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전국 왕중왕 유소년 축구 리그전 관람 기
이 윤 자
조용하던 딸네 가정은 요즘 야단법석이다. 손자가 원하던 축구학교로 전학하여 학교 통학거리도 멀어지고 전국으로 훈련과 시합을 다니기 때문이다. 사위도 바쁜 직장이고 딸은 휴직하고 아들 따라 경주로 포항으로 인천으로 대전으로 쫒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움직이는 아들 동선대로 뒷바라지하느라 갑자기 가정의 흐름이 엉망이 돼버렸다고 한다. 또 작은 애도 5학년 재학 중인데 그 애는 내버려두다시피 하고 큰 애만 쫓아다녀 어려움이 많은가 보다.
강북에서 살다 애들이 고학년 되기 전에 강남으로 이사하여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었다. 강남으로 와서 살아보니 학부모, 교육 환경 모두가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로 교육하면 ‘맹모삼천지교’는 예부터 현대까지 교육환경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 말해 주는 것 같다.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있었는데 어느 날 또 전학을 시킨다고 하여 놀랐다. 본인이 워낙 집요하여 축구학교로 전학을 시켜야 하겠단다. 딸과 사위는 또 공부만 열심히 하고,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 왔지만 인제 와서 보니 사는 것은 그렇고 그러니 본인이 하고 싶은 것 하며 살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전학한 후 2달째 가 보니 축구를 일찍 시작했어야 힐 텐데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열심히 하며 본인이 만족하니 다행이라고 한다.
동생도 소질이 있다고 한다. 너무 힘드니 동생은 절대로 시키지 말라며 축구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게 한다니 본인은 하고 싶은 것 하고 동생은 말리니 기가 차다. 공부하고 학원 다니기가 훨씬 쉽다고 동생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신신당부한다고 한다.
이번 주는 서산 공설운동장에서 전국 왕중왕 리그전이 열리고 있는데 토요일에는 32강 일요일에는 16강을 치른다고 하여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갔는데 경기장에서는 부모들의 응원 열기가 대단하였다. 13살의 유소년들 꼬마들을 놓고 벌써 이렇게 치열한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하는지? 캠핑카로 손자를 따라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는 매일 아들들을 따라다니며 축구에는 전문가가 돼 있었다. 나도 캠핑카로 손자를 쫓아 전국을 다녀보고 싶어 그분들이 부러웠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 읊는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부모들은 심판도 해설가도 감독도 코치도 자격증은 없지만 아마추어급은 되는 것 같다. 누구에게 공을 연결하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심판에게는 오판이라고 열을 내며 상대 선수가 반칙했다고 야단이다. 고의성 반칙이나 현재 공을 가진 선수가 몇 번 선수에게 공을 연결해 주어야 적절한지 축구 흐름을 읽고 있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감독 코치 심판 해설은 할 수 있어도 저 구장에서 선수로 뛰지는 못하겠지, 마음은 급하고 애들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애가 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다른 부모들도 아들이 축구이야기만 하면 공을 빼앗고 감추고 했지만 마지막에 자식의 선택에 따랐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야 할 나이에 넘어지고 부상당하고 경쟁해야 하고 왜 이런 어려운 길을 택할까 염려되고 안쓰럽다.
수많은 축구 지원자 중 빛을 보는 사람은 한 이백 명 정도일 뿐이라니 얼마나 좁고 험난한 길인가 우리가 기억하는 선수는 손안에 꽂는 정도지만 이렇게 모두를 걸고 축구를 사랑하고 열정을 쏟았다가 무명으로 그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디 축구뿐인가 각종 운동 예능계 모두가 그런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들도 소중한 부모의 자식이요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경쟁에서 밀렸을 뿐이다.
손자는 만날 수도 없었고 눈길도 주지 않는다. 얼핏 얼굴은 보았겠지만 본인이 소속돼 있는 곳의 분위기나 규칙 때문일 것이다. 규칙도 엄격하고 분위기도 매우 예민한가 보다. 드디어 손자가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가고 경기는 시작되었다. 손자는 운동장을 말처럼 뛰어다녔다. 내 눈에 비친 손자의 모습은 몽골제국의 말발굽 소리같이 역동적으로 보였다. 공격수의 역할을 잘하고 있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유소년의 경기 시간은 전반 25분 후반 25분이었다. 전국의 지역을 통과한 팀끼리의 경기라 유소년 축구답지 않게 경기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드디어 경기가 끝나고 손자네 팀이 32강에 승리하여 운동장에서 손자들의 멋있는 뒤풀이를 볼 수 있어 덩달아 나도 함께 뛰었다. 목이 터지라 소리쳐 주었다. 내 마음이 이렇게 떨리는데 부모들은 얼마나 떨렸을까 알만하다. 경기에 패한 팀은 울고 있는 선수도 있고 부모들도 시무룩하다. 16강 경기를 내일 이곳에서 치른다고 한다. 나는 집으로 와 내일 다시 서산으로 가기로 하였다.
