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운전이라면 남 못지 않게 한다던 내가 후진할 때 귀신이 씌웠었는지 인도로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인도의 중간 중간에 세워 놓은 돌기둥을 받아 완전히 뒷범퍼가 찢어져 버렸다. 그것도 차를 바꾼지 달포밖에 안된 새차 뒷범퍼가 휴지처럼 찢겨진 모습에 차라리 내 마음이 찢어진듯 가슴이 쓰렸다. 후방 카메라도 장착을 했는데 사고가 날려니까 후방 카메라도 보지 않았었다.
그것도 어머님 생신선물로 마사이족이 신는다는 운동화를 사려고 인도로 후진하여 올라가다가 그랬으니 약이 올랐다. 하지만 이미 찢겨진 범퍼는 범퍼인지라 잠시 주차해두고 그리나 비싼 Ryn 운동화를 사가지고 나오면서 공업사에 알아본즉 약 35만원 정도 할거란다.
다음날인 어제 출근하는길로 공업사에 차를 맡기고 보험처리하니 일단 내 계좌로 보험회사에서 수리비를 입금시켜주고 내가 직접 공업사에 지불하는 형식을 거친단다. 퇴근시간에 즈음하여 수리가 다 되었다고 연락을 받고 공업사에 가서 카드로 계산을 할려하니 보험처리는 현찰이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내 지갑을 몽땅 훑고도 모자라 함께 공업사로 나를 데려다주러 온 동료 교사에게 나머지를 빌려 계산하고 나니 내 수중에는 현찰이 한푼도 없었다.
여기까지는 황당한 일의 전초전이고 황당함의 극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감쪽같이 원상복구가 된 차를 찾아 저녁 식사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현찰이 한푼도 없어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현금인출기로 들어갔다. 아마도 밤 10시가 거의 되었던 모양인데 당연히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 카드를 투입구에 넣고 현금을 인출하는 조작을 했건만 이상하게도 시작-진행-완료 단계중 진행 단계에서 시간이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뭔가 고장인가 싶어 카드를 그냥 뽑고 싶어도 취소하고 카드만 뽑아 내는 단추가 없어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에러 메시지가 적힌 명세서와 카드가 나오는 순간과 동시에........
“철커덕~~~” 소리와 함께 문이 잠기면서 동시에 내부의 불이 캄캄하게 꺼져 버렸다.
그래서 카드는 다시 찾았으니 그냥 나가고 싶어 잠긴 문을 열려고 밖으로 미는 순간 잠겨있는 내부의 불이 환하게 켜짐과 동시에,
“웽~웽~웽~ 삐꼼~삐꼼~삐꼼~~빤짝~빤짝~~!!!!! 무더운 밤인지라 모두가 창문을 열어 놓고 있는 조용한 아파트단지 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경고음이 일대 아수라장처럼 울려퍼지고 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현금인출기 안에 서있는 나를 마치도 은행털이 범인이 갇힌 모습의 나를 긴장감 넘치는 모습들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파트 창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인출기안의 긴장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계속 경고음과 경광등은 밤하늘을 가르고 있었지만 문은 잠겨있고 인출기 주변 사람들과 아파트 단지내 모든 사람들은 나를 주시하고 있고.....
한참을 넋을 놓고 서있으니 불이 다시 꺼짐과 동시에 경고음이 멈췄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비상 연락전화라도 있을거 같아 찾아보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또다시 불이 환하게 켜지면서 경고음이 귀를 찢어 놓기 시작했다. 그런 황당한 시간이 약 10여분 지나고 나니 나중엔 경고음이 들리거나 말거나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나를 현금인출기를 털어가다 갇힌 범인처럼 보거나 말거나 일단 내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도를 생각했다. 처음엔 119에 신고하여 상황을 알리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경고음이 그치고 다시 불이 자동으로 꺼지기를 기다릴까도 생각했었다.
인출기 안은 이미 모든 작동이 멈추었으니 에어컨까지 꺼져 완전 찜통같은 후끈한 열기가 더 당혹하게 만들고 있었지만 등줄기에 흐르는 땀정도는 지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갇혀있을 수만도 없어 경보음이 울리거나 말거나 다시 여기저기 찾아보니 080으로 된 연락처가 있어 핸드폰으로 연락다. 친절한 목소리로 상담원을 바꾸어 주겠다는 멘트는 나왔지만 마냥 기다려도 상담원이 나오질 않는게 이미 퇴근 이후시간이었기 때문인 모양이다.
또다른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했더니 마침 24시간 상담에 응하는 상담원과 통화가 되어 웽웽거리는 소리를 한쪽 귀를 막아가며 현재 상황을 말했더니 출입문 위쪽에 레버가 있어 돌리고 나오면 된단다. 말을 듣고 보니 통유리문 위쪽에 레버가 있어 돌리니까 마치도 바보같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힘없이 문이 열린다. 그 때 까지도 이미 현금 인출기 주변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 긴장감 넘치는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고 아직까지도 현금인출기 안의 범인(?)의 당황해하는 모습에 아파트 창문가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주변과 고층 창문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들은 잠시후 경찰이 출동하여 나를 덮치고 수갑을 채워 범인 후송하는 한편의 영화 전개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거의 20분 정도를 완전히 찜통안에서 범인취급 받았으면서도 바보같은 나는 레버를 돌리고 밖으로 나오면 된다는 상담원과의 통화 마지막에 내가 다시 한번 걱정아닌 걱정을 상담원과 통화한 내용이 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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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털이범인 나] : “레버를 열고 나간 후 다시 잠그어야 할텐데 어떻게 다시 잠글 수 있어요???“
[상담원] : “고객님, 그냥 열고 나가시면 자동을 잠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출기는 밤 10시까지만 자동으로 작동되는 곳입니다. 더 도와드릴건 없는지요? 상담원....였습니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밖으로 나와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며 카드와 함께 뱉어낸 명함만한 에러전표를 찢고 또 찢고 깨알만하게 찢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즈음 하늘에 찢은 종이 가루를 뿌렸다. 무사히 탈출한 축하의 꽃가루가 진땀과 찜통속의 열기로 젖어 있는 내 머리위로 뿌려지고 있었다.
에구구~~~ 난 완존 고개 숙인 밥탱이다.
하필이면 생일날 밤에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었다.
그렇게 내 생일날 밤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첫댓글 완전히 황당한일이 계속 생기셨군요 고생 많이 하셨네요
하하하 ^^ 앞으론 문을 열심히 관찰하셔야 겠네요??
아........... 혹시나 그안에 갖히게되믄 그렇게 열고 나오믄 되는군요.....^^ 효효효효효
ㅎㅎ
어후~~~ 고생많이 하셨네요...
어머나 솔의향님이 남자분이 셨어요,,? 사진잘찍으시는 여성분인줄알고,,,,,,,,,,,,,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리라 맘먹고있었는디요,,,,,,,,,,어머나 세상에,,, 그러구 글이요,,,,,,,,넘 실감나서 단숨에 눈아파서 찡그려감서 열심히 읽었드니 저두 땀나요,ㅎㅎ얼마나 놀라셨고 당황하셨을까나,,,,,,,,,,,,생일날,,ㅎㅎㅎ
ㅎㅎㅎ 제가 남자라서 담에 뵈면 반갑게 인사 안하실려구요?ㅎㅎㅎ
설치은행이 사용시간을 고지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야 하는것 아닙니까 고객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설치은행의 행태는 비난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이걸 보고 불행중 다행이라고 하나요 여하튼 수고하셨네요
잊을수 없는 생일날이네요~
글 재밌게 쓰시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