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톺아보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조단에도 참고가 될만한 자료를 발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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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수필문인협회 원고> 2023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톺아보기
좋은 작품, 훌륭한 작품
서태수
‘좋은 작품’과 ‘훌륭한 작품’은 다른 개념이다. 전자는 ‘마음에 든다’라는 의미로 취향에 따른 주관적 가치가 개입하고, 후자는 ‘나무랄 곳이 없다’라는 의미로 평가에 따른 객관적 판단이 작용한다.
최근의 수필 문단에 ‘좋은 작품’이 많아 문학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근년의 수필집이나 개별 작품을 보면 수필가의 수필 미학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강화되고 있음을 본다. 매력적 제목, 시선을 끄는 도입, 여운 있는 결말은 기본이고, 전개나 표현 양상도 다채롭다. 주제를 긴장감 있게 견인하는 긴밀한 구성, 사연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서사, 서사를 조각내어 수필문장 속에 산개散開하는 참신한 전개, 시적 미감을 곳곳에 고명으로 얹은 형상적 표현, 제재 변주의 중의적 의미망, 담백한 문체로 펼쳐놓은 인생론적 사색, 특정 주제 의식으로 천착하는 연작連作 등 수필 미학 채색의 멋과 맛이 다양하다. ‘좋은 작품’은 작가의 독특한 개성미가 넘쳐나지만 수필 미학의 다른 요소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훌륭한 작품’이란 객관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거나 적은 경우로 수필 미학의 필요충분조건이 고루 용해된 작품이다. 수필 미학의 필요충분조건은 동시대에 용인되는 최대공약수로서의 보편성을 지닌 요소 즉, 제재, 주제, 구성, 문체, 정서 등의 미적 융합이다. 이 보편성을 바탕으로 개성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섬세한 미적 기교를 다채롭게 운용했을 때 ‘훌륭한 작품’ 탄생이 가능할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런 작품은 수필 미학의 A에서 Z까지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이런 작가는 어떤 유형의 ‘좋은 작품’도 어렵지 않게 창작할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신춘문예는 훌륭한 작가를 선발하는 제도이다. 훌륭한 작가란 ‘훌륭한 작품’을 창작한, 혹은 창작 가능성이 높은 응모자이다. 신춘문예는 소수의 심사자가 상대적 비교 평가로 최상의 작품을 선별하는 공인된 제도다. 응모 작가는 특정 미학 요소에 편향된 ‘좋은 작품’보다 다채로운 미학 기교를 용해시켜 수필 창작의 기본기가 든든함을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 동시에 심사자는 이런 작품의 선정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수필의 공급과 수요는 작가와 독자의 영역이지만 수필미학의 발전에는 이를 선도하는 전문평가자의 몫도 매우 중요하며, 신춘문예의 작품 선정기준은 그 주요한 한 축이 된다.
2023년도 신춘문예 모집 현황은 예년과 대동소이하다. 아직도 주류언론에서는 수필 양식 대접이 매우 미흡하지만 이의 극복은 수필단의 몫이다. 그나마 매년 8곳 내외의 유관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음은 다행이다. 특히 <문학인신문>의 ‘여행수필’ 3종 공모는 수필 양식의 다원화를 위한 좋은 기획이다. 본고에서는 통계나 분석적 이론을 떠나 독자들에게 실용적 이해가 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2023.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현황(유형, 발표일 등의 빈칸은 통상적 내용임)=====(중략)
심사자들은 인상적 평가만으로도 훌륭한 작품 선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관적 기준만으로는 편향적 오류의 위험성이 높고 공정성 문제로 야기될 수 있으므로 객관적 준거가 있어야 정당성이 확립된다. 수필 미학의 모든 자질이 고루 운용된 ‘훌륭한 작품’을 선별하기 위해 이 준거는 계량화하면 더 좋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명시적 준거로 선정하지 않고 선정 과정이나 심사평에 심사자의 수필관을 서술한 곳이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이 수필관은 곧 선정기준이 되므로 심사자가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내용을 추출하여 정리한 현황은 다음과 같다. ======(중략)
신춘문예는 문학 오디션의 공개 광장이다. 이는 특정 과목 평가가 아니라 종합평가이다. 장단, 고저, 강약, 빨주노초파남보의 다양한 언어 퍼포먼스로 구현한 작품이 빛을 발하는 공간이다. 수필 미학의 필요충분조건을 고루 운용한 ‘훌륭한 작품’을 쓸 줄 아는 작가라면 ‘좋은 작품’도 여유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신춘문예는 이런 작품을 선정하여 수필 미래의 역량 있는 작가를 배출하는 공신력 있는 제도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