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경우, 5개 내외 업체가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현재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쏘카의 성장이 눈부시다. 쏘카는 대기업 기반 없이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매년 10배 이상 성장하며 연매출 3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투자기업인 미국의 베인캐피탈로부터 총 18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 금액이다.
“경제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카셰어링 시장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타사에 비해 이용자 간 소통 창구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는 점, 기술 및 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역량과 해외 진출 가능성 등을 높이 평가한 것 같아요.”
2011년 쏘카 창업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지만(38) 대표. 한 달 중 보름 가까이는 서울 등 출장지에서 보낸다. 본사가 있는 제주도를 비롯해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850여 곳에 설치된 거점을 더욱 확대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쏘카는 공유경제의 모범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지난 10월, 홍콩에서 열린 공유경제를 주제로 한 아시아 사회혁신 컨퍼런스 ‘SIXAsia 2014’에서 ‘공유도시 서울’의 대표적인 정책 사례로 쏘카가 소개된 바 있다. 쏘카는 2013년부터 서울시 나눔카 공식 사업자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혁신은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난다
쏘카는 김지만 대표가 일상에서 느낀 작은 불편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가 다음에서 근무할 당시 경영기획본부의 일원으로 다음의 제주이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제주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김 대표도 업무상 차를 써야 했고 아내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해서 차가 한 대 더 필요한 상황이 벌어졌다. 필요할 때 몇 시간만 쓸 수 있는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는 차를 두 대 이상 소유한 집이 꽤 많아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거든요. 하지만 대다수 차량이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 그 자리에 서 있죠. 수많은 렌트카 업체의 차들도 마찬가지예요. 비수기엔 수백 대가 주차장에 서 있어요. 이것만큼 사회적 낭비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자.’ 한 대의 차량을 시간 단위를 쪼개 여럿이 나눠 쓰자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이것이 쏘카의 출발점이 됐다. 차를 소유의 대상이 아닌 대여하고 함께 쓰는 협력적 공유의 대상으로 개념화했다.
“처음에는 카셰어링 개념을 알리는 것부터 애를 먹었죠. 하루에 10대 정도밖에 이용하지 않던 초창기에는 주차장에 놔둔 차가 방전되기 일쑤여서 직원들이 일일이 나서 차 시동을 걸어주기도 했어요. 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는데 민원이 들어오면 새벽이라도 나가서 100대의 차를 옮겨야 했어요. 직원 5명이 차 100대를 옮기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죠.”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스마트폰과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앱제너레이션, 소위 스마트 세대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여부터 반납까지 이용과정 전반이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한다.
이용자를 ‘쏘친(쏘카 친구)’으로 부르며 이용자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킨 점도 한몫했다.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 거침없는 스마트 세대의 특성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쏘친들은 차량을 공유하며 서로 간에 소통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쏘친 커뮤니티에서는 이용 팁이나 이용 매너까지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가 오간다.
상상, 그 이면을 상상하라
쏘카는 가장 성공적인 사물인터넷(IoT) 사례로 꼽힌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애플리케이션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파트너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사용하는 사물과 모바일을 접목시킬 수 있는 게 무언지 고민했다.
“스마트폰을 갖게 됨으로써 편해지는 것,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효율이 극대화되는 것이 바로 자동차였어요.”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O2O(online to offline) 사물인터넷과 관련해서 실제 매출 규모와 회원수, 이용건수를 살펴봤을 때 “카셰어링 분야가 독보적이며 성공한 사례”라고 한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카셰어링이라고.
“IT기술이 무인서비스를 가능케 했지만 이를 더 발전시키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모델이 될 거예요. 예를 들면 P2P 카셰어링, 라이드셰어링, 온디맨드형 신규 서비스 등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해나가는 거죠. 한계비용 제로 사회라는 말을 하는데 내가 집까지 가는 데 드는 비용, 그게 제로가 되는 사회를 만들 수도 있는 거죠.”
쏘카의 앞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기존 렌트카 업계에서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각종 관련법이다. 기존의 법과 규제가 IT를 기반으로 한 무인 시스템인 카셰어링과 맞지 않다는 데 있다. 프랑스·독일·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카셰어링을 공공 운송 수단으로 간주하고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학계를 중심으로 카셰어링이 자동차산업을 위협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민관 협력하에 카셰어링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를 잡아 기존 제조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전기차 투입도 늘어나 환경적 부담도 줄어들고 있고요, 이런 사회 혁신 서비스가 확대된다면 심리적 위협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자동차산업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꿔라
쏘카의 혁신은 사소한 불편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에서 이뤄졌다. 세상에 없는 것을 좇는 호기심이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수요자 스케일까지 더해져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에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창업을 권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런 유행에 함부로 편승할 건 아니라고 봐요. 창업도 적성에 맞아야 성공할 수 있어요.”
그에게 어떤 유형의 사람이 창업에 적합한지 물었다.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걸 즐기는 사람, 사람과 사물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특히 개발자 중에 이런 성향의 사람은 젊은 시절에 꼭 도전해보면 좋겠어요.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팀을 꾸릴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한다면 이 지점에서 수퍼개발자가 탄생하거든요. 그런 사람이 만들어낸 가치가 세상을 바꾸는 거죠.”
카셰어링 서비스 어떻게 이용할까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회원 가입을 한다. 가입 시 주소와 운전면허증, 신용카드 정보 등을 등록하면 추후 차량 이용 시 별도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차량 이용 시에는 앱을 켜고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의 차량을 예약한다. 쏘카는 최소 30분 단위로 시작해 이후 1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문을 열고 닫는 것부터 반납까지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된다. 쏘카의 경우, 심야시간대에 편도 무료 핫딜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광진구에 위치한 건대입구에서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과학기술대까지 갈 경우, 비용은 주행요금 약 2000원뿐이다. 같은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갈 경우 약 1만2300원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