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계
죽은 언어 같아서 먼저 갈마들었다
뜻이 보여 발길질을 해도 꿈쩍 않는다 싶어
쩍쩍 갈라진 그의 등짝에 함부로 기댔더니
살갗을 쑤신다
옷이 걸리고 통증이 와도, 속이 여물대로 여물어
편하기로야 그만한 안식처가 없다
산목숨으로 보아 미루어 짐작컨대
하늘을 무대로 매듭은 매듭끼리 머리털 추켜세워
걸리면 찌른다는 자세가 볼모로 박힌 듯
입은 하마 입, 목구멍은 모래알보다 작은 아귀처럼
땅이 걸러낸 지옥 불을 품은
수액만 빨고 살아도 떳떳하다고
징그러운 껍질이 그간의 일들을 줄줄이
행간으로 엮고 있었다
뚝 부러질 듯 삐딱하게 굽은 수백 년짜리 불멸,
수명 짧은 나랑은 태생부터가 상관관계가 아니어도
시문의 목차로 눌러앉은 바람에
내 손모가지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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