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윤동재
지난 여름 중국 운남성
여강 고성에서 만난
납서족 할머니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등짐을 진 채
느릿느릿 걷고 있더군
처음엔 하도 느리게 걸어
호기심으로 보았지만
나중에는 언제까지 그러는지
지켜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겨
다른 일정은 포기하고 보았지
그랬더니 하루해가 꼴깍
넘어갈 때가 되어도
서두르지 않고 여전히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느릿느릿 걷고 있더군
참다못해 납서족 할머니에게 다가가
서툰 중국말로 물었지
왜 느릿느릿 걷고 있느냐고
빨리 걸으나 늦게 걸으나
길은 끝나게 되어 있다고
길이 끝나는 곳은 죽음인데
무엇 때문에 빨리 걸어야 하느냐고
순간순간을 즐기며 걸어가고 있다며
납서족 할머니
이상하다는 듯이 되묻더군
*납서족:중국 운남성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
#운남성 #여강 고성 #납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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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의 시와산문
윤동재 시
<길>지난 여름 중국 운남성 여강 고성에서 만난 납서족 할머니
푸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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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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