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지난 여름의 살인적인 더위는 끔찍한 악몽이었다. 더위에 유독 맥을 못 추는 나로서는 여름이 어서 가기를 바랄 뿐 별 다른 대책이 없다. 이제 다시 아름다운 꿈처럼 펼쳐지는 가을의 산과 들,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 그 위로 쏟아지는 반짝이는 햇살을 보면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곤 한다.
늦가을 퇴근길에 백안마을의 은행나무를 보고 나무가 꽃보다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앞을 주시하고 있는데 크고 노오란 꽃등이 지는 노을을 받아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 때 그 장관을 보고서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며 쓸쓸한 계절이다"라고 하는 것은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올 가을은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었던, 유난히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 보였고, 또 그 아름다움과 그것이 주는 새로운 의미에 푹 빠져드는 것도 나이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겨울의 혹독한 칼바람을 이겨내고 이른 봄부터 새 잎 틔워 한 여름 내내 푸르름을 뽐내다가 가을 옹골찬 열매 맺고선 떠날 때가 되어 온 몸의 진액을 노오랗게, 빨갛게 불사르고 미련 없이 홀홀 낙하하는 고운 잎들을 보면서 우리 인간들도 저와 같이 아름답게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세상은 온통 전쟁판이다. 9.11테러에서 이라크 전쟁, 자살 폭탄 테러, 유가 상승, 물가 상승, 환율 폭락, 생활고에 찌든 자살의 증가에 이르기까지. 산다는 것이 갈수록 가파른 고비길이니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잡다한 생활, 그 답답함에서 벗어나는 길은 산행(山行)이 아닐까 싶다. TV에서 가을의 설악산이며 금강산의 모습을 보여 줄 때마다 훌쩍 떠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생각에 그칠 뿐. 낙엽이 다 지기 전의 어느 일요일. 가까운 사자평에 올랐다. 부드러운 융단처럼 펼쳐진 억새 평원. 골짜기마다 수줍은 새악시처럼 얼굴 붉힌 단풍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을 산을 보러 왔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반기며 품어 주는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산. 산에 오르는 사람 역시 그 넉넉함을 배우게 되나 보다. 힘들게 오르는 나에게 격려의 말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반갑게 인사말을 나누며 손잡아 주기도 하고 하산하던 사람은 그의 지팡이를 건네준다. 싱싱한 오이를 깎아서 주는 인심들이 산 아래의 일상(日常)에서라면 흔히 만날 수 없는 일이다. 산에 오르면 사람들은 제 분수를 알게 되고 체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모험은 하지 않는다. 다투거나 서로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는 산은 너무 웅장하고 아름답다. 그 한 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간은 겸허한 자세로 돌아가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이 되는 것일까? 2004년 10월 -끝-
복순아, 화났구나. 두 번째 COMMENT는 왜 데리고 들어가버린 거니? 내가 빨리 답글을 쓰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면 내가 미안하지 않니? 지난 13일은 문성자 알지? 성자가 아픈 후에 우리를 초청했기 때문에 거기 가느라, 학교에서는 학교일이 폭주하니까 제대로, 재빨리 답을 할 수 없었던 거야.
"살짝 기분 나쁠 뻔 했잖아"에 대해 코메디 프로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설명까지 다 기억하고 있구만. 코메디 볼 여유가 없어 네 유모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쁠 뻔 했쟎아'라는 말에 뭔가가 있음은 눈치 챘걸랑. 댓글 늦었다고, 무언의 응징이라면 너무 심한 게 아닌갑쇼? 복순아 미안해.
문성자 네가 많이 이야기 해서 알지 아주 재미있게 지내고 있구먼 생각 해 보니 코메디란 말도 옛말이야 지금은 개그라고 말하고 그 프로그램 내용이 개그 콘써트 개콘이라 하더군 그 중에서도 봉숭아 학당.... 웃을 일이 전혀 없이 사니까 거기로 채널을 돌리면 조금은 웃을 수 있지 말도 안 되게 난리 법석을 떨어서 웃기더니 요즘 보니까 키 작은 그 개그 우먼이 이 말 저말 다 생략해 버려서 재미가 없더군 비난 받을 만큼 유치해야 좀 웃기는건데 잘 생기고 못 생긴것을 소재로 해서 살짝 기분.... 그 말을 한건데 어딘가 적절치 않음이 지적 되었는지 그 부분은 사라지고 없어 나는 내 말이 유치한거 같아 지웠던거야
복순아! 요즈음 엄청 덥제? 가을치고는 너무 심한 게 아닐까 싶다가도 곧 움츠려 들 겨울을 생각하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한단다. 아주 재미 있게 지내는 건 아니고, 재미 있는 것처럼 바쁜 것처럼 하며 지내는 게지 뭐. 줄여 써는 말버릇이 언어를 모두 못 쓰게 하고 말 것 같구나.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맞닥뜨릴 혼돈의 세계가 환히 보이니까 말이다.
밀양에서 서울까지 고속철로 가면 2시간 14분 걸리는데 울산까지는 차편이 나빠 고생이 되더라. 울산에서 새내버스로 석남사(사찰)까지 와서 40분이나 기다려 밀양 오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왔다. 승객은 고작 3-4명이었고... 잣나무 축제' 준비로 좀 바쁘구나. 늙어도 할 일은 있으니....참 내...
'잣 나무 축제'란 밀양중학교의 학예회와 교내 체육대회. 장기 자랑, 가수왕 선발, 비트박스, 개그, 패션쇼, 스타크래프트 등등
이 나이에 우정 나누기가 그리 되기 쉽겠냐? 좀 더 구체적으로 진실에 가까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말이다. 그냥 친구로 늘어빠진 이야기 나누며 즐겁다고 하는 게지. 멀리서 달려올 수 있다는 것만도 장하고 거룩하지 않니? 오늘은 휴일인데도 할 일이 많아, 아니지 미뤄둔 일 처리하러 학교에 나왔다.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