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가치와 인간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이 되기 위하여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다시 말하면 당위(當爲)(tunsollen)가 무엇인가? Kant가 말한바와 같이 당위가 행동의 형식이라면 우리가 묻는 것은 행동의 형식이 아니라 행동의 실질적 내용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하는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떠한 것인가. 그것이 다름 아니라 셸러나 헤센이 말하는 가치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치있는 일을 해야 하고 가치없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치는 당위에 앞서는 것이며 당위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가치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 문제는 본인의 졸고(하르트만 가치론 「철학회지」 제 21집(97. 8) 영남대철학과)를 통해서 이미 해명되었다.) 그러므로 남은 문제는 이 가치를 어떻게 우리의 생활에 실현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그러면 가치는 어떻게 해서 인간 생활에 실현되는 것인가?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첫째, 행동의 목적으로 정립(setzen)되어야 한다. 물론 가치는 본래 이법적 자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주체에 의해서 정립될 필요가 없지만 주체에 의해서 마땅히 있어야 할 것으로 파악된 가치가 실현되기 위하여서는 어떤 실제적인 주체에 의하여 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립이라는 말은 실현과정의 앞에 놓는 것, 따라서 가치가 실현의 목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존재적인 주체의 행동권내에 들어오는 목적은 이법적 자체적 존재인 가치인 것이다. 물론 모든 가치가 목적 정립의 내용이 되는 것이 아니며 또 모든 가치가 현실적인 당위의 목표점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목적이라는 것은 실천주체에 의한 가치의 정립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천주체만이 감수하고 직관한 가치를 자기의 의지의 목적으로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치의식이 목적정립의 조건이 된다. 왜냐하면 주체는 자기가 가치있다고 의식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정립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정립하고 추구하는 일은 전연 없다. 이리 하여 가치가 실현되기 위하여서는 첫째, 주체의 가치 의식에 올라야 하고, 그 다음에 주체의 목적으로 정립되어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본래 이법적인 가치를 의식하고 이것을 목적으로 정립하는 주체를 떠나서 가치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