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이 안녕~ 잘 지냈어? 지금은 5월 10일 금요일 새벽이야. 손편지는 일주일 뒤에나 받아보지만 종교편지는 이틀만에 네가 읽을 걸 생각하니까 좀 더 설레고 신나.
요즘은 어떤 노래를 들어도 자꾸 네 얘기 같아. 웃기지. 너랑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이랬는데. 그때는 좀 더 낭만적인 노래가사였다면 이제는 직설적인 말들.. 보고싶다 이런 단어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자주 듣는 노래 중에 maji의 ‘필요해’라고 있는데, 듣다보니까 이것도 내 얘기 같은거야. 한번 읽어봐. <잘 한 거라고 옆에 있지 않아도 다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 가끔이 자주가 될 때, 그때 난 알았지, 필요해 사랑이. 꿈에서도 흔적 없는 네가 그리워지면 그럼 나도 별 수 없어 인정해, 나 필요해 네가. 천장 아래 아주 낮은 별을 따다가 또다시 나지막이.> 가사는 좀 슬프지만 멜로디는 밝아서 가볍게 듣기 좋아. 나 너 없어지고 잠 못자는 거 알지? 어제도 밤 꼬박 새고 수업 시간도 착각해서 일찍 도착해서 멍하니 앉아 이노래를 듣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 준혁이한테도 들려주고 싶다. 너 노래 듣는 거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노래도 제대로 못들으니까 엄청 불편하지? 나 기숙학원 다닐 때 생각해보면-물론 그 압박감이랑 불편함은 비교도 안 되겠지만- 매일 듣던 노래를 확 끊어버리니까 진짜 답답했거든. 그러고 한 달 만인가 폰 받는 날에 The 1975의 Robbers(그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였어)를 헤드폰으로(당시 에어팟을 잃어버린 채로 학원에 들어갔거든) 들었을 때 좀 오바하면 약을 하는 기분이었어 좀 황홀했달까 ㅋㅋㅋㅋ물론 그러고 몇 달뒤부터는 자연스럽게 패드로 몰래 음악을 들었다는 사실... 은 접어두자. 자대가서는 매일 폰 할 수 있으니까 음악도 하루에 하나씩은 들을 수 있을거야. 매일 목소리 들을거니까 나랑도 몇시간내내 통화할 필요 없구. 음 내가 갑자기 히스테리가 심해지거나 그러면 좀 짜증나나보다 하고 받아주기도 해야돼 알겠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좀 애 같은 면이 많잖아... 한없이 같이 붙어있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너무 속상해. 준혁이는 몸이 힘드니까 내 생각은 좀 덜하지 않겠어? 나는 진짜 네 생각만 많이 해. 알겠냐구 ㅡ,ㅡ
오늘 내가 휴재 이후로 잊고 있었던 웹툰이 복귀했더라구. 우리 전에 롯데월드 갔을 때 레트로 컨셉으로 공중전화부스 있고 그랬던 거 기억나? 세기말풋사과보습학원이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인더트랩 작가 작품! 작년 11월 내 생일 즈음부터 휴재했었더라고? 나는 그 전부터 놓치고 있었긴 한데 ㅎ 며칠전에 심심해서 웹툰 뒤적이다가 놓친 부분부터 다시 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야. 대애충 설명하자면 여주남주 애기 때 놀러가서 만난 사이. 이후로 아무 연락 없다가 중학교 2학년 말에 남주가 여주 학교로 전학을 옴. 여주 완전 엔프피강쥐스타일. 남주 무뚝뚝. 여주는 친구하고싶어서 계속 다가가는데 남주가 성격이 워낙 딱딱해서 자꾸 부딪힘. 암튼 친구됨. 근데 무려무려 휴재 직전 막화에서 여주가 자기 뛰는 심장 주체못하고 뽀뽀를 갈겨버림. 거기서 끝남. 중딩의 입술 박치기에 불과했지만 23세 이아종 도파민 주체 못하다...... 이틀 뒷면 복귀라는 사실에 무료쿠키까지 열심히 굽고 기다려서 오늘 올라오자마자 유료분 4개까지 싹 다 봤어 꺄잉~ 연재작은 이게 힘드러. 기다려야한다는 사실이. 나 쿠키이벤트 참여하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틱톡도 깔아봤잖아. 틱톡으로 영상 10분 시청하면 쿠키 28개준다길래.. 온갖 중고딩들 춤추는 영상 10분동안 봤어. 손가락만 휙휙 하면 새로운 게 뜨니까 요즘 애들 책 안 보는 이유를 알겠는 거 있지 ㅋㅋㅋ
