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라는 말의 함정
[주장] 동물복지에 가려진 학대와 착취... 먹히는 존재에게 복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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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취를 하면서 혼자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주의자였다. 언젠가부터 공장식 축산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고 채식할 용기는 나지 않아 동물복지 상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동물복지 상품을 구매해왔었다.
동물복지 축산물은 비싸다
▲ 동물복지인증 마크 동물복지인증 마크 | |
ⓒ 농림축산검역본부 |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매하는 행위는 여러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동물복지 상품 구매처가 흔치 않은 데다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혼자 자취하던 시절에는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생협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했다. 시간과 돈이 더 들고 체력도 더 써야 한다. 가격이 가장 결정적인 문제다.
당시 동물복지 삼겹살 가격은 일반 삼겹살 가격에 비해 적게는 1.2배, 많게는 1.5배 정도 되었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일이 천 원 가격 차도 고민하는 시기인데 동물복지 삼겹살을 사는 행위는 여러모로 내게 의미가 있는 소비 행위였다.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가격도 비싸고 20분이나 걸어가서 장 봐야 하고 시간까지 들여야 한다. 이런 동물복지 삼겹살을 먹다 보니 당연히 고기 먹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동물복지와 윤리성
비효율적임에도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매하는 이유는 단 하나, 윤리성이었다. '동물복지'를 위해 동물복지 상품을 구매했지만 사실 되돌아보면 동물복지 인증 제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막연하게 '동물복지'니까 동물의 복지를 신경 쓴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했다.
내가 아는 사실은 단 하나뿐이었다. 동물복지 돼지가 일반 공장식 축산 돼지에 비해 덜 잔인하게 사육되고 도축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 사실만으로 동물복지농장 소비는 윤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을까?
동물복지제도가 뭘까?
동물에게'도' 복지란 개념이 생겼다니 '동물복지'란 말이 참 반가웠다. 동물복지란 개념은 어떻게 생긴 걸까. 아동복지, 장애인복지, 노인복지.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는 복지라는 단어를 그대로 차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복지는 행복한 삶을 뜻한다. 그렇다면 동물복지는 동물의 행복한 삶을 위함인가?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는 농장동물 복지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면 동물이 건강해집니다. 건강한 동물로 생산되는 축산물은 안전합니다.사육 단계에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실시하여 산란계(2012년), 양돈(2013년), 육계(2014), 젖소, 한육우, 염소(2015), 오리(2016)농장에 대해 인증을 하고 있다.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사육되고 동물복지 운송 · 도축을 거쳐 생산된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물' 표시를 하는 등 사육 · 운송 · 도축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종합적인 농장동물 복지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에서 밝혔듯, 동물복지는 동물의 '삶'에 해당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육·운송·도축'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사육하고 운송하고 도축한다. 동물의 입장에서 행복한 사육과 행복한 운송과 행복한 도축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일인가.
동물복지제도의 실효성
동물복지 인증 기준은 전축종 공통사항과 축종별 인증기준이 따로 마련되어있다. 그중 양돈농장(돼지)을 예로 들면, 인증 기준은 18쪽에 걸쳐 기술되었다. 얼핏 보면 세세하게 기준을 잘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준을 자세히 살펴보니 허술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이다.
1. '자유방목'이란 축사 외 실외에 방목장을 갖추고 방목장에서 동물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자유방목이라 함은 온종일 방목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방목장과 축사를 오가는 생활을 뜻한다. 예를 들면, 교도소와 같은 수용시설과 비슷하다. 수감자들도 생활관에 있다가 운동 시간에는 운동장에 나온다. 그렇다고 '자유감옥'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유를 제한하는 공간이 감옥이다. 방목장과 축사에 자유가 있을까?
2. 돼지의 단미는 금지한다. 다만 꼬리물기 피해로 인해 동물복지가 저해된다고 수의사가 처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일단 공장식 축산에서는 새끼 돼지 때 꼬리를 자른다. 이유는 돼지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협소한 공간에서 동료 돼지들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꼬리를 물면 상처가 나고 결국엔 감염이나 질병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꼬리를 자른다. 동물복지 돼지의 경우 원칙적으로 단미를 금지한다.
하지만 수의사가 처방하는 경우에는 자를 수 있다. 무단횡단은 금지다. 만약 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경우 무단횡단은 가능하다는 예외사항을 둔다면, 하루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은 무더기로 나올 것이다. 공장식 축산에서 꼬리를 자르는 이유는 꼬리물기 피해 때문이다.
