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백두대간(부봉구간. 조령3관문＞ 하늘재)

[山上(광주)]

2007. 8. 초. (하기 휴가)

* 조령3관문에서 조령산성의 동암문까지 구간은 디스켙에 저장한 일부 사진이 지워져 버려서 올리지 못하여 글로 대신합니다.

당초 계획은 하기 휴가를 맞아 아내와 함께 강원도 쪽으로 휴가를 떠나려고 승용차를 타고 영동고속도로를 가다가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서 계획을 변경하여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빠져 조령3관문으로 향했다.

조령 3관문 입구 (조령 3관문에서 북쪽으로 약1km지점)에 있는 조령산자연휴양림휴게소에 숙박지를 정하고 첫날은 조령관문까지 산책을 하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자욱한 안개가 온통 주변에 깔려 시야를 가리고 바람도 불지 않는 아주 후텁지근한 날씨다.

산책을 마친 우리는 2층 방을 숙소로 정하였는데 바람도 통하지 않고 답답했으나 다음 날 아침 일찍 조령3관문에서 부터 하늘재까지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기 휴가가 교통체증으로 예정에도 없는 대간종주로 바뀌어 버렸다. 지도도 준비하지 않고. . .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어제 자욱했던 안개가 아직도 전혀 걷히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당초 계획하지 않았던 대간종주를 지도 한장 없이 시작하였다.

조령 3관문을 들어서서 좌측으로 돌아 올라가니 마패봉(마역봉) 쪽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있었다.

마패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바위 길이다

길도 협소하고 암릉에 로프구간도 있었으며 며느리밥풀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마패봉 정상에는 검은 오석에 흰글씨로 쓴 정상석이 있었으며 정상을 지나고 부터는 길이 완만해졌으며 조령산성의 북암문까지는 숲길이라 편안하고 덥지 않았다.

조령산성의 북암문은 북한산성의 암문과 다르게 문 인방이 없고 성벽의 높이도 1m정도로 낮았으며 한 두 사람이 겨우 지나 다닐 정도의 폭으로 뚝이 잘린 것 같은 형태다, 이곳까지 오면서 보았던 성벽도 낮고 허물어져 있어 보존 대책이 아쉬운 상태였다. 북암문은 좌측 성밖으로는 지릅재로 우측 산성 안쪽으로는 동화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북암문을 지나고 756봉은 다소 가파른 된비알이었지만 높지 않아 곧바로 올라 설수 있었고 그 다음 부터는 좌우로 경사진 평탄한 능선길이었다.

764봉을 지나고 760봉을 지나 동암문에 도착하였다.

동암문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성문 옆에는 산수국 그리고 동화원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동자꽃이 피어 있었다. 동암문은 성밖으로는 미륵리와 평천재로 성 안쪽으로는 동화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동암문을 지나고 부봉에 도착하여 부봉 바로 앞에 있는 이정표에서 주흘산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정표에 대간표시가 없고 누군가가 매직잉크로 낚서처럼 대간표시를 써 놓았는데 그걸 간과하고 부봉으로 올라섰다, 조령 3관문에서 보았던 대형 안내간판의 기억으로는 부봉으로 대간이 지나는 것 같았다.

부봉을 올라서니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에 시그날이 걸려 있기에 그 길이 대간일것으로 믿고 의심없이 그 길을 따라 내려가서 934봉을 지나고 사자바위를 지날 무렵 갑짜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머리 위에서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하였다.

천둥번개는 능선의 고도가 900m나 되는 높은 곳이라 마치 우리 머리 위 정수리에서 치는 것 같았으며 등산로에는 금새 흙탕물이 고랑을 이루며 흐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사이에도 달걀버섯을 찍고 있었고 겁이 많은 아내는 당황하며 그러는 나에게 빨리 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러던 나도 등산로가 흙탕물로 넘치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계곡물이 불어나서 건너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하였으며 길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어느 고등학교산악부 시그날만 계속 걸려 있어 이 길은 대간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길은 있고 시그날이 걸려있으니 하산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내에게는 대간을 벗어나서 길을 잘 못 들었다는 말을 하지 않고 마음 속으로만 이거 큰일났구나 생각하며 계속 걸었다.

비는 계속 쏱아지고 천둥번개도 그칠줄을 모른다, 하지만 이럴 때에는 대담해 지는 나다. 다만 계곡만 건널 수 있기를 바라며 계곡물이 불어나기 전에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앞에서 길을 찾으며 걷고 아내는 뒷 따라 오면서 그렇게 서둘러 내려 갔다.

그렇게 또 한참을 지났을 때 길이 미끄러운 황토 흙길로 바뀌고 키가 큰 산죽밭 지대가 나타났다, 그 곳은 산죽 잎이 앞을 가려서 길이 잘 보이지가 않는 곳이다.

이 때 뒤 따라오던 아내가 갑짜기 절퍼덕하면서 얼굴을 땅바닥에 정면으로 박으며 꼬구라지는게 아닌가. 뒤를 돌아본 순간 아찔했다, 얼른 안아서 일으켜 보니 그러나 다행이도 볼 옆이 살짝 긁힌 정도로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천만 다행이었다.

그런 아내는 조금 전 부터 누가 뒤에서 옷 자락을 자꾸만 잡아 당기더라고 했다.

