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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탕, 탕”
일요일이었다. 공장은 평일보다 더 바빴다. 어디서 쏜 것인지 몰라도 총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나는 계단 위에 서서 고함을 질렀다. 텅 빈 들판이었으니 내 목소리는 멀리까지 퍼졌을 것이다. 경찰에 신고할 거라며 한 번 더 외쳤다. 그러면서도 신고할 마음까진 아니었다. 그 때 한 발의 총 소리가 귓전을 날카롭게 스쳤다. 그건 공장 건물에 실탄이 박히는 소리였다. 머리털이 하늘을 향해 곤두섰다. 전화기를 급히 집어 들었다. ‘알아보겠습니다.’ 라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경찰관의 말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이곳에 사냥 허가가 났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서였다.
나는 열을 식히려고 웅덩이로 갔다. 듬성듬성 돋아났던 수초는 며칠 동안의 추위에 얼어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 미꾸라지가 개흙 밖으로 나올 리 없었는데도 뚫어져라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잠잠하던 물속 한 곳에서 작은 흙탕물을 일으키는 물체를 발견했다. 무릎 깊이의 물속에서 일어난 작은 소용돌이였지만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물체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쑤시개 굵기의 물고기 새끼였다. 그건 너무 작아서 다 자라면 어떤 종류의 물고기가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농기계 수리 공장을 운영한 지 일 년쯤 되었을 것이다. 인감증명을 떼려고 면사무소에 들렀다가 도시계획 공고를 보았다. 그 내용은 백만 평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사전에 소문도 듣지 못했던 나는 화가 나다가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이웃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주택공사에서 시작을 한 일이니 중간에 일이 틀어질 가능성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보상을 받아서 서서히 빠져나가자 멀쩡하던 집들이 폐가가 되어갔다.
“언제쯤 비울 수 있어요?”
보상 담당의 독촉은 협박조였다. 일이 밀려서 이사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한 달은 족히 일손을 놓아야 할 것 같았다.
“영업 보상이 있잖아요!”
보상 담당은 찢어진 소파에 앉아 빚쟁이처럼 인상을 쓰고 있었다.
“못 비워준다니까!”
“이런 농기구나 수리하는 공장 운영하면서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상 담당은 코웃음을 쳤다. 자신은 이런 일을 하면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첫 대면에서 으름장을 놓았었다. 나는 그를 향해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어떻게 난관을 헤쳐야 할 지 막막했다.
나는 차 한 대가 겨우 들락거릴 농로를 바라봤다. 바퀴 자국을 피해 돋아난 풀포기에 화물차에서 떨어진 기름이 검게 묻어 있었다. 한 걸음에 건널 수 있는 개울로는 맑은 물이 흘러갔다. 밤이면 풀숲에서 반딧불이를 만날 수도 있는 곳이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창문을 열면 별빛에 눈이 시렸다. 그럴 때면 지은 죄를 들킨 것처럼 등골이 오싹했다.
나는 개울의 바깥쪽으로 두어 평이나 됨직한 웅덩이를 팠다. 삽질 몇 번에 주택공사와 관련된 일을 잊을 수 있었다.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방을 쌓고 물을 가뒀다. 그런 다음 근처의 5일장에 가서 미꾸라지를 사다 웅덩이에 넣었다. 웅덩이에 미꾸라지를 넣고 난 나는 목욕을 한 듯 팔의 가려움이 싹 가셨다.
작년 가을에는 추수가 끝나가는 들판에 소나기가 퍼부은 적이 있었다. 한 시간 가량 양철 지붕을 때렸던 빗소리가 그쳤다. 계단을 급히 올라온 경리 아가씨가 무지개가 뜬 소식을 전했다. 나는 일손을 놓고 창문을 열었다. 야트막한 산에 짤막하게 걸린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그건 어린 날 보았던 것보다 색깔이 선명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뜰채와 양동이를 들고서 몰려 나왔다. 나는 호기심에 계단을 내려섰다. 그들은 물이 불어난 개울에 뜰채를 들이대고 미꾸라지를 잡고 있었다.
“이 때 잡은 미꾸라지는 보약이지요.”
청년회장의 말이었다. 내가 여기 온 지 일 년이 되었는데도 그와는 아직 서먹한 사이였다. 가끔 아버지를 통해 조심해야 할 인물이라고 들은 적은 있었다. 미꾸라지가 보약이란 말을 들은 직원 두 사람은 발을 둥둥 걷어붙였다. 그들은 개울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본 뒤로는 입맛을 다시며 미꾸라지 생각에 넋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공장장이 철물점에 가서 뜰채를 사 오고 남은 한 사람은 기름 묻은 양동이를 씻었다.