그런데 꼬리물기 피해로 인해 동물복지가 저해된다고 판단되면 꼬리를 잘라도 된다고? 꼬리물기 피해가 왜 생기겠는가? 방목해도 돼지가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까? 애초에 돼지를 사육하지 않는다면 생기지 않을 문제이고 돼지를 사육하면 필히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다. 실제로 인터넷에 동물복지 농장 돼지를 검색해보면 돼지 꼬리가 잘려 있는 사진들을 볼 수 있다.
3. 소음 기준 : 평가자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소음이 지속적으로 나거나 소음을 내는 설비가 없는가?
평가자는 사람이다. 돼지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4. 공기 오염도는 기준에 적합한가?*실측치 기록 기준 암모니아 농도: 25ppm 이하 (1ppm : 100만분의 1)
구글링을 조금만 해도 알 수 있다. 동물복지농장 암모니아 허용 농도 25ppm은 암모니아 가스의 TWA 허용농도 25ppm과 일치한다. TWA값이란 작업자가 일 8시간 동안 작업을 하여도 인체에 큰 영향이 없는 농도를 말한다. 동물복지농장 암모니아 허용 농도와 TWA값이 같은 건 우연일까. 돼지 복지를 위함일까, 동물복지농장 노동자를 위함일까.
돼지의 후각 능력은 인간은 물론이고 개의 후각 능력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모니아 농도는 정말 돼지를 고려한 수치일까? 공기 중 암모니아 농도가 5ppm만 되어도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 어떤 동물이 분뇨 위에서 자고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곳에서 먹고 자고 싸는 걸 동시에 하고 싶겠는가.
5. 사육공간
▲ 동물복지 양돈농장 사육공간 인증기준 동물복지 양돈농장 사육공간 인증기준 | |
ⓒ 농림축산검역본부 |
▲ 동물복지농장 개방형 사육방식 동물복지농장 개방형 사육방식 | |
ⓒ pixabay |
▲ 좁은 스톨 안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 | |
ⓒ 동물자유연대 |
동물복지농장 돼지가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가. 물론 스톨에 갇힌 돼지에 비하면 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누워있는 돼지를 인간동물로 대체하여 상상한다면 절대 '행복'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 없다.
6. 도태 관련 인증사항
도태는 '죽이는 것'이다.
1) 해결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돼지는 즉시 동물복지를 고려한 방법으로 도태시켜야 한다.
2) 돼지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태는 수의사가 실시하여야 한다. 다만 동물복지 교육을 이수한 자 등 숙련된 자가 다음의 방법으로 실시하는 도태는 허용한다.
- 4주령 이하의 자돈의 경우 둔기를 이용한 두부 중앙부위 타격
- 가축총(captive bolt stunner), 전기충격기, 가스장치를 이용한 기절 후 즉시 방혈
3) 사체를 처리하기 전에 돼지가 죽었는지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해결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 이 기준은 누구의 기준인가. 돼지의 고통을 인간이 판단한다. 새끼 돼지의 경우 둔기를 이용한 두부 중앙부위 타격이 가능하고 이 외 돼지는 가축총, 전기충격기, 가스장치를 이용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어떤 방식으로 죽여도 된다고 대놓고 허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둔기를 이용한 타격으로 돼지를 죽이는 방법이 동물복지를 고려한 도태 방식일까? 엉터리투성이다. 사체를 처리하기 전에 돼지가 죽었는지 확인하는 지침도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다. 동물복지와 관련해 국가가 깊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 같아 보였다.
위에 언급한 사항들은 아래 첨부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접속하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일반인인 내가 봐도 이렇게 허술한 제도인데 실제 농가 종사자와 관련 법안을 만든 전문가들에게는 얼마나 허술하고 우스운 인증기준일까. 동물복지제도는 번드레하게 꾸민 허례허식 인증제도다.
동물복지의 진실
동물복지란 말,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잘 포장된 단어다. 나는 동물복지를 생각하면 초원 위를 누비는 동물을 상상했다. 피 흘리며 도살되는 운명은 상상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겐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단어다. '동물복지'라는 단어는 동물이 처한 현실, 즉 진실을 가린다.
만약 노예복지란 개념이 있다면 동물복지와 비슷하지 않을까? 노예는 자유와 권리가 없다. 노예에게 숙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노예복지가 실현되는가. 오직 인간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해야 하는 동물에게 복지를 운운하는 것이, 심지어 인간의 기준으로 그 복지의 기준을 판단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걸까. 동물답게 살 권리를 유린당하는 모든 동물 앞에 복지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은 동물(動物) 취급되지 않는다. 동물은 얼마든지 번식시키고 사육하고 도살해도 되는 자원이자 도구다. 동물의 고통과 권리는 없다. 고기라는 사체만 존재한다. 복지? 먹히기 위해 사육되는 존재들에게 과연 복지가 존재할까. 이게 현실이고 진실이다.
