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날 (Cold Weather)
한달여 전에
티비로 영화를 하나 보았다. 중간에서 보기 시작했는데도 끝까지 보게하는 그런 영화였었다. 뭐 그렇다고 크게 대단한 마력이 있다거나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거나 '만추'같은 아스름한 분위기를 깔고 있다거나 아니면 'LA컨피덴셜' 같은 머리 쥐나게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닌데도 그날 이후 그 영화의 제목이며 그 분위기가 계속 내 머리 속에서 맴을 돌고 있던 중 결국 며칠 전, 초저녁에 다시 방영한다는 편성 예고를 보고는 모든 일 작파하고 일찍 퇴근해서 차분하게 처음부터 다시 보았더랬다. 그게 7월 초인가 그랬다.
다시 보고 나서도
여전히 아쉽네 싶어 며칠 동안이고 그 영화 파일을 찾아 다녔다. 작은 애에게 부탁도 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온 세상 천지를 헤집고 다니다가 결국 '에이 더러븐 넘의 세상' 하면서 포기하고는 위키백과의 설명 부분과 그 속에 들어있던 외국넘들의 멘트들을 옮겨와 우적우적 씹어가면서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
너희는
영화를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금 내가 누리는 그 영화의 즐거움을 함께 누려보자는 황당한 주문을 받은 상태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는 있다. 그래도 누군가가 그토록 무언가에 빠졌다면 왜 그러까? 하는 궁금증은 생길거라..온갖 조그마한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내가 던지는 이런 저런 힌트를 통해 내가 빠졌었던 그 기분을 간접적으로나마 맛보기를 바란다...
살다보면
이런 부탁을 받는 일도 생긴다. 모두 잘 알테지만...
내가 맛본
그 심심한 느낌을 어떻게 제대로 설명해야 그 감칠맛하며 담백한 뒷맛을 더불어 누릴 수 있을까...
------------------------------------------------------------------------------------------------------------------
어느날 고래를 보러 바닷가에 나간 더그와 게일
이 영화는
러닝타임의 무려 1/3에 걸쳐, 그러니까 거의 30여분 동안을 맥락없이 이런저런 장면들로 채워진다.
뭐하자는 건지...
의미 찾기를 좋아하는 성미급한 사람들은 단박에 하품이 나올 만도 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실제로 영어권 리뷰를 보면 그런 멘트들이 나온다. 아무 메시지도 없고 특히 앞부분 장면들은 무슨 주제의 변주도 아니다고...철저히 재미 없다고..ㅆㅂㅆㅂ...하면서 ㅎㅎㅎ..
A total waste of time!!
The ending will make you very angry.
This movie should have never been made.
Maybe the most ridiculous movie of all time.
너무
밋밋하고 덤덤한 장면들의 연속인데 가령 여기에 올려둔 이 장면도 실은 그런 덤덤한 초반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명목상으로는 고래를 보겠다고 바닷가에 온 주인공 두 사람의 모습이다. 전혀 정감있는 분위기가 되지도 못하는 을씨년스러운 북녁지방의 어느 바닷가이다.
이 장면은
또한 덤덤함을 넘어 으쓸으쓸한 느낌조차 주는 요령부득의 장면이다. 도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 장면일까...? 여기에 나오는 두 명의 주인공은 왼쪽이 게일이고 오른쪽에 어바리처럼 포옴을 잡고 서 있는 애가 더그이다..(실은 쌍둥이라더라만)...지금 얘네들도 저네들이 왜 여기 이렇게 있는 지 모르지 않을까 싶기만 하다. 이렇게 그 둘을 주인공으로 바닷가에 세워두고 찍은 씬에 대해 하느님께 한 멘트 부탁해 본다면 하느님도 마이크 집어던지며 발칵 역정을 내실거라..요새 국정원땜에 머리가 돌라카는데..이것들이 이딴 걸 질문이랍시고,..팍 그냥 마~..
아이고,
아무래도 내 감정을 따라 오려면 시놉시스라도 대충 읽어야 공감이 좀 될 거 같네...
