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오줌 누고 거시기 볼 시간도 없으리만치 바빴다. 이유인 즉 지난달 말경‘산골일기: 어떻게 살까?’라는 제하의, 남은여생을 무의도식 않으며 어떤 식으로 보낼까를 고민하는 썰을 푼 적이 있었다. 결론은‘곶감 만들기’로 귀결을 보았고, 그기에 따른 준비 작업을 결심 하였는데, 과연 두 주일 가까이 지나며 그 일을 시도 했으나 솔직히 마음만 앞섰을 뿐 준비가 너무 허술했다.
![곶감 002.jpg 곶감 002.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54220_84f8bb8590839997b5161ca8b838ad9e.jpg)
창고의 앞뒤 문을 확 열어 놓으니 황소 바람이 분다. 이곳은 원래가 바람 많기로 정평이 나 있는 동네라 굳이 선풍기를 달 필요도 없다. 또 그럴 시간도 없었고....
곶감을 만드는 과정이 감, 덕장(말리는 장소), 그리고 몇몇 도구만 있으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많은 준비 과정과 도구와 소위 말하는 노하우가 필요로 했다. 세상 무엇이든 어렵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마는‘곶감’도 생각보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곶감 005.jpg 곶감 005.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54420_2224ea0eb156dfc39389a91ca74ba704.jpg)
어느 제품(농. 수. 공산춤)이 단 한 번의 실험으로 용이하게 나올까? 친구에게 귀동냥으로 듣고 메모 한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어 넘버링을 해가며 감을 널었다. 1번 처리는 친구의 조언을 무시하고(어차피 상품이 아니고 먹을 거니까)감을 깎는 대로 걸었다. 수작업이라 비뚤배뚤 모양이 안 나더라도 양지 하시압.
![곶감 006.jpg 곶감 006.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54850_116a4ecee739df46b9ecfdfdceaa1b65.jpg)
원래 곶감 말리기 정석은 깎아서 얼마간의 유황불을 피우고 그 김을 쏘여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곰팡이가 피지 않고 예쁘고 맛 좋은 곶감이 만들어 진다는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그래서 난 조금 달리 했다. 일단 건조장에 40도 열로 24시간을 건조한 뒤 유황을 쏘이고 말리는 게 '2번'이다.
![곶감 007.jpg 곶감 007.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55220_830284f3c0e0cd208b1593f28e03f939.jpg)
실험도 좋고 나름의 연구정신도 좋지만 선배 또는 전무가들의 조언을 싹 무시 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3번'은 그들의 조언대로 깎자마자 유황불을 쏘이고 걸어 둔 것이다. 어찌보면 전문가들이 하는 방법이 가장 모양이 이쁜 것 같기도 하고....이쁜 떡이 먹기도 좋을까? 두고보자.
![곶감 008.jpg 곶감 008.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55620_505625e465c0ebbfad748f1f237d6cbc.jpg)
'4번'은 건조장에서 48시간을 말린 것을 걸어 보았다. 약품처리를 안 해서 그런지 모양이 그 중 미운 오리새끼 같다.
사실 친한 친구의 집에 세 번을 들려 이것저것 필요한 요령이나 기술을 귀동냥 하며 나름 메모를 열심히 했지만, 크게 보탬이 되는 게 없었다. 돌아와 시도를 해 보면 들은바와 상이(相異)하여 몸만 바쁘고 고달프다. 더구나 그 친구 집에 찾아 갈 때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바쁜 친구에게 자꾸 귀찮게 하는 것도 예의도 아니고, 더 이상은 친구의 신세(?)를 지는 것도 죄스럽고 송구하여 전화 하는 것마저도 더 이상은 못 하겠다.
![곶감 011.jpg 곶감 011.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60241_f532f4593be3ca86aad7af8dff974706.jpg)
여러 실험용 곶감이 가지런히 널려 있다. 성공이든 아니든 우선 내가 손수 저런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 실패하면 또 다른 방법으로 도전해 보면 되니까...
안 되겠다. 기술, 노하우 이런 것들이 어디 손쉽게 얻어진다면 누가 기술이나 노하우라고 하겠는가. 남들은 수십 년 익힌 결과물을 단 몇 차례의 귀동냥과 메모 질로 얻어 내려는 내 심보가 걸러 먹었다고 대오각성을 한 뒤 시행착오를 격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겠는가. 하여....
![곶감 012.jpg 곶감 012.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60443_15fdfcd323d4031338fe3ca55f30115e.jpg)
<천등산 오씨네 꿀 곶감>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실험은 계속 된다. 5번은 유황처리 후 72시간 째 말리는 실험용 곶감이다. 쭈글 쭈글 거의 곶감의 형태가 되었다. 모양이 좀 거시기 해서 그렇지.
![곶감 013.jpg 곶감 013.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60726_68792be3b06dabfb7094bab465f002aa.jpg)
마지막 6번째 실험용 곶감은 40도 열에 120시간을 건조해 보려고 막 집어 넣은 것이다. 만약 이놈이 성공한다면 곶감을 생산하는데 있어 약 두 달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맛이 있어야겠고 상품성이 잇어야 겠지만....그러나 나는 왠지 어떤 화확물질을 가미 않고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천등산 오씨네 꿀 곶감>이 말이다.
