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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1차 설악산(서북 능선) 정기 산행
1. 등반 개요
가. 등반 구분: 제 241차 정기 산행
나. 등반 일시: 2009년 10월 18(일요일)
다. 산 행 지: 설악산 서북 능선(강원 양양군, 인제군)
라. 참가 인원: 45명(존칭 생략) : 선두 - 날개, 후미 - 멋진남자
늘푸른, 솔향, 소금강, 오즈, 샹그리라, 킬리만자로, 옥경이, 솔뫼, 피닉스, 이재학
봄맞이, 사과나무, 초록봉, 라벤더, 에델바이스, 꽃나비, 김영철, 김연, 보라매, 팔도강산
해인, 배승훈, 아이거북벽, 정희숙, 겨울연가, 산수유, 상원, 써니, 김영우, 김남석
날개, 산송이, 아라치, 마루치, 멋진남자, 김미성, 로즈, 장대, 푸른안개, 송골매
박종순, 채명순, 한은주, 솔개바람, 금산아지매
2. 산행 개요
06:08 출발
06:30 춘천 IC 진입
06:48 홍천 톨게이트
07:41 내설악 광장 휴게소
08:03 출발(22분 정차)
08:25 한계령 휴게소 도착, 준비 운동 및 신입 회원 소개
08:37 산행 시작
10:05 한계 삼거리
11:12 귀때기청봉
11:40 중식
12:15 출발(35분간)
12:40 1449봉 통과(귀때기청봉 1.2km, 대승령 4.8km)
13:17 해발 1317봉 통과
14:10 1289봉 통과(귀때기청봉 3.6km, 대승령 2.4km)
14:27 해발 1273봉 통과(귀때기청봉 4.2km, 대승령 1.8km)
15:10 대승령 도착
15:55 대승 폭포
16:23 장수대 도착(선두 15:04분 - 5시간 27분, 후미 17:00 - 8시간 23분)
17:00 옥녀탕 휴게소 도착, 하산주 및 저녁 식사
18:35 출발
19:50 홍천 IC 진입
19:55 홍천 휴게소
20:03 출발(8분 정차)
20:15 춘천 톨게이트 통과
20:30 태백가든 앞 도착, 일정 종료
3. 산행 구간별 거리
한계령 휴게소→ 한계삼거리(2.3km)→귀때기청봉(1.6km)→대승령(6km)→장수대(2.7km): 총 12.6km
설악산 서북 능선이 산행지 대상으로 고지되고 신청자가 쇄도하자 나는 제대로 산행을 할 수 있을까라는 염려를 하기시작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설악산의 단풍이 절정이라고 이야기하고, 10월 11일에는 6만 5천의 인파가 설악동 및 오색 쪽으로 밀려, 걷는 것이 아니라 밀려갔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한계령 휴게소까지 진입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 코스는 급커브와 급경사로 이루어진 2차선 도로로, 한계령 휴게소를 기점으로 중청과 대청으로 향하는 등산객과 흘림골, 주전골로 가는 등산객, 아니면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푸른 산악회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이 바로 이 서북능선 코스다. 2007년 1월 산행에서 겨울철임을 감안하더라도 선두가 9시간, 후미가 11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이번 산행에서도 최악의 경우 10시부터 산행을 하면 후미는 일몰 이후에 하산을 할 수도 있다는 염려였다. 그래서 회장님께 내 생각을 말씀드려서 참가 회원 전부 헤드 렌턴을 준비하라는 공지 사항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염려와는 달리 한계령 휴게소의 진입이 수월해서 8시 25분에 도착해서는 준비 체조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8시 37분이었다.
오늘 우리가 산행을 하는 설악산 서북 능선은 서북 주능 또는 줄여서 서북릉이라고도 하는데, 설악산의 서북 끝단인 인제군 북면 한계리 십이선녀탕 입구 우측 능선에서 시작하여, 설악산의 서북쪽에 불쑥 솟아있는 안산(1430m)과 대승령, 귀때기청봉을 지나 한계삼거리 , 중청과 대청봉에 이르는 21km 구간을 말하는 것으로, 지리산 주능선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능선의 하나다. 설악산 능선이 쉬운 곳이 별로 없지만, 특히 서북 능선은 중간에 대피소가 없고, 오르내림이 심해서 체력 소모가 많은 곳이다.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쌓인 눈이 깊고, 바람이 매서운 곳이어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곳이다.
