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의 전생이 별로 궁금하지 않아요.
지금 사는 모습을 보면 제 전생이 어느 정도 추측이 되거든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싫어하는 것들에
다 전생의 경험들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기저기 해외 여행다니면서 어느 곳에서는 아주 강한 슬픔이나 아련함을 느끼고는 하는데
아마도 제가 전생에 살았던 곳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경험담을 나누면서 행달님들의 경험담도 듣고 싶어요.
첫 번째
30대 중반 쯤이니까 아주 오래 전에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갔어요.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어느 언덕에 있던 거의 폐허가 된 고성이었는데
언덕에 올라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거의 반나절을 하염없이 울었어요.
언덕 옆에서는 스코틀랜드 체크 무늬 치마를 입은 남자가 관광객들을 위해서
백파이프로 계속 어메이징 그레이스랑 다른 스코틀랜드 민요을 연주했는데
그 노래 들으면서 앉았다가 누웠다가 하면서 계속 울었어요.
그 고성과 노래와 바다가 전생에 나에게 큰 슬픔을 주었던 것 같은
아주 강한 감정을 느꼈어요.
아마도 아주 아주 슬픈 스토리였던 듯.
이런 경험은 그때 처음이었어요.
두 번째
회사 다닐 때니까 이것도 오래전 일인데 아일랜드로 출장을 갔어요.
그런데 더블린 공항에서 내려서 숙소로 가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판 풍경들이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아련함을 느끼게 했어요.
지금도 아일랜드 라는 단어를 들으면 막 애틋해져요.
아마 전생에 아일랜드에 살았나 봐요.
세 번째
몇 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했는데, 오르비에또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 갔어요.
아기자기 예쁜 동네였는데, 마을 가운데 광장에 있는 성당에 들어선 순간
왈칵 눈물이 막 나는거예요.
같이 간 일행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뒤쪽에 서서 소리를 삼키면서 한참 울었어요.
전생에 내가 이 성당에서 어떤 슬픈 일을 겪었나봐요.
네 번째
10년 전쯤 중국으로 출장 간 김에 북경에서 하루 여행 투어를 했어요.
만리장성이랑, 이화원이랑 자금성 등을 둘러보면서 느낀 감정은
난 절대로 내돈 들여서 중국으로는 여행오지 않겠다 였어요.
그냥 중국이 싫어졌어요.
전생에 중국에 살면서 엄청 힘든 일을 겪었나봐요.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조선시대 물건들을 보면서 왠지 조선이 싫다는 대사처럼요.
중국의 경치 좋은 사진이나 여행 프로그램을 봐도 전혀 가고 싶은 마음이 안생겨요.
마지막으로
이 건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로 증명이 된건데요.
아프리카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막 느끼면서 먹먹해져요.
특히 석양의 노을이 퍼지는 평원 사진은 내가 거기에 살았었다는 강한 기시감을 느끼게 해요.
첫댓글 흥미로운 이야기에요.
저는 행달님과 같은 경험은 없지만
에딘버러 갔을때 이른 아침 성에 가느라
언덕을 올라가다가 백파이프 연주 소리 듣고
눈물 흘린 적 있어요.
혼자 여행이라 몹시 외로웠거든요
그리고 로마 근교 오르비에토 좋아하는 장소에요.
절벽 위 작고 아름다운 도시 ♡
제가 바위산이나 동굴에 혐오감과 공포증이 심해요. 스치기만 해도 차라리 기절하고 싶어요. 아주 싫어요. 예전에 과테말라 가서 마야문명을 둘러보고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는데 문득 나 저기 바위 동굴 안에 제물로 바쳐져 죽은거 아냐? 생각이 들었어요. 북유럽 말고는 구석구석 유럽 많이 갔지만 한번도 데자뷰는 없었습니다~
여기님은 아마도 동굴안 제물로 바쳐진 전생 경험이 있었지 않을까요?
같은 곳을 가더라도 각자 기시감이 다른 건 전생 경험으로 해석하고 싶어요.
갑자기 네비가 잘 안되어 이탈리아 페루자 낮은 언덕길을 헤매던 때가 있었어요. 겨울이라 나무도 토양도 비슷비슷한 색이었고 약간 황량했는데 넘나 황홀했던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직도 머릿속에 그 풍경이 사진처럼 찍혀있는데 그 당시에는 내가 나 아닌 듯한 생각이 들었었어요
저는 데쟈뷰는 아닌데
젊을때부터 지금까지 몇년에
한번씩은 같은 장소의 꿈을 꿔요.
꿈을 꾸면서도 여기 지난번에
꿈꿨던 그 장소인데 또왔네? 해요.
그냥 7.80년대쯤 언덕길을
낀 나름 넓은 골목인데
위아래 구석구석 저는 뭐가 있는지 다 알아요.
처음 꿈에서 깨고 생각났을땐 꿈 아니고 가본곳인가?
즉 과거 추억인가 했었어요.
거기서 놀았는데...하다가 아니다... 과거에 간적이 없네. 꿈에서 나온곳이네? 한거죠.
근데 최근에도? 이니 2년전쯤에도 또 거기를 간 꿈을 꿨지 뭔가요
222 저도 반복해서 꾸는 꿈 있어요. 조선시대 궁궐 같은 넓디 넓은 한옥건물에서 방을 고르러 돌아다녀요. 다 맘에 들어서 어딜 골라야 할 지 고민하면서. 반들거리는 마루와 고가구 같은게 정말 생생하게 나와요. 언제부턴가 안 꾸는데 일년에 두어 번씩 꼭 꿨어요.
@토요일 아침 아가씨 쇤네는 기억 안 나셔유? 살림살이는 매일 제가 챔기름 바른거 맨치롱 반질허니 닦았어유 ㅎㅎ ( 전 비천한 출신이었을것 같아요. 느낌상)
@지금여기 ㅋㅋㅋ 저도 공듀나 아가씨는 절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집은 궁궐 같았지만 둘러보고 있는 방은 어째 다 좀 아담하더라고요. 궁녀였던 걸까요 😆
토가와 지가의 여식들은 듣거라~~당장 놋그릇들은 반들반들하게 닦아놓고 소셋물을 준비하거라~ 일단 이 매화틀부터 갖다버리고~
전 조선시대를 생각하면 아련하고 행복해지더라고요 흙먼지가 폴폴 이는 땅과 아늑한 풍경들이 그리워요 그시절 행복하게 살았나보다 했습니다
전 홍콩 스탠리 바닷가요
생각 안하고 갔던 곳이고 정보도 하나도 없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마음도 편해지고 평화롭고 아련해지고 그냥 그 곳에서 계속 살고싶었어요
정말 몇시간 잠깐만 있었던 곳인데 지금도 그 곳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그리고 이건 데자뷰라기보다는 제 감성이 다 한것 같긴한데
제주 애월 바닷가랑 세화해변이 그랬어요
애월에선 그냥 뭐에 홀린 듯 일몰을 보며 한참을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다 혼자 감정에 복받치기도 했고
세화해변에만 가면 기분이 막 업되고 좋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