하룻밤 자고 아침 일찍 서둘러 경기장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더 한 치의 양보 없이 밀고 밀리며 득점 없이 끝나서 매우 아쉬웠지만, 후반전에 손자 팀이 선제골을 넣어 이번 경기도 승리이구나! 경기 시간이 끝나 갈 때 상대 팀의 볼이 골인되었다. 시작 1분 전, 끝나기 1분 전을 조심해야 한다는 축구계의 일설은 이곳에도 있었다. 유소년 축구는 8강까지는 연장전 없이 승부차기로 승패를 결정하고 4강부터 연장전을 치른다고 한다.
동점이기 때문에 승부차기를 하였다. 손에 땀을 쥐고 한 선수 한 선수 동작에 희비가 엇갈렸다. 다행히 승부차기 한 골을 더 넣어 손자 팀이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2012년에도 손자 학교 팀이 전국 왕중왕 전 최우수 학교라고 한다.
손자는 전학한 얼마 안 되어 지역 예선전에서 우승하여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졸업하면 친구들은 영국, 독일 등으로 유학하러 가는 친구도 있고 체육 중학교에 진학하는 등 모두 진로가 정해졌다고 한다. 물론 손자도 스카우트한 학교로 가기로 정해졌다고 한다. 축구가 매우 좋고 학교가 결정됐으니 일 년 열심히 해보고 1년 후 진로는 부모님의 말씀대로 따를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한다.
아직 어린 네가 어찌 세상을 다 알겠느냐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부탁했다. 무엇을 하든 간에 최선을 해야 함을 일찍 터득하였으니 목표를 세워 시작하면 다잡고 갈 것이니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그리고 승자에게만 박수를 보내지 말고 패자에게도 박수를 쳐줘 실의에 차 있는 모든 이들에게 격려를 보내주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 주에 또 8강과 4강을 서산 공설운동장에서 치른다고 한다. 물론 또 가서 열심히 응원을 해주어야지. 집에 도착하니 지갑도 비고 몸도 피곤하다. 남편에게 “캠핑카 안 사주면 오늘부터 반찬은 김치, 간장, 소금뿐인데,” 하니 남편은 아주 순순히 “그려, 김치 있으면 되지.” 한다. 그런데 갑자기 캠핑카는 무슨 소리야? 순순히 말하는 남편이 어디 아픈가? 남편을 다시 쳐다보니 멀쩡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손자 덕을 본 것 같다. 손자야 훌륭히 커서 못난이 할머니 힘이 되어주렴.
첫댓글 미래의 박지성 !!
훌륭한 선수가 되어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겠네요
기특한 손주 화이팅 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4강에 진출했어요
그냥 공부 길로 갔으면 하네요
걱정이네요
감사합니다.
손자가 든든한 할머니를 두셨네요.
그 보다도 시나 수필이나 다 아름답게 빛이 납니다.
이태백의 딸이 태어난 듯합니다.
선생님께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문학아카데미의 주추돌 역할을 기대합니다.
훌륭한 손자 두셨네요~~
거기에 든든한 외할머니가 계셔서 얼마나
좋아요~~
너무 보기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하긴요 딸 고생시켜 걱정이지요
예쁘긴 하늘 땅만큼이지요
할머니는 언제 철이 나느냐고 친손자가 혀를 끌끌찰 때도 있어요
맞장뜨거든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대성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찌보면 상당하게 자랑하는 기분이 드네요
우리 손자 이제 9개월 12키로 우량아 입니다 혹시 모르죠
10년뒤에 저도 이런 자랑을 할지 두고 봐야죠 흐뭇한 마음으로 머물다 갑니다.
어릴 때는 우량아가 크며 키로 가더군요
이 손자가 제가 몇 년 키웠는데 체중을 잴적마다 몸무게가 많이 늘고
배가 진짜 사장님 배여서
제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크면서 배가 키로 간대요
애기적은 우량아 괜찮아요
지금은 6학년이 175m입니다.
경험담입니다.
지난번 글에
잠깐 축구이야기가 있었는데
손주님 벌써 맹활약을 시작하셨네요.
할머님 축하드려요~~
왠지..........
‘사인이라도 받아 두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내일 서산에 갑니다
2013 마지막 경기라고 하네요
빨리 다녀 와도 지각을 하게 생겼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