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계란 두 쪽하고 당근하고 소시지, 단무지는 그것의 반만 잘라 넣어 주세요."
옷을 줄이러 갔다가 배가 너무 고파 바로 옆에 있는 김밥 집에 들렀다.
김밥도 종류가 많아서 한참을 망설였다
소고기 김밥, 야채 김밥, 치즈 김밥, 누드 김밥, 튀김 김밥
옛날에 먹던 그 김밥은 있을 리가 없지
첫애를 가졌을 때
입덧이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밥이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다.
계란과 당근, 시금치와 불고기, 그리고 또 거기 무엇을 넣으셨을까, 노랑 무?..
밥에는 소금과 식초로 간을 하여 입안이 개운했던 맛.
어머니가 먹여주시는 밥숟가락처럼 담뿍담뿍 받아먹듯 입 안에 넣었던
잊을 수 없는 그 맛
내가 시킨 김밥이 나왔다
심심한 김밥을 먹는다
무슨 맛인지 모르고 멍하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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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문득 옛날의 미각이 살아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맘때면 김장철에 깎아 먹었던 배추꼬랭이 맛이 생각나고, 밤 깊은 시간 골목을 지나가면서 외치던 참쌀떡과 메밀묵의 맛입니다.
첫애를 가지고 입덧할 때, 아무것도 먹기 싫고 먹으면 비위에 맞지 않아서 더 괴로울 때, 친정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 보내주신 음식은 잊을 수가 없지요. 낯선 시집 식구들 틈에서 언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어머니가 그리워 걸핏하면 눈물이 날 때, 친정어머니가 만들어 보내주신 음식은 일단 정신적인 안정과 평안을 줄 것입니다. 특히 4연에서,
“계란과 당근, 시금치와 불고기, 그리고 또 거기 무엇을 넣으셨을까, 노랑 무?../밥에는 소금과 식초로 간을 하여 입안이 개운했던 맛./어머니가 먹여주시는 밥숟가락처럼 담뿍담뿍 받아먹듯 입 안에 넣었던/잊을 수 없는 그 맛”
이라고 했는데 “계란과 당근, 시금치와 불고기, 그리고 또 거기 무엇을 넣으셨을까. 노랑 무?”하고 언금했는데 거기서 ‘노랑 무?“는 없어야 합니다. 어머니가 김밥 속에 넣은 것은 음식의 재료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기도라고 해도 되고 걱정이라고 해도 되고 사랑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노랑 무?‘라고 하면 시가 무너집니다.
그리고 시의 첫행에서
"계란 두 쪽하고 당근하고 소시지, 단무지는 그것의 반만 잘라 넣어 주세요."라고 했는데 계란 두 쪽이라는 말이 매우 애매한 말입니다. 계란 두 개도 아니고 두 쪽은 짐작하기 어려운 분량입니다. 그냥 ’계란 두 개‘라고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 두 개를 지단을 만들어 넣든 삶아서 잘라 넣든 상관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밖의 다른 부분들은 좋습니다.
”내가 시킨 김밥이 나왔다/심심한 김밥을 먹는다/무슨 맛인지 모르고 멍하니 먹는다“라고 한 마지막 연은 추억에 젖어 있는 작자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다만 멍하니 김밥을 씹고 있을 뿐 맛은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리운 과거의 추억에 붙들려 있습니다.
첫댓글 처음에 두 개로 올렸다가, 노랑 무?도 안 썼는데 한번 더 드려다 보다가 고쳤습니다. 고치고도 갸우뚱했습니다. 원래 계란 두 개 넣어 주고요 ~~ 그랬거든요, 그리고 노랑 무는 넣지 않고, 반찬으로 불고기를 넣어 주셨던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제대로 잘 써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너무 깊이 들여다보다가 오히려 자기도 모르는 글을 쓰기도 해요. 단순미도 없어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