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인현시장 안의 맛집 - 우리식당
6년 동안 회사 출퇴근한 충무로
충무로는 내가 다니던 회사가 2007년 1월 인사동 인근에서 충무로타워로 이사와 2012년 말 퇴직할 때까지 6년 동안 주중 낮에 일하던 곳이었다. 이 지역은 영화인들이 모이는 다방과 영세 인쇄소가 들어찬 곳. 그런데 충무로 영화도 인쇄소도 쇠락의 길을 걸어 이들을 기반으로 했던 신성주상복합 빌딩과 진양상가 옆 골목길을 따라 형성된 인현시장도 벽지 시장같은 곳으로 전락했다.
상희(승표 장남) 엄마가 시장내 싸고 맛있는 밥집이 하나 있다며 3월 성전회 모임을 토요일(3월15일) 점심으로 하고 청계천을 산보하자고 해서 시내로 정했다. 그 시장통에 우리 혀를 자극할만한 맛집이 없다싶은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보물이 어디 숨어있나 하며 그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바람이 있어 좀 쌀쌀한 듯한 12시 충무로역 대한극장 건너 편 8번 출구에서 네 부부 8명이 만났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진양상가를 따라 내려갔다.
효진 엄마는 이 동내가 처음이라며 이런 때 아니면 어떻게 4대문 안 옛골목을 구경하냐며 상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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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진양상가, 오른쪽은 인현시장
“우리식당”
상가옆을 따라 내려가던 상희엄마는 귀신 나올듯한 시장통 들어가는 골목에서 이름을 찾아낸다. 백반집 “우리식당(02-266-7170)” 12:06. 막 12시가 넘어 인쇄소 골목에서 찾아와 식사하는 사람들로 거의 차 있다. 우리는 2층 방으로 올라갔다. 식탁 두 개를 나란히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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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시장 들어가는 골목에 붉은 "우리식당" 간판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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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당 안에 손님들로 가득.... 출입문 정면에 2층 올라가는 계단이 보여/ 즐겨찾기는 하이트진로에서 생산/판매하는 저알코올 소주의 상품명. 알코올 함량은 15.5%로, 현재 생산되는 대한민국의 소주 가운데 도수가 가장 낮다. 그런데 눈에는 탈렌트 박민영만 보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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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시장 골목으로 들어와서 본 "우리식당"
점심에는 안주류 안돼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식사류와 안주류로 나뉘어 있어 닭도리탕 같은 공동 찌개를 먼저 먹다가 밥을 주문하려고 했더니 점심에는 안주류가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술은 저녁에 와서 먹고 점심때는 밥만 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달라는 뜻이다. 처음 상희엄마가 이 곳에 온 것은 저녁이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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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에 잠긴 산 위에 착한 메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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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은 계단을 올라오면 바로 간이 주방에 놓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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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가지 밑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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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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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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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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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맞는 밥그릇
4,500원 짜리 찌개 백반
된장찌개, 청국장,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동태찌개... 가격은 4,500원 동일. 순서는 이 식당의 주 메뉴부터 써 놓은 것 같다. 테이블 몇 안되는 2층방도 다 차버린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는 다섯개 중 2인분씩 청국장 2개, 순두부 1개, 동태찌개 1개를 시켰다.
옆 효진 아빠자리에 청국장이 먼저 나오는데 구수해 보인다. 내 앞에 순두부를 올려 놓는다. 떠 먹어보니 맛이 좋다. 승표도 맛있단다. 제일 늦게 나온게 동태찌개... 나는 생태가 아니라 시키지 않았는데 이것 역시 동태가 괜찮다. 청국장에는 우렁도 씹힌단다. 밥은 하얀 큰 주발에다 퍼가지고 온다. 인쇄소 골목과 잘 어울린다.
밑반찬도 깔끔해
주메뉴를 주문하기도 전에 밑반찬 5접시씩 두셋을 가져왔다. 꽁치졸임, 김, 오이무침, 배추겉절이, 멸치-마늘쫑 볶음... 밑반찬을 아예 옆 큰 통들에 들어있다. 젓가락을 들어 조금씩 맛을 보니 다들 그대로 혀에 달라붙는다. 집에서 먹는 찌개에다 밥 같다. 그런데 사이드 공용 탕 같은 게 없어 배가 찰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8명 모두 맛있다며 밥을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운다. 다른 찌개를 맛 보다보니 나와 승표는 순두부가 남아 밥을 한 그릇 더 시켰다. 식사가 끝난 시각은 12시 45분. 기다리는 손님들 때문에 더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승표는 저녁에 와서 다시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말한다.
