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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回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 2015.08.20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
반도체 반대 직원 개발팀 발령낸 이병철 … 9년 뒤 세계1위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한국 반도체 신화 이끈 삼성“반대할 용기로 새 일에 도전하라”64K D램 6개월 만에 개발 성공 18일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반도체 사업장. 축구장 4배 면적의 제조라인에 반도체 생산장비가 촘촘히 들어서 있다. 천장에는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운송 로봇이 반도체 기판(웨이퍼)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박스를 분주하게 옮기고 있다. 가끔 장비를 점검하는 직원들만 눈에 띌 뿐 생산인력은 보이지 않는다.
30여 년 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는 지금 기계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여직원이 했다. 1981년부터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한 서애정(53·여)씨는 “88년 결혼식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얼굴에 화장을 했다. 입사한 지 7년여 만이었다” 고 말했다. 아주 조그만 먼지도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생산 공정의 특성상 여직원들의 화장이 금기사항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74년 당시 동양방송 이사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사재로 한국반도체 부천공장의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 이 회장이 직전 겨울 혹독한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회사를 인수했다” 고 말했다.
83년 고(故) 이병철 회장이 ‘2·8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밝혔지만 주변에선 만류했다. 일본의 미쓰비시 연구소가 한국의 작은 내수시장과 빈약한 기술 등 다섯 가지를 지적하며 ‘5대 불가론’ 보고서를 낼 정도였다. 같은 해 삼성반도체가 64K D램 개발계획을 내놨을 땐 삼성 내부 직원들까지 반대했다.
당시 삼성반도체의 대리였던 문상영 M프레시전 대표는 “당시 이 회장이 반대보고서를 작성한 직원 모두를 64K D램 개발팀으로 발령냈다” 며 “회사 일에 반대할 용기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는 회사 측의 지시였던 셈” 이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반도체는 디지털시계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수준의 기술력만 보유하고 있었다. 64K D램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강진구 당시 삼성반도체통신 사장은 “6개월 만에 64K D램의 생산 · 조립 · 검사까지 모든 공정을 완전히 개발했다” 고 발표했다.
고비 때마다 시장 흐름을 내다본 결정을 한 것도 주효했다. 대표적인 게 D램의 생산 방식 중 트렌치(Trench) 방식과 스택(Stack) 방식이 대립하고 있을 때 삼성은 과감히 스택 방식을 선택했다. 삼성과 달리 트렌치 방식을 선택한 일본의 도시바 등은 이후 경쟁력 악화로 경쟁에서 밀렸다. 90년대 초 D램 업계 최초로 200㎜ 웨이퍼 양산을 결정한 것도 과감하고 효율적인 투자로 평가받는다. 선두 업체가 차세대 웨이퍼 투자를 주저하고 있을 때 과감한 선행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92년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1위로 우뚝 올라섰고 23년째인 올해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위 유지의 배경은 신기술이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는 20나노 D램(64K D램의 12만5000배 용량)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20나노 D램은 새로운 장비 없이는 더 이상 미세화가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깬 혁신적인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양산하는 3세대 V낸드플래시 역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나온 신기술이다. 플래시 개발실의 이운경 상무는 “기존 기술이 좁은 땅에 단독주택을 촘촘하게 많이 짓는 것이라면 V낸드는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은 기술” 이라고 말했다. V낸드는 낸드플래시 분야 기술 경쟁에서 게임의 룰을 바꾼 신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 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시장 점유율을 올 1분기에 9.6%까지 늘리며 잠재력을 보여줬다. AP는 시스템 반도체의 주요 부문 중 하나다. 15조6000억원이 투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반도체 라인이 2017년 가동되면 삼성의 생산능력은 더 커지게 된다. 반도체 부문의 든든한 뒷받침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과 TV시장에서도 세계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이다. 중국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벌써 국가별 순위 세계 1위에 올랐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수를 타진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미국의 기술력을 따라 잡는 것도 숙제다.