제도에 대하여
인간은 욕망을 위해 동물을 도구화하고 자원화한다. 진정 '동물복지'를 위함이라면 먹기 위해, 입기 위해, 보기 위해 이용되는 모든 형태의 착취와 학대를 금지해야 한다.
지금의 동물복지제도는 필히 과정이어야만 한다. 이것이 최선의 결론인 양 홍보해서도 안 되고 신뢰해서도 안 된다. 궁극적으로 동물복지제도는 동물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먹는 이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인증제도일 뿐이다. 동물복지제도에는 복지도, 동물도 없다.
당장 육식을 멈춰야 하는 현실이지만, 안타깝게도 육식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게 현실이고 육식을 당장 금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재 시점의 '동물복지제도'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제도는 필요하다. 다만 진실을 가리는 용도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명칭을 바꿔야 한다. 사체에 대한 복지를 논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도살이 존재할 수 있는가. 복지 살해가 가당키나 한가. 먹히는 존재에게 복지는 없다.
https://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602068360989
“채식으로 만들어가는 평화로운 세상” 평(등)평(화)한 집 채식평화연대
마을교육공동체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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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미 채식평화연대 대표. ⓒ김선유 기자 |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채식이 평화요 연대(모든 생명과 연결돼 있다)라는 것에 동의하는 100여 명의 사람이 모여 2015년 5월 30일 채식평화연대를 설립했다. 채식평화연대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단체다. 현재 전국 회원 수의 3분의 1이상이 울산지역 회원으로 울산지역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채식평화연대 이영미 대표는 채식평화연대 활동에 앞서서, 2004년 창립된 생명평화결사 회원으로 10년 넘게 활동했고,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창립 멤버이면서 최근 출범한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채식평화연대는 울산교육청의 색깔 있는 마을학교와 중구청의 방과후학교를 동시에 운영 중이다. 이영미 대표는 “식단을 바꾸는 것은 특별한 예산 없이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당장 실천 가능하고, 온난화 억제 효과 또한 크다”며 “채식을 실천하는 것은 가장 쉽고 현명한 기후행동”이라고 말했다.
▲ 10월 8일 마음열기 프로그램 ‘나를 알리기’ |
Q1. 채식평화연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채식문화 활동의 시작은 2012년부터다. 2012년부터 순수채식을 하며 채식문화에 대해 조금씩 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본격적인 단체 활동으로 한살림울산생활협동조합에서 뜻을 같이하는 조합원 10여 명과 함께 현미채식두레밥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했다. 이후 의사, 농부, 주부, 채식인, 일반 시민 등이 2015년 5월 30일 전국네트워크인 채식평화연대 창립총회를 열었다. 채식평화연대가 전국적인 단체이지만 그 중에서도 울산이 제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국 정회원 수의 3분의 1 이상이 울산회원이다. 채식평화연대 대표직은 창립 때부터 계속 맡고 있다. 채식평화연대는 국민 건강, 환경, 생명, 평화 등 인류의 영성 진보를 위해 채식 문화를 확산하고자 모인 사람들의 비영리단체로 생활문화운동중심단체다. 채식문화 확산을 통한 실천적 활동과 자기 진보를 통해 지구 평화에 기여하려는 단체다. 채식이 평화요 연대(모든 생명과 연결돼 있다)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초기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창립했고 울산은 약 20여 명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
채식평화연대 창립 이전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먹거리와 교육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취지와 목적이 같았기 때문에 채식평화연대 창립 후 현미채식두레밥협동조합은 활동을 중지했다. 처음에는 적극적인 활동가도 부족했고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았다. 마땅한 활동공간도 없었다. 이후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의 협조로 공간을 쓸 수 있게 되면서 공부모임과 채식밥상 알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사실 2006년부터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탈핵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이 시작됐다. 요즘은 기후위기로 넘어오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채식이라는 말과 함께 식물식이라는 말도 함께 쓰고 있다. 채식이라고 하면 사회적 인식이 채소, 풀 위주의 식사방식을 떠올리고 너무 협소하게 생각한다. 식물식은 곡식, 채소, 과일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말이다. 인간이 잡식동물이냐, 초식동물이냐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육식만 하는 것은 힘들지만 채식만 하고는 충분히 살 수 있다. 우리는 채식 중에도 건강한 채식문화를 추구하고 채식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10월 15일 ‘미들초밥(비건초밥) 만들기’. 아이들이 버섯 콩단백 오이 등 순식물성 재료로 초밥을 만들었다. |
Q2. 사무실을 4개 단체가 함께 쓰고 있다던데?
