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
이제 괜찮습니다
제가 사무실에서 윗사람들 한테 얘기를 잘해놨기 때문에 한동안은 끊는다는
쪽지는 붙어있지 않을 것입니다 - -
어느 한전 단전반 직원이 했던 말이다
늘 벤찌를 뒤에 꼿아 다니며 전기세 장기체납된 장소를 찾아 다니며 사정없이
인입선을 잘라 버리는 사람들이다
금년에 구역이 바뀌어 주택 밀집 지역으로 다니게 된 이 단전반 직원은 금년으
로 4년째 한전에 다니고 있는 임시직 내 한참 아래 후배다
먼길을 나설때마다 난 꼭 지인 몇분을 찾아 다니며 인사를 드리는 습관이 있어
특히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연로하신 스승님부터 찾아 뵙는다
떠나 오기전 그 선생님 자택에서 가끔 보이던 후배가 그 자리에 있었기에 인사후
함께나와 고급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1류대학을 나와서 처음엔 잘나가던 놈이 뭣이 잘못되었는지 차츰 모든 생활이 어
려운 환경으로 치닫게 되어 벤찌를 들고 다니며 남의집 전기나 끊어러 다니냐며
농담으로 시작한 얘기가 끝내 내 가슴을 아프게하여 늦게나마 이글을 적어본다
영업용이나 상업용도로 사용하고있는 정기가 장기 체납될땐 몇번 예고후 단전을
하지만 주택가 쪽으로는 그나마 끊는다는 예고장을 수도없이 붙여놓고 만나서 전
달도 하지만 차마 끊을수가 없어 그냥 지나칠때마다 단전반 팀장한테서 온갖 압박
을 받는다고 했다
물론 그럴수밖에 없는 현실이니 팀장을 나무라는것은 아니다
그 후배는 끝내 10개월까지 봐주던 어느 체납된 집의 밀린 전기세 2십몇만원인가
를 자신이 갚아주었다며 도저히 끊을수가 없었다한다
방 두칸짜리 오래된 반지하에 살고있는 어느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여 폐지줍는
일도 나가지 못하고있는 상태에서 초등학교 다니는 손자와 손녀 그리고 아들이 병
원에 입원해 있는 중 며느리는 알바일을 여러가지 해가며 가정을 힘겹게 꾸려가고
있는 상태에서 전기세가 무려 10개월까지 체납 되었던 집이다
그집 사정을 그렇게 훤히 알수밖에 없었던것은 도대체 뭣땜에 사람이 사는집에서
그토록 전기세가 밀리니 가끔 집으로 들어갈수 밖에 없었으며 그때마다 할머니는
단전반 직원을 붙들고 사정만 해오고 있었기에 그렇다
11월에 들어서며 전기세는 10개월로 체납되자 빨리 끊지않고 뭐하냐며 독촉하는
팀장과 그 할머니집 사이에서 갈등하다못해 후배는 전액을 자신의 돈으로 납부해
놓고 팀장에겐 완납 됐다고 보고한 것이다
추위가 시작되면서 방안엔 꾀째한 살림살이와 낡은 전기밥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전기장판이 끊기게되는것은 자동적이다
가스통도 비어있어 가스렌지 사용도 못한채 휴대용이 부엌에서 사용되고있는 것
을 봐왔던 후배는 가스까지 한통 교체해 주고 나왔다고 한다
본인도 짧은 박봉에 생활이 늘 쫏기는 중에 있으면서 또 한가지를 더 넣어주지못
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바로 난방용 석유를 한드럼이라도 넣어줘야 하는데 더이상 능력이 부족해 도와
주지못한것 땜에 마음이 아파 힘없이 독주만 들이마시고 있었다 그리고는
" 형님... 내 있지요...금년만 다니다가 그만둘려고 합니다
그 할메집 말고도 당장 단전을 해야될 가정집이 수십군데가 넘습니다
상업지대 쪽으로 다닐땐 몰랐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구역에서는 도저히 못해
먹겠거등요~ 차라리 공장으로 들어 갈려고 준비해 놓고 있는데 빨리 때려치워야
지 계속했다간 내가 나쁜놈이 되어가는것 같아 견딜수가 없어요.." 했다
어떤 집에선 7개월째 체납되있어 끊으려하는 순간 조그마한 그 집 어린이 하나가
쫓아와 아저씨 안녕하세요 라고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또 도저히 끊지를 못하고
그냥 지나갔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런것도 하는놈이 해야지 지같은 사람은 도저히 안되겠기에 그만둘려고 한다
별것아닌 술자리 얘기의 조그마한 소재꺼리지만 나에겐 큰 감명을 안겨주는 또
한명의 힘없는 천사를 보게된 것으로 믿고있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지 생활도 찌질한 가운데 있으면서 남의집 보이라 기름통
걱정까지 하고 있으니 나의 눈에는 천사로만 보이니 말이다
그 기름통 가득 채우면 얼마면 되겠냐 물으니 5십만원이 좀 넘는다고 했다
" 형님이 물으시니 웬지 그 할메집 한번 도와 주실것도 같은데요~~" 하며 피씩 웃
기에 그래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틀뒤 공항으로 가던중 그놈 전화가 와서 기름을 그 할머니집에 넣어 드렸다며
건강히 잘 다녀오라는 인사로 한마디 더 붙이기를 할메와 며느리 두분이서 후배
에게 고맙다며 많이 울더라는 얘기를 했다
어중간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구색은 다 갖추고 싶어하고 십만원 이상대 술
은 정기적으로 마시면서 몇천원짜리들 물건이나 생필품들을 향해 물가가 비싸서
못살겠네 죽겠네하는 얘기가 많다
그런데 고가의 비싼 제품을 향해서는 비싸다는 소리를 하지않고 쉽게 구입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단 한푼도 누구를 돕는것에는 무관심하다 ..
그 후배는 어중간측에도 들지않는 일반 서민측에 있지만 희망을 크게 가지며 늘
부지런하게 산다 그리고 일체 불평불만이 없다는것에 난 그를 믿을수밖에 없다
살다가보면 어쩔수없는 극도의 나쁜 환경에 처해질때 단 한번은 도와 줄수있으니
언제든 연락하라며 난 떠나왔다
첫댓글 이런 사람냄새나는 좋은 글에는 어째 고맙다는 말한마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