◆시스템 반도체 = 반도체를 사람의 뇌로 봤을 때 시스템반도체는 지각하고, 지각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기억하는 역할만 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시장 규모도 크다. 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디지털카메라에 사용하는 이미지 센서 등이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다.
- 중앙일보 | ◆ 특별취재팀=김준술(팀장)·함종선·문병주·황의영·김기환·임지수 기자 | 2015.08.20 |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
|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시 사업장 직원이 기판에 회로도를 새기는 포토공정 라인에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반도체는 300~500개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사진 삼성전자] | |
인텔 넘어라 … 삼성, 2%P 턱밑까지 추격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메모리반도체 23년째 1위 시스템 분야는 인텔에 뒤져 … 과감한 기술개발 · 투자 나서“반도체는 모든 산업의 두뇌 … 의료 · 핀테크 시장 등 도전을” 1998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과 삼성전자의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16.9%대 3.4%. 격차는 13.5%포인트나 됐다. 그리고 17년이 흐른 올해 1분기, 두 회사 간 격차는 2.1%포인트로 확 줄었다. 인텔의 점유율이 13.3%로 떨어진 반면 삼성은 11.2%로 높아진 까닭이다.
업계에선 삼성이 인텔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83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지만 그때만 해도 인텔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인이었다. 우리가 기적을 이룬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회사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 사업에 도전했다. 또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했던 90년대 후반과 2008년에도 삼성은 오히려 과감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로 경쟁력을 높였다.
세계경영연구원(IGM)글로벌의 전한석 대표는 “고비 때마다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결정과 추진력이 반도체 신화를 만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1년 신문 광고에 ‘새벽 3시의 커피타임’이란 카피가 나올 정도로 직원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92년 이후 23년째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메모리 분야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까지 합치면 올 1분기 한국 업체의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56.9%에 이른다.
향후 관건은 시스템반도체다. 종합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기 위해선 반도체 매출의 77%를 차지하는 시스템 분야를 잡아야 한다. 이 분야엔 인텔이 1위다. 아직 삼성의 시스템 분야 순위는 세계 5위(점유율 3.1%)에 그친다.
중국의 도전도 거세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1조 위안(약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연구원의 주대영 연구위원은 “산업의 두뇌인 반도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면 시스템반도체에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고 제안했다. 차상균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반도체를 근간으로 의료와 결합한 정보기술(IT)이나 핀테크, 사물인터넷 등으로 먹거리를 넓혀 가야만 미래가 있다” 고 말했다. 대한민국 IT 업체가 짊어진 숙제다.
- 중앙일보 | ◆ 특별취재팀=김준술(팀장)·함종선·문병주·황의영·김기환·임지수 기자 | 2015.08.20 |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
브라운관서 평면TV로 대전환 … 기회 낚아챈 한국 10년째 1위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삼성 · LG 세계시장 점유율 43%올레드(OLED) 등 신기술 잇따라 내놔 반도체 · 스마트폰 이전에 글로벌시장에 한국 브랜드를 알린 것은 TV였다. 세계 TV 시장 1·2위(점유율 각각 27%·16%)를 달리는 삼성전자 · LG전자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인의 거실을 10년째 정복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2000년대 초반 세계 TV 시장이 브라운관TV에서 평면TV로 빠르게 옮겨 가면서 기회를 포착했다. 이때만 해도 소니 ·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다. 한국산 TV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됐다. 그러나 삼성 · LG는 크고 얇은 TV로 글로벌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LCD(액정표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도 이어졌다.
특히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보다 TV 두께가 획기적으로 얇고, 화질도 선명한 LED(발광다이오드) TV가 결정적이었다. ‘빛을 내는 반도체’로 불리는 LED를 광원(光源) 으로 쓴 LED TV 시장이 힘을 받자 파나소닉 등이 주도하던 PDP계열은 급속히 무너졌다. 특히 LG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LED보다 한발 더 나아간 올레드(OLED · 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양산하며 삼성과 경쟁하고 있다. 올레드는 패널 속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TV 뒷면에서 빛을 쏴 줄 필요가 없다. LCD보다 더 얇게, 혹은 구부러지게 만들 수 있고 어느 각도에서 봐도 색의 차이가 없다. 최근 LG는 화질이 UHD(초고해상도)급인 초대형 울트라 올레드TV도 출시했다.
