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여울 문화마을과 초량 이바구길을 따라 걷는 남파랑길(#2-1)
2024년 4월 21일 (일) 날씨 : 흐리고 가끔 비 기온 : 섭씨 16~18도
거리 : 15.5km 5시간 30분 동행 : 13명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면의 불씨는 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만나는 순간, 그 불꽃은 다시 타오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되살린 이에게 감사해야 한다."
혼자서는 삶의 불꽃을 짚이기 어렵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다시 불꽃을 피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남파랑길을 걷는 대장정은 이런 내면의 불씨를 꺼지지 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절영해안 산책로
흰여울 문화마을
흰여울 문화마을 안내도
갈매기 조형물
봄꽃이 산허리를 따라 흰색의 배열을 수놓는 4월이 가고 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김천과 청도에서 잠시 쉰 후 부산 영도에 도착했다.
대장정 남파랑길 여정도 오늘 걸으면 한 구간 남는다. 1,470km의 먼 거리를 달려온 대장정이 끝나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13명의 단출한 일행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커피며 쑥떡 그리고 무언가 나누어 먹을 것을 준비해 서로 정을 나눈다.
3년여를 함께 걸으며 땀과 우정을 쌓았기 때문이다.
넓은 시야와 가슴에 세계를 품으며 세계와 가까워지는 문명의 체험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 유명한 흰여울 문화마을은 서민들의 정서가 배어있는 바닷가 마을이다.
담장 따라 흰여울길은 태평양을 품고 있다. 마을 길은 마을의 앞마당이다.
이 길은 버스가 다니는 절영로가 생기기 전까지 영도다리 쪽에서 태종대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곳 골목길은 마을 사람들의 고단함과 웃음소리를 함께 기억하고 있다.
담장 따라 흰여울 길을 걷다 보면 어린 시절 뛰놀던 골목길이 언뜻언뜻 떠오른다.
“날마다 조금씩 더 내게 가까이 앉으면 돼”
산책로
경사가 심한 흰여울 문화마을
흰여울 문화마을 길
흰여울 문화마을 해안 길
흰여울 마을 앞바다에는 중-대형 선박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데 ‘배들의 주차장’ 묘박지(정박지)다.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이나 원양어선, 선박 수리나 급유를 위해 찾아오는 선박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무는 곳이다.
한 해의 끝인 12월 31일 자정에 이곳에서는 놀라운 ‘뱃고동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중리 노을 전망대
봉래산 오르막길
해양대학교
태종대는 해안 절벽, 영도 등대 등 부산의 대표 명승지로 예전 남파랑길 코스였는데 근래는 제외되었다.
태종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봉래산 옆을 지나는 영도 중간 길로 고추 세우며 일행들은 분주히 걸었다.
아메리카노 뜨거운 커피집을 발견하고 비도 피할 겸 간단한 점심을 들며 쉬었다.
봉래산 오르막은 의외로 가파르고 된비알이어서 몇 번이나 쉬면서 일행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애를 썼다.
해양대학교가 보이고 부산항대교와 고층 빌딩이 발전하는 부산을 확인하는 봉래산 넘기였다.
봉래산 숲길
삼국시대부터 영도는 국마장으로 유명했는데 이곳 말들은 그림자가 끊어져 보일 정도로 빠른 명마로 꼽혔다고 한다.
실제 삼국사기에는 신라 성덕왕이 김유신의 공을 치하해 절영마 한 필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부산항 대교
봉래산 갈맷길
봉래산은 영도의 중앙에 있고, 부산 앞 바다를 끼고 도는 주변 경치가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원래 봉래산이랑 동쪽 바다 한 가운데 있어서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약이 있다는 상상 속의 영산이다.
봉황이 날아드는 산이라는 의미로 영도의 중심에 있으며, 봉래산의 자봉, 그 아래의 것은 손봉으로 부르고 있다. 가까이 보면 세 봉우리의 구별이 잘되지 않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굽어진 봉우리의 낮아진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난 산기슭에는 기계적 풍화작용에 의해 쪼개진 바위가 점점이 흩어져 있다.
봉래산의 다양한 등산코스를 즐기다 보면, 부산의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남해안의 절경과 바다 냄새를 느낄 수 있다.
부산항만
해돋이 전망대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봉래골 그린공원의 벚꽃가루
영도 팽나무의 특이한 모습
가지가 둥그렇게 만나 원을 이룬 팽나무도 만나고, 부산대교(1980년 1월 30일 준공)를 지나 부산항과 부산역으로 천천히 걸었다.
이 코스를 마치면 남파랑길은 한 구간만 남게 된다. 1,470km 90코스를 걸어 이제 마지막 여정이 오륙도가 코 앞이다.
현란한 돌림 회전판
영도 입구
부산대교
부산대교
부산역에 있는 남파랑길 2코스 안내판
부산역 근처에 남파랑길 2코스 안내판이 있는데 함께 걸었던 무주 팀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서로 축하했다. 우리보다 한 코스 먼저 진행해 대단원의 막을 오늘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부산역
초량 이바구길 안내도
초량 이바구길은 일제강점기부터 산업 부흥기까지의 부산의 역사와 문화가 서려 있는 이야기 길로 유명하다.
근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부산 최초의 개인 종합병원인 옛 백제병원은 카페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초량전통시장, 초량교회를 이바구 모노레일이 있는 186계단에 도착했는데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되어 계단을 걸어서 올랐다.
부산의 골목길은 유난히 계단이 많은데 산비탈 언덕에 피난민들이 정착하여 집을 짓고 길을 냈기 때문이다.
168 계단
부산항 대교
1900년 원산의 모든 명태는 초량으로 통한다!
한국전쟁으로 북한에서 1,000만 명이 남한으로 피난을 왔는데, 대부분 부산에 정착하여 옹기종기 모여 살아 지금의 산비탈 마을이 생겼다.
이바구길은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삶의 한가운데 생활 터전이 되었다. 초량리를 지나며 연두색 숲과 주민들 생활 터전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6.25 전쟁의 상흔이 깊게 남아 있는 초량리를 지나는 남파랑길 여정이 의미가 크다.
청마 유치환 시인을 기리기 위한 유치환 우체통은 전망대이자 포토 존으로 빨갛고 크다.
청마의 시 ‘바위’를 읽으며 시의 기교나 표현에 집착하지 않고 생에 대한 진지한 의지를 표현함에 감탄한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 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모노레일과 168 계단 알림 벽화
이바구 캠프 상징 수동 펌프 상징물
초량 이바구길
오르막 계단에 핀 등나무 꽃과 노랑 매화
편백나무 숲
수정산 숲길
이바구 공작소, 장기려 기념관을 지나면 수정산 가족 체육공원이 나오는데 오늘 남파랑길이 여기서 끝난다.
하루 종일 가랑비를 맞으며 걸었지만, 함께한 일행들과 나누는 재미있는 대화와 먹거리 그리고 부산의 역사를 짚어보는 행로가 좋았다.
수정산 가족체육공원
남파랑길 2코스 지도
첫댓글 15km 남짓이고 힘든구간 없으니 5시간이면 충분할거라는 대장님의 사전 설명을 들은 터라 비도 조금씩 내리고 볼거리도 많은구간이니 슬렁슬렁 즐기며 걸어도 시간에 맞출 수 있겠지 했던 생각이 오산이었음을 168계단과 이후에도 계속되는 계단들과 마주하고서야 깨달았습니다. 함께하는 일행분들이 없었다면 지쳐서 낙오되기 딱 좋은 그런 구간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정말 마지막 여정만 남겨놓았네요.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