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도봉산 지역)
2015년 산악사고 통계분석(민병준)
자료출처 : 사단법인 한국산악회 안전대책위원회
<연간 탐방객 추이>
2014년도 : 7,282,268명
2015년도 : 6,371,791명
2016년도 : 6,087,156명
1. 2015년 산악사고
2015년 북한산 도봉산 지역에서는 총 125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연평균 사고건수에 한참 밑도는 수치인데, 산악사고 백서, 북한산 도봉산1939~2014에 실린 통계를 보면, 2010년대 전반기인 2010~2014년의 연평균 사고건수는 308.4건이었다. 그런데 2015년에는 그 절반도 안되는 125건만 기록에 남아 있다.
이는 앞서 국립공원관리공단 통계자료의 ‘연간탐방객 추이’에서 살펴보았듯이 2015년 무렵부터 탐방객의 숫자가 중러든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러나 탐방객 감소에 따라 산악사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서라기보다는, 이전 기록에는 ‘안전귀가’나 증상이 미미한 ‘경상’도 충실히 남아 있었으나 2015년에는 이러한 경우 기록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실제로 2015년 북한산관리사무소와 도봉사무소의 기록을 보면 경상은 단 1건만 남아 있다. 2014년에는 경상이 무려 111건이었다. 또한 북한산과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의 자세한 사고일지가 남아 있지 않아 이번 통계에 포함하지 못한 것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청할 수 있다.
1) 지역별 분석
2015년 한 해 동안 북한산. 도봉산 지역에서 발생한 총125건의 산악사고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한산 지역 72%(90건), 도봉산 지역 28%(35건)였다. 이 해에는 북한산에서 일어난 사고가 도봉산에서 일어난 사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15년 역시 예년 통계와 마찬가지로 북한산에서의 사고 건수가 도봉산에서의 사고 건수를 여전히 넘어서고 있는 경향을 유지하고 있다. 76년간(1939~2014년) 북한산과 도봉산 사고는 평균 57:43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는데, 2010년대 전반기 2010~2014년 5년간의 사고 통계를 보면 북한산 67%, 도봉산 33%였다. 2015년에는 2010년대 전반기 평균치보다 북한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5%p 높았음을 알수 있다(좀 더 자세한 지역별 분석 원인은 2016년 ‘지역별 분석’내용 참조).
2)결과별 분석
2015년 북한산 ․ 도봉산 지역에서 발생한 총 125건의 사고를 결과별로 살펴보면, 사망4%(5건), 중상95.2%(119건), 경상 0.8%(1건)였다. 사망사고로만 본다면 5건의 사망사고는 북한산 도봉산 지역의 2010년대(2010!2014년) 연평균 사망자(18.8명)에 비해 무려 13.8명이나 적다.
2010년대 중반인 2015년에 이렇게 전체 사고도 감소하고, 사망자 수도 급격히 줄어든 일은 상당히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지만 이는 산악사고에서 사망자 수가 줄어든 영향이라기보다는 자살 ․ 변사자가 통계에서 빠진 게 가장 큰 원인이지 않을까 추청된다. 이전 기록을 보면 2010년대에는 자살 변사자가 연평균 10명 내외였으나,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2015년 기록에는 단 1건도 남아 있지 않아서다(참고로 북한산경찰산악구조대 2015년 기록에는 변사가 2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자세한 기록일지가 남아 있지 않아 분석에는 포함하지 못했다).
2015년에 발생한 5건의 사망사고를 지역별로 보면 북한산에서 80%(4건), 도봉산에서 20%(1건)였다. 북한산에서 발생한 4건의 사망사고를 장소별로 살펴보면, 암벽등반에서는 인수봉(1건), 리지등반에서는 염초봉(2건), 일반등산로에서는 용출봉~용혈봉 구간의 일반등산로(1건)였다.
인수봉 사고는 6월 13일 인수봉 ‘취나드B코스’에서 발생한 낙석 관련 사고였다. 당시 낙석사고로 40대 여성 클라이머 1명이 사망했고, 50대 남성 클라이머 3명이 중상을 입었다(자세한 분석은 다음의 ‘원인별 분석’참조).
릿지등반에서 2건의 사망사고는 6월과 9월에 발생했는데, 장소는 모두 염초봉이었다. 염초봉은 북한산의 백운대 서쪽 원효능선에 솟은 해발 662m의 봉우리다. 북한산국립공원 최장의 암릉인 원효능선은 원효봉, 염초봉, 백운대로 이어진 암봉들이 빼어나 인기가 높은 릿지 코스다. 원효능선의 염초봉은 전체가 거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봉우리로 꼽히는데, 실제로 이곳에서는 추락으로 인한 사망 사고와 골절 사고가 매년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2006년에는 한 해에만 최소 8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나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고, 2015년에도 2명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일반 등산로에서의 사망사고는 10월에 용출봉~용혈봉 사이의 탐방로에서 발행한 사고다. 이는 개인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였다.
