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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국화는 부루나 존자를 배웅하는 미소” | ||||||||||||||||||||||||||||||||||||||||||||||||||||||
13일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 원로회의장 2천 사부대중 애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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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비롯해 사찰 돈 솜옷 모자 목도리 내복 장갑 등 고가품을 갖고 있지 않아 ‘일곱 가지가 없는 한국의 부루나’로 불린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가 2천여 명의 사부대중이 애도하는 가운데 적멸에 들었다.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의 영결·다비식은 13일 범어사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됐다. 7가지가 없는 스님의 영결식답게 흔한 영결식 리플렛도 없었다. 영결식은 명종 5타에 이어 삼귀의-영결법요(원로의원 세민 스님 집전)-헌행-헌다-헌화-행장소개 (법륜사 회주 선래 스님)-추도입정 음성법문-장의위원장 밀운 스님 영결사-종정 법어(명선대종사 대독)-총무원장 추도사-종회의장 조사-포교원장 조사-수불 스님 조사-이기흥 중앙신도회장 조사-내빈 헌화 순으로 엄수됐다.
원로의장 밀운 스님은 “‘아무리 꺼내어 써도 다함이 없는 창고로다.’ 밤색 가사에 깃든 풍요의 교학과 너른 자비심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대종사의 그늘아래 온중생이 허기진 갈증을 의탁해 왔다”면서 “스님을 뵈오면 확연히 부처의 종지를 보는 듯 하였고 스님의 사자후를 듣게 되면 줄탁의 도를 이루는 기쁨에 접었다”고 했다. 이어 밀운 스님은 “한국불교의 한 가운데 주석하시면서도 시비분멸에 가담하지 않고 청정무애하고 무재자재한 법신의 경계를 보여주신 스님을 일러 세상 사람들은 ‘써도 써도 풍요로움이 끊기지 않는 보배창고’ 즉 무진장이라 말한다”면서 “우리 사부대중은 대종사의 무한한 덕화와 지도로 부처님의 자비스러운 가르침이 훼손되지 않도록 두타행을 더욱 쌓아가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종정 진제 스님은 명선 스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종단대소사에 지도하시다가 홀연히 오온의 질통을 벗고 홀연히 탈거하니 제불제조의 적멸궁중에 안주하소서. 뭇 꽃이 웃음이여, 봄이 깊음이요, 낙엽을 바람이 뒤집음이여, 가을이 깊음이로다”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꿀벌 한 마리 살 것 같지 않은 이 도심에서도 국화향 따라 벌과 나비가 날아오듯이 각박한 도시의 한복판에서도 스님의 법향은 멀리 가는 향기가 되어 많은 중생에게 불법 인연을 맺어주셨습니다. 이제 이 땅의 중생들 다 놓아두시고 어느 세계의 중생을 교화하러 떠나십니까?”라고 애도했다. 이어 자승 스님은 “오늘 이곳에 가득한 가을국화는 스님의 열반을 슬퍼하는 조화(弔花)가 아니라 무량 복덕을 지으시고 떠나시는 이 시대의 부루나존자를 배웅하는 미소”라며 “향과 꽃으로 배웅하오니 다시 향과 꽃으로 청하올 그 날에 속히 돌아오시어 청아한 법음으로 저희의 눈과 귀 밝혀 주소서”라고 추도했다.
중앙종회 의장 향적 스님은 “여기 모인 대중은 평소 자애로운 모습으로 저희를 이끌어 주시던 그 진용을 뵈올 수 없어 가슴이 무너지고 일생동안 종횡무진으로 가는 곳마다 원통자재하셨던 그 주인공의 일기일경(一機一境)을 보지 못해 슬픔에 잠겼다”면서 “이제 자애로운 진용과 사자후를 어디서 뵙고 들어야 합니까. 저희들은 이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리겠다”고 애도했다.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 영결·다비식에는 원로의장 밀운 스님을 비롯해 명선·도문·혜승·법흥·월파·종하·월탄·정관·암도·세민·지성·대원·성우·활안·동춘 대종사와 금정총림 방장 지유 스님,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 등 원로 중진 스님들이 참석했다. 또 총무원장 자승 스님, 종회의장 향적 스님, 호계원장 일면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 무비 스님, 전 종회의장 보선 스님, 해인사 율주 종진 스님, 통도사 유나 천진 스님, 범어사 유나 인각 스님, 지운·성문·성타·선해·원명·무상 스님 등 교구본사 주지 스님 등 출가자 500여명과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이윤희 범어사 신도회장, 정갑윤 국회정각회장 등 1500여명의 재가자들이 참석했다.
문도대표 진관 스님은 “은사스님의 영결식에 이렇게 많은 제방의 어른 스님들과 대중께서 자리해주심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3년상을 치르는 마음으로 은사 스님을 모실 것”라고 인사했다. 혜명당 무진장 대종사의 법구는 영결식 직후 범어사 경내 인근에 마련된 다비장으로 운구됐다. 이운은 인로왕번을 선두로 불교기-무상계-법성계-십이불번-법주-향로-위패-영정-법구-문도-장의위원-비구-비구니 신도 순으로 운구됐다. 다비식은 보제루 아래 계단을 지나 불이문, 천왕문, 일주문을 거쳐 경내 은행나무 옆 공터에 마련된 다비장에서 거행됐다. 다비장은 숯 2톤을 바닥에 깔고 새끼줄과 소나무, 스님의 법납을 상징한 흰국화 58송이로 장엄해 여법함은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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