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대부분의 전업주부이 그러하듯
아침에 아이들이 먹다남긴 반찬들을 꺼내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뜨거운 차한잔 받혀들고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신정 구정이 낀 일월은 친지들과의 잦은만남으로 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잠시나마 컴에서 컬럼을 읽는 재미도 음악을 듣는 여유도 없이 말이죠.
40대 중년, 결혼 17년차 고등학생 중학생 두 아이의 엄마.
30대가 엊그제 같았는데 세월은 이렇게 끔찍히 빠르게 흐르는군요.
86년이 다저무는 12월,
해넘기기 싫으셨던 시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서른한살의 노총각과 결혼,
봉천동 지하 단칸방(전세 400만원)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8자짜리 장농이 겨우 들어가는 방하나에 개수대 한칸 선반 한짝이 달랑 달려있는 부엌. 두 평이나 되었을까? 세수도 둘이 함께 할 수 없어 교대로 했고 결혼때 장만한 그릇도 풀지 못하고 둘 식사에 필요한 최소한것만 놓고 쓰고 손님이 오면 다시 꺼내곤 했습니다.정확히 말하자면 200만원에 출발 한거죠,전세 보증금중 200만원은 시아주버님께 빌린돈 이었으니까요.
쉴새없이 직장을 다닌터라 쉬고도 싶었지만 아기를 가지면 그만두어야 할 형편이어서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직장에서도 나와주기를 원했었구요.남편이 나이가 있어 아인 바로 갖기로 했습니다.당시 남편은 중소기업에 다녔는데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 상태라 몇달 쉬며 집에서 공부해 공무원 시험을 보았는데 떨어졌습니다.준비 기간이 워낙 짧아 기대도 안했습니다만 미련이 남을것같아 다시 해보라고 권유했으나 임신하 직장 나가는 제게 미안했는지 다른곳에 바로 취직을 했습니다.
그후로 지금까지 남편은 두어군데 직장을 옮겼지만 쉴새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일 낳고 바로 전업주부로 눌러 앉았구요.
이제부터 살림 불린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평범한 주부로 특별히 이재에 밝은것도 아니요 그저 남편의 월급 아껴서 모은것입니다. 다른점이 있다면 수입보다 지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생활했다는 것이지요.제가 작은 들꽃님의 글을 좋아하는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남들은 저희 남편에게 돈버는 능력이 있는줄 압니다만 사실 남편은 버는것보다 쓰는것에 세심히 신경을 사람입니다.저또한 그 덕분에 크고작은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습니다. 한해 한해 연말이 되면 가계부를 기준으로 월별 종목별로 결산하고 다음해 새로운 예산을 세웁니다. 그런 결과 항상 목표치보다 많게 저축 할 수 있었습니다.아이들 키울때 옷이나 장난감은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물려받고 저도 남에게 물려 주었습니다. 이 전통은 아이들 중학교 교복 구입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가장 저축을 많이 했던때는 역시 맞벌이 기간 일년이었구요.급여의 70%정도,당시에 빚 200만 원이 있었기에 교통비와 최소 생활비를 제외하곤 몽땅 저축했음 그리하여 일년만에 갚았습니다.(저와 남편월급 합하여 50만원안됨) 그리고 아이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가장 저축을 많이 했습니다.
일년후 87년, 아주버님 빚을 갚고 일년을 더 모아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턱없이 돈이 부족했기에 서울에선 엄두를 못내고 가까운 경기도에 터를 잡았습니다.빌라와 아파트를 보았는데 아파트가 좀 비쌌지만 향후 가치를 생각해서 아파트를 계약했습니다.
안양시 석수동 18평 J 아파트(총가격1200만원) 장기융자 500,현금 800 이 필요했죠. 당시 살고있는 집전세금 400에 저금한돈 200을 포함해도 200이 부족한 상태 더구나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라 수리를 해야했습니다. 빚을 내긴싫고 궁리끝에 수리후 작은방을 전세놓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바로 전세가 250 에 나갔습니다. 방 하나에서 생활하고 일년후 전세금을 돌려주어 온전한 저희집이 되었습니다.결혼 3년만에 작지만 소중한 내집을 마련하게 된것 입니다.
그후로 저희가 집을 넓힌 방법은 이와 동일 합니다.