이 영화의 검색어는
이렇게 세 가지더라...sibling- private detective -missing person (남매 -사설탐정-실종자)...차라리 나라면, 포틀랜드 - 남매 -사설 탐정...뭐 이정도로 해보고 즙기도 하다만.. 일단 그들이 내놓은 시놉시스를 소개한다.(객관성을 보여줄라고...)
synopsis:
Aaron Katz wrote and directed this mumblecore comedy drama in which a guy with more ideas than experience plays private eye. Doug (Cris Lankenau) has long had a passion for classic detective fiction and enrolled in a college in Chicago to study forensic science with an eye toward someday working with the police. But after a few months, Doug's ambition runs out of steam, and he leaves the Midwest to move back to his hometown of Portland. Doug ends up moving in with his older sister, Gail (Trieste Kelly Dunn), and taking a variety of odd jobs that won't tax his energy or intelligence. However, Doug unexpectedly gets another shot at becoming a detective when his former girlfriend disappears and he's asked to help track her down. Doug joins forces with his pal Carlos (Raul Castillo) and starts smoking a pipe so he'll feel more like Sherlock Holmes, but as the search goes on the case becomes more complicated (and potentially dangerous) than expected. Cold Weather received its world premiere at the 2010 South by Southwest Film Festival.
아론 카츠가
이 저예산 코메디 드라마를 쓰고 감독했는데, 영화속에서 경험보다 상상력이 더 많은 한 사내가 사설탐정 역을 하고 있다. 더그(크리스 란케노)는 오랫동안 고전 탐정소설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다가 언젠가는 경찰에 근무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카고의 한 대학에 법의학(과학수사)을 공부하기 위해 등록했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더그의 야망은 시나브로 사그라들게 되고 그러자 그는 중서부 지역을 떠나 자신의 고향인 포틀랜드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더그는 자기 누이 게일(트리스티 켈리 던)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자신의 에너지나 지식이 별쓸모가 없는 임시직 몇몇 곳을 전전하다가 이전의 여자친구가 사라지자 그녀를 찾도록 도와달라는 동료의 요청을 받으면서 뜻밖에 탐정이 되는 시도를 하게 된다. 더그는 자기 친구 카를로스(라울카스틸로)와 힘을 합치기도 하고 또 셜록홈즈 같은 기분을 내보려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기도 하지만, 조사가 계속됨에 따라 사건은 예상보다 더욱 복잡해진다 (또한 위험스러워진다). '콜드 웨더'는 2010년 SXSW 영화제에서 전세계 처음으로 상영되었다.
위키피디어
대충대충~
실제로
이 영화를 이렇게 평하는 평론가도 있더라...
COLD WEATHER (Aaron Katz) is harder to categorize and is, simply, a very unusual film. Is this good? Yes! Is this bad? Yes, as well.
'콜드웨더(아론 카츠 감독)'는
분류해서 범주화하기 너무 어려운 영화이다. 그래서 그야말로 아주 보기드문(이례적인, 특이한, 생소한, 별난) 영화이다. 이 영화가 좋으냐고? 그렇다! 이 영화가 좋지 않은가? 그렇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자막을 만든 사람은 영화 속에서 오빠라고 번역했거든. 영화를 볼 때는 그 호칭이 자연스러웠고..그런데 시놉시스나 여타 다른 리뷰들을 읽어보면 older sister라고 되어 있고...사전을 다시 찾아 보았더니 큰누나라는 의미도 있긴 하지만 친누나(by blood)라는 의미도 있긴 하네. 그래도 누나인 건 맞는데..우리 정서상으로는 여동생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뭐 호칭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위 그림의 배경 설명을 잠간만 해보면,
이 사내가 어느날 여동생 게일네 회사로 찾아가서는 다짜고짜 고래보러 가자고 한다. 모든 대사는 내가 분위기에 맞춰서 대충 얽어놓았다.
우리 고래보러 가자.
고래? 지금?
그래. 지금 고래 볼수 있는 시기잖아?
어.. 나 지금 근무중이잖아.
날마다 하는 일, 내일 하면 안되나?
...안되지, 근무중인데.. 모두들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그래도 고래를 언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오늘만 어떻게 안될까?
그건 곤란해. 하던 일도 있고...
나 샌드위치도 싸왔는데...
(...그러니까 샌드위치가 비장의 무기라도 된다는 듯한 이 말을 여동생 게일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어떻게든 잘 해석해야 하는데, 해석하는 게일의 표정 연기가 좀 이 영화 캐릭터 답기도 하고 또한 하필이면 여동생과 함께 고래를 보러 바닷가에 가겠다는 생각으로 동생 근무처를 찾아간다는 설정도 어떻게 보면 어이가 없기도 하긴 하지만, 그런데 현실에서도 이런 게 먹혀지는 경우가 있긴 하겠지? 만약, 그 둘이 과거 어린시절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라면? 그리고 지금 현재 둘 다 크게 얽매일 주변의 관계망도 별로 없고 하면? 뭐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고. 그런데 한쪽이 근무 중이면 대게의 남매들의 경우 다른 쪽은 지 혼자 고래를 보든 친구를 동원해서 뭘 하든지 하는 것이 정상이지?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만..이 영화의 분위기상 감독이 이런 장면을 삽입해서 결국 고래를 같이 보러 가게 하는 이유도 역시 의미가 있는 걸 수가 있지?)