설악의 서단에 위치한 안산은 현재 출입금지구역이므로 설악산 서북능선 등산은 보통 한계령에서 한계 삼거리를 거쳐 귀때기청봉, 대승령을 거쳐 장수대로 하산하거나, 장수대에서 시작하여 역으로 진행하는 코스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 산행은 해발 920m가 되는 한계령 휴게소에서 시작하는 것이 수월하므로 우리 산악회도 이 코스를 택한 것이다. 오늘의 산행 기점인 한계령은 인제군 북면과 기린면, 양양군 서면의 경계에 위치한 고개로 영서 내륙 지방과 동해안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다.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 때문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하여튼 산행 전에 염려했던 것이 한낱 기우로 돌아가서 다행이다. 한계령은 역시 바람이 세다.
<산행 기점인 한계령 휴게소>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고, 건축미가 뛰어난 한계령 휴게소 주차장에서 준비 운동과 신입 회원 소개를 마친 후 급경사의 108계단을 올라 산행을 시작할 때 전광판은 오전 8시 37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계단 바로 위에는 설악루라는 조그만 누각이 있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건너편 오색쪽의 남설악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있다. 설악루 뒤쪽으로는 44번 국도 한계령 구간 공사를 할 때 사고로 희생된 공병대 장병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위령비가 있어 순직한 장병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예전 관광 버스 안내양의 설명에 의하면 이 공사를 할 당시 해당 군단장이 김재규 중장이었는데,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비석 뒤에 군단장 이름이 삭제되어 있다.
입산 통제소(과거 매표소)를 지나면 커다란 바위와 계단이 나오고 두 번의 이정표를 지난 후에 해발 1250m(119 표지목 09-04)에 도달했다. 아이거 북벽님과 해인님의 전언에 의하면 과거 이곳에는 샘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홍수에 골짜기 전체가 휩쓸려서 샘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단다. 약간의 내리막과 오르막을 거쳐 산행 시작 1시간 30분만에 한계 삼거리에 도착했다(10:05). 여기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대청봉이 6.0km고 좌측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귀때기청봉이 1.6km다.
<한계 삼거리의 이정표>
잠시 숨을 고르고 이정표 사진을 한 장 찍은 뒤 귀때기청봉으로 향했다. 평탄한 흙길을 걷는데 여기저기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스티로폼 도시락에 담긴 밥, 음료수 캔, 펫트병, 과자 봉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저기 버려진 과일 껍질도 있다. 과일 껍질을 버리는 사람들은 산짐승이 먹는다거나 썩어서 사라질텐데 뭔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과일 껍질은 잘 썩지도 않고 산짐승이 먹지도 않으니 자성할 일이다.
<귀때기청봉 가는 길의 너덜지대>
귀때기청봉 1km를 남겨 놓고 너덜지대를 만난다. 귀청의 너덜은 다른 산의 조그만 너덜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큰 덩치의 바윗돌이 서로 엇물려 있어서, 멀리서 보았을 때도 귀때기청봉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도록 규모가 방대하다. 울산 바위와 같은 어마어마한 바위가 수만 년에 걸쳐 부서지고 깨져 암릉 지대가 되고, 다시 이것이 갈라져서 너덜지대를 이룬 모양이다. 겨울에 눈이 내려 눈보라라도 치면 이 바위틈이 메꾸어져서 평탄하게 보이는데, 멋모르고 여기에 빠졌다가는 최대는 사망에서 최소 발목 골절이나 염좌(삐는 것)를 당할 듯하다. 그래서 바위 위로 밧줄이 쳐져 있고, 눈이 오면 이 밧줄을 따라 럿셀(눈이 오면 눈길을 밟아 길을 내는 것)을 해야 안전한 산행이 된다. 바위 표면은 비교적 울퉁불퉁해서 미끄럽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의 평형 감각이 없어진 탓인지 자주 비틀거리는 관계로 스틱을 이용해서 몸의 균형을 잡으며 올라가려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계삼거리에서 1시간 10분 정도를 진행한 후 귀때기청봉에 닿았다(11:12).