저축을 하여 목돈이 생기면 먼저 집을사고, 부족한 돈은 새로산 집에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내주어 충당하고 만료기간 2년안에 저축을해서 전세 상환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목표가 있으니 더욱 알뜰히 저축을 하게 되고 심리적 안정감에 짜게 생활해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안양 J아파트는 4500 에 매매.5년 살고 3000 의 차익을 거둔거죠. 하지만 G시와 안양의 아파트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어서 4500 은 G시 주공 아파트 18평 전세값 밖에 안되었습니다. 새로 산집 바로 옆 단지에 전세를 얻어 2년을 더 기거했습니다.
이사가게 된 동기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전에 살던곳은 수인사업도로 옆이라 통학 하기에 매우 위험했습니다.주변에서 아이들 교통사고도 몇번 목격 했기에 옮기기로 한 것 입니다. G시는 사촌 형님 두 분이 살고 계셨고 집안 행사때 마다 오며 가며 이곳 풍광에 반해있던 터였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었구요.
예상한 대로 G시에서의 생활은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담한 전원 도시로 산이 근접해 있어 사시사철 좋아하는 산에 오를수 있었고
시민을 위한 문화 예술 행사가 많아 발품만 팔면 질높은 문화 생활을 즐길수 있었습니다.시민회관에서 저렴한 가격에 스포츠를 배우고, 대극장 소극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연극,발레,음악을 감상하고, 전시실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멋진 예술의 향기에 젖여 갔습니다.게다가 도서관이 가까와 좋아하는 책을 언제든 가서 읽을 수 있었고 대출해 식탁에 쌓아놓고 밤늦도록 책읽는 재미에 행복해 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제가 꿈꾸어 오던 그 세계로 들어온거죠.
10 여년을 근검 절약하며 살아온 덕분에 온가족이 풍요로운 정신적 만족을 얻으며 생활하게 된 것입니다. 가장 큰 공헌자는 남편이며 저는 보조자로 발을 맞춰 왔습니다다. 첨엔 힘들고 괴로웠지만 목표가 있었기에 인내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3년전 2000년도에 살던집 28평(매수가 1억 3000)을 2억 6000천에 매도하고 옆단지 고층 45평을 4억 2천300 에 매수했습니다.역시나 돈이 부족해 다시 2억2000 에 전세를 놓았고 모자라는 차액 약 1억 9천은 집 매매대금에서 남은돈 1억 1000과 그동안 8년 저축했던 돈에서 8000여만원을 대체했습니다.물론 저희는 다시 기존 매매했던 집에서 2년을 살기로 했죠 전세 1억 5000에...
정리해보니 돈을 불리게 해준것은 부동산이었습니다.
물론 온나라 집값이 다 올랐기 때문에 엄밀히 돈을 벌었다고 할 수 없겠으나 만약 집을 사고 또 넓히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편히 내집에서 살고 은행이자 몇곱의 수익을 얻었으니 만족합니다.
여기에 가입하신 젊은분들 저보다도 훨씬 알뜰하고 계획성 있으신분 많이 보았습니다. 틀림없이 꿈을 이루실 것입니다.또한 현재에 가진것이 없다고 해도 낙담마시고 절약하며 한계단 오르다보면 웃는날이 반드시 올것 입니다.
아이들 성장하면 낙향하여 남편과 함께 농장을 가꾸고 싶습니다.
물좋고 산좋은 고향의 자연 품에 안기면 재테크와 결별을 고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년전에 이사하여 지금은 서울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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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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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G시 주공 아파트 45평형 6억 5천만원
충남 당진 임야 9천만원
경기도 P시 아파트 분양권 4천만원
예금
장기 주택마련 저축 900만원
주택 청약 예금 300만원
보험 적금 4백50만원
근로자장기저축 2백 50만원
비과세 적립식저축 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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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성격상 재산을 공개합니다
목돈되면 집 넓혀 가느라고 쌓여있는 현금이 없네요.
지출 내역은 나중에 공개하지요. 나갈일이 있어서 그럼 이만....
첫댓글차근차근히..알뜰살뜰히 열심히 살아내신 님의 자취가 ..님의 생활들이 곳곳에서.. 향기를 내뿜는구요..벽돌한장 모래한줌으로 공든탑들을 성실히 열심히 이루워 내신 님의 생활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 와서 이글 읽는 제마음까지 훈훈 해져 오네요..아마 우리들 나이에서는 이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이루워내가며
다들 성실하게 소박하게 살아낸 사람들은 그래도 오늘날쯤에는 어느정도의 기반을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님 ..이젠 우리들도 어느정도의 기반이 잡혀잇으니 한숨 돌리고 살수있지요..그래도 그렇게 치열하게 숨차게 살아낸 지난세월이 다시금 그리워 지기도 하네요..재물은 어느정도 얻엇지만 젊음은 지나버렷기에..