억지스럽지 않게
덤덤한 태도로 억지를 쓰는 더그나 그런 어거지를 결국 받아주는 게일이나 두 사람의 대사나 표정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부분이 조금 기이하다. 이 두 사람에게는 이런 해프닝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전해 주려고 만든 장면 같기도 하고...실제로 이 감독은 그런 류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전문가라고 하네...영어로는 exquisite minimalist (아름답고 정교하게 단순함을 활용하는 사람) 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이 영화 속의 쓸모없는 장면 장면들이 그토록 적요하게 사용된 거라는 소리인거지...그래서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듣는 모양이고. 말로서가 아닌 그림으로 메워나가는 스타일이니까 어떻게 보면 더 어려운 작업이긴 하겠지만..
바닷가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별로 할 말도 없고...
그리고
바다를 향해 드라이브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쨌든 그렇게 추운 겨울날 고래를 보겠다고 더그와 게일은 을씨년 스러운 바닷가로 간다. 고래는 커녕 바닷바람에 둘 다 잔뜩 움추린 자세이고 사내가 오히려 더 추워하는 몸짓이다.
다음 장면은
바닷가 둔덕에 설치된 테이블에서 가져간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이 나오고 겨울 새 한마리가 그 주위를 맴돌고 있는 그런 장면이 롱샷으로 이쪽에서 저쪽에서 이어지고 편집되어 또 이어진다..대화도 없고 무슨 암시도 없다. 어깨에 힘을 주면 감상하기가 힘든 영화라서 나는 한껏 자세를 편히 하고 담담하게 그런 장면들을 즐겼다. 배경음악도 물론 없다. 그래서 더 장면들이 소소하고 담백하고 마음을 편안케 하는 모양이기도 하다.
난 몰랐는데
나중에 알아보니까 이 영화의 촬영지인 스탠포드 지역이 유명한 관광지라고 하더라. 미국 지도 펴놓고 왼쪽 위에 보면 워싱턴 주가 나오지? 바로 그 밑이 오리건 주인데 그기에 있는 도시라더라...실제로 이 감독도 이곳 출신인 모양이고...
폭포에 놀러간 장면도
또한 그렇다. 이 영화를 상징하는 장면인지, 무슨 의도인지 몰라도 이 영화를 대표하는 스틸사진으로 꼭 나오는 그림이 바로 아래에 찾아 둔 이 그림이다. 폭포에서의 장면들도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폭포소리도 잘 안들린다. 이게 무슨 뜻이겠노? 이 영화에서 이 폭포 장면이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는 점은 내가 장담한다. 그런데도 이 장면이 이 영화의 아름다운 스틸사진으로 나온다...참 내..
'우리 심심한데 폭포쪽에 놀러가까?' 라는 대사도 없이 등장하는 그림..
남매 사이에
이 폭포가 무슨 사연을 담고 있을까? 그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다. 영화 전편을 점검해 보아도 이 장면이 무슨 의미를 지닌 그런건 아니다. 그냥 둘이서 폭포쪽으로 놀러와서는 폭포를 등진 채 말도 없이 저렇게 기대 서있다.
눈이 맑은 사람이라도
이 장면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는 영화를 보고나서 설명을 덧붙이면 그제서야 무언가를 느끼겠지만 스토리 전개상으로는 별로 의미있는 장면이 아니다. 이런 한가해 보이는 이 장면이 정말 그렇게 정교하게 삽입되어 단순함으로 무장된 그런 장면인지야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모처럼 한없이 편안함을 느끼게 한 영화였었다. 이런 백치같은 분위기 속에서 편안함을 맛보기가 그 얼마만인가?
우리 스스로를
이런 장면에 한 번 대입시켜 보자고. 관광지에 놀러간다. 이런 다리에 기대서서 그냥 시간을 보낸다. 뭐 서로를 잘 알고 오랜 세월 함께 지냈기 때문에 그렇게 그냥 그 자리에 무료하게 서 있을 수 있다. 이 그림처럼 우리 둘이 남여간이라면 그 둘은 이성간이지만 그냥 친구로 지내왔기 때문에 이제는 서로 같은 침대를 사용해도 불편해 하지 않을 그런 사이일 수 있지 않을라나? 또는 부담없는 남매지간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고...
아무래도
내 나름으로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다시 짜 보고싶은 욕심을 참기가 힘들다...
