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실에서 본 주방 모습. 식탁이 없다. 결혼할 때 구입했던 기존 4인용 식탁은 화이트 공간에 안 어울리고 가뜩이나 좁은 주방을 더욱 비좁게 만들어 아이들방으로 옮겨버렸다. 대신 상을 이용한다. 평상시엔 접어두고 식사 때만 상을 펴기 때문에 주방이 항상 깔끔해 보인다. 5 매일 사용하는 그릇은 싱크볼 바로 윗장에 수납하는 것이 보통. 하지만 이 집에선 세탁기 위 수납장에 넣어둔다. 전자레인지도 이 수납장 안에 있다. 가슴 높이라 사용할 때 상당히 편리하다. 대신 싱크볼 위 상부장엔 가끔씩 사용하는 예쁜 커피잔을 조르르 모아뒀다.
정리엔 서랍만한 것이 없다 오율하 씨는 1년 반 전,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주방을 개조했다. 그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냉장고 위치와 식탁 위치 그리고 편리한 주방 시스템 만들기. 냉장고는 운 좋게도 다용도실에 딱 들어맞았고, 맞은편 세탁기 주변엔 붙박이장을 짜 넣어 싱크대만으로는 모자란 주방 수납 공간을 보충할 수 있었다. 냉장고 위치가 해결되니 식탁의 위치도 자연스레 해결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주방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 “주변에선 드물지만, 브랜드 주방가구 전시장에 가보니 서랍식 싱크대가 참 많더군요. 편리한데다 공간 낭비가 적겠다 싶었어요. 외관도 깔끔할 것 같았고요.” 일반 싱크대보다 가격은 좀 높았지만, 오랫동안 편리하게 사용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다는 그녀. 실제로 1년 반 동안 사용해보니 큼지막한 서랍장은 한눈에 내용물이 파악되기 때문에 정리가 쉬울 뿐 아니라, 생각보다 수납도 많이 할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서랍식 싱크대 짤 때, 꼭 알아둬야 할 점 1 하드웨어는 좋은 것을 고집한다 오율하 씨는 싱크대를 사제로 맞췄다. 하지만, 서랍 레일만은 메이커 제품을 사용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열었다 닫았다 하기 때문에 서랍 레일은 서랍식 싱크대의 생명인 셈. 손잡이도 잡아뺄 때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튼튼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 2 서랍의 깊이는 어느 정도 깊어야 깊이가 얕은 서랍은 별 쓸모가 없다. 특히 주방 싱크대의 서랍은 냄비, 양념통 등을 수납하기 때문에 큼지막하면서 깊이가 있어야 한다. 빌트인 가전이 많은 집에서는 서랍식 하부장을 하고 싶어도 서랍을 깊게 설계할 수 없어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3 접시, 공기를 넣는 칸엔 분리 봉으로 분리를 서랍이 큰 만큼 분리 봉으로 구획을 정해놓으면 더욱 깔끔한 수납을 할 수 있다. 특히 접시나 공기 등 사기그릇을 넣어두는 칸에는 분리 봉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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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방과 연결된 베란다 쪽에서 본 모습. 일반 43평 집에서 보이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맞은편 벽면 전체가 싱크대 상부장과 같은 재질로 짜맞춤되어 있는 것.
2 싱크대와 똑같은 재질로 짜맞춘 8인용 식탁. 주방 전체가 통일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식탁을 크게 맞춘 대신 의자 등받이를 낮게 맞춰 위압감이 들지 않게 했다. 소가죽으로 커버링된 의자는 개당 20만원, 식탁 1백45만원. 주방은 빌트인 가전을 제외하고 6백만원.
식탁, 싱크대와 똑같은 재질로 짜맞췄다 우리 나라 40평대 아파트 주방은 거의 비슷하다. 한쪽으로 긴 ㄱ자 싱크대에 경계가 모호하게끔 거실과 연결되는 구조 등등. 냉장고 위치, 식탁 위치, 수납 공간을 고민할 필요 없는 평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야무진 공간’보다는 ‘어정쩡한 공간’이 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황서영 씨네 주방은 흔히 봐왔던 ‘2% 부족한’ 느낌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단정하고, 깔끔하고, 위압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휑해 보이지도 않았으며 통일된 느낌까지 있었다. 그 원인은 바로 싱크대와 똑같은 재질로 짠 8인용 식탁에 있다. “한 달에 두 번, 가족 예배가 있어요. 총 8명이 모이죠. 그래서 식탁을 넉넉한 사이즈로 짰어요.”라는 황서영 씨. 하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다. 6인용 식탁이었다면 주방이 이처럼 충만해 보이지 않고, 약간은 허전해 보였을 것이 분명하므로. 식탁을 싱크대와 똑같은 재질을 사용해 짠 것도 한몫했다. 싱크?상판에 사용된, 까만 돌(짐바브웨 블랙)로 식탁 상판을 만들고, 식탁 상판을 받치는 다리 부분도 싱크대 문짝과 같은 재질로 짜서 마치 주방가구와 식탁이 세트처럼 보이는 것. 뭔가 다른 가구가 들어올 여지가 없이, 꽉 찬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빌트인으로 모델하우스 같은 주방을 연출 사제로 했지만, 황서영 씨네 주방가구는 아주 고급스러워 보인다. 이는 모든 가전제품이 빌트인되어 있고, 돌로 된 상판, 손잡이 없이 디자인된 고급스런 투톤 컬러의 문짝과 간간이 섞인 불투명 유리문짝 그리고 실버 톤의 불연 패널 덕이다. “개조를 하는 김에 평소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해봤어요. 돌을 워낙 좋아해서 인조대리석 대신 돌로 상판을 얹고, 가전제품은 다 빌트인시켰고요.” 가구 분위기 때문에 타일 대신 불연 패널을 대게 되었는데, 요리하다가 기름, 국물 등이 튀어도 너무 잘 닦여서 의외로 만족스러운 부분이라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