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전남 남해안의 고흥반도 주변에서 가 볼만한 카약 투어 코스를 두 차례 소개했었는데요.
오늘은 그 세 번째 코스로 시산도(詩山島) 일주 카약 캠핑 여행 코스를 소개하겠습니다.
반도 면적으로 치면 전혀 꿇리지 않는 고흥군이 자기 앞바다에 떠 있는 많은 섬들을 어찌된 일인지 여수시와 완도군에 다 내주고 이제 고흥에는 고작 섬 몇 개만 남았다고 할 수 있네요.
거금도와 나로도가 이미 연륙도로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에 앞으로 연륙교들(빨강색線)이 다 완공되면 바다 카약 여행자들에겐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확실히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겁니다.
긍정적인 점들
- 섬에서 눈치보며 쓰던 생활용수 걱정은 덜게 되고, 외래 관광객을 상대로 한 편의점, 마트, 숙박업소들이 속속 들어선다.
- 바다쪽으로 더 멀리 더 가까이 차를 타고 접근,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생기기 때문에 다양한 해안선 여행 코스와 날씨에 따라 코스 변경에 융통성을 발휘하기가 쉬워진다. 근육을 쥐어짜가며 아스라히 보이는 목적지를 향해 무아지경(?)으로 노를 젓는 무리한 카약 여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꼭 출항지와 귀항지가 같지 않아도 된다.
부정적인 점들
- 전보다 각박해지고 치열해지다보니 섬사람들 저마다의 특유의 인심이나 정감들이 금방 사라진다.
- 연륙교가 생긴다고 해서 섬 주민의 소득이 올라갈거라는 보장은 없다. 도리어 돈을 거의 쓰지 않고 방문했다가 나가는 행락객들이 배출하는 소음과 쓰레기만 늘어날 수도 있다.
- 외진 섬들 인구, 특히 젊고 어린 세대 감소가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도선업과 어업이 약화되면서 해양국가의 기반인 선박의 수도 감소하게 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어선을 줄이고 있다.
- 섬들을 잇는 거대 연륙교와 도로를 건설하려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나면 되돌릴 수가 없다. 이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의 관점은 오로지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쪽인데, 바다에서 육지쪽으로 바라보면 그런 식으로 손 댈만한 곳이 별로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카약을 타고 바다를 여행하는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생각해보면, 거금도에서 완도군 방면으로 이어지는 연륙교들이 평일도까지 완공되고 나면 남쪽으로 15km나 더 차를 타고 남하할 수 있을테니 제가 평소 가고 싶던 openwater sea kayak tour를 실행에 옮기기는 정말 좋아지지 않겠나 싶네요.
평일도 - 생일도 - 덕우도 - 황제도 - 장도 - 초도 - 손죽도 - 소거문도 - 평도 - 꼭두여 - 나로도
누군가 저보다 먼저 이 꿈의 코스를 여행하는 카약커가 있겠죠?
접근로는 남해고속도로 고흥IC에서 15번 국도를 따라 들어가는 길이 아주 좋고, 여수 화양과 낭도를 거쳐 77번을 따라 들어갈 수도 있는데, 아침 드라이브는 낭도를 거쳐 들어가는 백리섬섬길을 따라 가다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시산도를 일주하려면 고흥반도 서남쪽 녹동항에서 연륙교로 이어진 거금도에서는 최단거리 3.5km만 저어가면 되는데 중간에 작은 섬도 있는데 반해, 지죽도(支竹島)에서는 5.6km 정도지만 중간에 섬도 없고 여객선 항로를 가로질러 건너야 합니다.
어느쪽에서 접근하든 다 괜찮지만 그래도 가까운 거금도쪽이 훨씬 더 쉽고 편합니다.
이번 투어 가이드는 시산도까지 가장 가까운 거금도 오천몽돌해안에서 시산도(詩山島)를 오가는 카약 여행을 담은 후기를 담았습니다.
이 코스는 왕복 약 25km라서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다녀 올 수도 있지만, 저는 집이 워낙 멀어서 왕복 1,100km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일정 자체를 금요일 밤에 여수에 도착한 다음 토요일 아침에 거금도로 이동해서 시산도에서 1박 캠핑을 한 뒤 일요일에 일찌감치 귀항해서 집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최소 오후 4시에는 캠프 사이트에 도착해야 하는 겨울이고, 허리도 시원찮아 장시간 카약킹은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詩山島는 사방으로 촉수들을 내 뻗은 산호초같은 모양으로 생겨서 만(bay)과 곶(cape)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곶과 곶으로 끄트머리를 연결해가며 일주하면 훨씬 여행거리나 시간이 짧아지겠지만 못보고 지나칠 수 있는 경치들이 많아 섬 경치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시산도 섬 주변 일대가 온통 김 양식장이 빼곡한데 김 양식을 위해 물 위에 띄워 놓은 발을 그냥 타고 넘으시면 안되니 자연스럽게 피해다니다 보면 저절로 해안선에 붙어 다닐 수 밖에 없으니 어쩌면 이렇게 해안에 바짝 붙어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섬 지질 대부분이 산성화산암류로 육안으로는 본 만(bay) 안쪽 해안은 모두 몽돌해안이었고 모래해안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섬 주변 수심이 보통 3~6m 수준으로 제법 되어 간조때도 그렇게 멀리까지 물이 나가지 않지만 그만큼 가팔라집니다.
고흥반도 섬들은 동쪽이 넓은 바다여서 그런지 동쪽해안 경치가 더 좋아 보이고, 거북손, 삿갓조개, 따개비, 갯고동들 사이즈도 크고 엄청나게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여행한 2023년 12월 9-10일에는 최고기온 18도, 최저기온 8도로 토요일에는 남서풍, 일요일에는 동풍이 불어 섬 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았는데 카약을 타는 동안 바람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고 어떤 때는 순풍이 살짝 불어주어 좋았습니다.
또 만(bay) 안쪽으로 들고나니까 수면도 잔잔해서 편했고요.
섬 서쪽 신기롬해변에는 캠핑하기 좋게 조성된 잔디밭과 화장실, 샤워장, 정자도 있었는데, 정자 앞 잔디가 탄 채로 방치되어 있던터라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스토브를 아예 꺼내지도 않았는데 아침녁에 산불감시원이 와서는 다른 해변은 몰라도 이곳에서는 불을 피우거나 취사도 하면 안되고 그냥 텐트만 치고 잠만 자는게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
원래 제 계획은 평바안해안에서 캠핑하는 것이었는데, 약간의 씻을 물이 필요했었기 때문에 물을 받기 위해 상륙했던 신기롬해변도 좋아서 그냥 눌러 앉았거든요.
다음날 아침 귀항길에 평바안해안 앞을 지나면서 본 해안 풍경은 역시 위성지도에서 본 대로 아주 좋아보였고, 신기롬해변으로부터 서북쪽 해변 서너곳 모두가 캠핑하기에 다 좋아보였습니다.
순식간이긴해도 완도 방면으로 넘어가는 낙조가 정말 좋았습니다.
남쪽 해변들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고요.
섬에 숲이 많으니 스토브를 써서 조그마하게 불멍을 하고 불조심만 하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