2015년에는 도봉산에서 1건의 사망사고가 발행했다. 9월 23일 오후 4시 여성봉에서 오봉탐방지원센터 200m 지점에서 50대 여성 등산인이 추락사한 것이다. 이곳은 일반등산로인데, 사고를 당한 여성 등산인은 일반등산로 도보산행 중 암벽지대인 사고지점에서 주변 경관을 촬영하다 실족해 벼랑으로 추락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북한산 도봉산 지역은 세계적인 대도시인 서울 근교에 위히함에도 산이 험해 일반등산로에서 추락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근대 등산이 시작된 이후 북한산 도봉산 일반등산로에서의 사망사고는 1947년 백운대에서 처음 발생했다. 당시 은행원이던 젊은 여성이 백운대를 오르던 중 바람에 날리는 스커트를 잡다가 추락사한 것이다.
요즘도 바람에 날리는 모자를 잡다가 혹은 사진을 찍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은 북한산 도봉산 지역에선 일반등산로에서도 이따금 발행하는 산악사고의 한 유형이니 일반등산로라 해도 험한 구간에서는 더욱 주의를 집중해야만 한다. 특히 근래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다. 이에 비례해 안전사고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이니,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담을 때는 반드시 안전한 위치에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한 후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한편, 2015년 중상은 119건으로 기록돼 있는데, 비율은 무려 95.2%나 차지하고, 경상은 단 1건으로서 비율은 0.8%였다. 2015년 중상(119건)은 2010년대(2010~2014년) 연평균 중상 건수인 143.4건에 비하면 24.4건이 적지만, 결과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이렇게 높게 나타난 까닭은 어떤 유의미한 원인이 있어서라기보다는 2015년에는 경상이 사고 기록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3) 장소별 분석
2015년에 북한산 도봉산 지역에서 발행한 125건의 산악사고를 장소별로 보면, 암벽22.4%(28건), 릿지 13.6%(17건), 일반등산로 64%(80건)였다. 북한산 도봉산 지역에서 첫 사망사고가 발행한 1939년 이후 76년간(1939~2014년) 산악사고의 유형은 암벽 24%, 릿지 18%, 일반등산로 58%였다.
이와 비교해 보았을 때 2015년은 암벽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고, 릿지에서는 76년간(1393!2014년) 평균치보다 4.4%p 정도 높게 발생했다.
2015년의 산악사고(125건)를 지역별 장소로 살펴보면, 북한산(90건)은 암벽 24.4%(22건), 릿지 12.2%(11건), 일반등산로 63.3%(57건)였다. 즉 북한산에선 암벽등반 사고가 릿지등반 사고 건수보다 2배나 많았음을 통계에서 알 수 있다. 도봉산(35건)은 암벽이 17.1%(6건), 릿지가 17.1%(6건), 일반등산로가 65.7%(23건)였다. 즉 도봉산에서는 암벽과 릿지에서의 사고가 각각 7건으로 같았다.
릿지등반 중 사고를 보면 최근의 2010년대(2010~2014년)에는 연평균 52.2건이 발생했는데, 2015년에는 17건으로 무려 35.2건이 줄어 들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이후 릿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관련 단체와 언론 등에서 안전교육과 계도활동을 펼치면서 릿지 등반인들의 안전의식이 점차 높아진 게 큰 원인이 아닐까 여겨진다. 또한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에서도 릿지 코스 초입에 안전요원을 배치해 로프 안전벨트 헬멧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등반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기록에는 릿지 사고가 일반등산로 사고로 올라갔을 개연성도 있다. 사고자가 릿지와 일반등산로가 근접한 곳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구조 요원에게 “일반등산로에서 당한 사고”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2015년 북한산 도봉산 지역에서 발생한 산악사고(125건) 중 일반등산로는 64%(80건()였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일반등산로에서의 사고 건수도 세월이 흐를수록 급증한 편이다. 일반 등산로에서의 사고를 연평균으로 보면 1940년대 56.5건, 2000년대 160건, 2010년대(2010~2014년) 202.4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15년에는 갑자기 절반 이하로 줄어든 79건으로만 기록에 남아 있다. 이는 아마도 일반등산로에서의 사고건수가 갑자기 급격히 줄어들어서라기보다는, 과거 기록과 비교해 보았을 때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에서 일반등산로에서의 경미한 사고등은 기록에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할수 있다.