미꾸라지를 잡으러 간지 두 시간 뒤 그들은 돌아왔다. 양동이 속에는 겨우 여남은 마리의 미꾸라지가 들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미꾸라지를 안주로 한 술상을 마련해야 했다. 다섯 시가 넘었으니 그들의 배가 출출할 시간이었다. 나는 농협 근처의 시장 골목으로 차를 몰았다. 좀 전에 미꾸라지를 잡던 사람들 몇몇이 쪼그리고 앉아 양동이 채로 그놈들을 팔고 있었다.
다시 가을이 오고 있었다. 손톱으로 벼의 낱알을 눌러보니 제법 단단하게 느껴졌다. 어쩌다 논바닥 위로 기어 나온 미꾸라지는 누렇게 색깔이 변해 있었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없더니 작년 가을처럼 소나기가 내렸다. 이번에는 무지개를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청년회장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스피커는 공장을 향하고 있었다. 직원들의 눈길이 개울을 향하는 낌새를 알고는 웅덩이를 생각했다.
비가 그쳤다는 말을 듣고 계단을 내려갔다. 텁텁했던 공기가 꽤나 맑아져 풀냄새가 코로 스며들었다. 공장은 들판 가운데 있었으니 넓은 들판에 세워진 원두막 같았다. 담장을 돌아 웅덩이로 나갔더니 물을 반쯤 채워놓았던 곳이 빗물 때문에 넘쳐 둑이 무너졌다. 어쭙잖은 비에 미꾸라지가 떠내려가진 않았는지 염려스러웠다. 조그만 틈만 있으면 빠져나가는 나의 습성을 빗대서 아버지의 자리에 슬쩍 앉아 버린 것을 두고 날더러 미꾸라지를 닮았다고 했을까. 나는 직원들의 입을 막으려고 마을 사람들이 잡은 미꾸라지를 또 다시 사고 말았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이십 년 넘게 운영하던 농기계 수리공장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한 달이 가도 아버지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가족 모두가 지쳐갈 무렵이었다. 아버지 병원비 대느라 공장 운영비는 바닥이 났다. 이미 빌린 돈도 갚지 못하고 있었으니 은행에서도 더 이상 대출이 안 된다고 했다. 그 때 공장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래가지고 공장 운영이 어렵겠어.”
“그러면 어쩌면 좋을까요?”
“서로 조건만 맞는다면......”
몇 년 전부터 얘기하던 공장 인수 문제에 대해 말하려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는 가진 돈이 없다는 걸 안다.
“이렇게 해요.”
공장장에게 내가 했던 말이었다. 오 년 동안 나를 도와준다면 그 뒤에는 권리금 없이 공장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공장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듣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다. 실은, 평소에 공장장을 집으로 자주 불러 술대접을 하던 엄마가 동동주 술상을 차렸던 게 효과가 컸다. 나는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뜻하지 않은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벌여 놓은 고스톱 판에 당신의 판돈으로 어쩔 수 없이 화투를 치는 입장이 되었다. 그게 미꾸라지라는 별명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아마도 그런 말은 공장장 입에서 나온 것 같았다.
나는 추어탕을 좋아했지만 소나기 온 날 끓였던 걸 먹지 않았다. 첫 술에 미꾸라지 뼈가 목에 걸려 캑캑거렸으니 숟가락을 놓고 만 것이었다. 그들은 미꾸라지의 억센 뼈를 이빨로 꼭꼭 씹으며 내 이름을 들먹거렸을 것이다.
“옮겨갈 곳은 정했어요?”
“세를 얻으러 다니고 있어요!”
“조그마한 공장 때문에 백만 평 신도시 망치게 생겼네!”
“그럼, 나더러 어쩌라구요!”
“법원에 공탁을 할 테니 알아서 하쇼.”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알 지 못했다. 이곳에 올 때 소개를 했던 부동산 사무실에 전화를 냈다. 부동산 업자는 자기로선 어쩔 방법이 없다는 말 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 겨드랑이에서 흐른 땀은 속옷을 적셨다.
여기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면서 웅덩이의 둑을 더 높이 쌓은 나는 지난 번 만큼 미꾸라지를 사다 넣었다. 하루에 한 번씩 살펴보니 미꾸라지가 흐린 물속에서 헤엄치는 게 보였다. 쫓겨나지만 않는다면 직접 기른 미꾸라지로 직원들에게 추어탕 맛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눈길이 간신히 미치는 곳에서부터 숲이 점차 잘려나가고 있었다. 포클레인으로 파 낸 흙을 덤프트럭이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포클레인 소음은 날이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크르릉거리는 소리가 현장으로부터 들려왔다. 덜컥 겁이 났다. 기름 묻은 서류를 덮고 내려가니 현장 소장이라는 사람이 건성의 인사를 건넸다. 돈을 줄 테니 포클레인 이빨을 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걸 수리해 주면 날카로워진 이빨로 우리 공장을 더욱 쉽게 허물 것 같았다. 그랬지만 돈을 후하게 쳐준다니 못한단 말을 하지 못했다.
