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비판/ 인도 근대사 전공 이옥순/〈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인도에 미치다> <인도는 힘이 세다>
♣ 인도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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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16번 여행했다고 하는 시인 류시화 는 자신의 책 곳곳에서 '가난하지만 영적 으로 충만하고 늘 행복한 인도인들', '낯선 사람도 반갑게 대해주는 좋은 곳', '뭐든지 느리게 돌아가지만 사람들은 거기에 적응 해서 잘 살고 있고, 직접 방문한 사람들도 거기에 물든다.’라고 소개하였다.
류시화 뿐 아니라 강석경, 송기원 등이 이러 한 인도에 대한 환상과 신비감을 고취하여 한때 여성 혼자 인도 여행에 나서는 풍조가 일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우리 작가들이 인도를 보는 눈이 100년 전 영국 식민주의자들이 인도 를 바라보는 눈과 놀랍도록 똑같다.”라고 하면서, “모두가 명상가 같고 철학자 같은 하층민들을 만나지만 인도를 단일한 세계, 작은 마을로 단순화하는 맹점을 보인다. 절대적 빈곤상태의 하층민들은 정말 가난 해도 행복한가?”라고 비판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인도사 전공자인 이옥순 교수(숭실대 사학과).
“7일을 여행하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고, 7개 월 근무하면 글 한 편을 쓸 수 있지만, 7년을 거주하면 아무 것도 쓰지 못한다.”고 했다. 인도는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라는 뜻이다.
여행 후기 내지는 답사기행문을 나는 ‘현대 판 인문지리지’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디 를 구경했고 뭘 먹었고 하는 단순 나열이 아 닌, 걷고 여행하면서 자신의 뚜렷한 가치관 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유(思惟)가 담긴 그런 류의 글을 좋아한다.
그러하기에 한번 휙 둘러보고 여기저기서 짜깁기하고 화려한 사진으로 도배한 여행 안내서는 별로 탐탁치 않다. 대신 나는 몇 십 년 공부한 관련 전공자나 지역 체류 경 험자가 쓴 책들을 선호한다.
델리대학에서 인도 근대사로 학위를 받은 이옥순 교수는 전공에 대한 탄탄한 실력과 유학생활에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 기행을 책으로 쓰다보니 어느덧 10여 권에 이르렀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인도에 미치다〉,〈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인도는 힘이 세다〉,〈베란다가 있는 풍경〉,〈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 등등
그래서 인도에 관한한 그의 책들을 찾아서 읽었는데, 그러면서 밑줄쳐 두었던 구절들 을 추려 본다.
2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서양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서 동양을 상상 하고 창조했듯이, 호미 바바의 말대로 오리 엔탈리즘의 목표는 '영국의 인도 정복을 정 당화하고, 식민지 인도인을 열등한 이미지 로 그려내는 것'이었다. 이결과 식민지 인도 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영국의 식민화와 식민통치에 유용한, 실재하지 않는 열등한 이미지로 창조되었다.
우리는 영국에 의해서 만들어진 '실재하지 않는 열등한 이미지', 신비한 나라, 미지의 나라, 원시적이고 역동성이 부족한 나라를 진정한 인도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이를 19세기 제국주의자 영국에게 감염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오만한 시선에 대한 원인을 일제 식민지의 아픈 경험으로 제시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인도는 부정해야 할 '동양'이거나 지우고픈 아픈 기억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 른다.
그래서 우리는 서양이 구성한 인도, 인도에 대한 영국의 식민담론을 비판 없이 차용하 고 복제하여, 우리보다 발전하지 못한 인도 를 우리의 '동양'과 타자로 바라보면서 한때 막강한 힘을 가졌던 대영제국의 공범이 되 어 심리적 보상을 얻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설 속의 묘사를 통해서 인도는 더러움과 빈곤이 가득한 혐오의 공간이자, 동시에 인도는 추상이며 그리움이며 감지할 수 없는 이상향이라는 것이다.
3 <인도에 미치다>
기원전 4세기 인도에 침입한 알렉산드로스 (알렉산더) 대왕, 5세기부터 시작된 현장과 혜초 등 구법승들의 행렬, 바스코 다 가마를 필두로 한 유럽인들의 침략, 20세기 후반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비틀스의 인도 방문 등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왜 인도에 갔을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뭐니뭐니해 도 재물이다. 우리는 인도를 명상의 나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인도는 황금의 나라이다. 인류가 이제까지 발견하고 캐낸 금(金)의 8% 이상을 인도인이 소유하고 있다. 실제 로 인도에 가면 가난한 사람들까지도 전부 금장식을 달 정도이다. 알렉산더 대왕 역시 인도에 거대한 황금도시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정복에 나섰다.
알렉산더 외에도 무슬림의 지배자 티무르, 페르시아의 황제 나디르 샤, 무굴제국의 황제 바부르 등은 모두 인도의 황금에 눈이 멀어 침략했다. 또한 '검은 황금'으로 불린 후추와 '천상의 옷감' 모슬린을 구하기 위해 서유럽 국가들은 동인도회사를 앞다퉈서 세웠다.
