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활동을 돌아보며…
안대용(61회)
(1)마라톤 입문
검도를 배운지 8년이 지나 3단이 되었을 때, 동생이 철인경기를 준비하면서 2001년 7월 쯤 ‘10월에 춘천마라톤 하프코스를 뛰는 게 어떠냐?’ 고 묻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마라톤이냐며 거절하니 그래도 계속 설득을 합니다. 마지못해 ‘그럼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다음날 남산에 올라가 뛰니 5~6백미터도 못 가 숨이 차고, 다리도 천근만근이라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날 또 남산에 올라 뛰었더니 신발이 마라톤화가 아닌 낡은 신발이라 1km도 못 가 밑창이 떨어졌고,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신발을 겨우 끌고 집으로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매일 매일 열심히 훈련을 했고 이제는 하프마라톤을 어느 정
도 뛰어도 되겠다는 기대감이 들 무렵, 아뿔사, 이번 춘천 마라톤은 하프코스는 없어지고 풀코스만 개최한다하니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떡할까?’ 몇 번 고민을 하다, 이왕 시작한
거 풀코스를 신청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춘마 2주전에 성남에서 개최되는 하프마라톤
을 신청하였고, 처음 마라톤 출전이라 실력 테스트 겸 맨 뒤에 자리를 잡아 출발했습니
다. 컨디션을 조절하며 천천히 달린 결과, 1:38:31에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 대회기록
은 그런데로 괜찮았으나, 그래도 훈련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그 다음 일요일에 올림픽 공원에서 40km이상을 달리니 4시간이 넘지 않아 자신감을 갖고 춘천마라톤에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 풀코스 대회인 춘마에서 3:49:43에 골인하니 제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2)휘마동 가입
2002년 3월 3일에 서울마라톤 3:29:4, 3월 17일에 동아 3:20:56에 뛰고, 그 다음 일요일에 친구들과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여기서 휘문 동문을 만났고, 마라톤 동호회가 있다는 권용학(71회)후배의 얘기와 권유가 있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2002년 4월에 휘마동에 가입하여 여러 선배님과 후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여러 대회를 출전하였고, 훈련도 열심히 한 결과 2002년 10/20 춘천 3:09:46, 2003년 3/16 동아 3:09:10, 4/13 전주-군산 3:09:6, 5/11 경향 3:17:56, 9/28 백제큰길 3:19:24, 10/19 춘천 3:06:28, 11/2 중앙 3:03:27, 2004년 2/29 충주 3:12:37, 4/25 청주 3:32:13으로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
(3)울트라마라톤의 매력에 빠지다.
2003년 11/2 중앙에서 3시간 3분의 최고 기록을 세운 후 울트라마라톤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 성남에서 개최하는 동아시아 100km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9시간 이내에 완주하겠다는 각오로 임했으나, 도중에 몇km 알바하는 바람에 9:56:47의 기록으로 under-10을 한것으로 만족하게 됐습니다. 그 이듬해 2004년 3/14에 제주 울트라 200km에 도전하며 3~4개월 동안 1,800km의 훈련을 하며 동생과 함께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100km까지는 줄기차게 뛰어 250여명의 출전자중 10시간 기록으로 5위로 도착했으나, 옷 갈아 입고 후반부를 뛰니 120km지점을 지나 기가 빠져 쭉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울트라에 맞지않게 초반부를 너무 빨리 뛰었던 것입니다. 잠시 걷고 있을 때, 동생이 제 뒤를 쫓아와 동반주를 하며 160km 지점을 지날 때 동생의 발가락에 물집이 심하게 잡혔습니다. 치료제를 구하려 약국 문을 두드렸으나, 이른 아침이고 일요일이라 문을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아픔을 참고 뛰자며 서로를 위로하며 뛰었지만 걷는 수준 이었습니다. 제 주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선수가 있었는데 일본인이었습니다. 저 선수만은 꼭 이기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아픔을 참으면서 달린결과, 28시간 52분으로 전체 동생과 저는 8~9등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역경을 극복하며 달성한 기록이라 온 세상이 내 것 같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후 울트라연맹 5기로 가입하여 남산울트라 100km와 새해맞이 50km, 서울시청 100마일 대회를 7~8년 주관하여 개최하였고, 최상의 기념품을 만들어 많은 참가자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4)안씨 삼남매 308km횡단 완주
제주울트라 이후 10여 차례의 100km 울트라 완주 후, 이번에는 삼남매가 308km횡단에 도전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2005년 9월에 강화 창우리에서 강릉 경포해수욕장까지의 먼 여정에 도전한 것입니다.
누이가 훈련이 충분치 않은 관계로 형제가 최대한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식당이용을 가급적 배제하고 제가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구해 오면, 삼남매가 주로에서 스탠딩 식사를 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줄기차게 달리자는 전략이었습니다.
