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식물을 키워보기로 하다.
식물을 좋아하고 가까이하기 보다는 건강한 먹거리란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사무실 책상 위에 직장 동료가 강제로 올려놓고 간 이름 모를 동양란을 올려 놓은지는 2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키우기 시작한지 2개월 된 초보입니다.^^
인터넷이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다보니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입하고 배송 받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마음에 드는 아이들을 찾고 배송 받아 시작한지 얼마 되진 않았습니다.
비록 몸짱은 아니지만 체력적으론 자신 있다 생각했었는데...
지난 2월 허리를 비끗해 두달 가까이를 엉금엉금 기어다니다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나봅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식물을 키워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여기서는 취급하지 않지만 로즈마리와 캐모마일을 구해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삶을 살다보면 여러가지 삶의 질곡이 있어 높아질 때도 있고 낮아질 때도 있습니다.
높아질 땐 잘 모르지만 낮아질 땐 마음에 상채기가 생기고 치유되는 과정에서 딱지들이 생깁니다.
상처를 잘 살폈으면 딱지가 떨어졌을 때 이전과 같이 감쪽 같을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치료와 보살핌을 받지 못할 때는 커다란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남자들은 가끔 나락으로 떨어져 폐인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때마다 새로운 취미로 힐링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영화와 농구에 심취했었고, 그 이후에는 아름다운 음악을 사랑했었고, 책도 고전 책을 좋아하고,
캠핑을 좋아하고 이제 식물키우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된 것 같습니다.^^
슈기플라워 를 만나다.
처음에는 그냥 플라스틱 화분에 식물을 키우다보니 뭔가 대접이 소흘한 것이 아닌가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달 정도 키우다보니 좁은 화분 안에서 생명력 있게 자라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식물에게 뭔가를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도물만 주다 미네랄 가득한 생수도 줘보고, 어디서 식물영양제를 주는 걸 봐서 구해다 주기도 하고...
3월이라 완연한 봄이 시작되기에 분갈이도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화분을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플라스틱 통은 쓰지도 않는데 플라스틱보다는 나은 화분을 구해주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위주로 이쁜 색상의 도자기 화분을 구할볼까 했었는데...
기왕이면 식물이 좋아하는 화분을 구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토분이 식물들에게도 좋다는 말들을 듣게 되엇습니다.^^*
초보는 원래 팔랑귀이기 때문에 속는셈치고 토분을 타겟으로 정하고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토분 중에서도 독일토분이란 브랜드가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기에 이 중에서 고르기로 했습니다.
표준토분은 젊은 여성같은 새침함이 있지만 아래 부분이 얇아 보여 어딘지 균형이 맞지 않아 보였고,
벨분은 중년이 한참지난 여성 같이 화려함이 있지만 이 또한 아래 부분이 너무 얇아 허둥대는 모습 같아 보였고,
더블림은 미시같은 안정감과 적당한 살집...그리고 넉넉해보이는 아래 부분이 균형 잡힌 모습이였습니다.
독일토분 중 더블림으로 정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구글을 통해 "슈기플라워" 에서 더블림을 취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곤 이곳은 어떤 곳인가를 찬찬히 살펴보다보니 상업적인 사이트가 아니라 점...
주로 활동하고 있는 다음 사이트의 까페라는 점...
죽어가는 까페가 아니라 언제나 많은 분들이 정보도 교환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 등이
신뢰감을 주며 게다가 가격마저 설득력이 있다보니 의심치 않고 주문을 넣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책상옆 로즈마리... 허브는 다른 곳에서 구했지만 토분 만은 슈기에서 구했습니다.^^>>
식물도 마약과 같다?
식물을 키우다보니 정이들었나 봅니다.
어느 순간부터 많은 시간을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과 또한 다른 식물들은 어떤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슈기플라워 다음 카페를 전보다 자주 들르게 되었습니다.
특히 관엽식물, 관엽소품방, 제라&수국, 야생화... 메뉴에 새로 업데이트가 되면 나타나는 붉은색 N 자 표시는
하루에 한두번씩은 꼭 들르게 만드는 미끼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끼에 낚이는 나 자신이 보이긴 하지만 새로운 식물들의 모습은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습니다.