포클레인이 공장 안으로 삽날을 들이민 탓에 내가 공장으로 들어갈 때 옷에 흙과 기름이 묻었다. 직원 두 사람은 작업 현장을 뭉갤 지도 모르는 이빨을 손보느라 땀을 흘렸다. 나는 포클레인 수리비를 경리 아가씨 몰래 주머니에 넣었다.
공장 진입로를 다른 곳으로 돌리겠다는 통보를 해 온 건 겨울이었다. 뒷산은 이미 한 아름이 넘는 소나무들이 죄다 잘려 나간 뒤였다. 작년 겨울에는 숲이 북풍을 막아주어 춥지 않게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올해 유난히 바람이 세다 싶은 것도 벌목을 한 때문이었다. 그런데다 자주 차가 드나드는 진입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니 화가 났다. 하루 만에 새로 만든 길은 1톤 화물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5톤 차도 드나들어야 하는데 길이 이렇게 좁아서 어떻게 하죠?”
“공장에 대 놓은 차를 보니 1톤짜리던데요.”
현장소장은 눈짓으로 내 숨통을 조였다.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공장이 더욱 왜소하게 느껴졌다. 산등성이를 넘어오는 찬바람이 가슴 언저리를 훑었다. 퇴근길에는 다져지지 않은 흙에 바퀴가 빠져서 픽업의 뒷바퀴가 헛돌아 고무 탄내가 빈 마을을 채웠다. 나는 나무토막과 잭으로 뒷바퀴를 들어 올렸다. 바퀴가 지나갈 방향에다 거적을 깔아 차를 빼냈다.
다음 날에는 진눈깨비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졌다. 진입로에 자갈이 깔렸지만 길이 꺼져 내리는 걸 감당할 수 없었다. 짐차를 진창에서 건져내고 나면 픽업이 빠졌다. 그러면 짐차에 로프를 걸어 픽업을 당겼다. 건져낸 차 두 대는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진흙이 창문에 튀어 차에 타면 밖이 보이지 않았다. 유리에 붙은 흙은 얼어서 손잡이를 돌려도 창이 오르내리지 않았다.
“여기, 도장 찍으세요.”
보상 담당 직원의 말은 명령조였다. 그의 말하는 태도가 눈에 거슬려서 서류를 보지도 않았다. 얼핏 들은 얘기로 건물 보상은 그런대로 쳐 주지만 대지 보상은 시가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랬지만 평생 팔자를 고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연이어 도장을 찍었으니 보상금을 받아서 고향을 버린 이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이제 자리를 잡으려는 나조차 여기를 떠나야 하는 건지, 기계의
끼리릭거리는 소리가 귀뚜라미 울음처럼 들려왔다.
“우리 집에 잠시 다녀가시죠?”
“무슨 일인데요?”
“점심 한 끼 하자고 준비를 했거든요.”
별일이 다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먼지가 날리는 길을 걸었다. 마을에서 한 채만 남은 청년회장 집이었다. 방에는 큰상에다 미꾸라지 튀김이며 추어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집에서 담근 동동주 냄새에는 군침이 돌았다. 둘러본 방 안에는 시골집에서는 보기 힘든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앉은 자리에서 잘 보이는 곳에 까맣게 빛을 튕겨내는 물건이 보였다. 눈의 초점을 맞춰 바라본 물건은 공기총이었다. 묘하게도 총구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현장소장과 보상 담당 직원이 지나가다 들른 듯 방으로 들어왔다. 현장소장은 총구를 쳐다보던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언제쯤 공장을 옮겨갈 생각이죠?”
그들 세 사람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는 그들의 눈길에 갇혀버렸다고 생각했다. 동동주와 함께 먹은 미꾸라지 튀김은 식도 가운데 걸려 명치 부근을 콕콕 찔렀다.
물러설 수 없는 자리에 섰다고 생각한 나는 보상 서류를 꾸미기 시작했다. 영업 보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매출이나 이익을 속여야했는데 그런 일을 섣불리 하다보면 오히려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사 비용을 부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기계를 운반하는데 화물차 몇 대, 사무실 집기 운반에 화물차 몇 대, 화단에 심어둔 나무 몇 그루, 거기다가 미꾸라지를 기르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크지 않은 물웅덩이지만 미꾸라지가 자라고 있을 것이며 그것이 보상 기준은 될 텐데 보상 담당은 미꾸라지를 본 적이 없었다.
웅덩이 속의 미꾸라지가 무사할지 걱정스러웠다. 날이 추우니 그놈들은 개흙에 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날이 풀리면 호미로 파 뒤집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웅덩이가 보상 대상에 들 지 알 수 없어도 미꾸라지가 살아 있다면 돈을 쳐 주기는 할 것이다.