<귀때기청봉에서 바라본 용아장성>
귀때기청봉 정상에 올라서면 시야가 시원하게 열려 전망이 참으로 탁월하다. 북쪽으로는 용의 이빨같은 용아 장성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지구본같은 시설물이 있는 중청봉과 그 옆으로 대청봉이 나란히 보인다.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남쪽을 보니 시야가 좋아 선자령 일대의 풍력 발전기가 멀리 보이고, 방태산으로 보이는 산과 점봉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고개를 우측으로 잠시 돌리면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이 톱날처럼 솟아서 44번 국도를 기점으로 서북능선과 나란히 서 있고, 올라온 반대 방향을 보면 안산에 이르는 서북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설악의 어느 능선을 타더라도 귀때기청봉은 서북 능선의 제왕처럼 우람하게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귀때기청봉에서 본 암벽 전시장>
눈으로 이곳저곳을 훑다보면 세상의 기암절벽을 다 모아놓은 듯 절묘한 암벽 전시장 같다. 산 아래 푸른 소나무 옷을 입고 살짝 햇빛에 비치는 바위들의 풍광은 더없이 장엄하다.
<귀때기청봉의 정상 이정표>
해발 1578m인 귀때기청봉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자기가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 중청, 소청의 3형제에게 귀때기(귀싸대기)를 맞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설악산의 한쪽 귀퉁이에 있다고 해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겨울 산행을 할 때 등산로상에 있는 나뭇가지에 바짝 언 얼굴을 얻어 맞으면, 귀싸대기를 얻어맞는 것처럼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파서 그런 이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초라하게 함석판에 귀때기청봉이라는 이름만 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훌륭한 이정목이 서 있다. 2007년 1월에 이곳에 왔을 때는 젊은이들이 조그만 공터에 텐트를 친 상태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을 보고는, 그 추위에도 야영을 해서인지, 아니면 그 고기가 먹고 싶어서인지 한참이나 바라 보았었다.
귀때기청봉에서 급경사를 거쳐 안부로 내려오는데 전화가 왔다. 오늘 처음 온 신입회원인데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없어서 다시 한계령 휴게소로 내려왔단다. 기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10분만 있으면 간다고 길가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30분이 지났는데도 오지를 않고 전화도 안 받는단다. 내가 여기서 전화를 해 볼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해 놓고 권기사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만 나온다. 다시 그 회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추운 날씨에 길가에서 벌벌 떨고 있다고 짜증섞인 푸념을 하는데, 나도 산위에 있으니 참 난감하다. 나도 계속 전화를 해 볼 테니 계속 전화를 해 보라고 하고, 장수대에 도착하면 대승 폭포와 대승령으로 방향을 잡아 역으로 산행을 하라고 안내를 했다.
잠시 후 안부에 도착하니 몇몇 회원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11:40). 나도 펴놓고 밥을 먹는데, 영 밥맛이 없다. 다시 기사와 통화 시도를 하고 그 회원과도 통화를 하며 총무님, 회장님이 번갈아 바꾸어 가며 안내를 했다. 나중에 권기사의 설명을 들어본즉 이렇다. 우리를 내려놓고 잠시 돌아갔다가 회원의 전화를 받고 한계령 휴게소로 가는데 1.5km가 남았기에 10분이면 간다고 했더니, 그새 차가 밀려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마침 그 지역이 전화 불통지역이라 연락도 할 수가 없었단다. 하기는 춘천에서 홍천으로 출퇴근을 할 때도 전화가 안 되는 지역이 있는데, 한계령 구불구불한 구간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통화 가능지역에서 총무님에게 인상 착의를 물어 보고는 일일이 확인을 해서 그 회원을 만났단다. 신입 회원이나, 일일이 찾느라고 애쓴 권기사도 고생 많았다는 말을 전한다. 돌아오는 길에 회장님께서도 언급을 했지만, 처음 출발할 때 처음 산행을 하는 회원에 대한 자상한 배려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반성을 한다.
점심을 먹고 후미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는 길을 나섰다(12:15). 집사람 표현대로 일주일에 6일을 숨쉬기 운동만 하다가, 일요일에만 겨우 등산을 하는 탓인지, 아니면 주로 후미를 맡아서 산행을 많이 해서인지, 선두를 좇아가는 것이 힘겹다. 오늘은 내가 사과나무님을 밀착 경호하겠다고 장담을 해 놓고는 중간 선두를 잡기 위해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갔다. 간혹 가다가 장수대에서 우리의 역코스로 산행을 하는 등산객을 만나는 외에는 사람들이 없어서 크게 붐빌 일이 없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등산객 중에는 춘천 푸르미 산악회원들이 보인다.