저번 주에는 네가 영상보고 편지 읽고 나랑 전화까지 할 수 있었잖아. 근데 이번 주는 내가 일요일에 통화를 못하니까 ㅜㅅㅜ 편지라도 진심을 담아서 꾹꾹 쓰고 있어 타자치고 있지만 ... 태국 가서 나 완전완전 새카맣게 타서 오는 거 아니야??? 진짜 싫은데. 엄마가 선크림 챙겨오겠지? 그거 진짜 열심히 발라야겠다. 살 타는 거 너무 싫어...까매지는 것도 까매지는 건데 진짜 강한 햇볕에 타면 엄청 따갑고 아픈거 알지. 피부 벗겨지기도 하잖아. 나는 아픈 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 그니까 준혁이도 아프지 말어..!!!! 몇 년 전 기준 공군훈련소 일정표 보니까 화생방 이론 말고 실제 훈련은 다음주에 한다던데.. 이미 했을 수도 있구. 이게 제일 기대된다.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썰을 듣고 싶어. 그리고 이건 고통스럽긴하지만 다치지는 않을거니까..? 하하 그리고 마지막 주에 행군 하는 것 같더라. 근데 자세한 건 기수마다 다르겠지. 너도 내가 해외여행 갔다가 변 당한 20대 여성으로 뉴스 나오지 않기를 기도해주렴.. 사진 많이 찍어서 다음 번에 보여줄게. 너는 고생하는데 나 혼자 좋은 데 갔다오는 것 같아서 미안해. 그래도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엄마를 더 오래 안 봤는데 네가 훨씬 보고싶다. 엄마미안.
나는 내일 우체국 가서 손편지를 보내고, 여권 사본 복사하러 프린트카페에 갔다가, 별로 피곤하지 않으면 카페에 가서 미리 조행론 과제물을 읽어보거나 책을 보려고. 왠지 조금만 돌아다녀도 녹초가 될 것 같긴 하다. 아 그리고 나 그때 피가 나온다고 그랬었잖아. 잠깐 하루이틀 그런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도 그러네. 이상하지? 그래서 닥터나우 같은 곳에 검색해봤더니 부정출혈 같기도 해. ‘스트레스나 면역력, 수면부족, 식생활의 불규칙적임 등으로도 부정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정말 수긍 가능한 게, 나 거의 하루 한 끼 먹지. 그것도 항상 비슷하게 계란밥, 라면, 파스타, 엽떡(이거 말고 최근에 먹은 거 없음) 콜라만 하루 3병. 잠은 보통 아침에 잤다가 늘 다른 시간에 일어나..계속 누워있어... 쭈쭈 보고싶지만 못봐... 온갖 게 이유가 될 수 있더라. 편지라서 뭐 자세하게 말은 못하지만 검색해보면 맞는 것 같아. 몸은 참 솔직하구나. 좀 그지같이 살았더니 바로 피 보이면서 경고하네.. 여행 가서도 지속되면 안 되는데 말이야. 그때는 또 생활패턴 며칠 맞춰질테니까 괜찮을거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근데 아마 이 얘기 내일 통화로도 할 듯...아 그리고 살은 안 빠졌단다 애석하게도. 아 그리고 말이야.. 방금 전에 카톡 확인을 하다가 훈련소 사진이 떴다는 말을 듣고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을 했거든? 중대 소대 호실 별로 다 떴더라고. 네가 있는 3대대 1중대 3소대 6호실!! 까지 내리면서 참 많은 남자애들 얼굴을 봤어. 네가 햇볕이 셌다는 얘기가 뭔지 알겠더라. 그리고 너 진짜 웃기게 나옴. 진짜.... 너무 웃김. 눈은 떴는데 인상 진짜 안 좋아보임. 턱 완전 네모네모빔. 다크서클 대박.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알아? 그렇게 웃기게 나왔는데도 네가 제일 잘생겼더라. 콩깍지가 아니라 진심이다... 준혁아 너 약간 김지원 같이 나옴.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옛날에 지드래곤이 ‘대성이 아이유같이 나왔어’ 라고 한 그거같네) ㅋㅋㅋㅋㅋㅋ몬쉥긴주녀기라도 사진 보니까 좋다. 군복 입은 것도 너무 자연스러워. 그거 입고 태어났니? 성당 사진은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올리신대. 보안검토 때문이라네. 꿍얼꿍얼.... 하루면 하겠구만.
이만 줄일게. 내일 통화로 더 많이 얘기하자. 평소처럼 오래는 못할지도 몰라. 5시쯤 돼서는 부모님께 전화올 것 같거든 ㅜㅜ아무튼 오늘도 준혁이가 다치지 않고 훈련 잘 마쳤길 바라면서. 오늘도 너무 사랑해 안뇽 !! 작년 이맘때의 우리 사진도 넣는당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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