보상을 받아 세라도 얻을 수 있을지 몰랐지만 나는 값이 매겨지지 않은 보상금을 지레짐작하고 공장을 얻으러 다녔다. 하루에 열군데 넘게 다녔지만 마음에 맞는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영역은 자꾸 넓어졌다. 차타고 십분 거리가 이십 분 거리로 바뀌니 눈에 차는 게 몇 군데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손에 쥐어질 돈이 얼마나 될 지 가늠할 수 없어서 저울질만 하다가 돌아왔다.
보상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틴다는 얘기 끝에 나더러 보상 담당이 미꾸라지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말은 공장장에게서 들은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일하는 틈틈이 공장을 구하러 다녔다. 그럴 때 내 귀에는 포클레인 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며칠 후에는 정장 차림의 남자가 보상 담당과 함께 공장 주위를 둘러보고 갔다. 보상 담당은 그 남자를 따라다니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웃을 때 마다 입을 찢는 보상 담당의 표정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했다.
먼저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공돈인 양 차를 사고 아파트를 샀다. 그 중에서도 야무진 사람들은 변두리로 나가서 농지를 샀다. 그 여파로 인근의 땅값이 뛰기 시작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돈을 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인플레의 된 맛을 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대토를 한 사람들만 오르는 땅값에 박수를 쳤다. 몇몇 보상을 받지 않은 사람들 얘기로는 오래 버티면 보상 금액을 올려주지 않을 수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렇지만 돈이 풀렸다는 소문에 자고 나면 땅값이 뛰었다.
세를 얻어서 공장을 운영하려고 해도 그마저 날이 다르게 값이 올랐다. 그렇지만 보상 금액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으니 흥정을 하다가 말이 막히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는 사이에 가격은 또 달라졌다. 보상액수의 윤곽이라도 잡혀야 선금을 걸고 가계약을 하겠는데 그 일을 하느라 회사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보상 담당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공장에 들렀다. 제출한 보상 서류를 들고 현장의 기계와 대조를 해 보고 화단에 심어진 나무들을 세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담장 바깥에 웅덩이 있는 곳으로 목을 길게 빼서 걸어갔다. 며칠 전에 그 곳에도 보상 받아야 할 물건이 있다고 서류상으로 설명을 했던 일이 있었던 터였다. 웅덩이에는 밤새 삭풍이 불어 살얼음이 끼었을 것이다. 드센 날씨에 얼어버린 수초가 몇 포기 물 위에 떠 있을 것이며 물은 흐려서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 속에 과연 미꾸라지가 있기나 한 걸까.
“사장님, 여기 한번 와 보세요.”
고함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빈 들판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를 먼눈으로 지켜보던 나는 그의 다급한 소리와는 어긋나게 되도록 걸음을 천천히 해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는 작대기를 들고 웅덩이 속을 휘휘 젓고 있었다. 웅덩이 앞에 나의 걸음이 닿기도 전에 그는 작대기로 물속을 쿡쿡 찔러가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 속에 미꾸라지가 있단 말이죠?”
“그럼요!”
“그게 사실이라면 한번 찾아보세요!”
“이 겨울에 뻘 속에 숨어버린 미꾸라지를 어떻게 찾아요?”
“보상 목록에 적힌 건 확인을 해야 하거든요.”
“내가 그럼 미꾸라지를 사다 넣지도 않고 넣었다 하는 줄 알아요?”
“안 봤으니 증명할 수 없잖아요!”
그 때 화물차를 타고 자재를 사러 갔던 공장장이 돌아왔다. 그는 두 사람이 실랑이 하는 걸 보고나서 한 마디 거들었다.
“작년 여름에 한 양동이 사다 넣었어요.”
물속의 미꾸라지는 존재를 알 수 없는데 공장장 입으로 미꾸라지를 살렸다. 한 고비는 넘겼지만 겨울바람보다 차가운 눈초리들이 외딴 공장을 노리고 있었다. 파출소장이 다녀 가고나면 소방서에서 오고, 농협 직원 발자국이 지워지기 전에 군청 환경과에서 들이닥쳤다.
추석이 가까워지니 예초기 수리를 하느라 일감이 늘어났다. 직원들은 일 할 생각보다 어슬렁거리는 외부 사람들 눈치 살피느라 일손을 놓고 있었다. 기름 범벅이 된 옷차림으로 일하는데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이 현장을 돌아다니니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낮에는 일을 제대로 못하고 인적이 끊긴 밤에 기계를 수리해야 하니 초과근무 수당이 늘어났다.
