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라오라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필리핀 여행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라오라 바이러스라는 무서운 증세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몸은 한국에 있고
필리핀까지는 비행기로 4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에서 자꾸만 오라는 소리가 환청으로 느껴지는 증세다.
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여권을 가까이 한다거나,
겨울이 되었음에도 반팔 옷을 옷장에 집어넣지 못하고 늘 꺼내기 쉬운 곳에 두고,
필리핀과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에서 하루 10여 시간을 죽치며 보내다가
결국 나도 모르는 신비한 힘에 이끌려 필리핀으로 가는 항공권을 결재하고 만다는
무서운 증세다.
이 증세는 왕자병, 공주병류의 자기 최면적 증세보다 강렬하고,
상사병이나 홧병류의 흥분 증세보다 심한 열병을 앓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오로지 필리핀을 직접 방문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해결방법이 없다고 학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오라오라의 마법에 걸렸음에도 해결방법을 찾지 않고 버티기 신공을 이를 극복하려 한다면
이는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본격적으로 의심하겠다는 발칙한 발상으로,
이후 동공압박 및 맥박증가, 탈수탈진 호흡불량 등 극한 증세로 나타날 뿐 아니라
이어 이보다 더 무서운 온갖 합병증을 유발하게 한다.
따라서 일단 감염되었다고 진단되었을 경우에는 서둘러 항공권을 사는 게
건강을 지키고 시간도 벌고 돈도 아끼는 일이다.
2. 오라오라 바이러스의 종류
그렇다면 오라오라 바이러스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빠로빠로형과 미스나미스끼타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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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로빠로란 무엇인가?
나비를 칭하는 말로 따갈로그는 아니다.
정확한 의미는 영어의 버터플라이와 같다. 즉 바람둥이 플레이보이란 뜻이다.
이와 비슷한 따갈로그로 ‘바바에로’가 있다.
바바에가 우리말로 아가씨 정도 되니 아가씨를 쫓아다니는 남자라는 뜻이다.
물론 여자의 경우 ‘랄라께로’라고 한다.
두 단어 사이의 차이는, 빠로빠로가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몰래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는 바람둥이 스타일이라면,
바바에로는 그냥 여자만 보면 껄떡거리는 ‘껄떡맨’이다.
[o] 발음과 [u] 발음이 모호한 따갈로그의 특성상
paru paru는 빠로빠로라고 들리기도 하고 빠루빠루라고 들리기도 한다.
이 같은 따갈로그의 특징은 [i] 발음과 [e]발음에서도 마찬가지로 혼란 현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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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로빠로형 바이러스는
필리핀에서 이 여자 저 여자 껄떡거리던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유형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모든 여자가 말만 걸면 다 내 것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다.
이들은 한국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물색한다.
가능한 많은 바바에가 있는 장소를 검색한다.
돌아다닐 동선도 미리 확보해두고,
그동안 남이 하지 않았을 것 같은 혼자만의 이벤트도 준비한다.
가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며 식을 것 같은 바이러스 효과를 상승시킨다.
그러다 또 방문한다.
갖은 추억과 내상을 동시에 만들고 귀국한다.
또 바이러스 효과에 의해 인터넷을 검색하며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에 대해 ‘미스나미스끼타’ 바이러스는 조금 다르다.
현지에서 눈이 맞은 특정한 바바에를 생각하며 마치 향수병 환자가 고국을 그리워하듯
필리핀에 가서 그 바바에를 보고 싶은 증상이다.
보고 싶은 바바에에게 ‘I miss you'라는 말을 하지 않고,
‘Miss na miss kita'라는 따글리쉬를 말하고 있다면 이미 상당한 중증이다.
전화도 자주 하고 메일도 자주 보낸다. 필리핀 가는 사람에게 선물도 보낸다.
결국 비행기표를 구입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바바에를 찾는다.
잠깐 반갑게 맞아주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시큰둥하다.
자신이 할애해 준 마음에 반의 반도 안되는 바바에의 마음 씀씀이를 보며 실망한다.
4박 5일의 일정이었지만 그 바바에와는 하루만에 시큰둥해진다.
괜히 왔다고 후회하기 시작한다.
회사에 눈치보고 집에 눈치보고 힘들게 떠난 순간들이 떠오르며 화가 나기 시작한다.
결국 둘째날과 셋째날 밤은 이곳저곳 별 의욕없이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차라리 오라오라바이러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지막 날 밤, 우연히 들린 바에서 눈에 확 띄는 바바에를 만나게 된다.
바바에도 호의적이다.