지난주 월요일 상주시장 감 공판장을 찾았다. 직접 경매에 참여할 수는 없고 경매가 끝난 상품을 얼마간의 수수료를 더하여 약70만 원어치 20상자를 샀다. 숫자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들은 얘기로는 대충 100여 개씩 들었다니 2000여 개? 감을 깎아 거는 도구, 유황, 알콜(식용주정)등등, 마지막으로 감을 깎는 기계를 사러 갔더니 이미 늦었단다. 그냥 손으로(수동)깎으란다.
![곶감 015.jpg 곶감 015.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61136_3ee921e86369f05891ae6a38d84d780d.jpg)
시간이 지체 되어 홍시가 되 버린 감들이다. 이 놈은 뒤곁에 잘 모셔다가 두면 한겨울 땡땡 얼어, 이 산골에 손님이 오시더라도 겁날 게 없다. 뜨끈뜨끈 군불을 때고 맛나게 대접해 드릴 수 있으니....
더구나 감을 깎아 걸 대(臺)(덕장용 파이프)를 만들어 주겠다고 한 ‘고 사장’이 일이 바빠서 피일차일 하는 바람에 감을 사 두고도 사흘을 보냈다. 에에이~! 곶감이고 지랄이고 홍시나 만들고 그것도 남으면 감식초나 만들자. 내가 언제 곶감으로 죽고 살던 놈인가? 하며 맘을 편히 먹고 있는데, 지난 목요일 아침 일찍 고 사장이 무언가 뚝딱거리고 조이더니만 임시 덕장(실험용)이 만들어 졌다며 보고를 한다. 그날 오후부터 마누라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둘이서 손수 감을 깎기 시작했다.
![곶감 017.jpg 곶감 017.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61448_eaf2fe836e952360ed350e3256d034b4.jpg)
![곶감 018.jpg 곶감 018.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61501_0c22d2da9f0c2589ecef1523aed7f483.jpg)
감을 깎고 홍시를 만들고 그래도 남아도는 게 있다. 너무 익어 물러 터진 것과 감껍데기 말이다. 이놈들을 어릴 때 말려서 한 호주머니 넣고 간식으로 했지만, 요즘같이 간식꺼리가 넘치는 세상에....하여 물러 터진 것과 감껍데기를 한데 모아 저렇게 비닐봉지에 싸고 단지에 넣어 둘 요량이다. 아래 채 창고에서 한 삼년 가면 감식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안 되면 말고...
감을 사는 시기도 늦었지만 다시 사나흘을 방치 했더니 이미 홍시가 되다만 놈이 반이다. 어찌어찌 골라가며 깎아 널긴 했지만 저것들이 과연‘곶감’이 될까? 순간 나의 잔머리가 돌기 시작한다. 곶감은 엄밀하게 땡감을 깎아 건조 시킨 거 아니던가. 더구나 요즘은 옛날처럼 하얀 분이 앉을 정도로 말리는 것도 아니고 반 건신지 뭔지 하며 곶감을 제조(?)하지 않든가. 그렇다면.....음~!! 지난 가을 고추를 말려 보겠다고 사둔 건조기가 있질 않던가. 그 놈을 한 번 활용해 봐!?
![곶감 016.jpg 곶감 016.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61927_32f9f97ab16252bfc7d8024198051ade.jpg)
건조기를 이용한 곶감 말리기가 성공 한다면, 이 사업을 맡아서 할 놈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남아도는 창고에 시설 확장을 해주고 저온 냉장고도 설치해 주면 좋은 사업꺼리가 될 텐데... 아들놈도 좋고 사위 놈도 좋고,,,,에효~! 이런 걸 대갈빡 써가며 만들면 뭣하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성질 더럽고 급한 게 실수도 많고 손해도 많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은 생각과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는 거다. 당장 두어 판 100여 개를 건조장에 넣고 말리기 시작했다. 물론 비뚤배뚤 깎은 것은 덕장에 걸어 놓으며. 드디어 필명‘막일꾼’선배님께서 작명해 주신<천등산 오씨네 꿀 곶감>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곶감 001.jpg 곶감 001.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chosun.com%2Fweb_file%2Fblog%2F432%2F10932%2F5%2F20121114_062233_2377d002ce740e8b03afd0506b37fb5f.jpg)
마지막 희소식 하나. 위의 사진 중 '5번'놈을 다섯 개 꺼냈다. 한 개는 동서 김 서방이, 한 개는 마누라가, 한 개는 딸 아이가, 나머지 두 개는 이곳에 내려와 있는 쌍둥이 손녀들이 먹었다. 중요한 것은 너무 달고 맛있다고 극찬이다. 감을 깎아 4일만에 곶감이 되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내가 감이나 곶감을 못 먹는 사실이다.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