직원 두 사람 중 누군가가 웅덩이에 오줌을 누는 것 같았다. 어쩌다 웅덩이 근처를 기웃거리면 지린내가 심하게 났다. 담벼락의 끝자락을 돌아서면 바로 웅덩이가 있으니 오줌을 누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그 무렵 화장실의 낙서에서 오줌을 갈겨서 미꾸라지의 숨통을 조여야 한다는 괴발개발의 낙서를 보았다. 내 생각으로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아버지가 경영을 할 때 보다 못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내가 웅덩이의 물꼬를 터서 개울물을 끌어들였더니 냉수를 마신 듯 짜릿한 느낌이 식도에 전해졌다.
포클레인은 느린 경사의 공장 주변을 야금야금 갉아 먹었다. 나중에는 공장의 기계 소리보다 포클레인 소음이 더 크게 들려왔다. 점심때가 되면 주택공사 인부들 몇몇이 모여 삽을 들고 나섰다. 그들은 두어 뼘 가량의 개울로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때웠다. 그 중에서도 메기는 몸집에 기름기가 많아서 소주 안주로는 제격이었다. 노릇하게 기름기가 오른 메기 대 여섯 마리만 있어도 냄비에 씻어 담고 푸성귀를 넣어 고춧가루를 듬뿍 뿌린 매운탕을 만들 수 있었다.
메기가 뜰채에 보이기 시작하고부터였나 보다. 흔하던 미꾸라지가 보이지 않았다. 굳이 추수 때의 논바닥을 헤집지 않더라도 흔한 게 미꾸라지였는데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미꾸라지를 잡으러 나섰던 이들은 병충해 방지를 위해 농약을 많이 뿌려댄 걸 트집 잡기도 했고 논일을 제쳐두고 미꾸라지 잡는 일에 혈안이 되었던 사람들 탓을 하기도 했다.
그 때 보상 담당이 나타났다. 이제 날도 풀렸으니 공장을 어서 비워달라고 재촉했다. 알아보고 있지만 마땅한 공장을 찾지 못해서 망설이고 있다는 말끝에 그는 버럭 화를 냈다. 비우라고 한 지가 언젠데 이제껏 그러고 있느냐고 세 준 주인처럼 허리짬에 두 손을 올려 거드름을 피웠다.
경리 아가씨는 그 남자가 메기를 닮았다고 했다. 듬성듬성한 콧수염 하며 잔털이 없는 매끈한 피부가 메기를 닮지 않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배터리에 연결된 전선을 갖다 대면 픽 쓰러질 것 같은 몸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 동안 전기를 끊어야겠는데요.”
“무슨 공사를 어떻게 하기에 온종일 정전을 시켜요?”
“산업용 전기라서 그래요.”
“몇 달 말미를 주면 안 되나요?”
“주택공사에서 독촉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서요.”
“아무리 그래도 이사를 하고나서 공사를 시작해야지......”
한전 직원은 숫기가 없어서 나의 말에 대꾸를 못하고 있었다. 뒤따라온 보상 담당이 뒷마무리를 말끔하게 했다.
“그냥 철거해 버려! 토요일 시작해서 월요일 아침에 전기 넣어주면 될 거 아냐!”
우리 공장 사정을 아예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서 어깃장을 부렸다. 고압선을 철거하고 공장용 임시 가설 전선을 설치한다는 얘기였는데 모르긴 해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 사이, 포클레인은 공장 주변 논밭을 파 뒤집어서 건물 하나만 덩그러니 언덕 위에 올려놓았다. 바퀴 두 개가 간신히 지나갈 흙길은 그림에서 본 저승길 같았다.
하늘에 뜬 모양의 공장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담장과 유실수 몇 그루가 전부였다. 봄이 왔다고는 하나 자라나는 들풀은 포클레인이 밟고, 뒤따라가는 인부들이 나머지를 밟았다. 그러니 먼 산에 피어나는 개나리며 진달래로 겨우 봄을 가늠했다. 그 무렵, 웅덩이에선 가끔 흙탕물이 일었다. 그것이 미꾸라지의 짓이라고 단정 짓지는 못해도 무언가 생명체가 물속에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웅덩이를 들여다 보면서 나는 힘을 얻었다.
일감을 싣거나 자재를 실은 1톤 화물차는 길 같지도 않은 길을 통해 부지런히 오갔다. 차바퀴에는 언제나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봄비가 내리니 흙길에 바퀴가 더 자주 빠졌다. 다니던 길이 다져질 만하면 다른 길을 만들어버리는 통에 이곳에 있는 한은 차를 더럽히지 않고 공장을 들락거릴 방법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보상 담당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그의 임무인 공장을 하루 바삐 쫓아내는 일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쩌다 다른 사람들과 우스갯소리를 할 때도 입을 메기처럼 쭉 찢어서 짓는 표정이 여간 밉살스럽지 않았다.