결국 바파인하고 마지막 밤을 보낸다.
바바에는 품에 안겨 알아듣지 못할 어려운 용어인 ‘깐셀’을 외친다.
마음이 아파온다.
다음날 아침 눈물의 작별을 하고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 타기 전까지
남은 핸드폰 로드를 이용해 문자를 주고 받는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미스나미스끼타 바이러스가 시작되고
순차적으로 그 증세를 반복하다 다시 필리핀으로 향한다.
반갑게 맞아줄 줄 알았던 그 바바에는 하루만에 시큰둥해지고.........
이게 ‘미스나미스끼타’ 바이러스다.
3. 오라오라 바이러스의 방지 및 치료법
그렇다면 이 무서운 오라오라 바이러스를 치료하거나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역시 그 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연구했다.
그러나 오로지 정신력에 의존하여 필리핀에 대한 상념을 잊고자 노력해도
방송과 언론에 등장하는 필리핀 뉴스가 염장을 질러 바이러스를 침투시킨다.
필리핀 소식에 귀를 막았다 하더라도 '필립 모리스'나 '필하모니' 같은 단어에도
지레 필리핀을 연상하게 되어 바이러스가 침투된다. 일종의 '히포콘드리아' 현상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이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은 없다.
걸리면 꼼짝없고, 미연에 방지하지도 못하는 이 무서운 오라오라 바이러스.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선 한 가지 방법은 백신을 통한 면역이다.
미리 적당한 충격을 받아 침투하는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백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 19세의 미스코리아급 여자를 사귄다.
그러면 오라오라 바이러스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백신은 한국에서 필리핀 바를 차려 한국 속의 필리핀을 만든다.
바바에를 채용하고 필 밴드를 불러 무대를 채운다. 산미겔을 2,000원에 팔고 밤새 영업한다.
이렇게 하면 웬만한 바이러스는 쉽게 차단할 수 있다.
그것도 힘들다면 다른 백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베트남, 태국 등 약간 유사성이 있는 백신을 맞아
가공할 위력을 가진 오라오라 바이러스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백신이 아닌 다른 방법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다.
이 정도 위력을 가진 해결책이라면
오라오라 바이러스의 폐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지?
어떤 골빈 19세 미스코리아가 나랑 놀아주며, 무슨 돈이 있다고 필리핀 바를 만드나?
19세 미스코리아가 안 놀아주니까 필리핀에 가는 것이고,
필리핀 바를 만들 수 없으니 필리핀에 가는 것이다.
유사한 지역에 간다고 해서 해결될 줄 알았는데
잘못해서 태국이나 베트남 바이러스 걸리면 그 또한 그게 그거다.
베트남 바이러스.... 나중에 베트남 편에서 소상히 다르겠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로또에 당첨만 된다면 그때부터 그런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필리핀 가는 게 귀찮아 질 지도 모르니까.
따라서 한마디로 해결책이라던가 백신이란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걸리면 약도 없고, 예방 약도 없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무서운 오라오라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필리핀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단바이러스’에 참가하여 치료받으면 될 것 같지만
불행히도 그런 건 필리핀 관광청을 아무리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거 없다. 유머다.
방법은 오직 한 가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필리핀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유일한 한 가지다.
지하철을 타면 필리핀에도 지하철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되고
근처에 아가씨가 보이면 바바에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스 맥주를 보면 산미겔이라 생각하면 되고,
나이트 클럽에 가면 이곳이 너바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착각의 폭을 넓혀 나가면
나중에는 내가 듣고 말하는 모든 언어가 모두 따갈로그로 들리게 된다.
사과도 망고로 변하게 되고 한강다리만 건너도 마닐라베이로 착각하게 된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이 방법은 상당한 효능이 있어
꾸준히 시도한다면 그 무서운 오라오라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거짓말 같지만 나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그 무서운 오라오라 바이러스를 극복했다.
극복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 필리핀에 가지 않고도 오라오라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공력을 갖추게 되었다.
무려 16개월간 피와 땀을 흘린 결실을 비로소 맛보게 된 것이다.
이제 내게 더 이상의 오라오라 바이러스는 없다.
그것은 오로지 내공이 부족하고 절제력이 약한 일부 특정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증세일 뿐이다.
이글은 오라오라 바이러스에 걸려 신음하는 많은 동포여러분을 위해
고민 끝에 공개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오라오라 바이러스에서 힘차게 벗어나길 바란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오라오라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그날을 기다린다.
오라오라바이러스는 그저 마음 속에 있는 간단한 착각일 뿐이다.
첫댓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