글 잘 읽었슴다...대략 우매한 질문이 될진모르지만..사회초년생이라...묻지마 절약(?^^;;)같은게.잘 않되는군여...절약할수있었던 ..선생님께서 가진 노하우라든지..현명한 소비습관에 대해 배우고 싶네요..글구..집을 매번사셨을때도 부동산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시구 했을텐데.....어떤식으로 하셨는지..궁금하군여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저도 님의 나이가 되면 이런 글을 올릴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작은들꽃님과 님같은 분들의 이러한 글들은 어떤 경제책보다도 훌륭한 삶의 지침서 인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 부탁 드리겠습니다. 님들은 저희들의 꿈이니까요 ^^
첫댓글 차근차근히..알뜰살뜰히 열심히 살아내신 님의 자취가 ..님의 생활들이 곳곳에서.. 향기를 내뿜는구요..벽돌한장 모래한줌으로 공든탑들을 성실히 열심히 이루워 내신 님의 생활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 와서 이글 읽는 제마음까지 훈훈 해져 오네요..아마 우리들 나이에서는 이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이루워내가며
다들 성실하게 소박하게 살아낸 사람들은 그래도 오늘날쯤에는 어느정도의 기반을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님 ..이젠 우리들도 어느정도의 기반이 잡혀잇으니 한숨 돌리고 살수있지요..그래도 그렇게 치열하게 숨차게 살아낸 지난세월이 다시금 그리워 지기도 하네요..재물은 어느정도 얻엇지만 젊음은 지나버렷기에..
"지출을 계획하여 하는 남편.. 그 덕분에 크고작은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습니다. "는 표현이 마음에 닿네요.. 예산에 맞추어 지출하는 것이 저에게만 해당되는 스트레스는 아니었군요. 지출 내역도 나중에 알려주세요~~
대단하네요.
반갑습니다 작은 들꽃님! 올라오는글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삶님 기회되면 지출내역 공개하지요. 순자산님도 소원하는 꿈 이루시기 바래요.
글 잘 읽었슴다...대략 우매한 질문이 될진모르지만..사회초년생이라...묻지마 절약(?^^;;)같은게.잘 않되는군여...절약할수있었던 ..선생님께서 가진 노하우라든지..현명한 소비습관에 대해 배우고 싶네요..글구..집을 매번사셨을때도 부동산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시구 했을텐데.....어떤식으로 하셨는지..궁금하군여
재테크와 결별을 하시전에...시간이 허락하시다면..이제 시작하려구 아둥바둥하는 초자에게 많은 정보 부탁드립니다...^^;; 좀 늦은감이 있지만...새해복마니 받으세요....
우와 대단하시네요! 저한테는 4살 언니쯤 되겠네요 그동안 저는 뭘했을까 부끄럽구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따라가 볼게요 글구 작은 들꽃님도 제 모델이되구있어요 정말 님같은분 만나게 된걸 감사해요
정말 부럽네요. 그리고 가족에게 감사하셔야 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저도 님의 나이가 되면 이런 글을 올릴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작은들꽃님과 님같은 분들의 이러한 글들은 어떤 경제책보다도 훌륭한 삶의 지침서 인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 부탁 드리겠습니다. 님들은 저희들의 꿈이니까요 ^^
G시..과천(느낌상..아파트 시세상 과천일것 같네요..^^)... 정말 살기 좋은 동네인것 같습니다..^^.아주오래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중 하나로 추천되기도 했었죠...^^.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많이 배웁니다. 감사해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쉽지않으셨을텐데 노력과 인내에 박수를 보내구요 아직은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많은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우..대단하십니다...한수 가르쳐주시네여..감사합니다..행복하세여..
십이구이전만 하더라도 부동산의 가치가 하늘을 찌를 만했으니깐요 ...더더군다나 제가 느끼는 생각은 돈버 것이 예전만 못해가고 있는것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갈수록 더더욱 ... ...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가슴에 따뜻한 것이 천천히 밀려드네요. 성실한 삶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갖게 해주네요. 작은 돈에 아둥 바둥하는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님같이 지난 날들을 찬찬히 돌아볼수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오늘도 건강하세요..^^
저역시 님의 연령에 도달했을 때...님처럼 담담히 '삶의 향기'라 말할 수 있는 과거를 회상할 수 있을지....오늘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리플 달아주신 여러님들 감사합니다. 소원하시는 꿈 이루시고 가족들과 건강한 행복 누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