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만화 작가나 지망생, 혹은 게임 기획자 등. 다양한 스토리를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엔씨소프트가 무료로 배포한다.
엔씨소프트의 비영리 공익 재단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18일 삼성동 엔씨소프트 R&D 센터에서 제작 발표회를 갖고,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인 <스토리헬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무료 배포 계획을 밝혔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의 이재성 전무는 “게임은 문화콘텐츠고, 문화콘텐츠가 잘 되려면 영화나 소설과 같은 문화콘텐츠 모두가 잘 되어 창작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 등 모든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고민은 결국 좋은 스토리다. 이번에 발표한 <스토리헬퍼>가 창작자들의 스토리텔링은 물론, 문화콘텐츠 업계 전반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엔시소프트문화재단과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가 공동개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발을 지원한 <스토리헬퍼>는 공식 홈페이지(http://storyhelper.co.kr/)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의 이재성 전무.
■ 스토리헬퍼는 한국에 걸맞은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
다음은 제작발표회장에서 있었던 일문일답이다.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의 이인화 교수(왼쪽)와 김명준 교수.
모티프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 라인 설계를 강점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상황이나 장면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경우에도 유용한가?
이화여대 이인화: 이야기가 시작되는 데는 인물이 처한 상황 못지않게 이를 직면하는 인물 내면의 모순과 불일치가 중요하다. <스토리헬퍼>는 이러한 사건과 인물 내면의 샘플을 제공하고, 이로부터 이야기 전개를 유추하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때문에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이인화 교수가 소설 <지옥 설계도>를 출판하면서, <스토리헬퍼>를 이용한 덕분에 초고로 썼던 15,000매 중 2,000매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완성버전의 효용은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는가?
이인화: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기가 완성한 작품 분량의 10배 분량의 초고를 쓴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 전개를 잘못 잡아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원고가 대부분인데 <스토리헬퍼>를 이용하면 이 부분을 크게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양을 말하진 못하겠지만 20,000매의 원고를 쓴다면 그 중 몇 천 매 정도는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순문학은 장르 문학보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 모티프나 플롯을 덜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문학 작가들에게 <스토리헬퍼>의 효용이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는가?
이인화: 스토리텔링에 있어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구분이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스토리헬퍼>의 DB와 툴은 모든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사전 테스트에서도 모든 작가들이 <스토리헬퍼>에 대해 고른 호의를 보였다.
한 편 이상의 작품을 출판한 전문작가는 <스토리헬퍼>가 추출해주는 유사 플롯 작품 리스트에 호의를 표했고, 초보 작가들은 작품의 플롯과 시나리오를 편집하는 툴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스토리헬퍼>를 이용하는데 있어 IT기술에 대한 친화도 때문에 꺼릴 순 있어도, 자신이 다루는 문학장르 때문에 꺼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토리헬퍼>에는 1,400여 개의 영화를 분석한 데이터가 들어가 있다고 들었다. 혹시 저작권 면에서 문제가 있지는 않은가?
이인화: 그렇지 않아도 <스토리헬퍼>를 개발하며 가장 신경쓴 문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의결과 다행히도 우리 DB는 2차 창작 범주에 들어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더라. 영화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담은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분석한 데이터를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리헬퍼>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기존 작품들을 분석해 플롯과 아이템을 추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기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이인화: 플롯은 스토리와 다르다. 세상 대부분의 작품은 기존 작품의 플롯을 공유하고 있으며, 독창적인 캐릭터와 디테일, 주제 등으로 자신만의 독창성을 확립해 나간다. <스토리헬퍼>가 제공하는 DB는 플롯의 구성을 단단하게 해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주제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또한 <스토리헬퍼>에는 다른 작품과 자신이 창작한 작품의 플롯 유사도를 비교하는 기능도 있다. 이를 이용하면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독창적인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스스로 경계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쓰이는 <파이널 드래프트> 등의 프로그램과 <스토리헬퍼>를 비교한다면?
이인화: 가장 큰 차이점은 DB다. <파이널 드래프트>의 강점은 DB가 아니라 작가가 스토리 창작에 기여한 것을 수치화시켜주는 장치다. 집단창작이 활성화된 미국이기에 가능한 장치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집단창작 시스템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고, <파이널 드래프트>같은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도 없다. 그래서 <스토리헬퍼>는 DB기능을 강화해 작가들의 창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스토리헬퍼>는 어떻게 제공하는가?
이화여대 김명준 교수: <스토리헬퍼>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웹기반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으나, 모바일에서는 일부 기능이 지원되지 않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이 부분은 빠르게 고치도록 하겠다.
1,400여건에 달하는 영화의 데이터가 등록되어 있다. 혹시 앞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업데이트도 고려하고 있는가?
엔씨소프트 이재성 전무: 유지보수와 데이터 업데이트를 위한 합리적인 수준의 재정은 앞으로도 계속 지원될 예정이다.
앞으로 <스토리헬퍼>를 이용한 시나리오공모전을 개최할 계획은 없는가?
이재성: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일단은 <스토리헬퍼>가 어떻게 현장에 안착하느냐가 먼저일 것 같다. <스토리헬퍼>가 창작자들에게 잘 쓰이고, 사회적으로 의의를 갖게 된다면 그 다음에 생각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