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캠핑 소고
나는 왜 캠핑을 가는가?
먼저, 나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평소에 나는 혼자만의 고요하고 집중된 시간을 갖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일을 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말을 함으로 성취되어 지는 많은 일을 해 왔다. 그래서인지 혼자 조용하게 있는 시간을 더 갈구하였던 것 같다. 혼자 있으면 갑갑한 것이 아니라 호젓하며 그 시간 또한 즐기며 다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나’일지라도 산우들과 함께하는 캠핑은 마음 설레게 한다. 숲에서 공통의 취미를 갖은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내가 평소 관심 갖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롭다. 몸을 아끼지 않고 주위를 즐겁게 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자연히 웃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 시간들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번 캠핑에서는 K와 A, J의 이야기에 개그프로의 생방송에 와 앉아있는 착각이 들 지경으로 재미있었다. 엔돌핀이 흠뻑 나올 것 같은 ‘참 좋은 시간이다’ 라고 생각할 즈음 ‘너무 웃어서 더 늙게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어서 사고의 다양함을 느끼며 또 배우는 시간이었다.
음식을 함께 해 먹는 일이 즐겁다. 일상적으로 내가 먹는 음식은 우리 가족의 음식취향 스타일에 국한되어 있는데 캠핑기간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먹거리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대도 되고 흥미롭기도 하다. 모처럼 포식을 할 수 있는 기간이라서 나의 신체 중 일부는 이 시간 들을 꽤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로컬에서 수확한 헤이즐럿을 집에서 손수 볶아서 갖고 오는 친구, 맛있는 찰떡을 맞춰서 갖고 오는 친구, 건강을 챙기자고 멸치와 북어채 간식까지 챙겨오면 황송할 따름이다. 너무 맛있어서 ‘마약달걀’이라고 이름 붙인 반찬, 각종 한국식 밑반찬들을 함께 나누려고 갖고 오는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들의 마음까지 나누다 보면 음식쓰레기 줄인다고 딱 맞게 갖고 온 나의 태도가 옹색해 보여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사랑을 곁들여 나누는 음식은 생각을 무장해제 시키고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캠핑장에는 안전하게 모닥불을 피우라고 잘 준비되어져 있다. 그 모닥불에서 옥수수, 고구마와 호박, 머시멜로 등을 구우며 그 재료들을 준비한 손길, 그것을 구워 주는 손길, 뜨거울 때 맛을 보라고 한입 떼어주는 따뜻한 마음에 가슴까지 따뜻해지고, 예전에 이러한 시간을 가졌을 때의 추억이 떠오르며, 더구나 잔잔한 노래까지 부르면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서로가 지난날의 소중했던 추억들을 조금씩 꺼내서 보여주며 밤 늦게까지 모닥불 곁에서 이야기한다. 밤에는 작은 소리라도 멀리 퍼져 나가므로 우리들은 목소리 조절을 하여 속삭이듯 이야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평소 음식을 절제하면서 살던 몸은 이게 웬 일인가 하며 어리둥절하고 있고 모처럼 늦은 밤에까지 잔소리 듣지 않고 간식을 먹으니 행복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숲에서 자는 것은 즐겁다. 굳이 ‘삼림욕’ 단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나의 몸은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공기의 변화에 민감한 나의 기관지를 비롯하여 신체 구석구석에 신선한 활력을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문이 콕 닫힌 차박이 아닌, 공기가 순화되는 텐트안에서 그것도 캠핑침대와 계절에 맞춘 푹신한 오리털 침낭, 높이를 맞춰주는 에어베게 등이 합작하여 나를 편안하게 해주어 숲에서의 밤은 나에게 꿀 잠을 선물한다. 도시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고 불빛이 없는 숲에서의 잠은 집에서 잘 때 보다 훨씬 깊은 잠에 이르게 한다. 중간에 잘 깨지도 않고 단잠을 잔다. 어둠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 처음 캠핑을 할 때에는 어둠속에서 많이 긴장하였지만 이제는 단지 빛이 없을 뿐이라는 것을 뇌가 인식하는지, 나뭇잎의 그림자를 움직이는 동물로 보는 쓸데없는 공포에 휩싸이지도 않는다. 곰이나 들짐승이 나올까 봐 그것이 무섭기는 하지만 혼자만 뚝 떨어진 숲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과 도로가 잘 정비된 캠핑장 숲속이기에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는 시간은 북두칠성을 찾아보고 하늘의 별을 세어보는 시간이기에 즐겁게 고요함속에 다녀올 수 있다.
숲에서 맞는 아침은 늘 상쾌하다. 약간은 쌀쌀한, 신선한 공기로 호흡을 하며 아침 모닥불 곁에서 마시는 모닝커피의 맛은 또 어떠한가. 커피를 좋아하는 대장님은 손수 준비해온 커피콩을 그 자리에서 갈아서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커피를 내린다. 이렇듯 배려와 사랑속에서 즐겁지 아니하다면 오히려 이상할 듯하다.
캠핑을 좋아한다고 해서 캠핑기간을 오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민감한 장은 장소에 꽤 예민하므로 이것이 나에게는 캠핑생활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무신경하고 덤덤한 나의 다른 기관과 달리 매우 민감한 장은 집과 아닌 곳을 너무나 잘 구분한다. 그러므로 내게는 2박 3일이 가장 적당하다. 나는 캠핑기간 중 장에게 잘 보이려고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이러한 소소한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는 기쁨이 훨씬 많기 떄문이다.
캠핑을 할 때에는 그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을 하이킹할 매일매일의 계획도 함께 세운다. 아니, 가고 싶은 트레일들을 가기 위하여 그 근처의 캠핑랏을 예약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이것도 모두 대장몫이다. ‘대장’으로 불러주며 하기 싫은 어려운 일들은 모조리 시킨다. 아니 그가 자원해서 한다. 고마울 뿐이다. 대장이 캠핑을 계획하면 알맞은 날짜를 정하여 미리 고지하고 예약하고 비용도 미리 자기돈으로 지불하고, 가는 길과 차편을 모두 숙지해 알려주는 일은 대장 와이프의 일이다. 그들은 이런 일들을 즐겁게 감내한다. 십수년동안 셀 수 없는 수의 캠핑을 갔어도 수고비를 주거나 받은 적이 없다. 참여자들은 대장님이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니 잘 해보시라고 뒷짐하고는 참여만 할 뿐이다. 이번 레이니어 캠핑 2박 3일도 숙식을 포함한 비용이 1인당 65불이 들었을 뿐이다. 나도 얄미운 참여자들 중의 하나다.
자연의 풍광은 내게 많은 힐링을 주고 감탄을 주고 생활에 힘을 준다. 함께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이 있어서 감사하다. 그가 주축이 되어 거의 모든 준비를 해 주기에 내가 더 쉽게 갈수 있다. 함께 갈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즐거운 캠핑으로 건강을 챙기게 된다면 이것은 완전 덤이다. 올해 마지막 캠핑을 다녀와 짐을 정리하며 캠핑에 대한 단상을 정리해 본다.
텐트를 말리며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첫댓글 간편하면서도 모든게 표현된글 잘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년엔 좀더 아름답고 좋은데 찿아서 가도록하겠습니다.
햇살님~ 우리 산 인들이 느끼는 마음을 구석구석 잘 표현해 주셨네요. 마음 깊이 정성스러운 글 감상하고 갑니다. 같이 산행하며 인생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고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