영화의 전반부는
철저하게 낮은 목소리의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다. 포틀랜드라는 도시의 배경속에 등장하는 두 남매조차 캐릭터인지 아니면 감독이 슬몃 숨겨 둔 그 도시의 배경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그들에 대한 설명도 낮은 톤의 독백 비슷해서 잘 들리지 않는다. 겨우 들리는 몇마디 대사에 의하면, 더그라는 애가 대도시에서 법의학을 전공하다가 갑자기 여동생이 사는 고향 포틀랜드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여동생 게일의 아파트에 같이 살게 된다.
영화의 전개를 위해
다른 필요한 인물 두 명이 더 등장하는데 너무 소소한 등장이여서 제네들이 무슨 역을 하기나 하는지도 감이 잘 잡히지도 않는다. 그렇게 등장한 인물들 가운데 더그의 이전 여자 친구인 레이첼이 사라지는 사건이 생긴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런닝타임 대부분을 잡아먹고 있다.
그리고
이제부터 사람들이 말하는 탐정이야기가 구성을 이어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도 맥락을 찾는 듯해 보인다. 법의학을 전공했지만 실전에 서툰 더그와 그리고 더그에게 엮여 있는 두 명이 각자 서로 필요한 조그마한 역을 소화해 내면서 실종자를 찾는 작업에 빠져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두 남매에 의해 사건은 해결되고 두 남매는 실종된 레이첼을 찾는 외에 알수 없는 가방(돈일까?)까지 손에 넣었음에도 별로이 큰 환호도 없이 주차장의 자동차 안에서 레이첼과 카를로스를 기다리며 과거로 뻐져 들어간다. 어린 시절 더그가 밴드 활동을 하면서 녹음해둔 테이프를 게일이 아직 들고 다녔던 모양이다.
...
직접 보면 인정할 테지만
내 시놉시스가 더 다가갈 것이다. 이 영화는 탐정이야기가 희미하게 스토리를 얽어가지만 기타 모든 설명들은 철저히 낮은 톤의 장면 장면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탐정 영화라고 하는 말도 어울리지 않고 그렇다고 아슬아슬한 남매간의 관계를 모색하는 영화라고 단정짓기에도 좀 밋밋하고 그렇다. 모두 어떤 설명을 덧대어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
왜 저런 장면이 필요한가?
왜 느닷없이 폭포에서의 장면이랑 바닷가로 고래 구경가는 장면이 삽입되는가? 왜 의미없는 도시의 이런 저런 장면들이 길게 연이어 빈번하게 등장하는가? 용의자를 지켜보는 그 지루한 시간동안 게일이 전혀 외부인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는 대화는 또 왜 필요한가? 도대체 저런 장면들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인가? '어느 추운 날'에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이 제목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가?...
시나 소설도
의사소통이듯이 그것은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만나 맞부딪히면 소통을 위한 대화는 필수불가결하게 된다. 비록 서로 나누는 언어는 다를지라도. 그런데 저쪽 영화는 나에게 대화를 건네는데 이쪽 나는 지금 먼 소리? 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의사소통을 통해 공감을 나누려고 보는 영화에서 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영화 쪽에서는
독립영화라고는 해도 거금을 투자해서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무슨 말인가를 나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고 있다. 그냥 저쪽이 하는 대화의 일부 빛깔만 보고 내 가슴이 더워지고 있는 셈이다. 나를 예로 들자면 뭐 이런 식으로 소통이 잘 되지 못했던 경우를 한 두번 겪은 것도 아니어서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혹은 내 실수나 무신경함 때문에 저쪽에서 던지는 대화를 제대로 받아먹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구석구석 잘 살펴봐야 대화의 맥락이라도 짚어낼 것 아닌가 싶기는 하다.
그런 의미에서
따져보면 내가 질문해볼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왜 영화의 앞부분이 이렇게 많은 의미없는 도시의 장면들로 채워져 있는가?
왜 더그는 법의학 공부를 중단했는가?
어떻게 더그는 여동생의 아파트에 함께 기거할 생각을 할 수 있는가?
게일은 무슨 생각으로 오빠와 함께 기거하는가?
...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무더운 7월 한달 간을 꼬박 이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게 만드는가?
...
...
약올리는 듯한 다음과 같은 멘트도 나온다.
You have clearly taken everything at face value, which is why you are bored and disappointed in dialogue that goes nowhere and action that seems pointless. The movie isn't understood, until after it is over and you have to rethink what you saw and heard.
틀림없이
당신은 모든 장면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인데, 그래서 당신은 지루해 하고 방향을 잃은 대화나 맥락이 없는 행동에 실망한다. 당신은 이 영화가 이해되지 않는데, 그것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보고 들은 것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그런 저런 궁금증을 가지고
다음 몇 장면들의 대사를, 장면들을 자문해 본다.
