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계절 봄. 짧은 찰나가 아쉬워 많은 이들이 벚꽃과 함께 봄을 보내려 부단히 노력한다. 특히, 제주는 대한민국에서 벚꽃이 가장 먼저 피며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인도하게 한다. 또, 제주는 전 지역에 걸쳐 군데군데 벚꽃으로 화답한다. 제주 3년 차인 내게도 이 짧은 찰나는 왠지 모르게 좋다. 그저 행복만이 있다. 분홍색 설렘이 없던 로맨틱한 감정을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나는 이 찰나를 최대한 잘 즐기려 노력한다. 올해도 벚꽃을 보려 몇 군데를 간지 모르겠다. 오늘은 그 여행지들 중 고르고 골라 좋았던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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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곳에 '신산공원, 애월고등학교, 삼성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애월고등학교는 가지치기를 해서인지 나무가 작년에 비해 예쁘지 않았고, 삼성혈과 신산공원은 많은 사람이 이미 방문하기도 했고, 여행을 하고자 오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어 제외했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훌륭하지 않은 벚꽃 여행지는 아니다. 만약 제주 시내권을 여행한다면 이곳들을 가보자.
걷기에도, 드라이브하기에도 좋은
1. 예래동 벚꽃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예래로 82
중문은 이미, 또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다. 관광지구로 발달하며 사계절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들로 즐비하고, 여름이면 파도가 좋은 중문해수욕장에 서핑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 이곳에서 살짝 골목길로 들어서면 봄을 알리는 비밀스러운 길이 있다. 바로 예래동 벚꽃길. 예래생태공원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벚꽃길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이곳은 조용하다. 찻길이라는 아쉬운 특성을 지녀서일까 싶지만 그러기엔 차들이 많이 다니는 주도로는 아니다. 신풍리 벚꽃길처럼 벚꽃 터널을 만드는 이곳. 잠시 차를 세워두고 걷기에도,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기에도 좋은 이곳 예래동은 분명 사랑받아 마땅한 장소이다. 또한, 로맨틱한 버스정류장과 아기자기한 동네 분위기가 이곳 길을 더욱 몽글몽글 아름답게 만든다. 서귀포 중문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이곳은 분명 들르기에 충분한 여행지임에 분명하다.
말해 뭐 하겠어 제주에서 가장 사랑받는 벚꽃길
2. 대왕수천 예래생태공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상예동 5002-26
대왕수천예래생태공원은 올레 8코스, 서귀포 상예동에 있는 습지 공원이다. 이곳에 대왕수라는 산물(용천수)이 흐르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수량이 줄지 않고, 예래동 일대에 가장 큰물이라는 의미로 대왕수라 불러왔다. 보통 제주의 하천은 비가 오지 않을 때 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시사철 흐르는 이곳의 물은 독특한 풍경이다. 공원 남쪽에는 예래생태체험관이 있으며 봄에는 이 일대가 벚꽃명소로 유명하다. 예래생태공원 일대는 한국반딧불이연구회가 지정한 제1호 반딧불이 보호지역이며 이 대왕수천 하류 쪽에는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유명한 논짓물이 있다.
예래생태공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봄은 끝이 난다. 이곳에 다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예래생태공원에는 사랑스러운 것들로 가득하다. 흐르는 내천, 바닥에 핀 보라색 갯무꽃, 제주의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노란 유채꽃, 그리고 하늘을 분홍빛으로 가리는 벚꽃까지. 거기에 더해 이곳엔 반딧불이가 서식하며, 다양한 생태를 이루는 동식물들로 가득하다. 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로 손꼽히는 예래생태공원. 이곳은 커플, 친구, 가족들이 꽃놀이하기에 가장 완벽한 곳이므로 서귀포를 여행한다면 꼭 들러보자. 분명 제주의 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주 동쪽에도 이런 벚꽃 스팟이 있다고?
3. 대흘보건진료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중산간동로 645
조천읍 또한 훌륭한 벚꽃 명소들이 많다. 전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전원마을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 결코 빼놓아선 안될 벚꽃 명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흘보건진료소. 인공으로 만든 폭포가 나무데크 아래로 떨어지고, 물 위로는 벚꽃 잎이 둥둥 떠다니며 아름답게 유영한다. 어쩌면 벚꽃과 가장 알맞은, 적확한 풍경을 하고 있는 장소가 이곳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곳 대흘보건진료소 스폿은 그리 큰 느낌은 아니다. 작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벚꽃이 아름다워 많이들 찾는다. 하지만, 스폿이 작아 사람들에게 치이기 일쑤. 사람들이 붐비는 게 싫다면 스폿을 잠시 벗어나 길을 따라 걸어보자. 그것 또한 벚꽃 여행을 하기에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제주시 벚꽃 삼대장
4. 전농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도일동
제주시 벚꽃 삼대장으로 이곳은 늘 들어선다. 제주대학교, 장전리만큼 아름다운 벚꽃길 전농로. 이곳은 제주시에서 축제를 열기도 한다. 이번 축제는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했는데, 축제 기간에는 차로를 통제하고, 다양한 부스에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섹터마다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축제의 기분을 물씬 느끼게 하는 전농로. 물론, 유명한 만큼, 축제인 만큼 사람은 어느 때보다 많다.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내게 전농로는 정말 힘든 장소지만, 그런 축제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전농로의 평일 아침은 한산해서 걷기에 좋다. 만약 사람이 많은 것을 피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전농로를 찾아 여행해 보자. 그렇다면 후회 없는 선택지로 자리 매김할 것이다.
제주의 벚꽃은 다음 주면 다 질 것 같다. 벌써 많은 꽃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한 제주. 벚꽃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이 있다면 서두르자. 찰나의 순간, 벚꽃잎은 사라져 내년을 기약해야 할 수도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