열흘 내내 비가 내렸다. 봄이 온 게 맞는지 개나리는 벌써 세 번째 꽃을 피웠다가 오므린 뒤였다. 진달래는 이미 지고 연달래가 그 뒤를 이어 피기 시작할 무렵 폭우가 쏟아졌다. 이미 내린 비로 길은 차가 다닐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도도록하게 북돋운 좁은 길이 조금씩 빗물에 쓸려 내려갔다.
여러 사람의 눈총에도 꿈쩍 않던 공장에 일감이 떨어졌다. 수리할 농기계나 자재를 실어올 수 없으니 일손을 놓고 있었다. 나와 직원들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걸어서 출근을 했다. 백 미터를 걸어오는데 옷이 흠뻑 젖었다. 직원 두 사람은 처마 밑에 나란히 앉아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진입로에 눈을 박고 있었다. 일기예보로는 어제 그친다고 했지만 폭우가 언제 멎을 지 알 수 없었다.
이럴 때는 보상 담당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쉴 새 없이 땅을 파 뒤집던 포클레인도 끝을 알 수 없는 휴식에 들어갔다.
“보상 담당 좀 바꿔주세요!”
나는 화를 삭이지 못하고 주택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 날도 비는 억척스레 내렸다. 보상 담당은 휴가 중이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의 휴가가 언제까지인지 얘기해 주지 않았다. 다음 말이 건네지기 전에 전화는 딸깍 하고 끊겼다.
나는 우산을 쓰고 계단을 내려갔다. 차 두 대를 겨우 댈 마당을 지나 담장 모퉁이를 돌았다. 웅덩이는 내린 비로 찰방거렸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웅덩이 속에서는 물을 헤집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나는 허리를 숙여 흐린 물속을 눈으로 더듬었다. 미꾸라지보다 몇 갑절 큰 물고기가 일으킨 물살이었다. 검으면서도 등짝이 넓은 물체가 물 밖으로 몸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나는 그 물체가 메기라고 단정 지었다. 그 때 불현듯 미꾸라지 생각이 났다. 그 놈의 포식으로부터 미꾸라지가 살아날 길은 세찬 빗줄기를 따라 웅덩이를 탈출하는 방법이다. 그도 아니면 개흙 속으로 더 깊이 숨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웅덩이에 미꾸라지가 몇 마리나 남아 있을까. 불현듯 내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메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니 미꾸라지가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그 무렵 하늘에 낀 먹구름은 메기의 등짝을 닮아 있었다. 웅덩이에는 검은 메기가 태연하게 유영을 하고 있어서 그 놈을 본 순간 미꾸라지의 존재가 다시 기억나기도 했다.
햇살과 함께 나타난 보상 담당은 살이 통통 올라 있었다. 휴가 기간 내내 몸보신을 한 모양이었다. 입가에는 기름기가 번들거렸다. 전화를 걸어 난리를 쳤던 게 효과가 있었던지 커다란 포클레인이 삽날을 높이 쳐들고 마을로 들어왔다. 보상 담당은 그걸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쌍욕을 허공에 대고 해댔다.
“시펄, 비워달랄 때 빨리 비웠으면 이런 일이 왜 일어나냐구!”
마당 끝에 선 그의 얼굴은 새빨갰다. 그가 그러든 말든 포클레인은 큰 삽으로 흙을 퍼 날랐고 쓸려 나간 흙길은 한나절 만에 복구가 되어 갔다. 주택공사에다 대고 질렀던 고함으로 길 가장자리에는 큼지막한 바위들이 쌓여지고 질척거리던 진입로엔 자갈이 깔렸다. 두텁게 깔린 자갈은 그 동안 차바퀴가 헛돌게 했던 기억을 지워주었다.
그 사이에 나는 메기가 놀고 있는 웅덩이의 둑을 다시 쌓았다. 그 속에서 메기는 미꾸라지의 기억만 희미하게 등짝에 싣고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저번에 샀던 뜰채를 찾아 웅덩이로 갔다. 몇 번 파닥거리며 뜰채를 빠져 나갔던 메기는 워낙 좁은 웅덩이 속인지라 금세 잡혔다. 비가 그치자 날씨가 후덥지근해 지면서 나다니는 사람들 옷차림이 반팔로 바뀌고 있었다. 벼이삭은 탱글탱글 낱알을 살찌워나갔다. 미꾸라지가 살아 있다면 뱃살을 누렇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잊고 있었던 미꾸라지를 다시 기억해 냈다.
그 무렵 나는 보상 서류에다 도장을 찍었다. 공장을 옮겨갈 곳에 가계약을 한 뒤였다. 그 곳은 산과 산 사이에 낀 좁은 벌판이었다. 빌린 땅 주인이 가건물을 지으면 기계를 옮길 참이었다. 그렇게 하더라도 정상적인 가동을 하려면 달포는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일감을 받지 않아야 했다. 수리가 된 농기계는 빨리 찾아가라고 집집마다 독촉 전화를 냈다. 보상 서류에 도장을 찍기까지 걸림돌이었던 미꾸라지는 서마지기 논에서 잡아 판값을 쳐주기로 하여 마무리되었다.
