시입니다. 그 때부터 잠은 안 오고 사과 한 개 깎아 먹습니다. 영화 채널 이리저리 돌리다 다시 잠을 청하나 잠은 오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잡념만 어지럽게 일어납니다. 이럴 때 흥미진진한 책 한 권 손에 든다면 밤 가는 줄 모르겠지요? 불면증 환자들의 겨울밤 나기에 좋은 명약 중 명약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유명한 작가 조정래씨가 최근에 펴낸 장편소설 ‘허수아비 춤’을 읽어보십시오.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잡은 책을 중간에 내려놓는 일 없이 단숨에 읽어버릴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모습이 추하든 아름답든 그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을 똑바로 보길 게을리할수록 피할수록 우리의 비극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소설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소망하면서 이번 소설을 썼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이는 노신의 말이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이는 정약용의 말이다.” 작가의 말입니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작가의 중심 생각은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모 재벌기업의 비자금 조성 과정을 소설화 한 것입니다. 비자금 조성이 엄연히 불법이고 큰 죄인데도 솜방망이 처벌로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다음은 소설 내용 중 생각이 제대로 박힌 양심 있는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내용입니다. “비자금, 쉽게 말해 기업들이 온갖 탈법, 위법, 범법을 저질러 뒤로 빼돌려 감춘 돈이다. 몇 년 전 태봉그룹 사건이 터졌을 때, 그들이 매년 1조씩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들은 그 탈세한 검은 돈을 이 나라의 모든 권력 기관에다 뿌렸다. 정치인, 법조인, 정부 관료들은 물론이고, 언론인, 학자들까지도 그 돈을 받아먹었다. 그러나 놀라지 마라. 재벌을 감시 감독해야 하는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융감독기관도 모두 그 돈을 달게 먹었다. 이 사태는 무엇을 말하는가. 국가의 모든 권력이 재벌의 손아귀에 들어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아무리 큰 죄를 저질러도 무죄가 될 수밖에. 이제 우리는 ‘경제민주화’를 이룩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 경제민주화가 바로 모든 재벌들이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저지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로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권한인 ‘불매’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경제 범죄를 저지른 기업의 상품을 사지 않는 ‘불매운동’을 적극 벌이는 것이다. 그 막강한 소비자의 힘에 대항할 기업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 그 굴복으로 마침내 기업들은 투명경영을 하게 되고, 세금도 올바로 내게 된다. 그때에 비로소 ‘기업들이 잘 되어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성립하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