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상담도 언제까지 받아야 될는지 모르겠다. 좀 편해진 것 같다가도 여전히 내적갈등은 나를 괴롭히고... 그렇지만 이것마저 안하면 내 답답한 마음을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어서 그냥 얘기할 사람이 필요해 받고는 있다.
많은것을 알았다. 아니, 알았다기보다 들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나는, 누군가가 차근차근, 천천히, 친절하게 나의 누르고 있던 감정들이나 생각들을 괜찮다고, 혹시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다만 이런것들은 이렇게 하는게 좋아. 하고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 나는 내 존재와 나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아직도 잘 분리가 되지 않는다.
기분이 이상하다.
이건 그냥 우울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복잡미묘하다. 아니다, 오히려 단순한건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는 이게 슬픈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에 다다라서는, 이게 슬픈건지도 잘 모르겠다. 괜찮다가도 한번씩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특히 잠들었다가 깰 때.
어제도 뭔가 꿈을 꾼 것 같다. 사실 내용은 거의 다 잊어버렸는데, 학원에 가려고 현관 문 앞에 서자 데자뷰처럼 꿈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힘 센 장정 세 명?이 우리집 현관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오려고 하는 꿈이었다. 초인종이 눌려서 내 방에 있던 나는 현관쪽으로 갔는데, 누구세요? 했는데 밖에서 뭐라 하는거 같은데 잘 안들려서 일단 문을 살짝 열었는데 갑자기 손이 막 들어오더니 힘으로 문을 활짝 열어제끼고 침입하려는게 아닌가. 그들은 무슨 길쭉한 툴?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저들이 집에 있던 나와 엄마를 해칠거라고 생각해서 있는 힘을 다해 막았다. 겨우 문을 닫았는데 잠그기 전에 저쪽에서 힘을 써서 자꾸 열리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문고리를 걸자고 해서 일단 그거라도 걸었다. 그들이 힘으로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고리가 걸려서 일정 폭 이상 열리질 않았다. 그들은 몹시 악동스럽고 개구져보였다. 나는 엄마랑 있는 힘을 다해서 문을 다시 닫았다. 이번에는 닫히긴 했는데 여전히 틈이 조금 벌어져 있었고, 그들은 문을 부순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문을 쿵쿵 치기 시작했다. 저들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는 어서 여길 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높이 올라가는 노래를 막힘없이 시원하게 불러제끼는 모습도 나타났다. 나는 이게 웬일이지 하면서도 너무 시원해서 한껏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 장면은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은 엄마가 비행기를 탔는데, 그 비행기가 추락하는 꿈이었다. 엄마는 죽었고, 아기는 살아남았다...
상담가서는 요즘 자꾸 젊은남성에게 구애를 받는 꿈을 꾸고 청혼을 받는 꿈도 꿨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반색을 했다. 청혼을 받는 꿈은 새로운 어떤 것이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란다. 나같은 경우는 남성에게 청혼을 받았으니, 아마도 그것이 일, 직업, 성취적인 부분에서 그럴거란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내가 배우고 있는 것에 꽤 진지함을 느끼고 있고, 두어달 후에는 실질적으로 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기가 다가와서 이런 꿈을 자꾸 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남성을 연상했을 때의 이미지에서 그는 아직도 아버지에 연연하고 있고, 직업적으로 굉장히 불분명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일적인 측면에 있어서 나는 아직도 구체화가 되지 않은 듯 하다고 했다.
나는 요즘 어떤 상태인걸까? 그냥 건조하고 초라한 느낌이다. 내가 초라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직도 내가 나를 내 기준에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그냥 왠지 오늘은 뭔가 좀 다운되고, 침체된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구 우울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우울한데 나는 스스로 우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걸까? 그냥 뭐랄까...풀어서 표현하자면 좀 '멍~'하달까? 우울하거나 슬프다기보다는 뭔가에 골똘할 때의? 그런 느낌에 더 가깝다. 나는 지금 내 스스로에 대해 진지한 순간인걸까..?
아니면 단지, 그날이 다가와서 그냥 호르몬의 영향인걸까.ㅎㅎ
요즘에 살짝살짝 전기충격을 받는 것처럼 머리가 찌릿하게 아플 때가 많아졌다.
자고 일어나서도 그렇고...
나의 엄한 추측으로는, 내 안에서 내적갈등이 심해질 때 그런 두통이 오는 것 같은데, 모르지.ㅎㅎ
어제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영화로 봤는데,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었다.
'행복은 그것을 추구하면 할 수록 더 멀어진다. 행복은 부가적인 효과(side effect)같은 것이다.'
이 말인 즉슨, 행복이 목표 그 자체가 되면 더 멀어진다는 뜻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다보면, 콩고물처럼 부스러기로 떨어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마음 깊이 공감한다.
나는 지금껏 '이것만 해내면 괜찮아지겠지, 저것만 없어지면 돼, 이것만 가지면 돼....'등등...그렇게 요리조리 피하면서 살아온 것 같은데, 어제 영화를 보면서 느낀게, 나는 언젠간 변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죽는날까지 그닥 변화되는 건 없을지도 모른단거. 어떤 날은 우울할거고, 어떤 날은 즐겁기도 하겠지, 어떤날은 화도 날거고, 어떤날은 그냥 심심하고...
다만, 기본적인 내 정서가 우울하거나 잠을 못잔다거나 내적갈등이 심한..이부분만 좀 해소되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ㅎㅎㅎ
뭔 말을 하고싶은건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뭔가 침체된 느낌에, 가라앉은 기분에, 골몰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