[1]
동거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즈음이다
정말 궁금하다. 더그는 왜 대학을 다니다 말고 고향으로 돌아왔을까? 그리고 여동생네 아파트에 얹혀 살 마음을 먹을까? 그 문제는 게일에게도 궁금한 부분일텐데 희안하게도 여동생 게일은 나만큼 궁금하지 않다는 투이다. 그 오빠가 시골로 내려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또는 못하고?) 게일의 아파트에 함께 지내고 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둘은 대화를 이어간다.
얼음공장에 일을 구했다고?
그래.
난 여기에 얼음공장이 있는 지도 몰랐는데.
그러면 얼음이 어디서 나오겠어?
그렇긴 한데, 그런 거는 생각해보지 않았거든. 괜찮아?
그럼, 괜찮지.
거 뭐 과학수사관이니 CSI니 하는 거 그런거 할 줄 알았거든.
그런건 별로 내키지 않아. 난 탐정같은 거 하고싶어, 셔록홈즈 처럼.
셜록홈즈?
그래 셜록홈즈.
난 오빠가 여기와서 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생각했지...
그래?
그리고는
게일의 담담한 표정과 멀뚱한 더그의 표정이 서로 다른 각도로 반복되어 나오고..분명히 바보들은 아닌데, 또 어떻게 보면 바보들인 듯 하기도 하고...그들은 정말 바보들일까?
[2]
그리고
과거 여자 친구가 이곳으로 직장을 옮겨왔기 때문에 한번 만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비오는 날 만나는 둘의 장면도 역시 어눌한 대사 몇 마디 뿐이다. 비오는 날 빵집같은 곳에서 오랫만에 만난다.
비가 오네.
으응...잘 지냈어?
그래. 잘 지냈지. 넌 여동생과 지낸다며?
그래.
나랑 같이 사는 것과 여동생과 사는 것 중에 어느 게 더 좋아?
모르겠어..
몰라?
그래 뭐 그냥..너랑 살 때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해.
그래?
그런 거 같기도 해..
대게의 대화는
이렇다. 모두 복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덤덤하다...그런데도 맑은 눈으로 보면 이 대화에서 무언가가 보인다. 그런 점에 대해 외국의 리뷰를 보거나 평론가들의 평을 보면 조금 전문적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감을 잡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다.
'...
the best critic I think is,
COLD WEATHER is a charming mystery -- simultaneously a rich detective story and an affecting tale of siblings uniting after years apart. With it's own idiosyncratic spin on familiar genre conventions, the film features the lyrical style, lush camera work and naturalistic performances that have established director Aaron Katz (DANCE PARTY USA, QUIET CITY) as a major talent to watch....'
'내 생각으로
가장 멋진 비평은 다음 말인 것 같다.
'콜드웨더'는 매력적인 미스테리물이다- 동시에 의미심장한 탐정이야기이고, 그리고 몇년 간 떨어져 지내다가 결속하게 되는 남매의 애착을 다루고 있다. 익숙하고 관례적인 장르를 색다르게 제시해 보여줌으로서, 그 영화는 그리고 아론 카츠 감독을 두드러진 재능을 지닌 감독(댄스파티 유에스에이, 조용한 도시)으로의 명성을 확고히 하게한 서정적 스타일과 멋진 촬영기법, 그리고 사실적인 연기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이 평을 읽으면
멋질건데..그리고 조금 모호해서 짜증이 나기도 할테고.. 의미심장한 탐정물이고 남매의 애정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 부분도 그렇고...스크립터도 이 감독이 썼고, 영화감독도 이 사람이 했고, 더욱이 편집도 이 양반이 했다니 더 궁금할터이기도 하고..그런데 정말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던져주는 게 맞기는 하는 걸까..나?
더그와 게일 남매
그리고 더그의 옛 애인이자 이 도시로 와서 근무하게 되는 레이첼과 얼음공장 직장동료 카를로스, 이 넷이 게일의 방에서 카드게임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노는 장면이 나온다. 등장인물이 모두 한 방에 모여있는 셈이다. 그 놀이의 와중에 더그의 옛 애인인 레이첼은 계속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게일을 쳐다본다. 무엇이 더그로 하여금 게일에게로 그의 마음을 향하게 했는가? 하는 그런 눈빛이다..게일은 그런 눈치를 개의치 않은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이거 진짜 동시대를 살짝 비켜서 있는 그런 바보 아니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뭐 하여튼 이 정도면
이제 실종자를 찾기 위한 이 탐정영화의 배경이 완성되었고 인물들 간의 관계설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이제부터 탐정놀이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레이첼의 실종에 대해 추적해 나가는 아마츄어 탐정 이야기이다. 그 과정을 위해 전체 영화에서 거의 2/3 이상의 시간이 지금까지 소진되었다. 왜 작가는 감독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전반부에 쏟아 부었을까? 적지 않은 관객들을 놓치리라는 것을 알면서...?
