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장 1대1로 교환…선전市선 "거래 사절" 도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중국 남단의 광둥(廣東)성 선전 시는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교량과 같은 도시다. 선전은 80년대 경제특구 초기부터 대외수출의 창구 및 금융 젖줄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홍콩달러는 그동안 선전과 선전 일대의 홍콩인 사이에 인기있는 투자 및 결제수단으로 여겨져왔다.
최근 위안화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처럼 홍콩달러를 선호해온 분위기가 일변하고 있다. 홍콩달러는 더이상 보유할 가치가 없는 통화로 전락하고 있다. 선전의 뤄후(羅湖)수출보세구의 일부 상점은 아예 홍콩달러 받는 것을 거절하고 있다. 은행에는 홍콩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려는 고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위안화의 대달러 기준 환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에 페그된 홍콩달러의 위안화 태환 가격도 외환시장에서 1대1에 바짝 접근해가고 있다. 27일 선전에서는 홍콩달러의 기준환율이 1.00797위안을 기록했다. 암시장에서는 위안화와 홍콩달러는 이미 1대1로 환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안화를 홍콩달러로 바꿔주던 암달러상이나 환전상은 속속 가게문을 닫고 다른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선전의 홍콩계 기업에는 ‘보유 홍콩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라’는 특명이 내려오고 있다. 경제 일원화를 위해 2004년 경제무역긴밀화협정(CEPA)이 발효된 지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선전 일대에서 홍콩달러가 비인기 통화로 전락하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위안화 강세 때문이다. 이는 50년으로 목표하고 있는 중국의 홍콩경제 통합 스케줄이 예상보다 훨씬 급진전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인과 출장 여행객은 홍콩달러의 상대적인 가치하락과 태환의 번거로움 때문에 홍콩달러를 기피한다. 홍콩에서 본토 관광객을 상대로 환전업무를 하는 상인은 ‘위안화를 홍콩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사실상 실종돼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최근 들어 위안화의 대달러 기준환율이 7.86위안과 7.85위안, 7.84위안 선으로 낮아지면서 수중의 홍콩달러를 위안화로 환전하려는 손길이 한층 바빠지고 있다. 선전의 기업은 홍콩달러 표시 은행저축을 모두 위안화 저축으로 바꾸고 있다. 일각에서 위안화 태환 가격이 홍콩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홍콩달러의 위안화 환전 수요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중국당국은 선전이라는 특수경제권역에서 홍콩달러의 위세가 약화되고 있는 데 대해 경제통합을 위해 아주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출지상주의 시대와는 달리 CEPA를 지향하는 시대를 맞아 홍콩달러의 역할에도 변화가 이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선전대 금융연구소장 겸 선전시 정부 경제고문인 궈스핑(國世平)은 "조만간 홍콩달러와 위안화 태환 가격이 1대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당국이 조만간 홍콩달러와 위안화를 1대1로 고정시키는 양 통화 간의 가치통합 선언을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수출개발 시대에 선전을 매개로 본토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됐던 홍콩달러가 비인기 통화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경제통합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전되고 있고, 무엇보다 국제 태환 화폐를 향한 위안화의 위상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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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erald 경제 중국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