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더위, 여름 답사는 참 쉽지 않습니다. 우리 카페는 왜 하필 이럴 때 태어나서? 매년 생일 답사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
물론 8년 전 여름, 폭염보다도 더 뜨거웠던 열기들이 모여서 '답사 -사람을 배우다'가 탄생한 걸 잊을 리는 없고요.
코로나 팬데믹의 공백도 있었지만, 그간 50여 회의 답사와 만남을 통해 끈끈해진 우리들의 생일이니 자축해야지요. 그래서 또 한 번의 생일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섬 동네 신안
신안군, 옹진군과 함께 여러 섬들로만 모아서 만들어진(?) 군입니다. 강화군, 진도군, 완도군, 울릉군, 남해군 등도 섬이지만, 그곳들은 중심이 되는 본섬과 주변의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신안군과 옹진군은 이렇다 할 본섬이 없이 여러 섬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옹진군은 본래 황해도 육지의 군이고 현재도 황해도에 옹진군이 있는데, 경기 서해안의 섬들을 모아서 옹진군이라고 하는 건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목포나 신안의 상당 부분은 조선시대에만 해도 무안 소속이었는데, 1969년 무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무안이라는 뜻에서 신안(新安)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신안 하면 '신안해저유물'과 요즘 갑자기 난리라는 소금이 먼저 떠오릅니다. 거기에 여러 해전 세상을 분노케 했던 '염전 노예' 같은 어두운 그늘도 따라오는 곳이지요.
섬 지역들의 특성상 불편한 교통 등으로 흑산도, 홍도 외엔 여행객의 발길이 많지 얺았는데, 4년 전 천사대교 개통과 함께 개발되지 않은 자연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신안군의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소작쟁의로 민중운동 역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농촌의 농민들은 자기 땅 없이 대지주들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소작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시 암태도에도 일본인 지주들을 포함한 몇 대지주의 땅이 대부분이었고요.
그중 악질 지주 문재철과 친일 경찰에 맞서 싸웠던 소작인들의 항쟁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현장이 암태도입니다.
암태도 소작 쟁의 - Daum 백과
안좌도 김환기 생가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환기의 그림 <우주>가 132억 원에 낙찰되어 한국화가 작품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지요.
내년이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되는 김환기는 이제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가 사랑하는 화가이기도 합니다.
그 김환기의 삶의 시작이 신안의 안좌도입니다. 그곳에 아직 그의 생가가 남아있어서 다행이고 기쁨니다.
20여 년 전 찾았을 때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찾는 사람도 없어서 마루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었는데, 이제는 신안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네었습니다.
마침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9월 10일까지).
이 여름 김환기의 우주 속으로 빠져들어 가 보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될 것 같네요.
칼라 퍼플
<칼라 퍼플>은 80년대 스필버그가 만든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영화지만, 신안의 퍼플섬은 색깔로 겨루어서 떴습니다.
눈에 보이는 여기저기가 보랏빛이네요.
유인도와 무인도를 합쳐서 1,000개가 넘는다는 데서 '천사섬'이라는 이름을 붙인 신안군의 섬들 중 3개를 연결했고, 그곳에 많이 나는 도라지와 꿀풀꽃, 콜라비가 보라색이라는데 착안해 퍼플섬으로 이름 붙였다는데,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거기에 소소한 이벤트들이 더해져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니, 컬러풀한 색깔에 사람들 얼굴도 화사해지는 퍼플섬입니다.
첫날 답사의 마무리는 목포 고하도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건너편 유달산과 마주 보고 용처럼 길게 늘어서 있는 고하도는 목포대교와 해상케이블카가 생기면서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해상데크길을 걸어볼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늦어져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첫댓글 머어언 길을 향해 떠난 생일답사
췸새님의 기막힌 답사진행
더욱 훌륭한 후기글
그리고 우리의 추억을 기록한 사진
뭐하나 빠지는게 읎네요^^
답사지에서의 한 장면.
우산과 양산이 한데 어우러져 있을뿐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햇볕이 강렬했지만 암태도 소작농의 처지에 감정이입되어 더운걸 잊었습니다.
라고 하고싶지만............. ㅠㅠ
어두워서 약간 보정 ^^
여름날이 생일인 답사배움은 그보다도 더 뜨거운 열정이 함께있으니 모두가 함께이면 더위도 무력해진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