알고 보니 배낭 옆 주머니에 들어 있던 작은 물병(페트병)이 빠져서 배낭을 덮어 씌워서 입은 상의 비옷 안에서 굴러 다닌 것이 긴장을 하고 겁을 먹으니까 누군가가 옷자락을 잡아 당기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상의 비옷의 아래 끈을 조여 놓았으니 거기에 걸려 떨어지지 않고 움직일 때 마다 물이 든 물병이 앞 뒤로 구러다닌 것이 그렇게 잡아 당기는 것 처럼 느껴 졌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산죽 잎이 앞을 가려 땅바닥이 계단 처럼 단이 진 곳에서 앞을 못 보고 순간적으로 얼굴을 박으며 꼬구라 졌으니 얼마나 놀랬는지 완전히 질린 표정이었다.

귀신이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말을 하면 내가 놀랠까봐 말을 하지 않았다니 나원 참! 이건 쥐가 고양이 걱정하는 꼴이 아닌가.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머뭇거릴 상황이 아니다 계곡물이 불어나기 전에 큰 도로까지 하산을 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걷기 시작하였다.

어디쯤 내려 갔을까? 주변의 수목이 달라보였다. 인공조림한 낙우송이 심어져 있는 곳까지 내려 온 것이다. 그렇다면 민가에 가까이 왔겠구나 생각이 되었을 때 하얀 도로가 보이고 사람 소리가 났으며 앞을 가로 막고 흐르는 도로 옆 계곡이 보였다, 계곡물은 다행히 많이 불어나지 않아 건너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나는 그 길이 하늘재의 어느 한 곳일꺼라고 생각했는데 도로에 올라서서 살펴보니 그곳은 전혀 방향이 다른 문경새재(조령산성) 안쪽 조령제2관문 조금 윗 부분이었다. 이제는 비도 그치고 천둥번개도 멎었다.

결과적으로 대간은 도상거리로 4km밖에 걷지 못하고 비만 쫄딱맞았으며 전혀 엉뚱한 곳으로 와버린 것이다.

큰 길로 나오니 문경새재 관광객들이 우산과 비옷을 입고 내려오고 있었고 길가에 부봉으로 오르는 안내석이 세워져 있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이제는 하는 수 없이 걸어서 다시 3관문으로 되돌아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는 교통편이 없으니 그 방법 밖에 없다, 조령산자연휴양림휴게소에 우리 차가 주차되어 있고 갈아 입을 옷도 차에 있기 때문에 훨씬 멀게 돌아가야 하는1관문 주차장 쪽으로 내려 갈 수가 없다.

제1관문에서 제2관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 내지는 평지 길이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제2관문에서 제3관문은 가파른 길이다. 아내가 무척 힘들어 하니 안타까웠지만 아내도 방법이 없음을 알기에 참고 걸었다.

3관문을 넘어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지칠대로 지친 모습으로 휴게소로 들어서자 주인이 보고 놀라워 하며 2층에 세탁기가 있고 샤워실도 있으니 씻고 옷을 갈아 입으라고 일러주어 몸을 씻고 젖은 옷과 등산화를 빨아 세탁기로 탈수를 시키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가 휴게소 음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주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를 몰아 오늘 못다한 부봉에서 하늘재구간 대간 땜방종주를 위해 하늘재입구인 미륵사지를 둘러 보고 월악산 앞을 지나서 충주호를 보며 서울로 올라 왔다.

서울로 올라 오면서 라디오에서 이날 전국적으로 낙뢰현상이 발생하여 북한산 용혈봉에서 4명이 수락산에서 2명이 그리고 경상남도 어느 곳에서 1명이 낙뢰를 맞아 사망하였다는 뉴스를 들었다. 하루에 낙뢰로 이렇게 많은 인명사고가 났다는 뉴스는 지금까지 들어 보지 못했다. 내 기억으로는 낙뢰로 인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로 기억 한다.

특히 북한산 용혈봉은 내가 수도 없이 자주 올라 다녔던 봉우리이기에 충격이 컸다.

그 뉴스를 듣고보니 조금전에 우리 머리 위에서 번쩍거리던 천둥번개가 다시금 생각난다.

- 여기부터는 부봉에서 부터 일부 남아 있는 사진을 올립니다.

- 안개가 자욱하다

- 돌양지꽃

- 부봉오르는 길.

- 부봉

- 이후 부터는 천둥과 폭우로 사진 촬영을 하지 못했다.

- 문경새재 도착.

- 3관문이 보인다.

- 3관문

* 3관문을 지나 조금 내려가면 민박집인 문경새재자연휴양림휴게소가 있습니다. 우리 승용차도 그곳에 있고. 그곳에서 젖은 옷을 갈아 입고 승용차로 귀경길에 잠시 미륵사지를 들렸습니다.

- 미륵사지 도착

미륵사지는 이전에도 두 번이나 왔던 곳이다.

- 새끼 거북이 어미 등으로 기어올라 간다. 원근법이 적용되어 앞서서 멀리 기어가는 새끼는 작게 새겨넣은 점이 특이하다.

- 미륵불

- 충주호.

* 다음 구간은 이번에 다 하지 못한 부봉에서 하늘재까지를 땜방종주를 해야 한다.

[보물(광주)]

폭우속을 뜷고 멋지십니다^^

[山上(광주)]

폭우속에 따라 오느라고 고생했어요.
천둥번개 무섭지는 않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