그해는 유난히 폭우가 내려, 팔당대교를 달릴 때는 빗물이 신발 위까지 넘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100, 200키로를 달리고 달려 대관령 오르막을 오르니 구간 체크포인트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내리막을 뛸 때는 누이를 양쪽에서 맞잡고 내리막 7km 정도를 km당 7분 정도로 달려야 했습니다. 강릉시청 언덕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었고, 나머지 몇km를 있는 힘을 다해 달려 골인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삼남매는 대회 종료 30분 이내로 완주할 수 있었고, 누이는 여성주자 10명중 비와 추위에 약한 7명이 포기하고 누이는 3번째로 완주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기록 63:36(제한시간 64시간).
(5)울트라 그랜드슬램 4회 최초 완주.
1.강화 창우리~강릉 경포대.
2004년 9월 횡단 308km 66:57.
2005년 9월 횡단 308km 63:36.
2009년 9월 횡단 308km 63:28.
2011년 9월 횡단 308km 50:39.
2012년 9월 횡단 308km 54:30.
2.해남 땅끝마을~강원 고성.(6무박7일)
2005년 7월 종단 622km 147:09.
2007년 7월 종단 622km 147:10.
2009년 7월 종단 622km 146:36.
2011년 7월 종단 622km 145:10.
3.부산 태종대~임진각(5무박6일)
2006년 7월 종단 537km 121:49.
2008년 7월 종단 537km 124:34.
2010년 7월 종단 537km 119:35.
2012년 7월 종단 537km 121:07.
처음 2004년 횡단을 도전할 때만해도 풀코스와 달리 울트라는 속도 조절도 필요하지만, 밤낮 졸음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발 물집을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에너지 보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루에 최소한 100km를 뛰어야 할것 등 여러 사항을 철저히 대비하고 대회에 임해야 합니다.
첫 횡단에서는 쪽잠을 자며 대회기간 총 1시간 이내로 자면서 줄기차게 뛰다 힘들면 빠른 걸음으로 주로를 걸었습니다.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할 때는 발가락에 물집이 여럿 잡히며 한발도 내딛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계속 뛸 때는 뛰겠으나 쉬었다 가려면 한발 도 걷기 힘드니 옆의 동생이 아픈 것을 참으며 한발 한발 꾹꾹 누르듯이 몇 보 걸어보고 뛰면 된다고 코치를 해줬습니다. 몇번 시도를 해보니 고통이 사라지며 그렇게 천천히 뛰어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종단에서는 여름에 열리는 대회라 무더운 날씨로 인해 특히, 발 물집에 신경을 쓰며 신발을 3켤레 준비했습니다. 100km까지는 속도를 내기 위해 신발 5mm정도 맞는 것을 신고 13~14시간 내에 완주를 하고, 100~300km정도까지는 발보다 10~15mm 더 큰 신발을, 300~골인까지는 20mm이상 큰 신발을 신고, 20~30km 마다 편의점 이나 슈퍼에서 2L 짜리 생수로 발을 식히며 물집방지에 힘썼습니다. 그래서 종단시 발 물집이 거의 생기지 않아 막바지에 다른 주자보다 빨리 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식당은 최소로 이용하고 cp에서 주는 간식과 편의점에서 우유나 김밥 빵 등을 사서 행동식으로 먹으니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주자들은 한낮을 피해 쉬고 있을 때 한 걸음이라도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밤에는 아무리 뛰어도 낮보다는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수면 부족 상태로 300~400m되는 다리를 건너는데, 데쟈뷰로 인해 거의 두세 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습니다. 낮에 수면부족으로 속도가 나지 않을 때, 한적한 시골길을 가게 되면 한가한 식당이나 토종닭 집에서 음식을 시키고 음식 나오기까지 샤워와 잠을 1~2시간 자고 나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고 새 건전지를 끼운 것처럼 기운이 차리고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의 그랜드슬램(횡단과 두번의 종단 완주)을 하며 노하우가 쌓였고 국내최초로 4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결심했던 5번은 못했어도 4번을 달성했다는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6)남은 인생의 마라톤여정.
어느덧 나이가 70세가 넘어가니 60대 초반 까지만 해도 마음껏 달리고 회복하는데 큰 신경을 안썼는데 요즘은 하루하루 건강상태를 점검해야해서 어떻게하면 마라톤을 80~90세 까지 할 수 있을까 하여 고민하게 됩니다. 우선은 근육이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근력운동을 거의 매일 1시간 이상씩 하며 격일제 달리기를 하면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기록단축을 위해 무리한 달리기 보다는 건강을 최우선 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오래도록 휘마동과 함께 남은 인생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