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身·言·書·判은 몇 점일까
금태남
옛날 외할아버지께서 사람은 신·언·서·판이 출중해야 출세를 할 것이며 귓불이 두터워야 잘산다고 하셨다.
그때는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되질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몸과 언어와 글과 지식 그리고 사리적 판단이 확실해야 사회생활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관상학적으로 귀가 잘생기고 귓불이 두터워야 잘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신·언·서·판은 몇 점이나 되는지 측정해 보고자 한다.
먼저 나의 신에 대해서는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에 키가 너무 작고 왜소해서 학교에 가면 꼬맹이 소리도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교생 정기조회를 운동장에서 실시하는데 학급 반별 신장 순서대로 앞으로 서서 나란히 줄을 서는데 나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년 동안 항상 앞자리에 섰다.
키가 너무 작아서 제일 앞에 섰기 때문에 두 팔을 올려서 앞으로나란히를 할 줄 몰랐다. 한 번도 해보질 않았으니 말이다.
이를 테면 신의 점수는 최하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군에 입대하기 전 나의 신장은 170cm, 몸무게 59kg으로 날씬한 청년이었다. 면민 체육대회 때는 동별 육상선수권대회가 있었다. 마지막 우리 동네 육상선수로 선발된 400m 계주 선수 중 4번 주자로 달리기를 했는데 앞선 두 선수를 따라잡아서 1등을 했다. 이 정도면 나의 신은 50점 정도는 충분히 받은 것 같다.
특히 군 입대 후 월남전에 참전하여 연합군으로서 맹호부대 용사의 위용을 크게 발휘하였음을 첨가한다.
다음은 언이다.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말의 표현력이나 발음이 정확치 않아서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 못해 되묻곤 하는 청소년 시절이 있었다.
그 후 공무원 시험을 거쳐 대구시 공무원으로 과장, 국장까지 재직하면서 언어에 대하여 많은 훈련을 쌓았다.
퇴직 후에는 지역 정치권의 권유에 따라 수성구의회 의원으로 출마하였고 지역 주민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 선거 운동 과정에는 개인 연설회, 합동유세, 마을 경로당 지지 요청 연설 등 하다 보니 제법 언변도 늘어나게 되어 보통 수준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지금 말재주가 좋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서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여러 방향의 해석이 있겠지만 먼저 글 쓰는 솜씨와 머리에 든 지식이라 생각해 본다.
청소년 시절 학업 중 글씨는 너무나 악필이었다. 천자문은 군 입대 전에 한 번 배운 적이 있지만 명심보감은 시작도 못 했다. 군에 입대 전 행정기관 임시직으로 조금 있었고 그때 펜글씨 교습을 조금 받은 바 있다. 서예는 붓도 못 잡아 보았다.
군에 입대하여 논산훈련소에서 글쓰기에 뽑혀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중대본부 행정 업무와 차트를 쓰곤 했다.
논산훈련소에서 대구 제2군 사령부 작전 참모부 작전계획 서기병으로 근무하면서 펜글씨와 지펜 글씨 차트를 한꺼번에 다 배우게 되었다. 제2군 사령부 작전 계획서 군 사령부 이전계획 등 지펜으로 차트를 써서 군 지휘부에 보고하게 되었으니 보통 정도는 글씨를 쓰게 되었다.
또한 대학교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였고 복지사 2급, 아동보육교사자격 2급, 사회복지 리더십 지도자 1급, 경로상담사자격 2급 등 많은 자격증도 소유하고 있으며 대구시 행정 공무원으로 감사과장 수성구청 총무국장까지 역임하였다.
의회 의원으로 구정 질문과 수차례의 자치법규 조례 등 발의 의결되었으니 서에 대해서도 중간 정도는 되지 않을까, 혼자서 자만해 본다.
특히 2020년 제56회 문학미디어 ‘신인문학상 수상자(수필 부문)’로 당선되어 이제 작가의 칭호를 받게 되었다.
다음은 판이다.
모든 사물과 행동, 일상생활 등 판단을 잘해야 한다. 판검사 정도면 딱 만점을 줄 것이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청소년 시절에는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 규정을 잘 정하고 지방행정공무원 시절에는 조례나 규칙도 제정 수정도 잘 정리했다. 대구시 감사과장 시절에는 대구시 공무원의 행정직무 수행을 할 때 각종 비리 등 잘잘못을 따져 감사 직무에 징계 양정 규정을 판검사 못지않은 업무 역량도 펼쳐보았다.
또한 지방의회 의원 시절에는 지역 주민과 행정 집행의 괴리가 생길 때에는 장단점을 따져 공정한 판단을 행해왔다고 자부하면서 나의 판의 점수도 50점쯤 주시면 광영으로 받아들일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언·서·판은 조선 시대와는 전혀 무관한 해석적 사설임을 자인하는 바이다.
이제 희수를 바라보는 나이에 도달하고 보니 신장도 몸무게도 모두 기형적인 비대증인가. 역시 중간 점수(50점)도 못 나가는 나의 신·언·서·판이라고 생각되어 부족함이 많음을 깊이 자인한다.
결론적으로 나의 신·언·서·판은 대한민국의 보통 남성이라고 보아준다면 감사하겠다
송죽 금태남
- 제 56회 <문학미디어> 신인문학상 수필 등단
- 전, 수성구청 총무국장
전, 수성구의회 의원
현, 금경연 화백 예술기념관 관장
현, 수성구 행정동우회 회장
- 녹조근정훈장(국가사회발전, 대통령)
- 자서전·수필집 『삶의 흔적』
대구광역시 수성구 지산로 48, 101동 1603호(지산동 청구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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