그 점이
그 감독의 장기이고, 바로 그 점이 이 영화를 자신의 영화로 만든 핵심이기도 해 보인다. 독립영화가 아니면 누군들 영화 한 장면 장면들을 이렇듯(?) 하투루 집어 넣을까? 그렇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감독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서론부가 너무 단조롭고 밋밋하고 의미가 없는 듯하고 지금 뭐하나? 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런 걸 개의치 않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꿈을 모두들 꿈꾸것지?..돈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있지만 이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감독도 많으니까...
머니머니 해도 아마
다음의 이 짧은 요약 분이 이제까지의 단조로운 서막을 가장 그럴 듯하게 요약한 글일 것이다. 내가 약간은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영화의
긴 전반부는 감독의 이 도시에 대한 연애편지라고도 표현될 정도로 차분한 가운데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표현들을 통해 또한 남매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그 도시의 이곳 저곳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도 하는 듯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 두 남매가 유년시절을 넘어 이제 어른으로서의 관계설정을 모색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기능도 하는 듯하다.
다른 멘트도 비슷하게 멋지다.
...
Low-key and lovely, the independent movie “Cold Weather” opens with a shot of raindrops clinging to a pane of glass, a fitting introduction for a movie about characters who are revealed gradually, as if through a glass — not darkly, but obliquely. With brooding, expressive digital photography, a rooted sense of place and characters that seem as real as the people next door, the director Aaron Katz has created a lived-in world that’s so intimate and familiar that even with the story’s unexpected turns, you might not initially see its art for its everydayness.
...
낮은 톤의, 매력적인 독립영화인 '콜드 웨더'는 빗방울이 창유리에 달라붙는 장면과, 마치 유리창을 통해서인듯 음울하지 않게 점점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인물들에 어울리는 소개로 시작된다. 생각에 잠긴 듯한 의미심장한 장면을 만드는 디지털 기술과 어느 한 곳에 대한 뿌리깊은 장소성, 그리고 마치 옆집사람처럼 사실적인 인물들을 통해 아론카츠 감독은 실제인 듯한 세상을 창조해 내었는데, 그 세상은 너무 친밀하고 익숙해서 심지어 그 이야기속의 예기치 않은 이야기의 전개에서 조차 처음에는 그 일상성을 그려내는 그 기교를 인식하지 못한다.
....대충대충
장소성(sense of place)에 대한 이해를 위해..
장소성을 이야기할 때
장소(Place)는 공간(Space)과 대별되는 개념으로서,'공간(Space)'이 동일한 소환경에 대한 물리적인 공간이라면,'장소(Place)'는 문화적이고 지역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여 나타나는 맥락적 의미의 장소로 구분됨. 즉 공간은 거리, 방향, 위치 등의 가치를 지니는 지구표면의 공간이 반면, 장소는 인간의 눈과 마음, 태도와 가치를 통해 나타나는 현상과 공간이며, 체험을 통해 공간을 더 잘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형성됨. 즉 장소는 의미가 부여된 공간임.
장소성은
이러한 장소의 본질, 구체적으로는 장소가 지니는 의미이며 인간의 체험을 통해 나타나는 물리적인 환경에 대한 의식(인식)이라 할 수 있음. -이때 물적 환경에 대한 인식의 차원은 sense of place, genius loci, spirit of place, placeness 등 학문적 논의가 다양하지만, 도시환경에 대한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를 굳이 구분할 필요 없이 개인 또는 집단적인 인식, 그리고 특수성과 공통성을 동시에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음. 장소성을 형성하는 소재로는 자연환경이나 인공환경의 특성, 사람들,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 등을 들 수 있음. 결국 장소성은 어떤 장소에 대한 의식적 애착이며 그 장소의 정체성(측, 그 장소의 동일성과 다른 장소와의 차별성)으로 구성됨
................ ......................................................................................................................................바이러스
영화 '건축학개론'을 다시보고 -
장소성에 대해 묻다.
