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식품업계는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 내수경기 불황에 의한 소비 침체,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 등의 영향으로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원재료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제품 가격에 다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많은 식품기업들이 핵심 제품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원가절감 등을 통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의 경영지원실 산하 SCM팀의 김용희 과장을 만나 그가 겪어온 물류 경험과 국내 식품기업에 적합한 물류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물류는 가치의 합리적 배분” CJ제일제당에서는 식품, 제약, 생물자원, 소재와 바이오 등 각 사업부문의 SCM팀과 회사 전체의 물류를 관장하는 경영지원실 산하의 SCM팀이 물류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경영지원실 SCM팀에는 16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사의 공급망 관리를 비롯해 구매, 생산, 수요예측, 판매, 수출입, 물류 등 SCM과 관련한 전략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용희 과장은 2001년 동국제강그룹에 입사하면서 물류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김 과장은 “동국제강에서 재고 관리, 수출입 관리 등 내륙 운송 업무를 담당하면서 물류업을 시작했다. 당시 근무를 하면서 물류 없이는 어떠한 산업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물류산업은 절대 사양사업이 될 수 없는 산업으로, 그 비전을 보고 물류산업에 인생을 걸어보기로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이한 것은 김 과장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해 동국제강에 입사하기 전까지 전혀 물류를 접해본 적이 없다는 것. 그는 입사 면접 시 대학에서 물류를 접해본 적이 없을 텐데 왜 물류업무를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공부한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이에 반해 물류는 적정하게 생산한 것을 적정하게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가치의 합리적 배분이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가치를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가 라는 ‘가치의 배분’ 측면에서 정치와 물류는 같은 길이라 생각한다.”
물류가 가치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생각은 김 과장이 물류업과 함께 한 지난 10여 년 동안 줄곧 변함이 없다.
인천항만 플래너실에서 많은 경험 쌓아 동국제강 근무 시절 철강 제품의 수출입이 대부분 항만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항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김 과장은 세계 최대의 항만 운영사인 싱가포르의 PSA(Port of Singapore Authority)에 들어갔다. 김 과장은 PSA의 인천 운영팀에서 근무한 3년에 대해 “1년 365일 가운데 363일을 근무할 만큼 무척 힘들었지만 물류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곳”이라고 정의했다.
“항만 터미널은 물류를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차량 인도, EDI 인식에서부터 시작해 야드 시스템 관리, CIC(Container Inspection Center), 관세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쳐 플래너실에 입성했다.”
항만에 선박이 들어오고 나가는 순서부터 컨테이너를 선박에 오르내리는 순서까지 모든 스케줄을 관리하는 플래너는 항만 운영의 핵심이다. 플래너실은 해양대 출신이 대부분 이다. 항만에서 일어나는 모든 양적하 작업을 플래너실에서 관리하므로 선박, 야드는 물론 컨테이너까지 물류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플래너가 선박 내에서 근무할 일은 없지만 선박에 대해서 선박에서 근무하는 사람만큼 알 필요가 있다. 플래너가 배에 짐을 어떻게 싣느냐에 따라 배가 옆으로 기울수도,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승선 경험이 있는 해양대 출신자가 플래너실에 많다”며 플래너실에서의 근무를 통해 항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류 업무를 배웠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선적서류와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시스템을 통해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이 어디에 있고, 어떠한 상태이며, 컨테이너의 적재위치를 파악하여 하역과 통관, 픽업까지 얼마나 걸릴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 물류효율화는 스케줄 조정, 즉 시간 관리에서부터 시작한다”라고 강조했다.
물류비 절감을 위한 CJ GJS·CJ제일제당 CFT에 합류 김용희 과장은 2006년에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학술석사과정에 들어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영국에서 연구한 이상윤 담당교수와 싱가포르의 저명한 해운·항만 전문가인 통 존(Tong zon) 교수의 지도로 항만 공부를 더욱 심도 깊게 했다.
김 과장이 졸업 논문으로 쓴 ‘컨테이너 터미널 정보화 영역이 컨테이너 터미널 경쟁력과 고객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세계적 권위의 학회지와 학회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싱가포르국립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E-Transformation in port management”라는 주제 논문도 발표했다.
늦깎이 공부를 마친 후에 김 과장은 CJ GLS 국제물류사업본부에서 물류업을 다시 시작했다. 항공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포워딩과 특송 업무가 주요 업무로, 그와 관련한 실적 분석, 해외법인 관리, 신사업 개발 등을 담당했다. 2년간 근무하면서 항만 배후부지 검토, 인천공항 특송창고 증설, 네덜란드의 유럽법인, 브라질법인 설립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한 가운데 CJ GJS와 CJ제일제당이 물류비 절감을 위해 만든 CFT에 합류하면서 물류 효율화 업무에 뛰어들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설탕을 제조하는 제일제당 1공장이 인천에 있어서 인천항을 이용해 설탕을 많이 수출했는데, 현지에 도착한 설탕이 고화돼 힘들게 운반한 제품을 전량 폐기하는 일이 많았다. 폐기된 설탕의 제조비뿐만 아니라 운송비까지 생각하면 손해가 엄청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던 중 컨테이너의 상태가 제품 상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근본 원인의 개선에 주목했다. 그래서 컨테이너터미널과의 전략적 협업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보영역의 개선으로 효율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그 후, 지금의 제일제당 경영지원실 SCM팀으로 자리를 옮겨 CJ 제일제당의 국제물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항공 및 해상 수출입 관리, 통관하역, 해외법인 SCM 개선 등에 주력하고 있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물류 효율화 김용희 과장은 수출입 물류네트워크 최적화 및 글로벌 물류운영 전문가다. 작년에는 미국 서부지역에서 분산 운영되던 창고의 통합운영을 제안, 검토, 실행했고, 올해 초 LA 지역에 통합 물류센터를 오픈하여 물류비 절감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동부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미국 전 지역의 SCM 최적화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김 과장은 “회사의 수익은 매출비, 판매관리비, 영업이익을 더하고 빼서 만들어낸다. 그런데 높은 영업이익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반면에 판매관리비에 해당되는 물류비의 절감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다. 따라서 물류비의 절감, 즉 물류의 효율화가 기업의 수익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물류비 절감에 힘쓰고 있다. 이른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업의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파악해야만 한다. 제조공장에서부터 배송, 운송 등 기업의 전반적인 물류 흐름을 분석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개선해야만 한다. 이 개선을 통해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면 장기 저성장기 시대를 수월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과장은 “물류 효율화 업무는 성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 또한 과거의 업무 경험과 배움을 실제 상황에 접목할 수 있어서 더욱 즐겁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물류 효율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