나로 인해 애가 탔던 주택공사에서는 서류에 도장을 찍자마자 은행 계좌로 돈을 입금시켰다. 나는 쓰던 공장을 처분하려고 수소문을 했다. 사람들을 불러 견적을 받으니 백만 원 준다는 사람도 있고 이백만 원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삼천 만 원 쯤 든다고 했다. 그 때 자신의 임무가 끝났으리라 여겼던 보상 담당이 나타났다. 그는 대뜸 오백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마음이 바뀔까봐 계약서에 얼른 도장을 찍었다.
이사할 공장은 콘크리트 바닥 공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쓰기에 알맞은 공장을 지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땅주인의 말에 의심이 갔다. 한 달 안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장담에는 기가 찼다. 계약서에 붉은 글씨로 쓴 내용으로는 날짜를 어기면 배상을 하겠다는 걸로 보아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철거할 공장 주위의 남겨진 논에서는 콤바인이 종일 윙윙거리며 추수를 했다. 추수가 끝난 논에는 삽을 든 남자들이 물기가 가시지 않은 논을 파 엎었다. 다져졌던 논바닥 깊은 곳에서는 뱃가죽이 누런 미꾸라지가 힘차게 팔딱거렸다. 두어 시간 만에 양동이는 기름진 미꾸라지로 가득해 졌다. 나는 잊고 있었던 미꾸라지를 다시 기억해 냈다. 웅덩이의 미꾸라지가 메기 때문에 논으로 피신을 한 것 같았다.
공장 건물을 옮기려는지 인부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바닥과 기둥이 연결된 볼트를 하나씩 풀었다. 전기공사를 하는 사람들은 전선을 잘랐다. 바닥과 연결된 기둥이 분리된 걸 확인하려고 그들은 기둥마다 지렛대를 끼워 흔들거려 보았다. 사람 키보다 적은 지렛대의 힘에 건물이 일렁거렸다. 보상 담당은 전보다 더 자주 공장에 들락거렸다.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도 몇 번이나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찍었다. 그럴 때마다 입가에 짓는 웃음은 영락없는 메기의 모습이었다.
갑작스레 돈이 생기니 아버지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긴 아버지는 손발이 침대에 묶여 있었다. 담당 간호사 말로는 아버지가 링거를 꽂아두면 악을 써서 뽑아버리고 밤에는 잠도 자지 않고 고함을 질러댄다고 했다. 엄마는 나의 미꾸라지 같은 성질을 탓했다.
“네가 처음부터 아버지 공장에서 일하다가 도망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날마다 기름을 만지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게 싫었다. 위험한 공장에서 마음에 내키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다가 다친 사람들을 더러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였다. 나는 공장에 혼자 남아 기계를 청소하다가 전기톱의 조작 스위치를 눌러 보았다. 날이 선 톱날은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당황하여 급하게 기계를 정지시킨다고 비상 스위치를 눌렀던 게 그만 붉은 버튼이 깨졌다. 하필이면 그 다음 날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던 직원이 인지손가락을 잘렸다. 그가 비상 스위치만 누를 수 있었더라면 큰 사고는 없었을 텐데 그 일로 나는 죄책감이 들어 도망을 쳤다. 아버지는 사고가 난 후 수시로 근로감독관에게 불려갔다. 산재 보험금도 그 일 때문에 두 배 넘게 내야 했다. 그 뒤로 손가락이 잘린 직원은 나만 보면 인상을 쓰면서 오른손 중지를 들어 보였다.
아버지는 응급실에 누워서 자주 헛소리를 했다. 추어탕이 먹고 싶다고 고함을 질렀다. 의사는 내게 허둥거리는 말투로 빨리 추어탕을 아버지께 사다 드리라고 했다.