P. 다시 본 건축학개론은 여전했다. 잘 다듬은 시나리오도 그러하고, 내 옆에 앉아있는 군대동기도 그대로였다. 얼마 전 90년대를 배경으로한 문화현상에 대한 비판을 이곳 지곳에서 했던터라 좀 더 유심히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는데. 조금은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이 영화는 역사성을 한발짝 뒤로한 채 탈이데올로기적이고 단절된 자아로서의 개인의 서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그것이 맞다면 이 영화가 건축학개론인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주지하다시피
이 내러티브가 역사성이 결여되어 있는데에는 첫사랑이라는 필연적 상처가 이를 반증한다. 우린 첫사랑의 실패를 예외적 상태로 규정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역사성은 이 텍스트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하지만 이 텍스트에 주인공들은 이전에 없었던 장소성을 소환한다. 그것은 90년대 장소성의 귀환이다. 장소성이란 현상학적 개념으로 공간에 내포된 개인의 경험과 그 세계가 맺는 연관의 총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추억이나 판타지까지도.. 여기서 주인공들이 장소성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부모세대들이 담지하고 있는 장소성에 대한 거부반응과 순응의 반복. 갈등에서 출발한다. 재래시장상가를 팔아야 하냐고 묻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거나, 다시 제주도 고향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주인공의 말에 집이 어떻게 질리냐며 계속 살겠다고 말하는 어머니와의 대화 속에서 우린 잃어버린 장소성을 발견한다.
#2. 30대가,
90년대가 문화현상이 된 이유는 어쩌면 그들이 소구력을 갖추었다는 것에 앞서서 90년대에 대한 장소성을 '벌써' 상실했다는데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겐 살아가는(live)집은 없고 사는(buy)집만 있는 것인지, 집은 없고 zip만 있는 것인지. 어릴 적 내가 놀던 놀이터는, 장충체육관은 어디로 휘발된 것인지. 21세기 들어 사라진 장소들은 의외로 참 많다.. 내가 군산으로 오기전 살았던 왕십리도 그러한 곳 중 대표적인 곳이었다.
#3. 그리하여
난 두 주인공사이의 사랑이야기 보다 어쩌면 부모세대- 냉전을 겪은 60대 이후 혹은 급속한 산업화와 신자유주의로의 편입속에서 소외된(되어가는) 베이비부머세대-와 자유화의 수혜로 얻은 큰 자아를 가진 30대세대의 장소성, 혹은 토착성의 상실을 공유해가는 '힐링'이 더 크게 느껴진다. "엄마, 나 미국가지 말고 여기서 엄마랑 계속 같이 살까?.." "지겹지도 않아요? 아파트에서 편히 살아요"
E. 결말에 이르러
남자주인공은 새로운 집(장소성의 파괴)이 아닌 증축(장소성의 복원)을 선택-'이를테면 선유도 공원의 장소성'-하는데 이러한 장소성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반발정도 현실에서 물러서면서 한 단계 더 성숙을 이뤄내고, 또 다시 현실을 향해 투척된다. 그리고 우린 조금은 안심한다. 그가 더 나은 인간이 되어 아름다운 사랑을 할 거라 믿는다... 정리하자면 건축학개론은 장소성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장소성에 역사라고는 GUESS의 철자 오류를 통해 시대의 모순은 가볍게 대체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시대정신이 역사성 보다는 장소성이라는 것 역시 독해할 수 있다. 역사성이 없다며 마냥 아쉬워하기에는 첫사랑이라는 이름의 트라우마는, 이 엄숙한 시대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다만 장소에 대한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만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이 진정할 수 없는 시대에. 진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된 것 같다.
- 이랑
------------------------------------------------------------------------------------------------------------------
last scene...끝까지 바보스럽고 의뭉스러워서 알수 없는...
탐정 이야기도 그렇다.
실종자의 뒤를 쫓는 작업은 아마츄어에게는 너무 무모하다. 그런 무모함들이 모든 장면에 고스라니 드러난다. 너무 즉흥적이고 아마츄어 적이라는 것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얼토당토 않은 일상적인 어리버리한 장면들을 드러내는 기교 때문에 이 영화를 탐정영화로 보는 것이 마땅찮게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한 잠복을 자동차 안에서 하는 중에 이 두 남매의 사회 관계망에 대한 단초들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러고보면 게일은 이제까지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해본 상황임이 밝혀지고 더그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음이 밝혀지기도 한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자동차안에서는 결정적인 힌트가 등장하는데, 과거 어릴 적에 더그가 만든 헤비메탈 음악 테이프를 여태까지 게일이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 노래보다 더 좋아할 노래를 찾기 위해 더그가 테이프를 되감는 장면이 나온다는 점이다...테이프를 왜 되감는가? 과거에서 부터 새로이 관계설정을 해보겠다는 심리를 반영하는 장면이 아닌가? 하는 여운을 던져주는 장면일 것이다.