<급경사의 계단>
점심을 먹고 출발한지 25분만에 해발 1449라는 이정표에 도착했다.(귀때기청봉 1.2km, 대승령 4.8km). 1449봉에서 내리막 계단과 오르막 계단을 번갈아 걷다 보면 좁은 암봉 위에 올라서고, 그 암봉을 넘어 서면 다시 긴 계단길이 시작된다. 2007년 등반시에는 밧줄이 설치된 가파른 절벽으로 가장 험하고 힘든 암릉길이었으나 지금은 계단이 설치되어 한결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어 좋다. 어떤 사람은 등산로에 계단을 설치하는 것을 보고, 자연을 파괴한다느니,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놔두어야 좋다느니 하지만,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편의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늘진 곳에는 전날 대청봉에 약 5cm의 눈이 내렸는데, 여기도 눈발이 날렸었는지 하얀 알갱이가 보이고, 진흙이 발에 묻는다. 진흙 구간을 걷다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돌에 걸려 엎어졌는데, 왼쪽의 손가락이 휘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일어나서 흙을 털고 손가락을 움직이니 통증만 있지, 부러진 것 같지는 않다. 산에서는 역시 긴장을 늦추어선 안된다는 교훈을 몸으로 체득했다.
<몸통의 2/3가 썩었으면서도 살아 있는 주목>
몸통의 2/3가 썩었는데도, 푸른 잎을 자랑하는 주목이 서있는 반면에, 불어오는 강풍 때문에 능선상의 활엽수는 모두 잎이 졌다. 그래도 주목 고사목과 바위, 파란 하늘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고, 빨간색의 마가목 열매가 군데군데 보인다. 바람을 가리는 능선 후면에서는 늦가을의 정취를, 바람을 정면으로 대하는 능선에서는 초겨울의 날씨가 번갈아 계속된다. 금산 총무님은 바람에 모자를 날려 보냈으나, 다행히 험하지 않은 가까운 곳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다시 회수하기도 했다.
<대승령쪽의 암릉>
점심을 먹고 두 시간 정도의 산행을 했는데도 대승령은 아직 2.4km가 남았다는 이정표다(14:10). 두 시간에 겨우 3km를 걸었을 뿐이다. 500m마다 꽂혀 있는 119 구조대 표시 막대 사이가 길게만 느껴진다. 가는 중간에 직벽으로 10여m의 밧줄이 걸려 있던 구간이 있었으나 지금은 거꾸로 박힐 정도의 급경사로 된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쉽게 내려갈 수 있다.
<대승령 안내 표지판>
그 계단을 내려서면 거기서부터 대승령까지 1.1km 구간의 능선길은 호젓하고 완만해서 평지를 걷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완만한 오름의 봉우리를 보고 도착한 곳은 대승령이다(15:10). 산행 시작해서 6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대승령에서 본 안산 방향의 능선- 저 곳을 넘으면 안산이다>
삼거리 이정표에는 ‘대승령 해발 1210m. 중청 대피소 12.1km, 공원입구(남교리) 8.6km, 공원입구(장수대) 2.7km’라 적혀 있다. 여기서 직진을 하면 안산을 거쳐 남교리로 가지만 중간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복숭아탕으로 유명한 12선녀탕으로 간다.
이제 힘든 구간은 다 끝났다. 내리막길만 남았다. 바닥에는 돌로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어 발바닥은 아팠지만 더 이상 오름길이 없다는 안도감에 젖는다. 대승 폭포를 향해 내려가는데, 119 구조대의 옷을 입은 두 명의 대원이 있다. 아까 대승령으로 오는 길에 ‘강원 소방’이라는 글씨도 선명한 헬리콥터가 지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라, 무슨 사고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191cm에 98kg의 거구의 사람이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구조를 요청하는 바람에 심근경색일지도 몰라 헬기가 출동했단다. 나중에 선두에 섰던 날개님의 전언에 의하면 그 사람이 대승령 정상에 누워 있을 때 보았는데, 동공이 풀리고 탈진을 해서 헬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단다.