내가 공장을 옮기게 된 사실을 청년회장에게 알리고 난 뒤였다. 늘 하던 시간에 맞춰 출근하니 공장이 사라지고 없었다. 사무실 집기들도 제대로 치우지 않은 시점이었다. 누군가가 공장을 뜯어 가버렸다고 하더라도 건물의 잔해는 남아야 하는데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뒤이어 직원 두 사람이 출근했다. 서로 바라보는 얼굴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경리 아가씨는 어떤 인간이 미꾸라지처럼 공장을 빼돌렸느냐고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건물을 들어내고 난 자리에 폐허처럼 남은 콘크리트 바닥에는 경운기 부속품들이 굴러다녔다. 콘크리트 바닥과 흙이 만나는 틈새를 유심히 살폈더니 미꾸라지 한 마리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건물 바닥 어딘가에는 미꾸라지를 노리는 커다란 메기도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보상 담당이 나타난 건 그로부터 삼십 분 뒤였다. 그가 대뜸 나의 팔을 끌어당겼다. 차를 타고 가서 확인해야 할 게 있다고 웃는 입에서 추어탕 냄새가 났다. 나를 데려간 곳은 이사를 하기로 했던 땅이었다. 거기엔 내가 쓰던 공장 건물이 콘크리트 바닥 위에 얹혀 있었다. 사무실을 둘러봐도 쓰던 집기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먼발치의 산비탈에는 육중한 체구의 헬리콥터가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고 있었다. 보상 담당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그것은 검게 등을 내보이는 메기 같았다. 보상 담당이 눈앞을 가로막으니 그와 헬리콥터가 메기로 보였다. 갑자기 미꾸라지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먼 곳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그걸 신호로 말짱하던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졌다. 나는 재빨리 공장으로 숨어들었다. 굵은 빗줄기는 십분 정도 쏟아지다가 멈추었다. 소나기가 다시 시작될 지도 몰랐기에 나는 창을 통해 마당을 내다봤다. 그 곳에는 미꾸라지로 보이는 물체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나는 급히 삽을 들었다. 아직 담장은 세워지지 않았지만 저번에 있었던 공장의 담장을 머릿속에 그렸다. 모퉁이를 돌아간 곳에 웅덩이를 판 나는 물을 길어다 부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미꾸라지는 살려놓아야 했다. 공장에는 늦게 돋아난 햇살이 무지개를 만들었다. <81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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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당쇠님 미꾸라지 잘 읽었습니다. 좋은소식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카페지기님,,,,
좋은 소식 있을겁니다. 돈 워리~~ㅋㅋ
좋은소식 들리기를 저도 응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상금 꼬옥 받아서 한턱내세요.
아직 상금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너무 멀리 계시니 저축해 두겠습니다~~ㅎ
고맙습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축하합니다. ㅎㅎ 마당쇠님을 좋은자리에서 뵙게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쁩니다 ^^~~^^
고요님의 시, 잘 읽었습니다.
시상식 때 뵙도록 하죠.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글로 통하는 사이는 순수하므로 더 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멋진 카페에서 좋은 소식 가득하니 정말 신납니다^^ 축하드려요~~ 근데 마당쇠님 조용히 여쭙고싶은게있는데 혹 동부~~아세요?(대학연합~)
동아대와 부산대 연합...있었죠~ 솜이님, 그 멤버였어요? 본명이 뭐였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ㅎ
jin(珍)입니다 기억이 아물하시려나^^
아~ 알고 말고~ 나랑 이름자가 같아서 동지애를 진하게 느꼈던 그 날 밤을 기억하지. 파도 철썩거리는 밤바다의 추억을.... 언제 다시 술 한잔 해야겠지~~너무 반가워~~ 토욜 만남이 설레네~~ㅎ
마당쇠님 축하드려요. 좋은 소식을 자주 전해주시니 흐믓합니다. 또 좋은 소식 기대합니다^^
솟대님의 내공을 감히 흉내낸 건 아닐지 부끄럽습니다.
암튼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원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작품 올려 주셔서 잽싸게 읽었습니다.
드립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당선 소식에 산통은 잊으셨겠고
작은 소득에 크게 기뻐해 주시니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먼 길 가는 도중에 주운 동전 지갑이라 여깁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소양님 고맙습니다~~
참 좋은 소식에 덩아 신이 납니다.
합니다^^
함께 기뻐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머잖아 아침햇살님께도 좋은 소식이 가리라 생각합니다.
마당쇠님 존경스럽습니다,전 언제나 수상 소감을 써 볼까요..~
가마를 마련하셨으니 시집가는 건 멀지 않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족두리에 연지 곤지로 다듬어 마무리 하신다면 가마꾼으로 마당쇠가 달려갑죠~~ㅎㅎ
순수한 마음이 좋은 글을 잉태하여 조만간 달덩이를 순산하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시구요~~
오늘 또 들러서 배워 갑니다.
꾹 누르고 갑니다.
드립니다
기쁨은 오래 갖는 게 좋아서 또 한번
열정이 만든 글들은 쉬 식상해 지지 않을 것입니다.
소양님의 글들이 열정으로 써져서 기워도 기운 표시가 나지 않도록 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같이 기쁨을 나눌 수 있음이 더없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침햇살님~~
오래지 않아 이 기쁨을 되돌려 드릴 수 있게 되길 빌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나보네요.
힘들여 일하시는 모습, 눈에 선하네요.
이겨낼 만큼 고난이 안겨진다니 힘을 내세요.
응원할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