2008년 10월에 문을 연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개관에도 함께 해 회원으로 활동했다.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의 운영지기도 현미채식두레밥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같이 활동해왔다. 2015년 채식평화연대 활동으로 공부모임 등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품&페다고지의 공간으로 모이게 됐다. 본격적으로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게 된 것은 2019년 10월 28일 ‘집들이’ 행사 날이고 이날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채식평화연대, 평화밥상연구소,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등 4개 단체가 모여 한 지붕 네 가족이 탄생했다. 모두 합쳐서 ‘평(등)평(화)한 집’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평화와 평등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밥을 함께 해서 함께 먹게 된다. 모임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공적인 행사와 개인의 생활에 있어서도 식물식을 추구하게 됐다. 다양한 영역이 서로 섞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게 됐다. 주력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같다. 우리 대부분이 원하는 것은 ‘평화로운 세상’이다. 채식평화연대는 평화로운 세상이 밥상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먹는 것이 사적인 동시에 공적이며, 평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 고양이는 반려동물로서 가족으로 생각하지만 돼지, 소 등은 그냥 음식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과 동물의 생명 무게가 다르지 않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순수 채식만 하는 사람을 ‘비건’이라고 부른다. 평평한 집은 비건 문화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 10월 22일 ‘샐러드피자 만들기’. 비건또띠아에 비건소스, 채소 등으로 간단히 만든 샐러드 피자. |
Q3. 채식평화연대의 목표는?
울산교육청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밥상으로 올해부터 학생들에게 '채식 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고기 없는 월요일’ 매달 2회, 순수 ‘채식의 날’ 운영을 매달 1회로 권장하고 있으며 소수이지만 채식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채식선택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시교육청의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채평연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현미채식두레밥협동조합 활동 때부터 고기 없는 월요일을 운영하면서 채식밥상을 알려 왔다. 환경과 관련해 여러 선진국은 공공기관의 채식급식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울산교육청이 선도적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육식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편리를 느끼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은 치킨, 피자, 삼겹살 등의 이름으로 음식점과 간판만 보지만 우리는 축사와 관련해 갇혀있는 가축을 먼저 생각한다.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축사, 농장, 양계장, 생선공장 등을 떠올리면 거부감이 앞선다. 하지만 반대로 과수원, 농장, 과일가게, 논, 밭과 관련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드물다.
생명과 평화와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활동하는 단체가 많은데, 결국에는 인간 중심이 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고기와 우유 등 동물성식품이 식탁으로 올라오기 전까지의 취급과정에 대해 공부하면서 건강한 채식이 곧 생명존중과 연결된다는 것, 사람과 지구를 더불어 살리는 음식이 같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우리는 생명살림을 실천하고 각각의 생명이 서로 다르지 않고 무게를 잴 수 없다는 것을 널리 알려 생명존중 의식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
▲ 10월 29일 ‘양심 프로그램’. 유제품과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봤다. |
Q4. 마을교육공동체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16년 전 울주군 금곡마을로 귀촌했고 마을을 살리기 위해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성미산공동체, 풀무마을공동체 등을 다녀오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마을에 귀촌한 사람들과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공동체 활동을 했다. ‘마을교육공동체’라는 말이 시작되기 전 활동이다. 시골 작은 초등학교 학부모회 예산으로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을 데리고 산과 들을 다니며 함께 밥을 먹었다. 마을주민센터가 비어 있을 시간에는 학부모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베지닥터’(채식을 실천하는 의사, 치의사, 한의사, 수의사들의 모임) 강의도 진행했다. 실질적으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은 그 때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단체 활동은 보통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지금은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의 활동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활동 초기에는 채식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고 채식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미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수많은 문제로 인해 현재는 초기 활동가 중에도 소수가 남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운영에 어려움이 커지자 단체를 계속 이끌어갈 것인지 아니면 그만 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전국네트워크 연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더 커져만 갔다. 그러다 2019년 봄, 약간의 활동비를 책정해 상근활동가를 모집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을 계속 기대할 수 없었고 지속적으로 단체를 이끌어가려면 원활한 운영을 위해 상시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상근활동가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박람회, 행사 부스, 대중 강연회, 지역공부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채식의 중요성을 알렸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했다. 2019년 하반기에 채식평화연대는 9주 동안 주 1회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총 9강의 ‘평화밥상안내자’ 교육 과정을 열어 1기 ‘평화밥상안내자’들을 배출했다. 2020년에 들어서 상반기에 울산교육청의 마을교육공동체 공모사업 ‘색깔 있는 마을학교’에 지원했고, 하반기에 울산 중구청 마을방과후학교 공모사업에도 지원했다. 울산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평화마을 이야기’란 이름으로, 중구청의 지원으로는 ‘노벨평화상보다 위대한 평화밥상 이야기’란 이름으로 방과후학교를 개설했다. 방과후학교 개설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해졌고, 울산지역 청소년들과 중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마을활동가들도 교육청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강의 문의와 ‘비건’ 간식 체험요청이 많아지면서 당장 수입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이런 다양한 사회활동이 무엇보다 큰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 11월 12일 ‘숨겨진 진실 프로그램’. <젖소 모아이나 이야기> 그림책 읽기. |
Q5. 마을교육공동체 방과후학교는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나?