대승폭포를 향해 내려가는데, 집사람과 푸른 안개님이 길에서 무엇을 주워서 담고 있다. 단풍잎과 도토리와 솔방울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푸른 안개님 딸의 숙제란다. 나도 예전에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를 잡아 오라는 딸의 숙제 때문에 국사봉 주변의 논밭에 있던 고인 물을 찾아 헤매던 생각이 나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물이 마른 대승 폭포>
대승령에서 하산을 시작한지 45분만에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폭포로 꼽히는 대승폭포에 도착했다(15:55). 2008년 7월말 장마가 끝난 직후에 왔던 대승폭포의 위용은 간곳이 없다. 그때는 멀리서도 폭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가을 가뭄이 심한 요즘에는 눈에 힘을 주고 보아야 겨우 실같은 물줄기가 보인다. 아이거 북벽님이 생수병을 들고 있는 꽃나비님에게 얼른 가서 물을 쏟아 보태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다.
<대승 폭포 부근의 단풍>
<장수대 분소 부근의 단풍나무>
폭포 전망대에서 전망을 즐기고 내려가면 긴 나무계단길이 계속된다. 중간에는 산행객이 쉬면서 조망을 즐길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마련해 놓았는데, 빨간 단풍은 거의 보이지 않고, 황갈색의 단풍만 보인다. 장수대 인근에 도착해서야 겨우 빨간 단풍이 보인다. 이 길로 30분 정도를 내려가니 장수대 도로변에 닿아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게 되었다(16:23).
<하산주 안주인 뜨끈한 두부 >
버스를 불러서 옥녀탕 휴게소로 내려오니 일찍 하산을 한 보라매님, 날개님, 장대님, 로즈님이 탁자와 의자를 배열하고 두부를 데우고, 미역국을 끓이는 등 하산주와 저녁 식사 준비를 다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하산한 후미 일행이 도착하자 본격적인 하산주와 저녁 식사가 벌어진다. 힘들었던 하루의 일정을 불고기를 안주로 소주, 막걸리, 맥주에 담아 한껏 들이킨다. 오랜만에 45명 만원이어서인지 분위기는 더욱 흥겹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44번 국도의 차량 대부분이 홍천 IC 방면으로 방향을 잡고, 전광판에는 굴지터널과 춘천 분기점 사이 3km가 지체란다. 홍천 휴게소에는 차량이 그득하다. 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인한 영향이다.
다음 산행은 가을 억새와 겨울 설경이 유명한, 100대 명산이자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이다. 무등산 산행 역시 만차를 기대하면서 산행기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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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금강님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삼일내내 울산바위 뒤만바라보고 다녀습니다. 옥경이님과 전화통화하고. 장수대에서나 만날까했는데. 시누님들과 함께하다보니 시간맞추기가 힘들더군요. 돌아오는길 미시령 터널지나면서. 어찌나 밀리는지.5시40분쯤 출발했는데 춘천에 9시 30분에 도착했지요.저도 가고 싶은서부능선 갔더라면 후미 고생시킬일이지만. 그래도 아쉽네요. 소금강님 글로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장수대에서 오후 6시 30분에 출발했는데도, 춘천에 8시 30분에 도착했는데, 미시령쪽은 무척 많이 밀렸군요. 몽실이님이 오셨어도 충분히 산행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언제 같이 산행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대승령에서 폭포까지 내려오는 구간의 빨갛게 드는 단풍이 이 코스의 가장 좋은 단풍인데 올 산행에서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대승령 못미치는가파른 계단도 힘든 로프 구간이었는데 계단이 설치되어 쉽게 산행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구요. 많이 쉬고 했던 산행이라 속도를 천천히 했더니 월요일 컨디션도 상태 구~~욷입니다. 다치신 손가락이 많이 좋아지셨는지요? 수고 많이하시고 감사드립니다.
설악하면 단풍과 눈인데 올해 단풍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몇 년전에 갔을 때보다는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서 조금은 쉬운 등산이었습니다. 오래 쉬셨으면서도 차분히 종주를 마치신 것을 보면 역시 저력이 있으십니다.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작년이맘때 이코스에서 손가락 부상을 입어 고생했기에 신청은 했지만 내심 취소를 할까 망설이다 버스에 몸을실어 그런대로 산행을 했는데..마지막 시간이 흐르니 몸이 예전 같치않아 돌아오는 길이 무겁고 힘들었습니다.집으로 오는길이 천리길이라 집에도착하자![그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gif)
누워 버렸답니다.딸아이에게 이젠긴산행을 못하겠다고하니 몸은 똑똑하다고 하면서 그럴수록 열심히 하라그러네요.무엇보다 어제산행은 저에게는 최악이였답니다. 늦은시간 후기글을 접하니 피로가 싹 가게 해주시네요 늘 그렇지만 모든것에 늘고생하시는 소금강님이 게셔서 푸른이 자리잡고있는 것 같습니다.수고많으셧습니다.