뜻밖에
이 탐정 이야기 속에는 야구선수의 그 해의 타율이나 출루율, 홈런 등을 기록한 야구연감 같은 책자를 도서관에서 훔치는 장면도 나오는데 (물론 그런 대담한 짓을 이 영화속에서는 게일이 하고 있다 ㅎㅎㅎ 마지막에 돈가방을 그냥 바로 훔쳐 달아나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게일이다. 자신이 오빠보다 달리기를 더 잘한다는 이유 하나로 자원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거의 바보들이 틀림없는 거 맞지?) 그곳에 나오는 야구관련 숫자들이 암호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세상에는 야구 연감을 줄줄 외우는 그런 미친 넘들도 많은데 특히나 미국 넘들 중에 머리가 너무 비상한 넘들이 그런 재주를 뽐내기도 한다.
몇 년도에
야구 선수 아무개의 타율을 외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런 일도 있는 세상이니 이런 얼토당토 않은 영화가 있는 것도 뭐 크게 대수로울 것은 못될 것이다..그리고 너무 황당하게도 이런 영화에 빠져서는, 더욱이 이 영화를 기어코 소개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한달 여를 낑낑거린 사람도 있기는 하니까 그 누구를 무엇을 탓하랴만...
아아~
내가 왜 이 영화에 필이 꽂혀 이렇게 힘드는 짓을 하는 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 바람에 덜컥 감상을 쓰기 시작하긴 했는데 내 서술하는 힘이 너무 부족해서 7월 내내 답답하기만 했다. 공부도 못하고...욕심이 과했음을 절감하고 있는 중인데, 어쨌든 이 이야기를 마쳐야지만이 일상의 나로 돌아갈 것 같아서 이제 이런 골때리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겠다.
COLD WEATHER is simultaneously a story of a brother and sister getting to know each other after years apart and a mystery in the great tradition of crime and detective fiction.
'콜드웨더'는 남매가 몇 년간 떨어져 지내다가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이야기인 동시에 범죄와 탐정소설이라는 위대한 전통이 담겨있는 미스테리물이기도 하다.
'콜드 웨더'라는 영화는
아론카츠 감독이 자신의 고향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미스테리물을 차용해서 그리기도 하고 자기네 남매간의 미묘했던 교감을 마치 남의 이야기인듯 엮어서 덧칠을 하기도 하면서 잊지못할 장면들에 의미부여를 멋지게 해낸 참한 영화이다.................황 모
첫댓글 아아~ 분하다...
본래 내 의도는
너네들이 이 글만 읽어도 감동먹고 미쳐서 깜뿍 꼬꾸라지는 모습들을 상상하는 거였는데..
아직 분하기는 너무 이르다.
단지 이런 감동의 경지를 따라잡지 못해서 아득할 뿐....
엔씨의 역전 홈런에는 토를 달 순 있겠다만,
배워서 가능한 일이면 희망이라도 있으련만,
어찌할꼬... 어짤꼬
read, survived.
어제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더랬다...
한달 여를 괴롭히던 '어느 추운날'을 그냥 포기하다시피 한 채 올려버리고는 일단 속이 다 시원했던 날이고,
기념한답시고
머리를 깎아내고 그 주변에서 제일 맛있는 소바집을 찾아낸 날이거등..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초협력자 읽기랑 인간의 유래 진도를 나갈까나 하는 가벼운 마음도 생긴 날이고..
그 기분으로
2학기 '방과후' 용 교재 제작을 시작한 날이면서
엔씨가
무려 12회 말까지 내 속을 숯검뎅이로 만든 날이었거등..
녹초가 될 만한 날이것지?
그런데
오늘 교재 제작 작업을 이어가려 하는데 그 파일이 없는 거라...내보고 어째라고....?
오늘 오후에는
완전 시커멓게 멍이든 가슴으로 파일을 찾아 헤매었더랬다..
온갖
후회와 자책과 자괴감을 고스라니 내 몸에 둘러씌우면서 내 무신경을, 내 못남을, 내 나이듦을 한탄하고...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어제 시작한 방과후 교재 파일을 기억을 더듬어 가며 머릿말을 만들어 나가고는 있었더랬다..그리고는 카톡으로 '졌다' 하니까. 수석이가 '질 때도 있어야제'하면서 이쁜 말도 해 주더라..
그러다가
그러다가 혹시나 싶어 검색어를 '*방과후*.hwp'딱 요렇게 쳐 넣었더니 글쎄..
글쎄
이 넘이 차연용 글 보관 폴드 속에 음전하게 앉아 있는거라..난 분명히 2013학년도 폴더에 넣었는데..
ㅎㅎㅎ...
세상, 요지경인거라...
그건 글코..혹시 너거 '어느 추운날' 영화파일 구할 수 있을라나? 주변에 빠삭한 그런 사람 없을라나? '선댄스 채널에서 방영한 독립영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