허브를 키우기 시작한지 두달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뭔가를 또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
결국 "아기별자스민"과 "스투키" 에 온 마음을 빼았기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라는게 있어서 음악에도 클래식부터 댄스음악까지 여러 장르가 있고,
영화도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 장르영화가 있듯이 식물을 고를 때도 취향이 존재하는가 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중 이해가 안되는^^ 식물이 있는 것을 보면 저에게도 취향이 있는 듯 합니다.
슈기플라워 를 방문하다.
7년전 한참 음악을 들을 때 진공관 앰프를 그렇게 갖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들을 때면 TR앰프와는 달리 포근함과 편안함이 있습니다.
적당한 가격에 구하고자 했던 앰프이다보니 중고거래를 하기로 했는데... 판매처가 대구였었습니다.
사정을 했지만 판매자 분이 택배는 위험하니 꼭 직거래만 하겠다고 해서 난감하기만 했었습니다.
결국 평소보다 일찍 7시에 퇴근하고 을지로에서 대구로 출발했습니다.
서울을 빠져나가는데만 한시간... 11시에 가까스로 도착해서 물건을 받고 집에 오니 새벽 4시...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기별자스민 과 스투키 에 마음을 빼앗겨 토요일 아침 슈기플라워 를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궁금한 것도 있고 또 어떤 곳인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 택배를 받더라도 분갈이 장소가 마땅찮은 것도 한몫했습니다.
첫째와 둘째에게도 꽃을 구경시켜주고 싶었지만, 학원다니느라 바쁘기에 유치원생 세째 아이만 데리고
경기도 성남에서 일산까지 여기저기 막히는 곳을 뚫고 슈기플라워 로 향했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비가 오는 토요일 점심은 정말 교통 지옥이 따로 없는 듯 했습니다.
일단 전화로 방문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약속 시간을 정했습니다.
생각보다 젊으신 여성분 목소리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꽃과 같이 생활하니 아마도 회춘하신 분이신가 했습니다.
슈기플라워에 도착하고나니 왠만한 일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꽃밭에서 살고 계신 두분(자매이신걸로 추정됨)과 아마 부군 되시는 분까지 뵙게 됐습니다.^^*
물론 농촌의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연세가 어느정도 되셨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젊으셔서 놀랐고,
화원을 하시면서 카페를 열정적으로 운영하시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것 같았습니다.
실제 나이보다 마음의 나이가 질풍노도같은 십대가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목소리는 20대 아가씨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아기별자스민 과 스투키... 그리고 어떻게 키워야 할까?
화원을 둘러보면서 사실 꽃이 예쁘긴 하지만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어 관엽식물들 위주로 보았습니다.
처음 예상과 같이 아기별자스민과 스투키, 황금조팝, 애니시다 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잎이 작고 촘촘한 식물들과 가냘픈 몸매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아마도 제 취향일 듯 싶습니다.
이런저런 꽃에 대한 질문,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 그리고 실제 분갈이 해 주시는 모습 등등...
한시간 반 정도 머물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기 보다는 "식물을 어떻게 대하며 사랑해야하는가" 를 배운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식물을 샀다는 생각보단 "힐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아참, 입구들어가서 첫번째 온풍기(?) 쪽에 검은색 긴 우산을 놔두고 왔습니다.^^
다음에 찾으러 갈테니 보관 좀 해주세요^^ㅋ>>
<<스투키 중 21cm더블림, 스투키 소A형 3개와 17cm 더블림, 이게 뭐예요?ㅋ, 아기별자스민 과 수국토분 28cm>>
<<아기별 자스민>>
첫댓글 멋진글을 읽으면서 저희도 힐링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이보다 매너짱님을 닮아 키가큰 막내아들과 먼 분당에서 슈기까지 방문해주셔서 감사하구요 초보라고 말씀하셔도 초록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멋지세요...ㅎㅎ 우산은 잘 보관하고있겠습니다...감사합니다^^*
대단한 후기 입니다...
와 슈기네 식구들 기쁘시겠어요 후기보시공!! 참 참고로요 허브 통풍 잘해주셔샤해요^^
초보는 어디가나 민폐인데... 감사합니다^^*
사무실에서 키우느라 통풍이 문제긴 합니다ㅠㅠ
멋진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