인도에는 이런 물질적 황금뿐 아니라 정신 적 황금도 가득했다. 현장이나 혜초 등이 얻은 불경은 아시아 불교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록밴드 비틀스를 시작으로 히피들 은 영혼의 자유를 찾아 인도에 갔다.
황금은 중의적 표현인 셈이다. 금에서 후추, 진리에서 자유까지. 인도를 찾아간 이방인 들은 늘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그들은 그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들이 성취한 것이야말로 바로 황금인 셈이다.
인도는 또 이방인의 침략에 늘 패배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았다. 800년에 걸친 이슬람 의 영향과 200여년의 영국 통치도 인도인 의 삶을 변화시키진 못했다. 인도의 이런 질긴 생명력을 볼 때마다 일종의 경외감을 갖는다. 그래서 인도에 대해 우리의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4 <인도는 카레가 없다>
인도는 시네마 천국이다. 전국에 12,000여 개의 극장이 있고 연간 1,000여 편의 영화 를 제작하여 세계 4위 안에 들고 때로 1위 도 한다.
인구를 고려하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정 작 놀라운 것은 세계 영화 시장을 주도하는 할리우드 영화가 인도에서는 맥을 못 춘다 는 사실이다. 세계화에 둔감한 인도인이 국 산품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값싼 오락영화는 인도 최대의 쇼이자 지상 최대의 쇼다. 요즘은 라이벌인 TV를 만나서 밀리지만 영화는 여전히 인도 대중의 도피 처이며 안식처이다.
"신은 높이 있고 차르(황제)는 멀리 있다."고 한 러시아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대중은 멀 리 있는 총리는 몰라도 가까이 있는 대스타 는 기억한다. 가게 안이나 오토릭샤에는 인 기 영화배우들의 다채로운 사진이 신(神)의 그림과 나란히 붙어있다.
영화인들 중에는 은막의 인기를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 주(州) 수상에 오른 인물도 세 명이나 된다. 그들은 거의 배우뿐가 아니라 자신이 연기했던 신으로 추앙되었다. 국회 의원으로 변신한 배우도 많다.
영화는 인도 사회를 반영한다. 하지만 영화 는 인도의 현실과 거리가 멀다.
화면에는 일상의 생활과 다른 이질적인 삶 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여인의 각선미, 국적이 의심스러 운 화려한 의상과 호화판 생활이 들어 있다. 관객들은 로맨스와 폭력, 음악과 춤, 섹스와 코미디가 골고루 버무려진 비현실적인 영화 를 사랑하고 그걸 보며 한바탕 꿈을 꾼다.
영화 <시티 오브 조이>는 인도에서는 결코 '조이(joy)'가 아니었다. 매일 보는 지겨운 일상을 돈을 내고 영화관에서도 또 보는 걸 누가 하겠는가. 배운 사람들은 영화가 현실 도피적이라고 몰아세우고 '집단적 판타지' 라고 비판하지만 대중은 사실주의 영화를 경계한다.
5 〈인도는 힘이 세다〉
사실 인도인들 스스로도 '가난하지만 영적 으로 충만한' 같은 수식어는 좋아하지 않으 며, (우리도 과거에 그랬듯이) 가난에 치를 떤다
실제 인도 지식인층에게 물어보면 중국을 국가의 롤모델로 삼으며 그 정도의 입지를 갖기를 원하는 사람이 절대다수이고, 핵보 유국이라는 사실에도 오히려 뿌듯해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를 사랑하는 영적인 인도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참고로 인도는 핵무기보유국이며 세계 10 위 안의 군사강국이자 중국과 국경분쟁중인 나라다.
문화적으로 자부심이 높고 국민성을 자랑스 러워하는 인도인들도 영적인 충만성 같은 되지도 않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IT 강국, 라마누잔과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을 배출한 똑똑한 인도인의 이미지를 당연히 훨씬 선호한다.
몹시 종교적 나라라고 흔히 생각하는 사람 들의 인식과는 다른 면모도 보인다. 특히 남인도의 케랄라나 카르나타카, 타밀나두 주와 같이 첨단 산업 위주로 돌아가는 동네 의 고학력 엔지니어들은 서슴없이 스스로를 무신론자로 규정한다거나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카스트 제도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하위 카스트, 아웃카스트 출신 지식인들은 기독 교로 많이 개종하고, 아예 본인의 원래 카스 트를 알지 못하도록 이름과 성까지 서양식 으로 갈아치우는 경우도 있다.
“가난하지만 영적으로 충만하다.”는 시선이 “우리가 가끔 힐링할 때나 찾아갈 수 있도록 너희는, 니들은 걍 그렇게 계속 그 자리에 개발도상국 후진국으로 남아있어라.”는 것 을 전제하니, 당연히 차별적이다.
(2023. 2)
- 오창훈 정리, <인도를 말하다> -
첫댓글 황금인생을 만드는 다섯가지
1. Money Rich
2. Time Rich
3. Friend Rich
4. Hobby Rich
5. Health Rich
"돈,
시간,
친구,
취미,
건강"
이 다섯가지 부자가 되어야한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ㅎㅎㅎ
아주 오래 전,
인도에서 1년 살아봤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다양한 지라.
아하
무슨일로?
대단한 추억입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