4) 원인별 분석
2015년 북한산 도봉산 지역에서 발생한 산악사고(125건)를 원인별로 살펴보면, 실족이 66.4%(83건)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추락이 31.2%(39건), 심장관련과 탈진과로가 각각 0.8%(1건)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76년간(1939~2014년) 통계는 실족 40.8%, 추락 34%, 실종고립이 6.4%, 자살 변사가 2.6%였다.
66.4%에 이르는 2015년의 실족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산 도봉산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악사고에서 일반적 원인 중에는 실족이 차지하는 부분의 비율이 가장 높다.
실족은 산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겪는 일이지만, 북한산이나 도봉산처럼 험한 바위산이라면 단순 실족이 추락으로까지 이어져 골절상이나 심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족이 일반등산로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까닭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북한산 도봉산은 가파른 벼랑과 암릉 등 그만큼의 위험성이 높은 산세 때문이다.
2015년에는 사고원인이 신체 관련인 경우는 1건이었다. 이는 심장 관련 사고였는데, 76년간(1939~2014년)의 사고 기록을 살펴보면 신체적인 원인에서는 심장 관련 사고가 적지 않았고, 이러한 심장 관련 사고는 사망에 이를 확룰이 아주 높았다. 심장마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응급처치에 필요한 골든타임은 4분인데, 대부분 산속이라 응급상활시 안전요원이 골든타임인 4분 내에 환자에게 접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장 관련 사고는 심장동맥의 동맥경화와 이로 인한 심근경색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심근병증 심근염 부정맥 심장판막질환등이 원인이 된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입산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편, 지난 76년간(1939~2014년) 2.6%나 차지하였으며, 2010년대 연평균 10건이나 되던 자살 변사는 2015년도에는 1건도 기록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의 ‘결과별 분석’에서 밝힌 대로 북한산 산악경찰구조대 총계엔 변사가 2건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지만, 아쉽게도 세부적인 기록이 없어 자세한 통계에는 포함하지 못했다.
자연재해에서는 낙석으로 인한 큰 사고가 있었다. 사고는 2015년 6월 13일 오전 9시 51분, 북한산 인수봉 취나드B 지점에서 암석이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이 낙석의 여파로 40대 여성클라이머 1명이 사망했고, 50대 남성 클라이머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북한산관리사무소 사고기록에는 사망자는 사고 원인을 낙석으로 분류했고, 나머지 중상자들은 낙상(넘어짐)으로 분류했다.
낙석은 바위를 지탱하던 하단부가 풍화작용으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자연 현상이다. 또 인간의 간섭에 의해 인위적인 낙석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낙석은 자연의 풍화작용으로 지반이 응결력을 잃고 바윗덩어리가 굴러 떨어지는 ‘자연 낙석’, 지반이 약해진 바위나 돌을 인간이 충격을 주면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낙석’ 두 가지로 나눈다. 노년기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북한산 도봉산 지역은 자연 낙석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또 바위나 돌을 등반 중 실수로 건드리면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낙석이라 해도 결국은 풍화작용에 의해 낙석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한편, 당시 이 낙석사고로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인수봉 낙석방지대책회의를 구성해 한국산악회 안전대책위원회를 비롯해 대한산악연맹, 서울시산악연맹, 서울산악조난구조대, 한국대학산악연맹에서 관련자들이 6월 25일 사고 원인을 짚고, 인수봉 오아시스 상단의 낙석위험이 있는 암석 처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당시 관리사무소는 ‘◈안전 모니터링 기간 운영(2~3년간 전면 통제) ◈낙석 위험 루트 통제 ◈오아시스 상단 암석 제거 후 개방’의 3개안을 제시했고, 관련 단체들은 오라시스 주변의 낙석위험 지역을 돌아본 후 인수봉 전면 통제 조치는 가급적 빨리 해제하고 오아시스 부근의 낙석위험 암석들을 제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관리사무소는 이 구간에서 낙석 위험이 큰 15t짜리 암석을 처리하기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한 후 5t의 암석을 파쇄해 석축을 쌓아 보호망을 씌웠으며 나머지 암석 10t은 구멍을 뚫어 철심으로 고정했다. 이 작업을 위해 낙석사고가 발행한 6월 13일부터 9월 4일까지 인수봉 등반을 전면 통제하기도 했다.
76년간(1939~2014년) 통계를 보면, 자연재해는 전체 원인 중 비율이 1.3%(54건)이었다. 자연재해를 다시 원인별로 살펴보면 낙석은 자연재해 중 절반에 이르는 27건이나 발생했다. 즉 낙석은 북한산 도봉산 지역의 자연재해 중 가장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유형이다. 1973년 도봉산 선인봉에서 낙석에 맞아 최초로 사망사고가 발행한 이후 낙석은 전문 등반가는 물론 일반 등산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