항상 선두에서 산행을 하시던 에델바이스님이 뒤에 계셔서 이상하다고 생가했더니 많이 힘드셨군요. 그것도 모르고 현대아파트팀이 조금만 걸으면 차가 돌지 않아도 될 듯 싶어서 굿모닝 마트앞에서 내리도록 했네요. 대단히 죄송합니다. 무등산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에델바이스님표 반찬은 제가 산행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랍니다. 몸 추슬러서 다음 산행 때도 맛난 반찬 많이 들고 오세요. 그래야 저도 또 산에 가지요....써 놓고 보니까 결국은 제 배 채우겠다는 얘기군요.^^
지도 안개님표 와인잔을 기다릴께여~맛나게 드셨다니 언제든지 환영할께요~반찬 싸들고 기다릴께여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감칠나고 생동감 있는 소금강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근데 귀때기청봉의 유래가 분분한것 같군요. 귀때기청봉의 또 하나의 전설을 소개합니다. 설악산을 처음 만들기 위해 돌로만 된 산들을 모이라고 했는데, 평이한 이 산이 "나도 설악산에 포함되고 싶어요"라고 하며 나타나자 대청봉이 "건방지다"라며 빰이 돌아갈 정도로 때려 한 쪽이 찌그러지면서 꼭대기가 되었답니다. 그 때 귀싸대기를 맞아서 꼭대기가 되었다고 하여 '귀때기청봉'이라고 전해 내려 온다내요. 야튼 소금강님이 지적하신대로 모처럼 만차에 모든게 만땅이어서 너무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무등산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모처럼 초록봉, 라벤더님 부부와 같이 산행을 하시는 것을 보니 더욱 좋았습니다. 킬리만자로님은 자주 산행을 같이 하다 보니, 이제 한 주만 안 보여도 근황이 궁금할 정도입니다.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오랫만에 가족 모두 함께한 산행이었습니다. 비록 강씨들만의 단풍놀이었지만 정말 좋은 구경 했습니다. 현정이가 배가 안 좋아 후미로 쳐졌지만 그게 더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도 하고 당겨주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오랫만의 만차로 푸른이 활기가 차서 좋았고 계속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주 행복하시고 무등산에서 뵙겠습니다....
모처럼만에 본 현정이는 여전히 예쁘고, 지훈이는 역시 듬직했습니다. 김미성님은 저와 같이 꽤 긴 산행을 함께 했는데요, 이제는 산이 자기를 부르는 것 같다고 해서 웃었습니다. 후미에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출발 당시엔 컨디션 참 좋았었는데....갈수록 저질 체력이 드러납디다. 그래도 수다도 많이 떨고 용아, 공룡, 안산 다 눈에 담아 왔으니 당분간 설악 생각은 안나겠지요. 겨울에 심설 등반이나 함 해볼까? 보라매님과 날개님이 온두부를 준비해놓아 얼마니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후미 거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오. 힘은 들었지만 모처럼만의 서북 능선 산행길이 참 좋았습니다. 남은 일정 잘 보내고 다음 산행에서 봅시다.
가고 또가도 질리지 않는 설악산~ 긴산행에 힘은 들었지만 귀떼기청봉에서 보는 설악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설악산의 용아장성과 황철봉쪽은 아직 못 가봤습니다. 언제 갈 날이 있겠지요. 모자 주우시랴 하여튼 여려 모로 수고하셨습니다.
산행시간이 길고 등산로에 너덜지대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은 산행이었는데 전회원이 안전산행을 해줘 기분좋게 산행을 마쳤습니다.수고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부상을 몰랐었는데 손가락은 괜찮나요.? 수고많았습니다.
모처럼만의 만원이라 힘든줄 모르고 산행했습니다. 오늘 한의원에서 삔 손가락에 침을 맞았습니다. 금방 괜찮아지겠지요.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오랫만에 소금강님의 생동감있는 산행기를 들어와 봅니다. 가을철 이산저산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카페 방문도 자주 못하였습니다. 서북릉도 이제는 등로정비가 잘되어서 많이 수월하게 다닐수 있게 되었지요.... 언제함 함께 산행하여야 하는데..... 상세한 산행기로 설악의 서북릉을 다시한번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