기술력 못지않게 위력을 발휘한 것은 디자인이다. 2006년 삼성전자가 돌풍을 일으킨 와인잔 모양의 LCD TV, 일명 ‘보르도TV’가 대표적이다. 이때 처음으로 삼성은 소니를 제치고 세계 TV 시장 1위를 거머쥐었다. ‘TV를 가구처럼’이라는 콘셉트를 제품 디자인, 기획, 회로 개발, 마케팅에 반영한 성과였다.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한 삼성은 올 연말 10년 연속 세계 1위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2월엔 독자 개발한 ‘나노 크리스털’ 기술로 화질을 더 끌어올린 SUHD TV를 출시했다.
- 중앙일보 | ◆ 특별취재팀=김준술(팀장)·함종선·문병주·황의영·김기환·임지수 기자 | 2015.08.20 |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
지금 IT 중심은 실리콘밸리 · 중국 … 거기서 혁신을 사라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맥킨지의 한국 자동차 미래 제언모바일 생태계 급속히 진화 … 중국내 시장만 바라보면 뒤떨어져반도체 약진, 스마트폰 하락세 … 신기술 위해 M&A 적극 나서야 국내 전자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최종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그동안 전자뿐 아니라 통신 · 유통 · 정유 등 국내 기업들은 소비자와 고객사의 입맛에 잘 맞춰왔다. 하지만 고객사의 요구 때문에 최종 소비자 편의가 희생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스마트폰에는 50~60개의 앱이 미리 실려 있다. 통신 · 제조 · 운영체제(OS) 회사들이 각각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모두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이용 환경이 복잡해지고, 원치 않는 앱을 일일이 지워야 하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고객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데 무게를 실어야 한다.
또 100년 갈 경쟁력을 위해서는 ‘혁신의 진원지’에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혁신이 벌어지는 곳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이다. 특히 중국의 바이두 · 알리바바 · 텐센트 같은 정보기술(IT) 회사들은 자국을 넘어 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한다. 이 같은 혁신의 중심에서 최종 사용자들과 모바일 생태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한 제품을 개발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이 때문에 글로벌 물결을 제대로 읽고 감지하는 것에 뒤떨어진다. 국내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와 중국이라는 양대 ‘IT 허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품을 기획하고 고안해야 한다.
한국 전자산업은 반도체 같은 부품 산업과 스마트폰 · TV 등 완제품으로 나뉜다. 두 분야의 성공 요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먼저 부품 산업은 ▶최적의 자본 투자 ▶철저한 프로세스 관리 ▶침체기를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중요하다. 완제품에선 ▶남다른 혁신성 ▶고객 수요를 포착하는 능력 ▶경쟁력 있는 가격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두 분야는 희비가 엇갈리는 실적을 보인다. 반도체 메모리를 필두로 한 부품 쪽은 좋은 성적표로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완제품의 경우 ‘프리미엄’ 쪽에서 미국의 강자 애플에 밀린다. 또 ‘저가 제품’에선 중국 회사들에 치인다. 완제품은 성장 변곡점에 도달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린다. TV · 컴퓨터 · 모니터 등도 변변한 수익을 내지 못한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애플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에 ‘멀티 터치 스크린’이란 기술을 적용했다. 원래 이 기술은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들이 설립한 ‘핑거웍스’란 회사가 개발했다. 그러나 애플이 인수하면서 멀티 터치 스크린은 아이폰의 ‘혁신 아이콘’이 됐다. 애플은 회사 밖으로 눈을 돌려 좋은 ‘기술 재료’를 찾아낸 것이다. 누구보다 탁월한 재료를 골라내고 확보하는 게 좋은 요리사다. 애플이 이런 요리사 역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한국 전자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런 도전에 나서야 한다.
- 중앙일보 | 이용진 맥킨지 서울사무소 디렉터 | 2015.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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