안주류도 비싸야 15,000원
안주류는 이면수, 생굴, 도토리묵, 계란말이.... 뒤에는 10,000원대의 해물탕, 닭도리탕도 있다. 밥한끼 4,500원, 만원대 안주라고 해야 小10,000원, 大15,000원이니 얼마나 “착한 가격”인지 모르겠다.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르는 인쇄골목의 종사자들과 화려함 뒤의 초라한 말단 영화인들의 거리이고 보면 가격 자체가 너무 그들을 대변하는 것같아 씁쓸하지만 역시 맛은 있어 기다리지 않으려면 12시 전에 와야 자리를 잡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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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드시는 승표 부부와 우용 어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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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가는 우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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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우리가 비운자리
“간판 보고 찾아오세요”
2층방에서 내려오니 출입문 오른쪽 바로 옆 문턱 너머 창가로 찌개 투가리들이 가스불에서 끓고 있다. 밥먹고 나오며 명함이나 한 장 가지고 갈 요량으로 쳐다보니까 주인 아저씨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
“몇 명이요?”
“아니, 명함이나 한 장 받아갈려구요?”
“명함 없어요.
밖에 나가서 간판 잘 봐두었다 찾아오세요!”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인다는 뜻이며 명함 없어도 올 손님들은 다 찾아 온다는 말인 듯 싶다. 주인의 태도에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윤약사님께서 우리 7명을 데리고 온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충무로역을 6년 동안 오르내리며 점심 때는 밥집을 찾아다녔고 간단하게 술 한잔 하겠다며 이 인현시장 골목도 와봤건만 이 집은 알아채지 못했다. 남산을 산보하다 한옥마을로 내려와 충무로 사거리를 건너 한잔 걸치면 괜찮을 성 싶은 식당이다. 밥 나오는 것을 보니 안주거리도 보증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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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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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안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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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라 문이 닫혀있어 있는 가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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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지하철 타러 가는 승표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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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쪽으로 어부인들을 에스코트하고 가는 우용(?)
시장 이름 선조의 일곱째 아들에서 유래
다시 한번 골목을 돌아다녀봐도 너무 초라한 인현시장. 이는 동(洞)명에서 나온 것인데 동명은 인현동2가(現 호텔피제이 앞)와 예관동(중구청 사거리) 사이에 있던 인현이라는 고개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인현은 원래 인성부(仁城府)재의 줄임말로 이 고개 밑에 선조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仁城君:1588-1628) 공(珙)이 살았기 때문에 인성군의 부(府:저택)가 있는 고개라 하여 인성붓재 또는 인성현(仁城峴)이라고 했다. 이를 줄여서 인현(仁峴)이 되었다고 한다.
문패도 초라한 인현시장
피제이호텔 앞 명보극장-중구청 대로로 나와 보니 시장이름이 입구에 붙어 있는데 행인들의 눈에도 쉽게 띄지 않을 것 같다. 상가 건물에 크게 “인현상가“라고 쓰여 있는 게 그래도 현대 감각이 있고 글씨가 커 초라함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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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시장 문패가 조그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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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의 신성상가를 "인현상가"라고 고쳐 붙여
진양상가-세운상가는 개발시대 서울의 랜드마크
진양상가는 종로 3가의 세운(世運)상가를 시작으로 북쪽 이 곳까지 연결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상가로 1968년 건축돼 1960-70년대 개발의 상징이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1966년 부산시장 김현옥(1926-97)씨를 서울시장으로 올려왔다. 그는 예상대로 청계천의 고가도로, 낙산 자락에 아파트, 마포 아파트 등 엄청난 개발사업을 벌인 시장이었다.
성남시가 생긴 것도 청계천을 정비하면서였다. 결국 마포의 와우아파트가 지은지 4개월만인 1970년 4월 무너지면서 김시장 시대의 막을 내리긴 했지만... 세운(世運)은 “세상의 기운을 다 모아라”에서 두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70-80년대 전자(電子)의 모든 것이 다 모였던 곳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복합상가를 없애고 남산과 종묘까지 그린벨트로 연결할 계획인데 현재 종로3가의 북단 세운상가 일부를 헐어내고 “세운초록띠공원”으로 만들어놓았을 뿐이다. 언젠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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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청계천 걸아다닌 이야기는 아래 제 블로그에 넣어놓았읍니다
http://blog.daum.net/chaehmook/574
채희묵 배상
첫댓글 그곳에 재개발이름으로 콘크리트 현대 상가 말고 조선의 저자 거리를 만들었으면...
착한(?) 가격이네요!!!
좋아하는 청국장 먹으러 가고파라 가고파... ^.^
승표가 먹으면 머든지 맛있게 보이니...모델 선정이 중립적이지 못한듯^^
그렁게... 승표는 좀 맛없게 먹는 척하라니까... 꼭 그렇게 먹는 것만 보면....
다음에는 먹는 모델에서 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