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7일 쇠날 마을숲 이야기
장터에서, 수도원에서-하느님만을 나는 보았다.
골짜기에서, 산마루에서 하느님만을 나는 보았다.
촛농처럼 나는 그분 불 속에서 녹아내렸고
밝게 빛나는 그 불꽃 가운데서-하느님만을 나는 보았다.
나는 내 눈으로 나 자신을 분명히 보았다, 하지만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에-하느님만을 나는 보았다.
나는 사라졌고 무無로 돌아갔다.
보라, 모든 살아있는 것이 바로 나였다.
<수피,바비 쿠히>
새날이 밝았습니다. 안과 밖이 오롯하게 깨어 있는 나를 한 순간이라도 만날 수 있기를 염원하고, 그런 한사람을 관찰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침명상을 마치고 차담을 하는데 오가는 이야기속에 맑은 기운을 느낍니다. 주어지는 대로 그순간을 살자고 마음먹습니다.
오늘도 아침걷기명상 숲지기, 마리아와 향원이 구정과 함께 동무들과 걷습니다. 부산에서 온 마음이와 사랑이의 동무 연지와 연희, 파도도 보입니다. 유룡마을버스정류장에서 갯벌을 만나고 노월 논길을 지나 노월마을회관에 다다릅니다. 여기서부터는 형과 아우가 손잡고 묵언하며 順天판까지 걷지요. 배움터로 들어오면 어린동무들은 철봉에 매달리기를 합니다.
도서관으로 들어오면 항아리물을 한모금씩 하지요. 자기 가방을 평상위에 두기로 합니다. 관율동무는 귀중한 것이 가득 들어있는 지갑을 투포환 던지듯이 하네요.
'사랑어린 사람들은 만나면, 만나면 웃은 얼굴하며 인사나눕니다. 우리는 사랑'
노래를 부르면서 둥글게 모여 앉아요.
하루 마을숲을 하면서 "오늘의 낱말"찾기를 권합니다. 하고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 가운데 한 낱말을 찾아서 하루닫기때 나누기로 합니다.
오늘 마을숲배움은 몸놀이와 이야기밥(마을탐험), 거북이와 나들이, 스스로배움 그리고 밥모심을 합니다. 오후 1시에는 순례자 모임. 이어서 밴드와 미술, 그리고 이야기밥(책읽기)입니다. 마을숲 미술에는 수채화를 그리는 어른동무들이 오셔서 함께 합니다.
마을숲 이야기밥은 유화, 마음, 사랑, 연희와 연지가 함께 합니다. 마을탐험으로 배움터논 가는 길에 새로 지은 기와집으로 갔지요. 볕이 뜨거워서 걷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는 했지만 투정하나 없이 기와집 마당에 닿았어요.
집구경, 마당구경하면서 들었던 궁금한 것을 말해보기도 합니다. '왜 기와집을 지었을까?', '마당에는 뭘 심을까?', '이 집에는 누가 살게 될까?', '저 호수(수돗가)는 왜 저렇게 길까?' ...... 눈에 보이는 대로, 마음에 드는 대로 궁금함이 가득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기와집이 우리 마을이 되어가는 시간들을 함께 살게 되겠지요. 어느 동무의 말처럼 "우리 벼베기할때는 이 기와집 사람도 만나겠지?" 정말 그렇게 되겠지요.
유화동무 가방에서 오이와 당근, 산딸기를 꺼내서 한잎씩 나누어 먹었습니다.
마을숲 스스로배움 동무들은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뒹굴기도 하고 잠도 자고 싶고 숙제도 하고 고양이도 보고 그림도 그리겠다고 하네요. 물론 그렇게 스스로배움을 했습니다. ㅎㅎ
이번주에도 마을숲 몸놀이를 하기 위해 홍반장, 돌고래와 범고래께서 노란차를 타고 오셨지요. 아침열기를 마치고 하진동무, 다가와서 속삭입니다. "나, 몸놀이 해도 돼?" 뭔가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아서 느릿하게 "그~~럼"했지요. 하루닫기할때 하진동무는 피구도 하고 줄넘기도 했다고 말해 줍니다. (물론 깊은 뜻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점심밥모심을 위해 구정은 쌀을 씻어 안치고, 해리는 언제나처럼 칼질을 하고 냄비에다 요리를 하시고, 우리 밥선생들은 상차림을 준비했어요. 눈에 보이는 손길,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차려준 밥상을 내 앞에 잘 모셨습니다.
명상수련원에는 배움지기일꾼들과 동무들이 둘러앉아 순례자모임을 했어요.
마을숲 미술은 오늘도 흥미롭게 배움이 일어나는 자리였어요. 수채화를 그리시는 다섯분의 어른동무들이 어린동무와 짝을 이루어 스스로 그림을 그립니다. 태율동무는 30분이상을 집중하며 세편의 그림을 완성하였다네요. 함께 한 어른동무들이 우리 동무들의 그림을 보고 아주 놀라워하셨어요.
오후 마을숲 이야기밥은 권정생할아버지의 <강냉이>를 김환영작가의 그림으로 읽었어요. 안동사투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쫌 아쉽기도 했지요. 그리고 이어서 읽고 있는 <몽실언니>를 봅니다. 처음에는 다섯 동무들이 옹기종기 모였지만 점점 읽어갈수록 아시겠죠? ㅎㅎ 그래도 읽는 보리밥과 마음이는 온통 몽실이가 들려주는 인생이야기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몽실이가 다니는 야학의 최선생이 들려주는 '인생'이야기는 권정생선생님께서 우리들한테 들려주시는 거겠지요. 아~.
마을숲 밴드는 늘 기다리고 기다리는 어린동무들이 있기에 든든합니다. 하루닫기를 할때 배움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밴드 동무들은 뭔가 채워진 느낌이 들어요. 악기든, 작곡이든.... 진지하고 밝습니다.
이제 저마다 마을숲배움을 마치고 하루닫기를 위해 도서관으로 옵니다. 2021년 배움터에서 자란 매실로 만든 차 한잔과 향원이 주신 사탕 한알, 저마다 "오늘의 낱말"로 하루닫기를 합니다.
오늘의 낱말:코드,줄넘기,언연,밴드,부자,기와집,피구,잠,기와집,공간,트럭,기와집,물,수국,생일축하해,그림,의자,고양이
이렇게 마을숲이 자랄 수 있도록 몸으로,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