7명의 평화밥상안내자(마을교사 및 자원봉사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2명씩 짝을 이뤄 1조가 돼 일정을 조율하고 돌아가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반기에 중구청의 방과후학교도 함께 운영하게 되면서 담임제를 실시했다. 하반기 교육프로그램도 2명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별로 약 10~15명 정도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 11월 19일 공감라볶이 만들기. 나의 행복과 동물들의 행복을 생각해보며 순식물성 재료로 라볶이를 만들어 봤다. |
Q6.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가?
채식의 가치와 이론을 배우고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에 참여했던 아이들을 그대로 하반기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려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공백이 생기고 여의치 않아 생태환경의 중요성, 바이러스 전쟁과 평화, 양심, 동물권 이야기, 숨겨진 진실, 행복한 환경, 나도야 채식요리사 등 하반기 프로그램도 상반기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상반기 때 아이들이 친해지기도 전에 본 수업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문제점과 소통부족 등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에 하반기에는 ‘마음열기’라는 프로그램을 제일 먼저 진행했다. 마음열기를 통해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마을교사들도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여러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됐다.
오리엔테이션 이후 비건식 체험을 진행했다. ‘생태환경의 중요성’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먹지 마세요>라는 그림책을 읽고 베지믹스볼, 현미떡꼬치 등을 만들어 먹었다. ‘바이러스 전쟁과 평화’라는 프로그램으로 영화 <컨테이젼>을 보고 육식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신종바이러스(코로나19 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비건샐러드피자’를 만들어 간편 요리실습도 진행했다. ‘양심’ 프로그램은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양심의 중요성을 배우고 ‘양심버거’라는 이름으로 채식버거를 만들어 먹었다. ‘동물권 이야기’ 프로그램으로 <채식은 사랑이다>라는 그림책을 읽고 ‘비건어묵탕’ 요리실습을 했다. ‘숨겨진 진실’ 프로그램은 <젖소 모아이나 이야기>라는 고등학생이 만든 그림책과 영상을 보고 육식을 위해 이어지는 잔인한 과정에 대해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우유가 아닌 두유를 사용해 ‘(송아지에게 우유를) 돌려주는 스파게티’ 요리실습도 진행했다. ‘행복한 환경’ 프로그램으로는 ‘고통 속에서 죽어간 동물을 먹고 과연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이론 수업을 진행했고 비건어묵을 이용한 ‘행복라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나도야 채식요리사’는 축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이때까지 배웠던 내용과 요리를 아이들이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10월 29일 ‘양심버거 만들기’ 식물성 패티와 비건빵 등 순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비건버거 요리실습. |
Q7.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아직도 많은 사람이 채식에 대해 인색하지만 그나마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운영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 쿠킹을 진행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금의 공간으로 최대한의 실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단순 요리실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함께 병행돼야 인식개선에 더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공간도 감지덕지지만, 시민들과 더 많은 채식 요리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으면 좋겠다.
Q8. 주변의 반응은?
얼마 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소감 나누기’를 진행한 바 있다. 아이들 대부분이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실천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등 채식에 대한 많은 관심과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의식이 성장돼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찜찜하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Q9.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채식문화가 더 많이 알려지고 확산돼 무엇보다 인간이 기후위기에 대해 올바로 대처할 수 있길 바란다. 채식평화연대에서도 마을활동가를 많이 배출해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많은 이들이 피부로 느끼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활동과 캠페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11월 13일에 출범한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각 단체들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Q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동차를 안 타는 것이 환경에 더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채식이라는 부분도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실천 과제다. 우리가 100% 실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채식에 대한 활동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70%가 동물사료로 쓰이지만 우리가 얻는 고기와 달걀, 우유의 양은 소량이다. 숲과 환경 파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가축 사육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우리가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다양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매끼를 먹을 때마다 조금씩 더 실천하는 자세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람들 모두가 ‘잠재적 비건’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은 채식이다. 이런 면에서 채식이 바로 평화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