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훈화
부활 제3주간(4월 14-20일)
부활의 첫 증인 성모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영적 체험들을 통해 주님을 더 깊이 친밀히 만나고, 깊이 사랑하며, 가까이 따르도록 이끌어 주는 영신수련에 의한 30일 피정이 있습니다. 이 피정의 마지막 주간에서는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을 관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여러분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첫 번째로 누구를 만나러 가셨을 것이라 상상하십니까? 복음에 기록된 대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향료와 향유를 들고 무덤을 찾아간 마리아 막달레나일까요? 이냐시오 성인께서는 영신수련에서 부활의 첫 증인으로 성모님을 관상하도록 초대합니다. 복음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부활하신 주님께서 당신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첫 번째로 찾아간 분이 어머님이라는 것입니다.
영신수련이 초대하는 대로 주님 부활을 관상하면서 저는 ‘이 얼마나 지당하고 옳은 일인가’라는 잔잔한 감동과 놀람으로 부활하신 예수님과 성모님의 만남을 관상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 마리아의 아들을 여읜 상실의 슬픔과 외로움을 넘어 ‘하느님의 어머니’(Θεοτοκοs, 테오토코스)로서 어떤 처지에서든 하느님께만 신뢰를 둔 의연한 기쁨으로 가득한 성모님의 모습을 관상하는 기쁨은 저를 부활의 따뜻한 빛 안으로 들어가도록 이끌었습니다. 성모님 조각이나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기쁨은 아마도 부활하여 당신 곁으로 다시 오신 아드님을 만난 그 하늘스런 환희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혹 얽히고설킨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안에서 망연자실 두 손 놓고 있을 때 느닷없이 주님의 방문을 받아 마음이 평화로워지거나 일이 순순히 풀리는 것을 체험할 때도 있습니다. 또 인간적인 생각을 넘어 하느님께 의탁해 깊은 침묵 속에서 성체 앞에 머물 때, 혹은 묵주기도를 하며 깊이 기도에 침잠할 때 알아듣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들이 부활하신 우리 주님의 방문이 아닐까요. 하느님의 뜻에 당신 자신의 의지를 합하여 피앗(Fiat)으로 응답하신 우리의 어머니, 성모님 저희를 부활하신 주님께로 이끌어 주소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이은주 마리 헬렌 수녀
출처: 성모님 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